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호텔 뺨치는 캐나다 민박집, 재스퍼 '곰의 소굴(The Bear's Den)'



에드먼턴 판타지 호텔앞

이제는 에드먼턴을 떠나야 할 시간.
알버타 최대 쇼핑몰인 웨스트 에드먼턴몰에는 두 개의 호텔이 있는데 그중 하나인 판타지 호텔에서 투어 버스와 접견하기로 합니다.
렌터카는 반납했으므로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넘어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로비 앞에는 사설 투어인 '썬독(Sundog)'이 와서 대기 중입니다.
주로 에드먼턴과 재스퍼, 재스퍼에서 레이크루이스, 그리고 밴프까지 이동하는 수단이며 가는 길목에 구경거리가 있거나 주요 스팟이 있으면 차를
정차해 촬영의 시간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광객이 묵게 될 숙소까지 픽업해주는 것이 썬독이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저는 재스퍼의 매우 특별한 민박집 '곰의 소굴(The Bear's Den)'에 예약이 되어 있어 버스가 거기로 픽업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여행에서 숙박의 중요도가 매우 낮습니다. 오로지 '잠자는 곳'으로만 활용하고 낮에는 숙소에 붙어있지 않으며 시설물도 이용하지 않습니다.
재스퍼의 민박집도 그랬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투어가 예약되어 있어 민박집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샤워를 하고 자는 것뿐이었죠.
게다가 민박집(B&B 개념)이다 보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누추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민박집에 들어선 저는 제 눈을 의심했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몇 차례 해외여행이 있었지만, 이 가격에 이보다 완벽한 숙소는 없었다."

딱 잘라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시설물도 시설물이지만, 청결도가 특급 호텔 뺨쳤고 캐나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특유의 운치가 더해 이보다 좋은 숙소는 당분간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저는 그곳으로 달려갑니다. 바로 '곰의 소굴(The Bear's Den)'로.



에드먼턴에서 재스퍼까지 거리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와 비슷합니다.
중간에는 휴게소도 있는 게 한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휴게소 점포는 단 두 개.
지금은 한국에서 사라진 웬디스와 캐나다의 국민 패스트 푸드, 팀홀튼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도넛들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는데 점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불발인지 저의 착각인지 설탕, 프림이 들어간 아이스 라떼가 나옴.
그런데 어윽! 뭐가 이리 달아.


투어 버스는 달리고 달려 재스퍼 국립공원에 다다릅니다. 
재스퍼 국립공원을 알리는 톨게이트가 나오며 일반 차량에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 뒤로 펼쳐진 풍경은 2년 반 전에 와서 보았던 풍경과 180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때는 여름 성수기가 지난 지 얼마 안 됐을 때고 지금은 이제 막 봄기운이 들기 시작한 늦겨울 풍경입니다.


이곳 알버타의 위도는 폴란드, 덴마크, 영국과 나란히 하고 있어 겨울에 해가 천정에 걸리지 않고 비스듬히 일주 운동을 합니다.
다시 말해, 태양의 고도가 낮아 일몰만 세 시간가량 진행되는데 석양이 오래가니 사진가들에게는 좋을 듯. ^^  

썬독투어는 이번에 처음 이용했는데 딱 필요할 만한 픽업 서비스만 하니 도시에서 도시 간의 이동에는 매우 편리해 보입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유리창에 커튼이 없다는 것. 이렇게 해가 정면에서 쏘고 있는데도 피할 길이라곤 고개를 돌리는 것 외에 없습니다. 
이 장면에서 서양인들은 햇빛이 얼굴을 때려도 그리 개의치 않지만, 한국인은 무척 괴로워합니다.
동양계와 한국인 관광객이 이 투어를 얼마나 이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적극적인 유치를 하겠다면, 버스에 커튼을 다는 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습니다. 썬독 투어의 이용방법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투어 버스는 모두를 내려주고 마지막 행선지인 곰의 소굴로 향합니다. 버스 안은 갑자기 적막감에 휩싸이고.
오후 9시에 도착한 투어 버스는 재스퍼 마을로 진입해 민박집 앞에서 멈췄습니다.  


주방 사용법을 알려주고 계신 민박집 주인

민박집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주인 할아버지가 우릴 반겨줍니다.
악수를 하고 나니 갑자기 자기 소개하는 분위기로 연결되고 ^^;

저는 한국에서 온 미스터김이라고 소개하면서 낚시와 관련된 블로그를 운영 중이라는 말도 곁들였습니다.
그랬더니 '낚시'란 말에 화색이 돌면서 급 관심을 보이세요. 실은 자기도 낚시에 무척 관심이 많다면서, 지금은 출가한 아들, 딸들이 벤쿠버에서
낚시를 즐기며 산다고 합니다. 오~


TV 사용법을 알려주시는 주인(이런 건 몰라도 되는데 ^^)

DVD로 웬만한 영화는 다 있다면서 자신의 수집 열정을 은근 과시하시는. ^^
그러면서 DVD 마니아는 아니라며 평소 틈틈이 모아놓은 것이랍니다.
그렇게 30분간 곰의 소굴에 대한 시설물 이용 방법과 브리핑을 듣고 나서야 정적이 찾아왔습니다.


캐나다 국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룸 키가 인상적이다.

예상해보건대 주인 부부는 자식들을 출가시킨 후 재스퍼에서 노후 생활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부부가 민박집을 운영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성수기에는 손님이 드물고 마을 자체도 썰렁해 적적한 생활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모처럼 찾아든 이방인이 반가웠을 테고 잠시나마 말동무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재스퍼 이야기, 우리 집 이야기, 주변 관광지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등. 그래서 말이 좀 많습니다. ^^
모든 말들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느낌은 친구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해 거기에 부응하지 못함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이때는 빨리 씻고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 넓은 웨스트 에드먼턴몰을 헤집고 다녔으니 ^^;


특급 호텔 뺨치는 캐나다 민박집, 재스퍼 '곰의 소굴(The Bear's Den)'

밤에 도착했기에 이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다음 날, 날이 밝아서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통나무로 만든 이층집인데 주인 부부가 1~2층을 사용하고 있었고, 손님방은 반지하를 개조하였습니다.
위치는 피라미드 호수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며 재스퍼 마을에서 도보로 3분 거리라 접근성도 아주 좋았습니다. 


여느 캐나다 가정집과 다를 게 없는 모습.


주인 부부가 살고있는 1층 현관




나무를 이용한 인테리어 장식과 소품들이 통나무 집과 하나가 된 듯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네추럴한 느낌이 방문자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네요.


이곳은 반지하 게스트 룸.
방 두 개에 거실과 주방, 세탁실까지 모두 갖췄는데 공동 사용으로 보입니다. 방은 2인 침실이며 각각 화장실이 딸려 있습니다.
저와 프리파크님은 각 방을 쓰면서 3일 동안 이곳을 전세 냈습니다.


홈 시어터가 구축된 거실

모든 게 갖춰진 주방.

냉장고 안에는 간단히 마실 수 있는 음료 몇 개가 있는데 마셔도 따로 페이가 붙지 않는다고 얼핏 들었습니다. (몇 개 마셨는데 페이가 안 붙었음)
여기서 도보로 5분이면, 커다란 마트가 있어 샐러드, 고기, 그 외 여러 식품들을 사와 이곳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저기 보이는 가스렌지는 뚜껑을 덮어놨는데 불 없는 전기 렌지였고 그 아래는 커다란 오븐입니다.
토스트용 미니 오븐에 각종 쨈, 커피, 차, 버터까지 필요할 만한 것들은 모두 갖췄습니다.


세탁실

이곳은 장기 체류자를 위한 민박집이기도 합니다. 세탁과 청소 관련 도구들이 모두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이곳에서 며칠 묵으며 밴프, 재스퍼를 여행하는 것도 아주 좋을 듯.


화장실 A

화장실 A는 거실에 딸려 있었고, 화장실 B는 방 안쪽에 딸려 있었습니다.



곰의 소굴(The Bear's Den), 스텐다드 룸

일반 룸입니다. 안에 화장실이 달려 있고요. 1박당 가격은 고작 $80 CDN (헉 너무 싼 거 아냐?)
성수기 때는 +$20불이 더 붙습니다. 그래봐야 우리나라 돈으로 10만 원.
이곳 재스퍼와 에드먼턴 호텔비가 하루 20~30만 원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 시설에 정말 착하죠?
제가 숙박과 관련해서는 메인 포스팅으로 잘 할애하지 않는데 이곳만큼은 비중 있게 다뤄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사실 이런 민박집은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이용 후기 또한 전무합니다.
대부분 한국 관광객들은 재스퍼의 호텔이나 리조트, 펜션 등을 이용하겠죠. 저도 몇 군데 이용해 봤습니다.
그런데 시설이라든가 청결도 면에서 이곳을 능가하는 곳은 장담컨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할 정도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이런 착한 민박집 정보가 없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쓴다는 데 자부심을 가집니다.

또한, 이후로 재스퍼에서 하게 될 투어 역시 한국에는 정보가 없을 텐데요. 비록 제가 다녀온 코스가 '개척'과 '실험'의 성격을 갖고는 있지만, 블로그
상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다는 사실에 자판을 두드리는 제 손가락이 즐겁습니다.  


화장실 B

스탠다드 룸에 달린 욕실입니다. 옆에는 문에 가려져 안 보이는데 욕조까지 갖춰져 있고요. 
주인 할아버지가 결벽증이라도 있을 만큼 먼지 하나 찾아보기 어렵네요. 정말 뽀송뽀송하고 물때 하나 안 낀 모범적인 욕실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롭슨 스위트 룸

이곳은 제가 묵게 될 스위트 룸. 이 방에 묵는 손님은 거실에 달린 화장실을 이용해야 합니다.
거실과 주방, 세탁실, 그리고 이 방까지 모두 포함해 스위트 룸이라 하는데 요금은 $120 CDN이며 성수기에는 +$50이 붙습니다.




3일 후, 재스퍼를 떠나 다시 에드먼턴으로 향하던 날

재스퍼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렌터카를 빌렸습니다.
올 때는 썬독 투어를 이용했지만, 갈 때는 렌터카로 직접 운전해 에드먼턴 국제공항까지 갈 예정이었죠.
마지막 날, 체크 아웃을 하려는데 주인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드라이빙 구간에서 사진 포인트를 알려주시는 민박집 사모님

사모님과 인사를 하고 또 자기소개 시간을 가진 다음 ^^;
그동안 어디를 구경했느냐? 느낌이 어땠냐?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느냐? 언제 출국하느냐? 등의 질문이 오갔습니다.
사모님은 로키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이 작은 마을이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합니다. 지금은 출가한 아들, 딸들이 벤쿠버로 와서 함께 살자고 
하였지만, 재스퍼를 떠날 수 없어 이곳에서 노후 생활을 즐긴다고 해요. 

렌터카로 에드먼턴까지 간다고 하자 가는 길에 멋진 사진 포인트가 있다며, 그곳에는 반드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가라고 일러주었습니다.
현지인이 주는 정보는 신뢰도 100%죠. ^^
사실 이 민박집은 아침 식사가 제공되지 않아 이른 아침에 식사를 해결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가 재스퍼의 맛있는 빵집을 소개해 주셨죠.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3일 동안 재스퍼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해하시는 사모님.
반면에 재스퍼에 머무르면서 어떤 레스토랑을 이용했는지 궁금해하시는 주인 할아버지.(할아버지라 부르기에는 너무 정정하심)
그래서 우리가 다녔던 레스토랑 이름을 쭉 말해주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Very nice!"와 "Good!"으로 호응하면서 "좋은 선택"이라고 화답해 줍니다.
그러나 마지막 딱 한 군데에서 할아버지는 멈칫하였습니다. 그 레스토랑은 제가 이번 캐나다 여행에서 최악으로 선정한 곳인데 할아버지는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어땠냐?"고 묻습니다. 순간 할아버지는 그 레스토랑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었음을 직감했지만, 우리의 의중은 어떨지 몰랐기
때문에 조심스레 물어본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실망이 컸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그 식당에서 겪었던 불쾌한 에피소드를 늘어놓습니다. "There is a terrible"란 표현과 함께. 
영어가 빨라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종합해 보자면 서비스, 맛, 재료가 기본이 안 된 식당이라는 내용이었죠.
저도 충분히 동의할 만한 내용입니다. 
조만간 그 레스토랑 이야기도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간판은 가리고 ^^;)


주인 할아버지는 제가 낚시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계셨다가 이렇게 노트북을 들고 오더니 주소를 알려달라 하였습니다.
할아버지 부부는 자식들도 벤쿠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고 자신도 낚시에 관심이 많기에 한국의 낚시는 어떤지 궁금해하는 눈치입니다.
저는 구글에서 번역 서비스의 도움으로 제 블로그를 영작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아직 완벽한 번역은 아니지만, 제 블로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입니다. 이후 제 블로그를 몇 번이나 방문했을는지는 모르지만. ^^



2014년 3월 13일, 재스퍼의 민박집 주인 부부와 함께

아마도 성수기가 오면 이런 착한 민박집은 주변 관광객들이 쉴 틈을 안 주고 이용하겠죠.
민박집 방은 단 두 개 뿐이니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 재스퍼는 6~8월 성수기가 오면 캐나다 각 지역과 미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립니다.
북미 지역은 가까운 여행지와 그에 따른 민박집 정보가 많이 나돌겠지만, 한국은 캐나다 여행객 층이 두텁지 않아 이런 정보도 매우 제한적일 겁니다.

재스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곰의 소굴을 이용해 보시기 바래요.
한국에서 이 글을 보고 왔다고 하면, 주인 부부께서 기억하시고 반겨줄 겁니다. ^^

#. 민박집 이용 정보
'곰의 소굴(The Bear's Den)'
주소 : 302 Pyramid Lake Rd. Jasper, AB
연락처 : (780)852-4203
사이트 :
www.jasper.ca/bearsden
요금 : 스텐다드 룸 $80(성수기 $100), 디럭스 룸 $120(성수기 $170)
체크 아웃 : 오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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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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