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삼천포 볼락 낚시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선상에서의 식사


'삼천포로 빠지면 겨울철 진객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철 맛의 진객, 볼락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볼락은 그 종류만도 20종이 넘고 횟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우럭도 알고 보면
볼락의 한 종류이지만, 지금 이 시즌에 가장 맛있는 볼락을 꼽으라면 이름 앞에 아무것도 붙지 않는 표준명 '볼락'일 것입니다.
비록 파워풀한 손맛은 부족하지만 탈탈거리는 손맛 뒤에는 빼어난 맛이 있어 그 때문에 볼락 낚시만 즐기는 골수 낚시인들이 있을 정도지요.
이날 저는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 쯔리겐 FG 김남규 상임 부회장님과 함께 삼천포 밤볼락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기상이 험해 볼락 조황도 매우 들쑥날쑥합니다. 밥반찬을 마련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현장에서 제철 맞은 볼락의 참맛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기로 하고 애써 설렘을 억누르며 떠나 봅니다.





2014년 1월의 어느 날, 삼천포 신항

밤 볼락 낚시를 위해 출조에 나서는 꾼들

목섬을 배경으로 한 포구의 풍경이 호젓하다.

엔진을 켜자 수면이 요란하게 일렁인다. 삼천포 볼락 낚시하러 가는 길에서

배에 달린 간이 화장실이 눈에 띈다.

오전에 느즈막이 출발해 삼천포에 도착하나 오후 4시. 낚시점에 들려 미끼와 채비를 사고 낚시배에 올랐습니다.
삼천포의 볼락 선상 낚시는 주로 중내만권에서 밤 볼락을 대상으로 합니다.
보통 오후 4시 30분쯤에 출항해 자정까지 하고 돌아와 항에 도착하면 새벽 1시 정도 되는 여정입니다. 여기서는 주로 두미도나 갈도로 가는데요.
갯바위 볼락 낚시를 원하는 꾼들을 먼저 내려준 뒤 닻을 펴고 선상 낚시를 하는 식입니다.
조과는 아무래도 선상이 좋지만, 갯바위의 볼루(볼락 루어낚시)도 잘하면 선상 부럽지 않은 조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갯바위 볼락 낚시는 전용 집어등이 있어야 하므로 그것이 없다면 선상 쪽이 여러모로 편리해요.
짐을 싣고 배에 오르자 간이 소변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화장실이 따로 있지만, 간단히 소변만 해결할 용도라면 남성분들에게 이거면 충분하겠지요. 



이날 볼락 낚시가 처음인 친구분을 위해 채비를 돕고 있는 쯔리겐 FG 부회장님.

삼천포와 경남 사천시

삼천포 화력발전소


밤 볼락 낚시를 위해 갯바위에 하선하는 꾼들.

내리자 집어등을 켠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밤이 되면 볼락 낚시가 시작된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대체로 한적한 편이에요. 전에 우럭이나 광어 선상 낚시를 할 때는 정말 꽉꽉 들어차 서로 부대끼기도 하고 보통은 1m 간격으로 서서
낚시하다 서로 엉키는 일도 잦은데 적어도 이날은 그런 상황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내심 마음이 놓입니다.
선상 낚시를 즐기는 총인원은 10명가량. 넓은 배에서 적은 인원이 낚시하니 모처럼 전투 낚시가 아닌 여유 있는 낚시를 하게 되어 기분이 고무됩니다.


청갯지렁이가 이날 미끼로 사용.

#. 삼천포 볼락 낚시 요령
볼락 낚시에서 특효 미끼는 민물새우지만, 이날은 청갯지렁이를 준비하라는 선장님 조언에 인당 두 통씩 준비하였습니다.
지렁이 꿰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요. 저렇게 대가리 부분만 꿰어 나머지 몸통은 길게 늘어뜨리는 겁니다.
이렇게 해도 볼락은 지렁이의 대가리부터 공격하므로 바늘에 걸리게 됩니다. 볼락 낚시채비는 6개 바늘이 달린 카드 채비를 사용하는데요.
일단 볼락이 물고 늘어지면 '두두둑'하는 어신이 대를 통해 손으로 전달되지만, 그 전에 초릿대 움직임으로 입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릿대가 낭창 하게 휘어지는 연질의 루어 낚싯대가 적합하고요. 초릿대가 둔하면 아무래도 입질 파악이 늦겠지요.
활성이 좋으면 상관없는데 이날처럼 예민한 입질을 보이면 개인마다 조과 차이가 뚜렷이 납니다.

고패질은 하기는 하는데 그 폭이 크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배가 흔들리므로 그대로 두면 자동 고패질이 되니까요.
하지만 물이 안 갈 때는 상하, 혹은 좌우로 살살 끌어주는 액션이 필요합니다.
일단 입질이 들어오면 볼락을 바늘에 묶어두기 위해 가벼운 챔질을 하거나 혹은 릴을 한 바퀴가량 감는 것으로 챔질을 대신합니다. 
이후 몇 마리 더 물고 늘어지면 낚싯대가 묵직해지는데 낚시 초반에는 여러 마리가 달려도 걷지 말고 한동안 놔두는 것이 다른 볼락의 군집을 피어오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볼락은 동료들의 몸부림에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해 모이는 습성이 있으니 그 점을 이용한 겁니다.
그런데 이날은 입질이 굉장히 약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드르륵' 하길래 충분히 묶어 두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올려보니.



"에게 겨우 한 마리"

제대로 후킹이 되질 않네요. 미끼를 확 물지 않고 간만 보는 듯합니다. 주변의 다른 분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 마리 올리거나 혹은 빈 낚시바늘만 올라옵니다. 이를 두고 수온이 내려갔거나 바람 때문에 볼락의 활성도가 저조하다는데요.
슬슬 징크스 도지려고 합니다. 어찌 된 게 저만 갔다 하면 잘 나오던 고기가 숨어버리질 않나, 수온이 하강했다고 하질 않나.
3일 전에는 전원이 쿨러 조황일 정도로 호조황이었는데 그 사이 기상이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꼭 뒷북을 치네요. ^^;
저는 좀 더 집중해 예민한 입질을 받아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드르륵'

이건 아니야. 좀 더 기다려 보자.

'드르륵, 드르륵'

미끼를 곧잘 건드리기는 한데 확실한 한 방이 없네요. 그러다가 한 번은

'드르륵, 드르륵, 꾹우욱'

"이건 확실하다." 싶어 릴을 한 바퀴 감아줍니다. 매달린 녀석은 잠시 몸부림치는가 싶더니 힘이 빠져 매달린 상황.
잠시 후 똑같은 패턴으로 꾹꾹 눌러줍니다.

"현재까지 두 마리, 앗싸 세 마리 매달리시고"

계속 신입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 마리째 입질을 받았는데요. 
아직 빈 바늘이 남아 있는 걸 의식해 다시 바닥을 찍고 살살 끌었다 입질이 없어 올려보니.



"네 마리가 아니고 세 마리"

한 마리는 제대로 후킹이 안 된 것 같고. 볼락 낚시는 대략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다 보니 카드 채비가 낚싯대 길이보다 길자 채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네요. 저는 바늘 두 개를 잘라 4개의 바늘 만으로 공략해 봅니다.
어차피 활성도가 저조할 때는 바늘 개수 많아야 많이 낚는 것도 아니니 좀 더 집중해 3~4마리씩만 뽑아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름대로 몽땅 걸이를 했다, 삼천포 볼락낚시

그리하여 바늘 4개짜리 카드 채비로 몽땅 걸이도 해보고.
그런데 선상 씨알이 너무 잡니다. 활성도 저조했지만, 씨알도 아쉽고.


15cm 미만의 어린 볼락은 방생.
그나마 먹을 만한 것들만 챙겼는데도 씨알이 15cm를 겨우 넘기는 것들이어서 쿨러 채우기가 만만치 않아요.


중간에 입질이 뜸하자 부회장님이 소주를 건네 오십니다. 안주는 김밥.
이 야밤에 바람맞아가면서 마시는 소주가 참으로 쓰네요. ㅋ
이제 슬슬 식사시간이 다가오는데 이래가지고 회 맛이나 제대로 볼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저는 운이 따라 스무 마리가량 잡아 놓았지만, 대부분 낱마리로 횟거리 장만이 어려운 상황.

"그런데"


선실에 가보니 선장님이 볼락을 열심 다듬고 있습니다. 이 많은 볼락이 어디서 난 걸까?
알고 보니 맨 뒤쪽에 자리하신 박범수 대표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먹을 만큼 잡았답니다.
비록 잔씨알이었지만, 이 와중에 마릿수 조과를 올려 여기 계신 분들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겨울철 맛의 진객, 볼락회

어중간한 '돔'과는 안 바꾼다는 볼락회.


선상에서 먹는 식사는 메뉴를 떠나 언제나 꿀맛이다.

찬 바람에 내내 시달리다 선실로 들어와 식사하려는 찰나. 작은 행복이지만, 꾼들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깨알 같은 매력입니다. ^^
메뉴는 볼락회와 볼락 매운탕.


한쪽에는 회와 함께 싸 먹을 채소들이 있는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요목조목 뜯어보면 상당히 구성짐을 알 수 있습니다.
아기배춧잎, 양파, 마늘종, 그리고 물에 씻은 묵은지가 곁들여진 이 구성이 여느 일식집에서 내오는 모둠 채소 부럽지 않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리밥을 덜어



이렇게 묵은지 잎에 볼락회를 얹고 고이 접은 뒤. 
우선 소주 한 잔부터 입에 털어 옇고 이것을 씹어 보면 속세 걱정 따위는 단번에 잊히는 맛.
 

김초밥도 빠질 수 없죠. ^^


볼락탕

생우럭탕 안 부러운 볼락탕입니다. 대충 끊인 듯하나 그 안에 들어갈 건 다 들었습니다. 살살 푼 아기배춧잎도 좋고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볼락탕에 참다못한 꾼이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자마자 반사적으로 '억~ 시원하다'란 말이 나옵니다.
겨울에 한껏 맛을 품은 볼락탕. 어디 한 번 맛을 볼까요? 



배춧잎, 편마늘에 고춧가루만 풀어 끓인 듯한 볼락탕. 이 한 그릇에 겨울이 녹아든다.

보드라운 흰 살을 한 수저 떠서 입으로 가져가 봅니다.
아참 그 전에 소주 한 잔 털어 옇고. 훌러덩 입에 넣으니 딱히 씹을 거랄 것도 없이 살살 녹아 없어지는 볼락의 살결.
그런데 국물맛이 왜 이리 단 걸까?

"혹시 탕에다 설탕 넣었어요?"

갑자기 밀려오는 궁금증에 물어는 봅니다만, 설탕을 넣을 리 없을 걸 알면서도 물어보게 싶을 정도로 단맛이 강한 국물이었습니다.
생선에서 이렇게 단 내가 나나. 그만큼 싱싱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맛이지요.
회도 싱싱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탕감으로 쓰이는 재료 역시 제철의 중심에 섰다면 부차적인 양념은 필요치 않을 겁니다.
생선 자체가 조미료 역할을 하니까요.

볼락의 회 맛은 '깨끗함', 그리고 '청정함' 자체였습니다. 비록 씨알이 잘아 제맛을 보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다소 밍밍한 맛이라도 겨울 볼락의 깨끗함을
맛봤다는 데 만족합니다. 이런 거 저런 걸 떠나 이날 배가 무척 고팠기 때문에 촬영할 때 뜸들인 걸 빼고는 정신없이 먹었지요.
마무리는 컵라면. 단순한 컵라면이지만, 이게 또 선상에서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힙니다.
찬 바람 훌훌 들어오는 와중에 뜨거운 국물 후후 불어 약간의 공기와 함께 입안으로 빨아들이면. 지금 이 대목에서 침 삼키면 지는 겁니다. ^^;


포인트 이동을 위해 닻을 걷어 올리는데 중간에 페그물에 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박범수 대표님이 도와 상황을 모면하고.


문치가자미

페그물에는 며칠 간 갇혀 있었는지 모를 도다리 한 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직 살아 있네요.
이 녀석의 정확한 명칭은 '문치가자미'로 지금 이시기(1월) 알이 가득 배여 산란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치가자미의 산란 시기는 봄으로 알려졌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그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어 12~1월은 금어기에 해당합니다.


볼락계의 이단아, 흰꼬리볼락

식사 후 후반전이 시작됐지만, 조황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입질이 이어졌던 전반전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물때는 간조로 가고 있어
입질이 약다가 아예 끊겨버렸습니다. 그래도 남은 시간 놀 수 없어 열심히 담가 봤는데 볼락 대여섯 수에 흰꼬리볼락을 마지막으로 낚싯대를 접습니다.
흰꼬리볼락은 다 커도 20cm. 외모는 다소 불량해 보이나 독은 없습니다.
이따금 감성돔 낚시에 손님 고기로 올라오지만, 연안에 개체수가 많지 않은 것 같고 또 횟감으로서의 가치는 낮아 잡은 즉시 방생하고 있습니다.


이날 삼천포 볼락낚시 조과

저의 총 조과는 볼락 30여수. 씨알이 잘아 좀 민망합니다.
그나마 15cm 이상만 챙겼지만, 이날은 밤낚시 촬영에 이 이상 거두기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선상은 분명 대박 조황이 나오는 날이 있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그것을 미리 점 찍을 수 없어 사실상 복불복입니다.
삼천포 볼락 낚시 시즌은 4월까지 이어지니 아직 한두 번 더 갈 만한 여유가 있어요.
기회 봐서 마음 맞는 독자님들 '약간 명'을 모집해 다녀올까도 생각 중입니다.



날이 추워 얼음도 없이 그대로 집에 가져왔습니다. 지금쯤이면 적당히 숙성되고 있을 텐데요.
저는 이걸로 '볼락 초밥'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얘네들을 다듬어야 하는데 씨알이 잘아 매우 귀찮을 거 같지요?
쉽게 다듬는 방법이 있습니다. 볼락 손질과 초밥 이야기는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삼천포 볼락 낚시 문의
금양낚시프라자 : 055-832-4433, 011-557-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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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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