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가을 감성돔 낚시, 빵가루가 효자미끼


 

 

 

올해 낚시계 특히, 벵에돔 낚시의 화두는 '빵가루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였습니다.

거제, 통영에서 펼쳐진 토너먼트 경기에 나가보면 필드 특성상 조금이라도 빵가루를 잘 쓰는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곤 했죠.

이 빵가루는 대부분 밑밥 용으로 나온 것으로 한번 튀긴 것이지만, 게 중에는 튀기지 않은 식용 빵가루를 사용해 효과를 톡톡히 본

선수도 있었습니다. 빵가루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잡어의 극성을 피하고 벵에돔의 빠른 입질을 받아내는 데 있습니다.

요즘에는 식물성 성분의 빵가루에 벵에돔이 좋아할 만한 파래 성분을 혼합한 일명 카멜레온 빵가루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물과 혼합하면 초록색으로 변해 벵에돔의 시각을 자극하며, 동물성 성분이 완전히 배제한 것이기 때문에 잡어 꼬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죠. 

 

빵가루를 잘 사용한다는 것. 단순히 물과 혼합해 반죽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없는 오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빵가루 조법은 지금도 연습 중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알려줄 순 없지만, 내년 벵에돔 시즌이 오픈되면 비중 있게 다룰

계획입니다.

 

 

WFG 예선전 中, 통영 추봉도에서

 

각설하고 오늘은 엊그제 올린 WFG 예선전 소식을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악천후로 잔잔한 내만권인 추봉도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16강 토너먼트로 진행해 8강을 뚫고 올라간 4명의 선수가 12월에 열릴

대마도 결선행 티켓을 쥐게 됩니다. 앞서 세 차례의 예선을 통해 대마도 결선에 안착한 12명의 선수가 대기 중이고 이번 예선전에서도

4명이 더해져 총 16명이 또다시 최후의 세 자리를 놓고 승부를 펼치겠지요. 그렇게 해서 얻은 영예의 세 자리는 한국 대표 자격으로

내년 6월 후쿠오카에서 쯔리겐의 주최로 열리는 월드 피싱 가이아(WFG) 대회에 참가하며, 전 세계 명인(그래 봐야 한국, 일본, 중국,

대만)과 함께 자웅을 겨루게 됩니다만, 실질적으로는 한국에 3장의 시드가 있고, 나머지는 일본 각 현의 쯔리겐 인스트럭터들과 함께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제법 굵은 씨알의 벵에돔을 낚으며 승점을 벌인다.

 

어쨌든 저는 1라운드에서 포항의 고수를 만나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포항의 함경진 선수가 28~29cm에 달하는 벵에돔을 낚으며 바짝 도망가는 사이 저는 기준치가 될까 말까 한 벵에돔을 낚고선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후 남은 20분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낚시가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1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결과는 함경진 선수가 470g을 낚으며 180g을 낚은 저를 따돌리고 2라운드에 진출.

마릿수로는 2:1 스코어지만, 기준치 미만의 벵에돔마저도 마릿수에서 밀렸던 것에서 이날 포인트 여건에서 드러난 채비의 아쉬운 점이

내년 예선전을 위한 뼈아픈 경험이 되었으리라고 봅니다.

 

사실 저는 벵에돔 낚시를 주로 제주도나 대마도와 같이 조류가 잘 가는 곳에서 터득해왔기 때문에 이쪽 지방(거제, 통영, 포항) 특유의

빵가루 낚시 패턴에는 익숙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빵가루의 중요성을 느끼고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차로 10~20분이면 바닷가이고

마음만 먹으면 밥 먹듯이 낚시할 수 있는 포항, 울진 쪽 선수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간 잘 사용하지 않았던 0.8호 목줄과 3호 바늘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제 성격도 한 예민한데 전국에서 가장 예민하다는 남해 동부권 벵에돔 낚시를 한번 파헤쳐볼까요. ㅎㅎ

 

 

1라운드를 마치고 포인트 이동 중

 

추봉도는 거제도와 통영 사이에 있는 섬으로 한산도, 용초도와 함께 통영 내만권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거리상으로는 거제 동부면에서 들어가기가 수월한 섬이지요.

 

 

추봉도의 어느 포인트

 

1라운드에 떨어진 8명의 선수는 각자 포인트에 내려 자유 낚시를 합니다.

도착한 곳은 이름도 모르는 어느 포인트로 왼쪽에는 해상펜션이 몇 대 떠 있군요.

가족단위까지는 몰라도 야유회 겸, 소풍 겸 낚시하기에는 괜찮아 보입니다.

 

 

하늘을 보니 이날이 정말 주의보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날씨가 좋습니다.

이곳 통영 내만은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어지간한 악천후에도 끄떡없음이 세삼 실감 납니다.

 

 

물때는 어느덧 초썰물. 감성돔이든 벵에돔이든 한바탕 노려보기에는 괜찮은 물때이지요.

도착하자마자 낚싯대를 펼친 저는 1라운드에서 했던 채비 그대로 벵에돔을 노려봅니다.

일단 염색 새우로 빠른 입질을 기대해보는데 넣는 족족 털리자 다시 빵가루를 물려서 캐스팅.

이어서 밑밥을 찌 주변에 3~4주걱 넣은 뒤 속으로 초시계를 재는데 20초도 안 돼 원줄을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왔다!"

 

 

25cm급 벵에돔

 

토너먼트를 뛸 때는 죽어도 안 나오던 벵에돔이 25cm급으로 두 마리가 연달아 잡히니 저의 낚시는 여기까지.

이날 제 낚시 촬영을 도맡아주신 상원아빠님께 손맛이라도 좀 보여주기 위해 낚싯대를 넘겼습니다. 

이날 상원아빠님은 작정하고 촬영을 도울 생각으로 온 거여서 낚시가방을 배에 싣지 않았습니다.

제 수중에는 예비대가 있었지만, 릴이 없어 할 수 없이 쓰던 낚싯대 하나로 낚시를 이어가야 했지요.

상황은 초썰물이고 벵에돔이 피어오른 느낌이 드니 손맛은 따논 당상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적중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찌가 들어가는데 쿡쿡 박는 느낌이 제법입니다.

 

 

자기 낚싯대가 아니라서 사용 감이 어색하다는 상원아빠님.

 

 

그런데 벵에돔 대신에 올라온 것은 감성돔.

1라운드에서도 요정도 씨알의 감성돔이 포인트 전역으로 들어와 가을이 성큼 다가왔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빵가루를 물고 올라올

정도로 오른 감성돔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전날에는 강풍에 비까지 쏟아져 제대로 낚시를 즐기지 못했고, 이날은 대회 참관 자격으로 와서 촬영 일을 도우니 여기까지 와서

손맛을 못 본 서운함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쥐여준 낚싯대인데 때마침 입질이 이어지니 이것으로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 싶었죠.

상원아빠님은 지금까지 드랙 릴만 사용했기에 이참에 LB릴 사용 감도 익히면서 들어뽕 준비에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대회 규정치를 훌쩍 넘기는 벵에돔이 올라오는군요. 대회 때나 낚일 것이지 꼭 끝나면 낚이는 ^^

 

 

이날 준비한 미끼는 세 가지로 염색 새우와 빵가루, 그리고 숙성 크릴입니다.

현장에는 온갖 종류의 잡어가 들끓고 있어 파래 새우와 숙성 크릴로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아예 빵가루만 꺼내 놓고 사용 중입니다.

 

 

빵가루는 전날 밤 미리 반죽한 다음 냉장고에서 숙성해 두었는데 실제 빵을 만들 때도 밀가루 반죽의 숙성이 중요하듯, 미끼용 빵가루도

숙성하면 좀 더 차지고 말랑말랑해져 바늘에서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한나절 동안 공기에 노출돼 표면의 수분기가 날아간

상태지만, 그 속은 여전히 촉촉하고 말랑말랑해 바늘을 감싸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이것을 새끼손톱만큼 떼어 물방울 모양으로 바늘에 감싸면, 잡어층을 뚫고 내려가 벵에돔의 입질층에 도달하게 됩니다.

 

 

캐스팅한 지 약 40~50초. 중하층을 더듬고 있을 시점에서 찌가 스르륵 하고 들어갑니다.

워낙 근거리에서 받아낸 입질이라 챔질 강도를 적당히 조절하지 않으면 공중으로 튀어 오를 수 있는 상황.

그걸 잘 아는 상원아빠님은 대각선 캐스팅으로 짧고 힘있게 쳐 주니 순간 덜커덕하는 기운이 초릿대를 통해 느껴집니다.

 

"오 이번엔 씨알 좀 되나 봅니다."

 

사실 LB 브레이크까지 줄 씨알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감이라도 익히기 위해 녀석이 쭉쭉 처박을 때마다 LB를 조작해 봅니다.

 

 

목줄이 1호라 안전한 랜딩을 위해 뜰채질하고

 

 

찌가 제법 시원하게 들어갔는데도 아슬아슬하게 걸려오네요. 챔질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났더라면 벗겨졌을지도 모릅니다

 

 

0c 채비에 빵가루를 물고 올라온 30cm급 감성돔.

 

저 대신 손맛 보니 좋기도 하겠쑤 ^^

 

 

하지만 이어서 올라온 건 마치 미니어처 같은 앙증맞은 감성돔. ^^

너무 귀엽죠. 방생하고요.

 

 

짧은 2라운드가 순식간에 지나 철수 시각이 다가옵니다.

잔씨알은 방생하고 25cm 이상 벵에돔과 감성돔은 챙겨 둡니다.

 

 

감성돔은 씨알이 잘 줄 알았는데 막상 재보니 30cm가 넘네요. 오랜만에 가을 감성돔 손맛을 봅니다.

 

 

릴만 하나 더 챙겼어도 두 사람이 함께 낚시할 수 있었을 텐데, 고기가 붙은 상황에서 낚싯대 하나만으로 하려니 아쉽습니다.

또, 처음부터 감성돔을 노리고자 채비를 바꿨더라면 더 많은 마릿수를 올렸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감성돔만 노리자니 벵에돔이 아쉽고, 벵에돔만 노리자니 감성돔이 아쉽고 해서 0c 채비로 끝까지 빵가루를 사용했는데 뜻밖에도

빵가루 미끼가 감성돔에 잘 통할 수 있음을 확인했던 날이었습니다. 가을 감성돔 낚시에서 극복해야 할 최대 복병은 역시 잡어의

극성인데 지금까지는 주로 민물새우와 크릴 경단을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빵가루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봐야겠습니다.

 

한편, 이날 열린 WFG 예선전에서는 1라운드에서 저를 이기고 올라간 함경진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것도 징크스라 해야 할지, 재작년부터였나 저를 이기고 올라간 선수들은 그날 우승은 물론, 대마도 결선에서도 진출해 이듬해

일본에서 열리는 WFG 본선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 이번에도 함경진님이 대마도 결선을 뚫고 한국 대표로 본선 진출에 성공할지

지켜보면서, 또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며칠 뒤, 저는 가을 무늬오징어를 낚고자 서해 외연도를 향했습니다. 지금은 시즌 오프됐지만, 마저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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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낚시는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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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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