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한우극장] 투뿔 한우 VS 드라이에이징 숙성 한우의 맛 차이


 

이곳은 하이원 앞의 어느 한우 전문점.

한우극장이라는 특이한 상호의 배경이 궁금했는데 이 자리가 과거에는 극장 터였다고 합니다.

동해에서 낚시를 마친 저는 하이원에서 여정을 풀고 다음 날 강원랜드에서 일행과 함께 룰렛을 돌렸는데 거기서 5천원 x 36배가 터지는 바람에 그 돈으로

소고기를 사 먹게 되었습니다. ^^; 처음에는 숙성 한우라길래 의레 웻에이징(습식) 숙성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드라이에이징(건식)이었네요.

이 강원도 산골 식당에서 드라이에이징 숙성 한우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많은 분이 드라이에이징 숙성을 알지만 여전히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정육점, 마트에서 구입하는 소고기는 진공포장 상태에서 숙성한 것인데 이를 웻에이징(습식) 숙성이라고 합니다.

반면 드라이에이징은 고기를 통째로 걸어놔 통풍시설이 되는 곳에서 말립니다. 이 통풍시설은 바람도 바람이지만 온도를 적당히 차게 유지해야 하므로

별도의 숙성실이나 장치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가정집은 물론이고 정육점에서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숙성된 고기는 겉이 말라 비틀어지고 곰팡이가 피면서 숙성에 이은 발효까지 일어납니다.

먹지 못하는 겉껍질은 도려내 속살만 먹으니 로스율이 많이 발생하고 가격도 높게 형성되지요.

 

이런 드라이에이징 숙성 한우는 서동한우 같은 드라이에이징 전문 업체로부터 고기를 받아쓸 것으로 예상했는데 알고 보니 자체적으로 숙성한답니다.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제게 고기 창고를 보여주는군요.

 

 

다름 아닌 드라이에이징 숙성고입니다. 저도 이날 처음 봤는데요. 정확한 가격은 모르지만 매우 비싸다고 합니다. 

집에다 이런 숙성고 한 대만 갖다놓으면 드라이에이징 숙성도 꿈이 아니겠군요. 하기야 이런 숙성고를 들여놓는다는 것 자체가 꿈이겠지만 ^^

 

 

제가 숙성 한우에 관심을 보이자 사장님이 숙성된 한우를 보여줍니다.

약 50일가량 드라이에이징한 것을 다시 흡수지를 붙여 진공 포장해 웻에이징으로 보관 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드라이에이징 숙성 한우야 워낙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해 배불리 먹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죠.

드라이에이징 한우로 유명한 서동한우는 100g당 가격이 36,000원 선. 성북동이나 청담동, 이태원의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전문점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250g짜리 스테이크 하나에 8~9만원 수준이니 드라이에이징을 모르는 손님 입장에서는 입이 떡 벌어질만 하겠지요.

그런데 이곳은 200g에 34,000원이니 거의 반값이군요. 물론, 이곳은 강원도라서 땅값 높은 서울과 물가가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서울의 반값이라면 여기까지와서 먹을만한 동기는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까지나 드라이에이징 마니아일 경우이고 근처에 하이원과

태백이라는 걸출한 관광지에 들릴 겸해서 말이지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드라이에이징한 맛'에 있습니다. 가격은 서울의 반값지만 맛도 반값이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집이 보유한 드라이에이징 숙성고가 내는 맛을 보기 위해 투뿔 등심과 드라이에이징 숙성 등심을 각각 1인분씩 주문하였습니다.

이런 호사도 '공돈'이 생겼기에 가능하겠죠. 앞서 말한 룰렛에서 36배 터트린 것 말입니다. ^^;

 

 

투뿔(왼쪽)과 드라이에이징 꽃등심(오른쪽)

 

맛 비교를 위해 투뿔과 드라이에이징을 각각 200g씩 주문하였습니다.

각각의 맛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한 자리에 놓고 비교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투뿔과 드라이에이징, 외형적인 차이가 두드러지죠?

떡심 주변의 흰 지방을 보더라도 숙성 정도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색이 희고 밝을수록 숙성하지 않았거나 하더라도 짧게 마친 것이고 핏물이 침착돼

붉게 물들인 것일수록 숙성이 진척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란 떡심만 봐도 혈액이 스며든 침착 정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이러한 점을 알아둔다면 정육점이나 마트에서 고기를 고를 때 숙성 정도를 대충이라도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투뿔 꽃등심으로 익히 보아온 마블링 형태입니다.

 

 

이것은 드라이에이징 숙성 한우인데 투뿔과는 마블링에서 적잖은 차이를 보입니다.

2등급 한우를 숙성했기에 화려하게 핀 마블링도 없고 전체적으로 육색이 어둡습니다.

그마저도 마블링이 숙성 과정에서 늘어난 것이고 원래 2등급은 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렇다면 마블링은 숙성하면서 늘어나는 것일까요? 원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드라이에이징은 숙성하면서 수분이 날아가고 겉은 말라 들어가기 때문에 전체 육량에 변화가 생깁니다. 

육이 줄어들면서 그 속에 있던 마블링이 점점 드러나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드라이에이징이라는 숙성을 통해 없던 마블링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육이 줄면서 숨어있던 마블링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여기서 육량의 변화가 없는 웻에이징 숙성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두께는 좀 아쉽네요. 정육식당, 정육점 할 것 없이 등심을 썬 것을 보면 1cm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데 오로지 미식에 초점을 맞춘다고 보았을 때 1cm는

개인적으로 고기 맛의 감흥을 죽이는 두께라고 봅니다. 물론, 업장에서는 180~200g을 1인분으로 맞추려다 보니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요.

이를 개선할 만한 획기적인 판매 시스템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밑반찬은 정갈한 편입니다. 명이나물도 대도시 고기집에서 공통으로 받아쓰는 공장 제품보다 낫네요.

 

 

직원이 와서 구워줍니다. 굽는 방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내용이 불필요하게 길어질까 봐 대충 넘어가겠습니다.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이야기를 해두고 싶어요. "소고기는 딱 한 번만 뒤집어야 육즙이 빠지지 않는다." 저는 이 말을 믿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고기를 구우면서 얻은 경험으로는 육즙의 통제와 뒤집기 횟수와는 무관했으니까요.

 

 

소스는 소금 하나만 주어지네요. 고기 맛에 집중하기에는 소금만 한 것도 없겠지요.

드라이에이징부터 맛보는데 이 맛은 서울에서 맛본 드라이이에징 숙성 한우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드라이에이징 특성상 흥건한 육즙은 없지만, 속에서 올라오는 진한 육향은 확실히 드라이에이징 숙성만이 낼 수 있는 특징이었습니다.

이런 고기는 지방에서 고소함을 취하는 투뿔과 달리 단백질에서 고소함을 취하므로 덜 물리는 장점이 있죠.

 

식감의 부드러움은 투뿔이나 드라이에이징이나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투뿔은 소기름이 많아 부드럽고 드라이에이징은 숙성을 통한 연육작용으로 부드러운데 그 차이가 우리가 씹으면서 느낄 만큼은 아닙니다.

이어서 투뿔을 맛보는데 과다한 마블링에서 오는 과한 맛. 저 역시 처음에는 그것을 고소하게 받아들였지만 한점 두점 먹다 보니 점점 느끼하고 물려옴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투뿔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도 분명 맛의 장점이 있는데 처음 몇 점을 아주 맛있게 먹기에는 투뿔 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이렇게 평가해 놓고 보니 제가 소고기를 편애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는데요. 물론, 개인 취향이야 존재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드라이에이징도 숙성 기간에 따라 맛과 육향이 천차만별인데 제 입에는 50일 정도가 가장 적당했고 80일 넘어가는 것은 숙성을 넘어 치즈의 발효 맛이

이것도 계속 먹다 보면 좀 거북스럽더군요. 오로지 개인 취향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20~30일 숙성한 웻에이징입니다. 

과하지 않은 숙성, 충분한 육즙, 적당히 부드러운 식감까지.

그래서 저는 20~30일 숙성한 웻에이징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소고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육회 비빔밥

 

한우 국밥

 

갈비탕

 

총 세 명이라 식사도 3개 주문해서 조금씩 나눠 먹었는데 한우 국밥과 육회비빔밥은 괜찮았고 갈비탕은 가격대비 개선의 여지가 보입니다.

 

 

한우극장, 강원도 정선

영업 시간 : 10:00~22:00 / 연중무휴

내비 주소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274-154(하이원 앞)

주차 시설 : 여유 있음

 

이 집은 강원도라는 입지 조건과 자체적으로 한우를 드라이에이징 숙성하기 때문에 서울의 절반 가격으로 내놓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근처에는 하이원, 강원랜드, 태백산 국립공원이 있으니 드라이에이징 한우를 저렴하게 맛보겠다면 겸사겸사 들릴 만한 곳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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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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