무뚜뚝한 남편 단숨에 무너트린 아내의 애교문자

     

    낚시에 열중인 입질의 추억 부부, 제주도 섭지코지

    저희는 낚시를 통해 금술을 확인하는(?) 부부 조사단입니다. ^^
    처음엔 소소한 취미로 시작했던 바다낚시지만 지금은 월 2회 가량 출조를 하며 생활의 활력을 얻고 있지요.
    주변에선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하니 좋겠습니다.' 라며 부러운 시선을 건네시지만, 바다낚시를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적잖은 고충이
    따르기도 합니다. 

    서울이라는 바다낚시의 불모지에서 남해까지 출조를 다닐려니 적잖은 시간과 경비가 깨지고, 돌아올 땐 파죽이 되지요.
    여기에 아내는 뭔 죄라고 제 이야기의 보조 출연을 맡으면서 이 쌩고생을 하는지 ^^;


    성난 파도와 싸우며 낚시하는 아내, 제주도 섭지코지

    서울에 사는 부부가 바다낚시를 하는데는 경제적인 출혈 말고도 여러 방해물들이 있습니다.
    기상이 안좋다가도 반짝 햇볕이 들 때, 어디 동네 목욕탕 다녀오듯 속전속결로 낚시를 하고 오는 현지꾼과는 달리, 우리는 날씨를 예측하고 계획한 다음 
    출발해야 하므로 언제나 한발 늦습니다. 다시말해 기상이나 조황이나 뒷북치기 마련이지요. ^^;

    계속된 악천후도 저를 힘들게 만듭니다.
    한겨울엔 혹독한 추위와 날궂이로 낚시를 어렵게 만들고, 한여름엔 폭염과 태풍때문에 발이 묶이곤 합니다.
    기상이 좋아 출조하면 믿었던 기상청에게 뒷통수를 맞고, 그나마 날을 잘 골랐다 싶으면 보기좋게 꽝을 치고 오지요.
    이럴때 조행기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제 입장에선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기도 못낚았는데 무슨 이야기가 전개 될 것이며, 어떤 사진을 올려야 할까?

    제가 블로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집에만 있으면서 쓸 수 있는 글들이 아니니까요.
    낚시 시즌인데다 해상 날씨가 좋다고 판단되면 일단은 장비챙기고 나가보는게 급선무인 것입니다.
    이번엔 또 어떤 특종을 건질 것인가? 아니 특종까진 안바래, 그냥 감성돔 한 두마리 잡고 오면 소원이 없겠어.
    이것도 저것도 힘들다면 멋진 에피소드나 사진이라도 건져와야 할텐데 등등..
    약간의 강압적 부담을 갖고 있기에 때론 그것이 피곤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됩니다.


    고기를 걸고 파이팅하는 아내, 전남 안마군도에서

    큼직한 복어를 낚아보이는 아내, 울릉도

    열심히 밑밥을 치며 낚시에 열중인 아내, 충남 홍원항

    어쨌든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는데 여기에 일등 공신은 바로 제 아내입니다.
    언제나 제 옆에서 호흡을 맞춰주고 촬영까지 도와주기에 오늘날 제 낚시 이야기에 큰 힘을 넣고 있음엔 틀림없지요.^^

    사실 아내에게 미안한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에 낚시가서 재밌었던 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파도를 뒤집어 쓰고 폭우까지 맞아야 하는 그야말로 처량한 낚시만 했지요.
    생각해보니 근래 들어 옷과 신발이 젖지않고 돌아온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거 같습니다.
    지금도 맞벌이를 하며 한달에 두어번 정도 낚시가는걸 낙으로 사는 부부지만 요새는 낚시가서 쌩고생만 시키는데 똑같이 맞벌이를 해도 밥은 아내가 차리고
    설겆이나 빨래도 아내가 하니 그 점이 늘 미안했습니다. 저는 단지 한번씩 밥 차리고 설겆이를 도와주는 식일뿐..

    가사분담을 제대로 못해 미안한 마음을 늘 담아두고 있으면서도 말로 표현이 안됐었지요.
    꼭 제가 경상도 출신의 남자라서 그런건 아닙니다만.. ^^;
    알고보면 그리 무뚝뚝하지 않아요. 그치만 나이도 나이다 보니 젊은 애들마냥 문자질하는게 익숙치가 않습니다.
    손도 느리고 또 전화로 통화하면 되지 꼭 문자로 주고 받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얼마전에 아내와 주고 받았던 문자 메세지입니다.


    이 정도는 아주 경미한 정도라 볼 수 있지요. ^^;
    하루는 아내가 모임이 있어 외출을 했는데 교통편이 참으로 애매한 곳이다 보니 남편이 데리러 오는 차가 그렇게 좋을 수 없더랍니다.
    그런데 저는 이 날 바빴기 때문에 애시당초 데리러 올 수 없다고 아예 못을 박았지요.
    그러나 여기에 굴하지 않은 그녀, 사람 다루는 방법을 아나 봅니다. 어디서 촌절살인같은 애교를 배웠는지 요즘 뻑하면..



    "옵하~ 아잉 데릴러와쥬세요오~ 뿌잉뿌잉~"

    어쩔땐 이것을 제 면전 앞에서 하시네요.;;
    우..우짜란 말입니까..;; 바빠도 데릴러 가야죠. ㅠㅠ

    보시다시피 제 대답은 언제나 단문형식이랍니다. 길게 쓰는 경우는 업무적인 일 외엔 잘 안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아내는 제가 거래처와 주고 받은 장문의 문자를 보면 "내가 거래처보다 못하냐"며 섭섭해 합니다.
    앞으론 신경써줘야겠죠? ^^;

    남들은 부부가 같은 취미생활을 즐긴다며 부러워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제 주변엔 낚시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한때는 혼자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낚시 동호회에 가입해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볼까 생각도 했지만
    집에 홀로 남겨둔 아내 생각을 하자니 "이건 좀 아니다" 싶었지요.
    그냥 어떻게든 집사람을 끌고 나와 함께 즐기려고 했던 것이 오늘날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낚시 자체가 좋아서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가 하는 취미를 존중해 주며 맞춰주는 정도지요.
    물론 낚시가 체질에 안맞는다면 이 조차도 불가능 했겠지만 ^^

    조만간 저희부부에게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지인들에겐 말해 놓은 상태지만 블로그에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는데요.
    이제 D-DAY 7일 남았습니다. 잘 준비해서 두달 간 주어진 귀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소식은 그때 가서 전달할 것을 약속드리며, 저희부부 많이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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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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