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갑오징어 낚시(1),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갑오징어 낚시


 

 

 

AM 6:00, 충남 무창포항

 

우리나라에는 가을의 전설이 시작되는 몇몇 항구가 있습니다. 

그 전설은 수많은 낚시객 인파가 몰리는 극성수기로 9~11월 짧디 짧은 시즌의 절정에서 낚시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케 합니다.

이 시기 충남 안흥항, 안면도 영목항, 오천항, 무창포항, 홍원항에는 꼭두새벽부터 엄청난 인파의 낚시객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는데

낚시를 모르는 사람이 이 시간에 이런 풍경과 마주하게 되면 카메라를 들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진풍경이기도 하지요.

 

왜 9~11월에만 유독 몰리는 것일까요? 이는 서해라는 지리적 특성과 잡히는 어자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서해를 세계지도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만'에 해당합니다. 이 만은 많은 바닷물이 한꺼번에 드나들고 빠지면서 조수간만의 차이를

만들었고 그 차이는 수온의 등락 폭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꺼지는 양철 냄비 효과를 불러오게 했습니다.

다시 말해, 일 년 중 수온이 가장 높은 9~11월에는 온갖 어종이 서해로 몰리는데 이 중에서도 단연 화두는 '쭈갑'이라 불리는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가 되겠지요.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는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다른 낚시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소 낚시를 하지 않아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낚싯대를 대여해서라도 즐기면, 마릿수 재미가 좋아 한 달치 반찬

장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낚시객을 불러모읍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숱하게 낚시를 즐기면서도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해봐야지 하고 있다가 얼마 전, 기회가 와서 하게 되었는데 그 현장으로 달려가 봅니다.

 

 

출항하는 배에 몰리는 낚시객들

 

전날 밤 11시에 잠이 든 저는 정확하게 세 시간 자고 일어나 밤새 이곳까지 달려왔습니다.

출항 시간에 놓인 무창포항에는 쭈갑을 낚으려고 온 꾼들의 행렬이 엄청났습니다. 

그놈의 손맛이 뭐라고 이렇게 밤잠 설치면서까지 왔을까 싶기도 하고. ^^

 

 

지난 추자도 낚시 어선 사고 이후로 달라진 풍경입니다.

해경은 구명복 착용을 거듭 강조했고 이름을 부르면 낚시꾼은 관등성명을 대며 일일이 대질하는 모습입니다.

 

 

서해의 일출

 

육지에서부터 올라오는 어스름한 빛은 비록, 수평선의 일출보다 임펙트가 떨어지지만. 정감은 있죠.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상쾌한 바람을 가르는 이때가 가장 설레지 않나 싶습니다.

 

 

낚싯배는 온 천지가 먹물자국으로 물들어 있으니 제게는 약간 낯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장면입니다.

 

 

요즘 서해에서 유행하는 대표적인 쭈갑 채비

 

이날은 주꾸미보다 갑오징어를 위주로 낚시한답니다. 

주꾸미 낚시를 하다 보면 갑오징어가 손님 고기로 낚이는데 오늘은 그 반대로 갑오징어 낚시를 하다가 주꾸미가 손님 고기로 낚이는

양상이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포인트 서식 환경에 있습니다. 주꾸미는 주로 개펄에 서식하지만, 갑오징어는 여(암초), 돌밭으로 된

지형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포인트가 확연히 나뉘는 것이겠지요.

 

갑오징어 낚시를 처음 하는 제게는 이런 채비 자체도 낯설지만, 단순하기에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쯤에서 제가 가진 장비를 소개할까 합니다. 저는 갯바위 낚시를 주로 하기에 루어나 에깅낚시 장비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열악합니다.

물론, 전용장비로 낚시하면 더 편리할 수 있겠지만,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낚시를 위해 지름신을 부르고 싶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수중에 있는 것으로 쓰고 맙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저는 낚시장비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제가 쓰는 장비조차도 어떤 모델인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글을 쓰기 위해 애써 파악해 두는 것뿐이죠.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원다 도리스 에깅 전용대

릴 : 다이와 Cruise T150 베이트릴

원줄 : 유니타카 PE 합사 1.5호 (광어 다운샷하던거라 ^^;)

에기 : 쯔리겐사의 갑오징어용 에기

추 : 15호

 

주꾸미와 달리 갑오징어 낚시는 여밭에서 하기 때문에 에기 손실이 많습니다. 보통 한 번의 출조에서 10개 정도 준비한다고 하는데 

이날 운이 좋은 건지 갑오징어 낚시를 처음 해보는 데도 4개의 에기로 하루를 잘 버텼습니다. ^^;

 

 

낚시 준비를 마치고 이제 던질 일만 남았다.

 

AM 6:30, 낚시가 시작됐다.

 

포인트는 무창포 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배를 대고, 저마다 한쿨러의 꿈을 가득 싣고선 에기를 내립니다.

낭창낭창한 초릿대는 잔잔한 물결에 맞춰 장단을 맞추니 에기에 올라타게 될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상상해 봅니다.

 

 

그러던 중 제게 첫 입질이 닿았는데 다름 아닌 주꾸미네요. 햐~ 이건 손맛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

처음 해보는 낚시라 상당히 어색한데 특히, 입질을 간파해 내는 일이 제가 지금껏 즐겨온 갯바위 낚시와는 달라도 한참 달라서 온갖

촉각을 손의 감각과 초릿대 끝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무게 100g이 될까 말까 한 주꾸미가 15호 추와 함께 에기에 올라탔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무게감. 그 미묘한 차이를 빨리 간파해 강한 챔질로 마수걸이해야 하는 그런 순발력이 필요했습니다.

 

 

쿨러에 떨어진 녀석은 에기를 질질 끌고선 도망가기 바쁩니다.

처음에는 이 녀석을 바늘에서 어떻게 떼야 할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냥 에기를 잡고 비틀면 자동으로 떨어지는군요.

 

 

이어서 고수로 보이는 옆 손님이 갑오징어를 낚아 올립니다. 이 장면도 제게는 무척 낯선데 줄곧 마트나 시장에서 철사줄에 꿰어 팔던

볼품없는 형체만 보다가 이렇게 갓 낚인 갑오징어를 보니 손맛을 떠나 입맛부터 다지게 됩니다.

사실 갑오징어는 몇 마리 정도 잡아야 호조황인지 모르지만, 저는 일단 처음 하는 것이니 스무 마리만 잡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너무 과분한 목표는 아니겠죠? 원래 그 정도는 쉽게 잡아가잖아요. 아닌가? ^^;

 

 

뱃머리에 선 두 사람은 쭈갑 낚시를 자주 다니나 봅니다.

낚싯대, 릴, 테클박스까지 어느 것 하나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게 없을 정도.

특히, 낚싯대는 2m도 채 않되는 매우 짧은 대로 허리는 강한 데 비해 초릿대만 부드러워 갑오징어 낚시에 특화된 제품으로 보입니다.

허리는 강하니 짧은 챔질에도 힘이 강력하게 전달될 것이고 초릿대는 연질이라 입질 파악이 쉽고 그래서 이런 전용 장비를 쓰면

아무래도 남보다 더 많은 조과를 올릴 수밖에 없겠지요. 물론, 개인의 감각이 중요한 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확실히 탐이 날 만한 장비지만, 역시 고민되는 건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쭈갑 낚시를 위해 투자해야 하느냐는 것.

 

 

홍원항 넓은여

 

입질이 영 신통치 않자, 배는 기수를 틀어 홍원항 앞바다로 진출했습니다. 가을인데도 넓은여가 비어있군요.

다들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에 혈안이 돼 있다 보니 이쪽 서해권은 갯바위 낚시가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이어서 완전무장한 박범수 한조무역 대표님이 갑오징어를 낚아 올리며 신호탄을 쏘아 올립니다.

 

 

옆 사람은 씨알 좋은 주꾸미를 올리고 여기저기서 갑오징어가 올라오기 시작하지만, 웬일인지 제게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갑오징어의 먹이 습성이나 입질 패턴을 잘 모르니 애를 먹는가 봅니다.

이럴 땐 낚시를 잘하는 사람의 행동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입질이 왔을 때의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익히는 수밖에 없겠지요.

갑오징어의 입질 수심층은 바닥에서 30cm 이하로 추가 거의 바닥에서 닿을 듯 말 듯해야 합니다.

그 상태에서 갑오징어가 에기에 올라타는 느낌을 받으려면 줄의 텐션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차 바닥을 찍는 습관보다는 한번 확인한 수심층에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옆 사람에게는 연신 갑오징어가 올라와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인트 콘트롤이 필요한 낚시입니다.

다시 바닥을 찍고 살짝 들어 올린 상태에서 손의 감각을 초릿대 끝으로 모아 봅니다.

 

"툭툭"

 

이건 추가 바닥에 닿은 느낌이니 대를 살짝 올리는데 뭔가가 꾸욱하고 누르는 기분이 듭니다. 이건가? 싶어 챔질.

낚싯대가 둥그렇게 휘어지니 갯바위에서 쓰레기나 비닐, 해초 따위를 걸고 올리는 느낌이 나지만, 그 와중에도 꾹꾹 하는 손맛이

있기는 하더군요.

 

 

생애 처음으로 낚아 본 갑오징어

 

드디어 저도 한 마리 낚았습니다. 비록, 남들 서너 마리 낚을 때 겨우 한 마리 낚은 것이지만, 뒤늦게 배운 낚시가 무섭다고 이번에

낚은 감을 잘 기억해 마릿수 조과에 시동을 걸어봅니다. 그 결과.

 

 

순식간에 세 마리로 불었습니다. 1타 1피로 3연타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

 

 

남규 형님은 갑오징어 낚시를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초반에 몇 번 떨구다가 이제 시동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채비, 입질 파악,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몇 마리 낚으면서 감을 찾아갑니다.

그나저나 갑오징어를 흰 배 부분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으니 영 볼품없네요.

 

 

서천 화력발전소

 

전방에는 소싯적에 자주 낚시했던 화력발전소 방파제가 보입니다.

지금은 낚시인의 출입을 금지했지만, 저 바둑판 모양의 방파제에서 삼치며 감성돔이며 가끔 도다리까지 찌낚시에 걸리곤 했죠.

그리고 숲이 있는 저곳은 서천에서 유명한 동백정인데 그 아래 갯바위에는 발전소 배수구에서 연중 따듯한 물이 흘러나와 포인트를

형성하곤 합니다. 지금도 저곳에서 낚시하면 살감생이를 비롯해 학꽁치, 삼치, 숭어가 지천일 듯.

 

감성돔은 씨알이 잘아 25cm가 되지 않으면 낚시인들이 자발적으로 방생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저곳에서 낚시하는 일부 현지꾼은

손바닥 씨알의 살감시를 예닐곱 마리 잡아가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저곳에서 낚이는 감성돔은 원체 씨알이 잘아서 굳이 반찬감으로

쓰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준치 이하의 감성돔을 너무 많이 잡아가는 모습은 눈살이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력도

 

배는 기수를 틀어 이 근방에서는 연도와 함께 감성돔 1급 포인트인 오력도로 향했습니다.

사실 말이 1급이지 남해의 수많은 포인트와 함께 붙여놓으면 1급이라 할 수 없겠지요. 이는 서해 어자원의 한계이기도 하고요.

 

 

뭔가 마릿수가 터질 듯하면서도 터지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갑오징어 낚아 올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바닷속 상황이 바뀌었는지 소강상태입니다.

좀 전에 3연타로 낚아 올렸을 때의 자신감도 지금은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한창 입질할 때는 초보도 낚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입질이 없을 때 낱마리라도 낚아내는 사람이 진정 실력자인데 바로 제 옆에

선 두 사람이 그랬습니다. 물론, 갑오징어 낚시에 최적화된 로드를 사용한 것도 주효했을 것입니다.

 

제게도 톡톡 건드리는 입질이 오는데 챔질하면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녀석들이 촉수로 살짝 간만 보나 봅니다.

그런데 촉수로 건드리는 입질은 어지간해선 간파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낚싯대의 성능, 정확히 말하자면 초릿대의

부드러운 휨새가 약은 입질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 저처럼 무늬오징어 전용 로드의 뻣뻣한 초릿대로는 이런 저활성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낚시는 뭐든 전용 장비를 써야 함을 실감하게 합니다.

 

 

장판이던 바다에는 어느덧 강해진 바람으로 잔 파장이 일고 있었습니다.

선장은 지금이 간조니 잠시 후 초들물이 시작되면 다시 입질이 들어올 것이라며 희망을 줍니다. 

저는 처음 해보는 갑오징어 낚시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마릿수 욕심이 은근히 발동합니다.

그런데 이럴 때 시간은 왜 이리 빨리도 가는지 어영부영하다 시간은 벌써 10시인데 잡아 놓은 건 겨우 세 마리뿐이네요.

이래가지고선 당초 목표로 했던 스무 마리를 채울 수 있을지. 갑오징어도 무늬오징어처럼 횟감으로 가져가려면 신경을 절단해야 할까요?

그리고 회 맛은 어땠을까요? 생애 처음으로 경험해 본 서해 갑오징어 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서해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 문의

무창포 프로낚시(에이스호) : 041-93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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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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