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안도 벵에돔 낚시] 악몽같았던 낚시대회, 고기 낚는 순간 황당한 일 벌어져


    지난주 여수 안도 일원에서 벵에돔 낚시 대회가 있었습니다.
    쯔리겐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는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2014 WFG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한국대표를 뽑기 위한 선발전인데요.
    지난달 거제도 예선을 선두로 7월 여수 예선전, 9월 동해 예선전, 그리고 10월 제주도 예선전까지 총 4번을 통해 각각 세 명씩 선발하게 됩니다.
    그렇게 선발된 선수들은 12월 대마도에서 최종 선발전을 치르는데요. 여기서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3위 안에 들어야 내년에 열리는 WFG 낚시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낚시 대회 방식은 1:1 넉다운 토너먼트로 포인트에 따른 운도 필요하지만, 평소 갈고닦은 실력으로 가리는 진검 승부입니다.
    저는 지난달 거제도 예선에서 1회전 통과에 그쳤기 때문에 이번 여수 대회 때 다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려니 당시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악몽이 떠오르네요.
    제가 스스로 낚싯대를 밟아 부러트려야만 했던 황당한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가 보시죠. ^^;



    대진표를 위한 살 떨리는 제비뽑기

    이날 예선전에 참가한 선수는 26명.
    낚시대회 방식은 1:1 토너먼트로 붙어서 1회전을 통과하면 13명의 선수가 남고(한 개 조는 1:1:1), 여기서 다시 2회전을 통과하면 6명의 선수가 남게
    됩니다. 여기서 다시 3회전을 통과한 세 명의 선수가 올 12월 대마도에서 열리는 최종 선발전에 합류하게 됩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를 상대로 세 번 이겨야 진출"

    게다가 이름만 들어도 경력이 화려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합니다.
    여수가 홈그라운드인 강민구 고문님, 금성철 쯔리겐 인스트럭터, 박경호 프로, 최수원 쯔리겐 필드테스터, 그 외 등등
    누구를 만나도 만만한 상대가 하나 없지만, 그래도 위 네 사람이 가장 유력한 만큼 이분들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대진표를 뽑는 순간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막상 대회를 치를 땐 별로 안 떨리는데 이 순간은 은근 떨리네요.
    저의 대진 운은 이 오른손에 결정 날 듯 합니다. 제발 제발! 그런데 뽑힌 숫자는 13번. 가만있자 그렇다면 내 상대는 14번?
    목록을 확인하는 순간 암담함이 밀려옵니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1회전부터 너무 강력한 상대를 만나 머리가 살살 아파오네요. 올해 사가컵 우승, 울릉도 프로암 대회 준우승, 그외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시는 
    최수원 쯔리겐 필드테스터님이 1회전 상대로 결정되었습니다. 우선 인사부터 나누고요. 낚시 준비를 이어나갑니다. 


    예선전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는 선수들, 여수 벵에돔 낚시대회

    금성철 쯔리겐 인스트럭터와 함께

    김정구 회원님과 송경수 회원님

    두 분 모두 서울 경기 지부인데요. 서로가 1회전에서 맞붙는 상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이따가 경기할 때도 웃을 수 있을는지. ^^ㅋㅋ


    정중석 쯔리겐 필드스텝과 함께

    여수 국동항을 떠나며

    멀리 시원하게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제트스키

    짓다 만 다리

    작년에도 이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공사 중인가요?
    어디로 잇는 다리인지 모르지만, 바다 한가운데 떡하니 놓여 있는 걸 보아 꽤 길고 큰 다리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 조금 걱정입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구름이 잔뜩 끼어서 괜찮겠구나 싶었는데 파란 하늘이 살짝살짝 비치는 걸 보아 햇빛이
    내리쬘 모양입니다.


    채비 통을 점검하며 결의를 다지는 선수

    여수 안도에서 펼쳐지는 벵에돔 낚시 대회

    호령하는 선수들은 차례대로 하선하기 시작, 1회전이 시작됐습니다.


    몇 명을 내려주고 안도를 한 바퀴 도는데 이쪽은 바람과 너울이 장난이 아닙니다.
    곧 있으면 제 차례인데 오늘 맞바람을 안고 고생할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듭니다.


    안도 이야포 검정바위

    그러나 다행히도 배는 반대편으로 돌아가 조용한 자리에 내려주었습니다.
    강 고문님은 이 자리가 명당이라고 하니 벵에돔은 기대할 만한 곳 같은데 문제는 강력한 상대 선수와 나 자신의 마인드 컨트롤이 아닐까 싶습니다.
    1:1 토너먼트는 동일한 조건에서 시합하기 때문에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결정하는 유불리 외에 큰 요령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선 가위바위보로 낚시 자리를 정합니다. 역시 저는 가위바위보만큼은 강한가 봅니다. 이번에도 이겨서 자리 선택권을 받았으니 지금 보시는 사진의
    자리를 택했습니다. 앞쪽에 쓰레기들이 떠내려오는 상황이지만, 지형을 보아 홈이 패여 있는 특정지대가 있었고, 외해로 나가는 길목이어서 조류 소통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상대 선수는 제가 선 자리보다는 좀 더 안통에 자리했습니다.
    드디어 1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낚시대회 규정은 벵에돔에 한하고요. 23cm 이상 마릿수 대결입니다.
    양 선수 모두 23cm 계측 고기가 안 나올 경우 23cm 미만이라도 선 득점한 자가 진출하며, 한 사람이라도 계측 고기가 나오면 선 득점은 의미가 없습니다.
    만일 양 선수가 같은 마릿수라면 씨알이 큰 쪽이 진출합니다.

    그나저나 웬만해선 긴장 안 하는 성격인데 오늘은 상대가 상대인 만큼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네요. 게다가 하늘이 열리면서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을 충분히 챙기지 못한 것도 심리적으로 위축됩니다. 저는 분명 두 개를 챙긴다고 했는데 짐을 열어보니 작은 생수병이 하나뿐입니다.
    이 날씨에 앞으로 여섯 시간을 버텨야 할 텐데 암담하군요. 제 몸은 이미 비지땀으로 샤워하고 있었고 생수를 들이키니 벌써 반이 없어졌습니다.
    허허~ 큰일 났네. 앞으로 물 먹을 땐 사막을 헤매는 방랑자 마냥, 찔끔찔끔 먹어야 할 판이네요. ㅠㅠ


    이번 여수 낚시 대회에서도 지난번 거제 예선전과 마찬가지로 밑밥을 두 가지로 이원화했습니다.
    왼쪽은 빵가루 3봉 + V10 집어제 1봉을 섞었고, 오른쪽은 크릴 2장 + 오로라 1봉 + 빵가루 1봉을 섞었습니다.
    왼쪽에 빵가루 밑밥은 포인트에 던질 용이고, 오른쪽에 크릴 밑밥은 잡어 모으는 용도로 쓰려고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날 밑밥 배합은 실패였습니다.
    이날도 벵에돔이 피어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가벼운 V10 집어제는 제 역할을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크릴과 오로라를 섞은 밑밥을 포인트에 던져 넣고 V10을 섞은 빵가루 밑밥을 잡어 유인용으로 사용해 처음 의도와는 다른 양상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고등어와 복어가 올라와 이 둘의 역할을 바꾸기도 했지만요.
    빵가루 미끼는 집에서 만들어 왔습니다. 벵에돔 낚시용 빵가루가 아닌 식용 빵가루에 파래가루와 쇠고기 맛이 나는 MSG를 섞었습니다.
    농담 아니고 다음에는 미원을 넣어 볼까 합니다. 왠지 미원이 잘 먹힐 것만 같거든요. ^^


    낚시 준비가 다 됐습니다. 낚시 자리에 밑밥통을 놓고 그 옆에는 빠른 뒤처리를 위해 라이브웰(살림통)를 배치했습니다.
    그 옆에는 행여나 큰 씨알이 낚일 것을 대비해 뜰채를 배치하고요. 뜰채는 항상 손에 닿는 곳에 놓아야 합니다.
    파이팅하느라 정신없는데 물고기를 수면에 띄우고 뒷걸음질쳐 뜰채를 잡기보다는 곧바로 손에 닿는 위치에 놓는 게 아무래도 수월하니까요.
    이제 시곗바늘이 정시를 알리면서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밑밥을 몇 주걱 치니 잡어의 활성이 대단히 좋네요.
    개체 수는 자리돔이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용치놀래기가 수면까지 피어올라 첨벙첨벙합니다.
    용치놀래기가 수면까지 피어올랐다는 건 잡어의 활성도가 극에 달했다는 증거. 그렇다면 벵에돔의 활성도 기대해 보면서 얘네들은 발 앞에다 묶고 
    전방 15m를 공략하기로 합니다.


    여수 벵에돔 낚시대회 1회전에 사용한 채비는 대구경의 0(제로) 찌이다.

    <<필자의 채비>>
    로드 : JINQUAN NANO 1-530(1호대지만 1.2호에 준하는 낚싯대)
    릴 : HDF 제니스 25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서스펜드 타입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2호 2m를 직결
    찌와 수중쿠션 : 전유동 X 4-2-4 대구경 찌, 조수우끼고무 M사이즈
    바늘 : 가마가츠 나노구레 5호
    봉돌 : 무봉돌 → g7


    찌와 목줄 길이는 최근 여수 안도의 벵에돔 낚시 패턴과 잡어 활성을 참고했습니다. 
    어신찌는 앞뒤 파이프 지름이 4mm로 대구경이며, 가운데는 2mm로 좁습니다. 이는 대구경이 가지는 장점인 '줄 빠짐'과 '탁월한 채비 내림'을 가지면서
    단점이 될 수 있는 '미약한 어신의 미미한 움직임'을 가운데 2mm 파이프로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벵에돔이 2~3m까지 뜰 것을 예상해 목줄은 2m로 짧게 했고, 바늘은 축이 넓고 목이 짧은 소위 '찐따' 타입의 바늘을 사용했습니다.
    찐따 타입은 바늘이 못 생겼지만, 벵에돔이 미약한 입질을 보일 때 입술에 잘 걸리게 하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낚시를 진행하는데 옆 선수가 먼저 선취득점을 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23cm가 될까 말까 한 사이즈인데요.
    설령 23cm가 안 되더라도 양 선수 모두 계측 고기를 잡지 못하면 그 고기가 유효 득점이 되기에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23cm 이상 벵에돔을 낚지 못하면 지는 상황입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옆 선수가 또다시 벵에돔을 낚아 올립니다. 이번에는 계측 고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옆 선수가 두 마리 낚을 때 저는 입질을 못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서서히 흐르는 찌에 미약한 어신이 들어옵니다. 수면에 늘어진 줄을 살살 감아서 정리하고 기다리는데 찌가 자물자물, 마치 밑걸림이라도
    생긴 모양처럼 들어갑니다. 벵에돔 입질이 약네요. 베일을 닫은 저는 릴을 좀 더 감아 살짝 팽팽하게 만들어 본신을 유도합니다.
    그랬더니 찌가 슬그머니 들어가네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렸다 챔질해야 할까?
    챔질 타이밍을 쟤고 있으니 찌가 가물거리며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입니다. 이쯤에서 챔질해 볼까?

    낚싯대를 세우자 꾹꾹 하며 가당찮은 힘이 전해집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큰 씨알은 아닌 것 같지만, 힘의 느낌으로는 25cm는 충분히 넘길 성 싶은 파워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옆쪽에 길게 뻗은 여뿌리가 있는데 거기로 파고드는 녀석을 살살 구슬려가면서 내 쪽으로 끌어옵니다.
    수면에 띄워져서도 잠깐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그 상태로 힘을 좀 뺐다가 들어뽕을 하는데 순간.



    "빠~~~~직!"

    낚싯대가 두 동강 났습니다. -_-;;;
    팽팽하게 감긴 카본 소재가 쪼개질 때 나는 경쾌한(?) 파열음. 옆 포인트에서도 내 쪽을 쳐다볼 만큼 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옆 선수도 황당해하시고. 순간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들지 못한 나.
    안 그래도 강력한 선수를 만나 1회전부터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낚시대회고 뭐고 그냥 재끼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날은 희한하게 예비대도 안 챙겨왔습니다. 평소 그렇게 낚시가방을 가지고 다닌 제가 이날은 뭐가 씌였는지 낚시가방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짐을 최대한 줄이겠다면서 딸랑 낚싯대 하나, 주걱 하나, 뜰채 하나를 묶어서 가져온 게 아닙니까?
    예비대가 없으니 이번 낚시대회는 물론 남은 시간에 주어지는 자율 낚시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진 찍을 생각을 하다니. 나는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란 말인가?"

    그렇게 고개를 떨구며 섰는데 수면에서 뭔가 첨벙첨벙 거립니다. 벵에돔이 아직 매달려 있네요?
    저는 목줄을 잡아 벵에돔을 끌어 올렸습니다. 보니깐 씨알도 상당하네요. 멀찌감치 봤을 땐 25cm가 될까 말까 해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30cm 가까이
    되겠습니다. 그런 녀석을 이 높은 자리에서 들어뽕 하다 참변을 당한 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지금 사용한 낚싯대는 얼마 전 매물도 야영 낚시에서 혹사를
    시켰던 낚싯대인데 결국 그곳에 흠집이 있었는지 두 동강 나버린 것입니다.

    "벵에돔 한 마리를 낚긴 낚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낚은 벵에돔은 물칸에 보관하고요. 이제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가 문제입니다.
    상대 선수가 워낙 실력파다 보니 차라리 대회를 포기하고 뒤에 앉아서 낚시를 배울 겸 구경이나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낚싯대를 즉석에서 땜빵하기 위해 낚싯대를 제 차 밟아서 부러트렸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괜찮은 씨알로 한 마리 낚았는데 만약에 이 상태로 시합이 끝나면 내가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즉석에서 낚싯대 조립에 나섰습니다.
    우선 두 동강 난 낚싯대를 마주한 후 조금만 더 부러트리면 끼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발로 밟았습니다.

    "빠직~빠직~!"

    연달아 낚싯대 부러트리는 소리가 울러 퍼지니 옆 선수분이 황당한 표정으로 봅니다. ^^;;
    나중에 후일담을 들었는데 처음에는 열 받아서 낚싯대를 부러트리나 싶었는데 나중에는 그걸로 낚시하고 있으니 당황스러웠다네요.

    약 20cm가량 밟아서 부러트린 후 끼워보니 안 들어가서 다시 10cm를 밟아서 추가로 부러트리고 끼워보니 들어가다 맙니다.
    에라이 이판사판이다 싶어 그렇게 네 번을 부러트리니깐 낚싯대가 결합(?)되네요.
    저는 연결한 낚싯대로 다시 시합을 이어나갔습니다. 5.3m 낚싯대에서 4.7m가량으로 길이가 대폭 줄었습니다.
    덕분에 캐스팅이 좀 어색했지만, 그래도 전방 15m까지는 순조롭게 날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후 고기를 걸었을 때가 고비. 탄성을 잃은 낚싯대가 과연 제 역할을 해줄지 의문입니다.
    파이팅 도중에 낚싯대가 도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목줄 잡고 고기를 끌어 올려야겠지만, 현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것뿐이었습니다.


    낚싯대랑 바꿔 먹은 문제의 벵에돔. ㅠㅠ

    1회전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될 28cm급 벵에돔

    40분 낚시를 하고 자리를 바뀌서 다시 40분을 합니다.
    상대 선수가 낚은 벵에돔은 두 마리지만, 그중 한 마리가 23cm가 안 될 것도 같고요. 만약 그렇다면 똑같은 마릿수로 제가 씨알이 좋아 진출할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 이후 상황은 소강상태로 가면서 입질이 완전히 끊기고 말았습니다. 

    경기 종료시각 10분 전. 지난 거제도 예선이 생각나네요. 어쩜 마지막 10분은 국방부 시계보다 더 안 가는지.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어느 쪽이든 한 마리만 더 낚으면 그 사람이 올라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옆 선수가 입질 받고 대를 세웁니다. ㅠㅠ

    "결국, 이렇게 지나?"

    다행히 고등어네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
    그렇게 경기는 종료되었습니다. 이제 계측 결과가 남았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습니다.
    상대 선수가 잡은 두 마리가 모두 23cm 이상이면 저는 탈락입니다. 그런데 한 마리가 22.8cm로 2mm가 부족하네요.
    같은 마릿수에서 제가 씨알이 큰바람에 진출하기는 했는데 어째 낚싯대를 부러트려 가면서 꼴사나운 모습으로 진출하니 되게 민망합니다.


    울산의 고수를 맞아 2회전이 시작됐다.

    2회전부터는 김정구 회원님으로부터 낚싯대를 빌려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낚시대회는 산 넘어 산이네요. 2회전 상대는 울산의 고수인 김두영님.
    동해 쪽 선수는 벵에돔 낚시 실력이 대부분 출중해 안 만나길 바랐었는데 결국 피하지 못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정하는데 이번에는 제가 졌네요. 이기면 사진에 보이는 곳부리에서 하려고 했는데 상대분이 그 자리를 선점하고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안통에 자리잡으며 2라운드는 시련이 예상됐습니다.


    간조의 정조 시간이므로 바닥층 공략을 고려해 채비를 꾸렸다.

    물때를 보니 2라운드 낚시 시간이 간조와 겹칩니다. 뜨지 않은 벵에돔을 공략해야 하며 한 마리 싸움이 전개될 것을 예상해 채비를 바꿨습니다.
    포인트 주변을 보니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아 그것을 고려한 채비로 세팅했습니다.
    사용한 채비는 낚싯대와 원줄, 목줄은 그대로인 채 찌만 토너먼트 아크로 01번(제로알파에 준하는 부력)으로 시작했고 이것도 여의치 않자 02번으로
    올린 후 g5번 봉돌을 물려 중하층을 탐색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요. 경기 시작하자마자 상대 선수가 아주 작은 벵에돔 한 마리를 올려 선취득점을 합니다.
    이후 기준치가 될까 말까 한 벵에돔을 한 수 더 낚으며 2라운드는 종료됐습니다. 저는 고등어, 복어 한 마리에 그쳐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3라운드를 위해 포인트를 옮긴다. 여수 안도 벵에돔 낚시대회

    1회전에서 했던 검정바위에 또다시 내렸다.

    3라운드에 진출한 선수는 6명. 나머지 탈락한 선수들은 3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자율낚시를 합니다.
    그런데 자율낚시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와일드카드"란 게 있거든요. 탈락한 선수 중 가장 많이 낚은 한 명이 대마도 결승에 진출하니 이것도 사활을
    걸고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현지 상황은 자율낚시에서 고기가 거의 안 나오고 있답니다. 벵에돔 개체 수가 많이 없기도 하고, 물때가 바뀌면서 점점 
    저활성으로 가는 분위기인데요. 여기서 두세 마리만 잡아도 진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언질에 희망을 품고 남은 시간 열심히 임해 봅니다.


    이번에 함께 한 선수는 박홍석 프로.

    올 2월 가거도에서 감성돔을 열 마리 이상 뽑아내던 베테랑 조사.

    제 조행기에 한 번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종종 갔던 출조점 회원이기도 하며 올 초 가거도에서 감성돔 낚시를 할 때 제 건너편 자리에서 연신 뽑아내시던 베테랑 낚시인입니다.
    이번에 실로 5년 만에 벵에돔 낚시를 시작한다며 벵에돔 낚시 대회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오후 6시까지 진행한 낚시 대회가 모두 끝마쳤습니다. 저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이제는 누가 대마도 결승에 진출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

    1위 : 포항의 박경호 프로님
    2위 : 여수의 강민구 고문님
    3위 : 저를 이기고 올라가신 울산의 김두영 프로님
    와일드카드 : 자율낚시에서 6마리 낚은 금성철 프로님


    이번 낚시 대회를 치르면서 느낀 것은 올라갈 분들은 어떻게 해서든 올라간다는 거. (참 대단)



    싸늘한 주검이 돼버린 나의 낚싯대

    이번 여수 안도 일원에서 펼쳐진 벵에돔 낚시대회(예선전)을 치르면서 깨달은 것은 "반드시 예비대를 준비해라"는 것입니다.
    평소엔 예비 낚싯대, 예비 주걱을 가지고 다녔는데 어쩌다 한번 안 챙겼을 때 꼭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예요.
    낚싯대가 부러졌던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했고 멘붕스러운 사고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다음 예선은 9월에 동해 후포에서 열린답니다. 테트라포트 방파제면 참가 안 하려고 했는데요. 콩크리트 직벽이란 말에 참가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되든 안 되든 도전에 의미를 두겠습니다. 이상으로 당황스러웠던 낚시대회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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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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