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유용 상식(6) - 제주도 횟집에서 파는 '꽃돔'이란 어종에 관하여


"꽃돔을 아십니까?"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어종은 사실 상업적인 판매를 위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이름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니깐 '꽃'이라는 말 자체가 외형이 꽃처럼 아름답거나 혹은 굉장히 맛있을 거라는 기대 심리를 주기 좋은데요.
전국적으로 제주도 횟집에서만 볼 수 있는 횟감이지만, 제주 도민들(특히 낚시꾼)에게 '꽃돔'이라고 말하면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식 명칭도 아니고 제주 고유의 '방언'은 더더욱 아니고요. 하지만 제주도 관광 횟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횟감입니다.
그래서 꽃돔을 소비하는 주요 소비자는 대부분 관광객입니다. 오히려 제주 도민들에게는 생소한 어종이지요. 
오늘은 오래간만에 올리는 자연산 유용 상식, 여섯 번 째 이야기로 "제주도 횟집에서 팔고 있는 꽃돔"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



줄무늬가 선명히 나 있는 게 꽃돔이다

제주 방언은 '논쟁이'지만, 횟집 일대에서는 논쟁이 혹은 꽃돔으로 불린다.

사진은 수조 속에 노닐고 있는 꽃돔의 모습입니다. 어떠신가요? 정말 꽃돔이라 불릴 만하나요? ^^
아마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그 부분은 보는 이들의 몫으로 넘기고.
꽃돔은 아홉 개의 '가로줄 무늬'가 선명히 박혀 있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표준명이 '아홉동가리'입니다.
어류의 외형적 특징을 설명할 때는 세로와 가로 방향이 우리가 보는 시선과 정반대이지요. 돌돔, 능성어, 그리고 사진의 꽃돔은 세로줄 무늬가 아닌
'가로줄 무늬'에 해당합니다. 이유는 고기를 사람처럼 세웠을 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꽃돔이라는 횟감을 알아보기에 앞서 정확한 명칭부터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우리나라는 한 생선이 여러 명칭을 갖고 있어 굉장히 헷갈립니다.
어류도감 상에는 표준명이 존재하나 그대로 불리는 일은 드물고 대게 지역 방언과 일본에서 건너온 말, 또 거기서 파생된 국적 불명의 명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어떠한 목적을 갖고 상인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명칭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죠.

꽃돔도 여기에 해당한다 할 수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명칭을 갖고 있는데요. 하나는 횟집에서 부르는 말로 '꽃돔'이라 하고, 제주 도민과 낚시꾼들은 
'논쟁이'라고 부릅니다. 표준명은 아홉동가리.

위 사진은 어제 촬영한 것으로 제주시 탑동에 있는 횟집입니다. 제가 서울에 있는데 어떻게 찍었느냐고요?
제주도에 사시는 지인께 부탁해 꽃돔이 든 수조 사진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런데 지인께서 재밌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수조를 촬영하려고 다가서는데 마침 수조를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있어 물어봤답니다.  

"이거 꽃돔 맞죠?"
"아뇨. 이거는 꽃돔이 아니고 논쟁이라는 물고기예요."


사정을 알고 있는 지인은 횟집에 들어가 사장으로 보이는 분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이 물고기 이름이 논쟁이인가요?"
"아뇨. 꽃돔이라고 합니다."

같은 어종을 두고도 한 횟집에서도 사장과 직원(아마 제주 도민으로 추정)이 부르는 말이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논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명칭부터 논쟁거리인데요. 명칭을 정리하자면.

표준명 : 아홉동가리
제주방언 : 논쟁이

제주도 횟집에서는 주로 '꽃돔'으로 불림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고 '꽃돔'이라는 말은 제주도 횟집에서나 통용되는 신조어(?)로 횟감에 대한 이미지 관리 차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준명 황돔도 지역에 따라 꽃돔이나 벵꼬돔으로 불린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위 어종도 지역에 따라 '꽃돔'으로 불린다는 사실. 이쯤 되니 이름이나 명칭은 상인들이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위 어종은 농어목 도미과로 표준명은 황돔입니다. 주로 동중국해나 대마도 인근 해상에서 자망으로 조업하는데 비교적 심해에서 잡히므로 올라오는
즉시 수압 차로 죽어버립니다. 그래서 황돔은 활어로 유통되는 일이 극히 드물어요. 그런데 제주도 횟집의 메뉴판을 보면 '황돔'을 취급합니다.
횟집에서 취급하는 황돔은 전량 '참돔'이라는 사실.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잘 아시리라 봅니다. 
이러한 명칭의 혼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위의 황돔은 선어를 위판하는 공판장에서 '꽃돔'으로 불리기도 하며, 각 지역의 시장과 마트로 나가면 '벵꼬돔'이란 이름으로 팔립니다.
생선 하나에 3개씩 이름이 붙고. 참 복잡합니다. 그죠. ㅎㅎ

그렇다면 실제 표준명인 꽃돔은 따로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표준명 꽃돔은 농어목 바리과 어종으로 어류 분류학상으로 보면 다금바리와 사촌지간이지만, 최대 전장은 고작 15cm에 외형은 열대 관상용처럼
생겼습니다. 그런 고기가 어째서 바리과인지는 저도 아리송합니다. 아무래도 학자들이 분류하는 기준이란 게 따로 있겠죠?


제주도 횟집에서 '꽃돔'이라고 팔고 있는 이 어종의 정식명칭은 '아홉동가리'다

위 사진은 제주도 횟집에서 꽃돔으로 팔리고 있는 아홉동가리입니다. 제주 방언은 '논쟁이'.
작년 10월, 외돌개에서 벵에돔 낚시 도중 올라온 손님 고기인데요. 제주 현지꾼들은 이 고기를 잘 안 먹습니다.
이유는 악취(정확히 말하면 오줌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고 살이 비리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 어종도 취급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벵에돔, 독가시치(따치)와 마찬가지로 해조류가 주된 먹잇감이고 갑각류까지 먹는 잡식성 어종의 특징은 내장에서 악취가 난다는 점.
그 냄새는 여름에 잡힌 개체일수록 심하며, 겨울에 잡힌 것도 서식처와 개체에 따라 나는 것도 있지만, 여름에 비해 덜한 편입니다.
그래서 독가시치와 아홉동가리(꽃돔)를 취급할 때는 내장을 터트리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합니다.

꽃돔(아홉동가리)은 관광객들이 제주도 횟집에서 사 먹는 활어회입니다.
낚시꾼들의 인식과 달리 이들 횟집에서 사 먹는 꽃돔은 대체로 '맛있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숙련된 조리사가 회를 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내장을 터트리지 않게 잘 처리한 것도 있지만, 싱싱한 활어를 사용한다는 점도 크게 한몫합니다.
반면에 낚시꾼들은 고기가 낚일 때 최대한 많이 낚아야 하므로 낚자마자 곧바로 회를 치지 않고, 살림망에 뒀다가 집으로 가져옵니다.
그 사이 죽어버리는 일이 다반사라는 거죠. 결국, 죽고 나면 내장 냄새가 근육에 배 횟감을 망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가치시(따치)와 아홉동가리(꽃돔), 여기에 선도에 민감한 어린 벵에돔은 될 수 있는한 살아 있을 때 피와 내장을 빼줘야 횟감에 냄새가
안 베입니다.


중문에 있는 모 횟집의 가격표

꽃돔은 제주도 관광 횟집에서 킬로에 120,000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위판업에 종사하는 업자에게 물으니 꽃돔의 활어 시세는 킬로당 15,000원
전후로 거래되며, 벵에돔(국내산)은 25,000원에 거래된다고 해요. 물론 활어 시세란 건 그 날마다 다릅니다.
오늘처럼 태풍이 상륙하는 날이면 며칠 간 조업 배가 뜨지 못해 자연산 활어 위판량은 현저히 줄기 마련이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시세는 '대략적'입니다. 

위 가격표는 그나마 저렴해진 거에요. 2~3년 전에는 참돔, 꽃돔, 벵에돔을 킬로 당 150,000에 팔았습니다.
가격을 보면 지극히 관광스러운 횟집이지만, 각종 부요리(스끼다시)가 포함된 가격이고 대략 3인분에 해당하니 특별히 바가지랄 것도 없습니다.
횟집도 많이 팔아서 많이 남겨 먹어야 하는 처지이고, 이 가격에 꽃돔과 부요리가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소비자가 판단할 몫이겠죠.
다만 위 가격표에 '다금바리(능성어)'라고 써 놓은 것은 매우 잘못된 겁니다.
상호 공개는 안 하지만, 이런 식으로 표기한 횟집들이 한두 군데가 아녀요. 다금바리와 능성어는 서로 다른 어종이고, 활어 위판 가격도 다르고 아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른 어종입니다. 이를 동일시 한다는 건 능성어를 다금바리(자바리)로 팔 수 있다는 걸 대놓고 드러내는 것입니다.
단지 개념이 없어서라고 하기에는 워낙에 말 많은 어종이라 이런 건 시정했으면 좋겠습니다.

해당 횟집은 블로거들이 굉장히 많이 찾는 곳입니다. 상호를 치면 관련 리뷰만도 수십개가 쏟아지죠.
꽃돔에 대한 찬사도 아낌없이 쏟아집니다. 실제로 맛없는 어종도 아니고요. 제 아내도 먹어보고 뜻밖에 맛있다고 했고, 제가 맛 봤을 때도 돌돔,
벵에돔에 견줄 만큼은 아니지만, 참돔과 비교했을 때 결코 떨어지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참돔은 시간이 지나면서 심하게 물러지는 현상을 보이지만, 이 아홉동가리(꽃돔)의 식감은 그런대로 쫄깃합니다.
제주도 횟집은 90% 이상 활어 취급을 하므로 이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꽃돔은 제주도 낚시꾼들 사이에서나 천대받는 잡어일 뿐, 취급만 잘한다면 횟감으로도 손색이 없는 어종이라는 게 제 생각이고요.


아래 연분홍색의 회가 제주도 횟집에서 팔고 있는 꽃돔이다. 사진은 낚시로 잡은 것

검색에 "제주도 횟집 꽃돔"이라고 치면 관련글이 제법 나오는데요.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일단 이름부터 호감형인데다 늘 먹던 광어, 우럭에서 탈피하고자 제주도 횟집까지 왔으니 '돔'을 주문하고 싶은 게 이곳 손님의 심리일 겁니다.
하지만 갓돔(돌돔), 능성어, 다금바리는 킬로에 20만 원이 넘어 엄두가 안 나고 (관광 횟집은 기본 20만 원 이상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돔 중에서도
저렴한 돔으로 꽃돔과 황돔(참돔)을 자주 찾습니다.
하지만 꽃돔회에 관해서는 다들 맛있다고만 말할 뿐, 어느 누구도 이 어종에 대해 설명하려는 이가 없어 제가 대신 설명한 것입니다.
오늘의 자연산 유용상식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 제주도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돔'의 실제 표준명은 아홉동가리이다. 
- 아홉동가리의 제주 방언은 '논쟁이'라 한다. 
- 꽃돔이란 명칭은 상인들이 갖다 붙인 말로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횟집에서 지어낸 건지 상인들이 지어낸 건지조차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이름이다.
- 꽃돔은 제주도 횟집에서 부요리를 포함해 킬로당 12~13만 원에 팔리고 있으며, 이를 소비하는 손님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 정작 제주도 현지인들은 꽃돔이라는 횟감에 대해 잘 모른다.
- 횟집에서 파는 꽃돔(아홉동가리)은 전량 자연산이며, 활어 위판량이 다른 어종이 비해 적다. 그러므로 나름대로 귀한 '잡어' 정도는 되겠다.  ^^
- 맛은 여타 고급어종만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손질만 잘하면 괜찮은 횟감이라고 본다. 이는 일본에서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으며 본인이 맛을
   봤을 때도 그렇게 뒤떨어지는 맛은 아니었다.


그 밖에 내용은 '어류도감'편에서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이상 제주도 횟집에서 팔고 있는 '꽃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사 드셔 보세요.
저는 조만간 제주도로 낚시가서 잡히면 먹고 아님 말고. ㅎㅎ
하지만 뭐든지 돈으로만 매길 수는 없겠죠. 횟집은 분위기란 게 있고 여러 다양한 부요리가 나와 가족단위 외식이나 접대용으로 이용할 테니 저 같은
사람도 횟집을 이용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또 다른 자연산 유용 상식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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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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