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대게, 가정에서 손쉽게 찌는 방법과 손질법에 관하여


대게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추석 이후 찬바람이 불면서 살을 찌우는 대게는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우리에게 바다의 맛과 미각의 즐거움을 주는 고마운 수산물입니다. 대게 산지로 잘 알려진 울진, 영덕의 조업 시기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인데 최근에는 어민들의 자발적 동참에 한 달가량 늦추어 12월부터 조업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지금 수산 시장에 나가 보면 다양한 종류의 대게를 크기 별로 선별해 팔고 있는데요. 다른 수산물도 그렇지만, 특히 대게는 1cm 크기에 따라 가격 차가 심하게 납니다. 그런데 이 대게란 게 무조건 크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대게를 직접 구매할 때는 몇 가지 유의사항을 알고 사야 후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대게 철을 맞아 정보를 드리고자 합니다.

1) 좋은 대게 고르는 방법
2) 대게 손질법
3) 대게 찌는 방법


뭐든지 수산물은 산지 직송이 품질이 좋고 도심지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통해 대게를 산지에서 택배로 받아 가정에서 쉽게 쪄 드실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앞쪽이 대게, 뒤쪽은 홍게

#. 대게에 관한 오해
'대게'라는 명칭의 유래는 15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기록된 역사 문헌인 '신증동국여자승람'에는 자해(紫蟹)라는 특산물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대게'를 뜻합니다. 자해(紫蟹)는 자주빛 '자'와 게 '해'를 합친 말로 '죽해(竹蟹)'라고도 불립니다. 이는 게가 커서 큰 대(大)를 쓴 게 아닌 다리 모양이 대나무를 닮았다 하여 대나무 '죽(竹)'자를 붙인 것에 유래가 되어 오늘날 '대게'로 불린 것입니다. 흔히 대게 산지로 첫선을 영덕으로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방의 해역에서 잡힌 대게가 모두 영덕에 모여 전국으로 유통되다 보니 '영덕 대게'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고의 대게 산지는 영덕이 아닌 울진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울진의 북쪽에는 죽변항이, 남쪽에는 후포항이 있는데 이 두 곳이 전국 대게 최다 생산지입니다.


영덕이 유명해진 까닭은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1930년 당시, 그나마 교통이 편리했던 영덕에서 대게를 비롯해 동해 수산물들이 모였다가 거기서 다시 지방으로 팔려나가다 보니 '영덕대게'라는 이름이 붙은 건데 지금은 산지가 무색할 만큼 바가지가 심하고(일부 업소들) 대게를 먹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가격도 비싸져 대게 산지로서의 의미가 퇴색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 홍게에 관한 오해
한때 수입산 홍게를 용달차에 실어 동네나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팔았던 풍경을 기억하실 겁니다. 값이 저렴해 퇴근길에 사가곤 했지만, 가격이 저렴한 만큼 살도 없고 짠 기가 강해 후회한 경험들이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홍게는 대게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산지에서 생산된 홍게의 경우, 일부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을 도시로 유통하려다 보관 방법이 잘못되어 살과 껍질 사이로 틈이 생겨 바닷물이 스며들고, 그러다 보니 짠 기가 강한 맛에 실망한 사례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홍게가 대게보다 맛이 짜다는 인식도 여기에 기인한 건데요. 지금은 홍게가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도록 수조에 보관해 상품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가격은 대게보다 30%가량 저렴하며 지금부터 살이 꽉 차 대게 못지않은 맛을 내므로 동네에서 파는 수입산 홍게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 대게 찌는 방법과 손질법에 관하여
이날 저는 울진군 후포항에서 택배로 온 대게와 홍게를 받았습니다. 각각 다섯 마리씩 총 열 마리가 들었는데요. 가격으로 따지면 18만 원가량입니다. 가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용물이 중요합니다. 이 대게라는 건 똑같이 열 마리를 구입하더라도 어떤 건 10만 원에 구입할 수 있고, 또 어떤 건 40만 원에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크기와 살이 꽉 찬 정도(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요. 여기서는 대짜와 중짜가 섞여 있었습니다. 이 정도 양이면 5~6인분에 해당합니다. 

크기에 대한 분류는 산지의 가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게 껍데기 지름을 재어 cm 단위로 표기하는 곳도 있지만, 중량(그람)으로 분류해 파는 곳도 있습니다. 게 껍데기는 좌우 지름을 '갑폭', 위아래 지름을 '갑장'이라 부르는데 갑장은 게가 탈피할 때마다 조금씩 커집니다. 처음 1cm 크기(유생)에서 최대 14cm까지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6년. 그러니깐 대게의 수명이 최소 16년부터인 셈입니다. 보통 갑장이 1cm씩 자라는데 걸리는 기간은 1~2년으로 법성포 굴비가 그랬듯 대게도 1cm씩 늘어날 때마다 상품 가치가 배로 뜁니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지겠죠? 예를 들어 갑장의 지름이 9cm면 중형에 속하고 그램수로 따지면 400g 내외, 10~11cm는 대형으로 500~600g, 12cm 이상은 특대형으로 분류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특대, 대, 중, 소로 분류해 팔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가격은 명시하지 않겠습니다. 시세란 게 워낙 유동적이고 또 가게마다 다르니까요. 여기서는 대게 손질법과 찌는 방법, 좋은 대게를 구입하는 요령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홍게를 모델로 손질에 들어가겠습니다. 대게를 찔 때 유의 사항이 있습니다.

1) 불순물을 토해 내도록 한다.
2) 반드시 죽은 게를 쪄야 한다. 
3) 삶으면 안 된다. 물에 의한 증기로 쪄야 한다
4) 대게를 찔 때는 배가 위쪽을 보게 놓아야 한다.



우선 찜통에 물을 붓고 끓이는데 이때 물의 양이 너무 많으면, 찔 때 대게에 물이 닿을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고요. 물이 끓기 시작하면 대게를 올리는 데 이때 중요한 것은 대게가 살아 있으면 안 됩니다. 대게가 살아 발버둥 치면 찌는 도중에 다리가 부러지거나 혹은 몸이 뒤틀려 장이 쏟아질 염려가 있으니 반드시 기절시켜 찜통에 넣어야 합니다.


대게를 찌기 전, 손질부터 해야 합니다. 우선 입안으로 칼집을 넣습니다.


좀 잔인해 보이지만, 가정에서 맛있는 대게를 먹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이렇게 입안으로 칼집을 넣고 옆으로 젖히면 '딸깍'소리가 납니다.


그다음 수돗물을 받아 위 사진과 같은 방향으로 약 15분간 담가 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게는 기절하거나 죽게 되며 안에 있는 불순물을 토해냅니다. 인터넷의 대게 세척법을 찾아보면 칫솔로 군데군데 문지르기도 하는데 위 과정대로만 한다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게를 담그는 방향은 배가 하늘을 보게 뒤집고 이왕이면 입 부분이 아래쪽을 향하게 해야 불순물이 잘 나오겠지요?


15분이 지났으면 거꾸로 들어 물기를 마저 빼주는데 배를 살짝 눌러주면 더 잘 빠집니다. 배는 아주 살짝만 눌러야 합니다. 압력이 과하면 게장이 쏟아지는 불상사가 생기니 유의하세요.


찜통에 물을 자작하게 붓습니다. 여기에 소주나 청주를 몇 숟가락 넣어 주면 잡내를 없애는 데 효과적입니다. 대게는 처음부터 넣지 말고 물이 끓은 다음 넣는데 찜기에 대게를 올릴 때는 보시다시피 배가 위를 보게 해야 게장이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이는 게를 한 번이라도 쪄보신 분들은 아실 테고요. 물의 양은 될 수 있으면 적게 해야 끓을 때 찜기 위로 범람하지 않습니다. 대게를 끓는 물에 데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더러 계시는데요. 그렇게 하면 살에 수분이 스며들어 망칩니다. 대게를 찔 때는 증기를 이용해 쪄야 하며 소요 시간은 대게가 20분, 홍게가 25분이 적당합니다.


25분이 지났습니다. 온 집안에 게 향으로 가득 ^^ 이제부터 시식에 들어갈게요.


 

 

대게를 발라먹을 때는 굳이 대게 용 포크나 식가위가 필요하지 않아요. 위 사진과 같이 관절을 부러트려 살짝 당기면.


이렇게 속살이 쏙 나옵니다.


위 사진의 점선은 다리를 부러트리는데 적합한 포인트입니다. 게 다리를 부러트릴 때는 넓은 면보다 가늘어지는 부분(사진의 점선면)을 중심으로 양손으로 잡아 지긋이 위아래로 비틀어주세요. 속살이 찢어지면 안 되니 곁 껍질만 부러트려야 하는데 한두 번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금방 감을 잡을 겁니다. 다만, 이 방법은 오로지 대게에 한해서입니다. 붉은 대게는 잘 안 돼요. 이유는 홍게 껍질이 대게보다 두껍고 살은 연하므로 분리를 시도할 때 살이 껍질에 붙어 쉬이 찢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위로 껍질을 잘라내어 먹는 게 낫습니다.


왼쪽은 대게, 오른쪽은 홍게

대게는 주황빛이 돌고 홍게는 붉은빛이 돕니다. 홍게의 붉은빛은 대게 보다 더 깊은 해역에서 서식해 생기는 현상입니다.


왼쪽이 대게, 오른쪽이 홍게



어느 쪽이 더 맛있어 보이나요? 비교하면서 시식해 보니 근소한 차이라 이 둘의 맛 비교는 사실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홍게 쪽이 좀 더 짭조름했으며, 단맛과 쫄깃한 식감은 근소하게나마 대게가 앞서는 듯하였으나 뚜렷한 차이는 아닙니다. 이는 시즌에 따라 차이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지금(1월)은 시즌 초반이라 대게 살이 80%가량 찼다고 봅니다. 대게 살은 12~1월보다 2월~4월로 갈수록 더 들어차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100% 살이 꽉 찬 대게는 3~4월을 적기로 보고 있습니다.


다리를 모두 해체했다면 남은 몸체를 먹는데 이때 몸속 게장은 밥에 비벼 먹는 핵심 재료이므로 이것이 쏟아지지 않게끔 껍질을 열어야 합니다.


1) 어떤 방법을 사용해 껍질을 열어도 좋지만, 중요한 건 등딱지가 바닥을 보고 배 딱지를 떼 내는 게 좋다.
2) 배 껍질을 들어낸다.
3) 아가미를 제거한다. (손으로 뜯어도 됩니다.)
4) 속살을 뜯어 먹는다.^^


남은 게장에 밥을 비벼 먹는 것도 좋지만, 저는 조금 특별하게 '치즈 그라탕 스타일의 게장 볶음밥'을 만들어 봤습니다. 등딱지에 고인 게장을 모두 걷어 낸 다음 물기를 빼준 것을 볶음밥 재료에 사용하는데요. 밥은 고두밥으로 지어 놓고 채소는 당근, 양파, 피망을 잘게 다진 뒤 버터를 두른 팬에다 먼저 볶습니다. 이어서 밥과 게장을 함께 넣은 후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마무리로 참기름, 깨소금, 잘게 썬 김을 넣습니다. 볶음밥의 남아 있는 수분기를 빼기 위해 팬에다 밥을 넓게 펴 바른 후 탁탁 소리가 날 때까지 지져주고 다시 섞어서 펴 바르기를 2~3회 반복. 이래야 질척이지 않은 볶음밥이 됩니다.


잘 씻은 껍데기에다 완성한 볶음밥을 담습니다. 여기에 피자치즈를 솔솔 뿌리고요. 이것을 180도 온도를 맞춘 오븐에 약 5분간 구워내면 완성됩니다.


게장 볶음밥 그라탕 완성

여기까지 드셔야 대게를 모두 드신 거라 할 수 있지요. ^^ 볶음밥이 번거롭다면 그냥 게장에다 쓱쓱 비벼 먹어도 되지만,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이 방법이 게장에 대해 거부감이 덜할 거예요.



좋은 대게는 배 부분이 거뭇거뭇하고 만졌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대게를 구매하는 요령에 관해 간단히 말하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택배로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수산시장에서 직접 고를 때는 아래의 방법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좋은 대게 구매 요령
대게는 무조건 클수록 상품이며 가격도 비싸집니다. 하지만 크다고 해서 반드시 살이 꽉 차 있지는 않습니다. 크기가 커도 물이 차고 살이 적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대게가 더러 있습니다. 수조에서 일주일 이상 팔리지 않은 대게가 그러한 경향을 보입니다. 수조로 들어 온 지 얼마 안 된 대게일수록 살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배 부분이 거무스름하고 눌러 보았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들면서 등껍질은 살짝 말랑해야 좋은 대게입니다. 참고로 수입산 대게는 등껍질에 따개비와 같은 여러 부착 생물의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국산 대게는 매끈합니다.

대게를 택배로 받을 때는 될 수 있으면 받은 당일 날 쪄 먹는 게 좋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율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당장 먹기가 곤란하다면, 살이 빠지기 전에 미리 쪄놔야 합니다. 그렇게 찐 게를 냉동실에 보관하면 며칠 뒤에 먹어도 상관없으니 대게를 장기가 보관해야 한다면 미리 쪄서 보관하십시오. 이상으로 대게 찌는 방법과 손질법에 관해 몇 자 적었습니다. 겨울과 봄 사이 대게 맛을 보고 싶다면, 서울, 도심지에서 비싸게 주고 사시기보다 산지에서 배송받아 가정에서 손쉽게 쪄 드시면 좀 더 저렴하게 대게 맛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울진(후포) 대게 문의
인영수산 : 054-788-7775, 010-3910-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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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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