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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갈치낚시(상), 빈손으로 갔다가 갈치 한 쿨러 가져오기

 

 

연달아 은갈치를 올리는 필자

 

오후 6시부터 시작된 갈치낚시가 자정을 넘기면서 활력이 붙고 있습니다. 초반에 미진했던 마릿수, 고등어의 등쌀에 시간만 낭비하다가 자정 전후로 다시 입질이 이어지고 있는데 미묘하지만, 미끼를 탐하는 느낌과 입질 수심층에서 저녁때와는 다른 패턴입니다. 처음 35m로 고정해서 낚시 중인데 입질이 뜸하자 수심층을 점점 깊게 내려봅니다.

 

40m까지 내려서 입질을 기다리는데 일곱 바늘 중 아래 바늘에서만 연달 물고 올라온 점을 참고해 이제부터는 45~50m까지 내려봅니다. 이렇게 수심층을 맞추면 조과가 좋아져야 하는데 낚시란 게 수학 공식처럼 착착 맞아떨어지는 않습니다. 물때와 기압, 수온, 먹잇감의 이동 경로에 따라 갈치 수심층이 수시로 변하고, 어떨 때는 아예 입을 닫아버리기도 해 활성이 둔화된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아내기란 어렵습니다. 

 

한동안 입질이 뜸하더니 초들물이 이어지면서 다시 한 번 갈치가 매달립니다. 1~2번 바늘에는 씨알 굵은 고등어가 올라와 난색했는데 세 번째 바늘부터 갈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갈치 씨알은 2~3지로 고만고만합니다. 솔직히 선상에서 잡는 씨알이라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통영과 고흥의 일부 포인트에서는 루어 채비로 2~3지 갈치가 마릿수로 잡히는데 18만원 주고 타는 선상낚시가 그것과 같아서야. 대부분 3~5지 정도의 갈치를 기대하고 왔을 텐데요. 이날은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다가 덜 안정되었습니다. 씨알이 잔 원인이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제주도 갈치 선단에서는 대략 그렇게 보는 듯합니다. 앞으로 한두 물때가 지나면, 갈치 씨알이 많이 굵어질 것으로 봅니다.

 

 

갈치를 갈무리하는 와중에 낚싯줄은 줄기차게 춤을 춥니다. 맨 아래 바늘에 매달린 고등어가 달아나려고 애씁니다. 너무 많이 잡혀주지만 않으면, 이 정도 씨알의 고등어는 훌륭한 밥반찬이 되겠지요. 개인적으로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풍부한 맛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국내산 고등어만이 갖는 생물의 부드러움과 연한 맛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비록, 지방 함유량과 오메가 3은 노르웨이산 대서양 고등어에 밀린다지만, 그거 조금 밀린다고 금등어가 은등어가 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고등어는 여전히 국민 생선이고, 서민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고마운 생선이니까요. (다만, 고등어가 저렴한 생선이라고 말하기에는 이제 어려울 듯하군요.)

 

사실 갈치꾼들이 가장 싫어하는 잡어가 고등어입니다. 그나마 이 계절에 대접받는 잡어는 대삼치 정도. 다른 어떤 낚시도 마찬가지지만, 원하는 대상어가 아니면 그것이 어떤 어종이든 모두 잡어일 뿐입니다. 여기서 잡히는 고등어는 시장 사이즈라 훌륭한 반찬이 되는데, 그것과 별개로 고등어가 한 채비에 세 마리 이상 매달리면 자신은 물론, 옆 사람 채비와도 꼬이는 주범이라 별로 달갑지는 않습니다. 

 

잡으면 곧바로 바닥에 내동댕이치거나 그대로 쿨러에 넣어둘 것이 아니라, 일단 목을 꺾어 놓으면 피가 빠지고 난동을 부리지 못합니다. 갈치낚시는 채비 투입이 우선이니 채비부터 내린 다음, 남는 시간에 고등어를 손질해 쿨러에 넣어두면 나중에 집으로 가져갔을 때 수고를 상당히 덜 수 있습니다. 저는 갈치도 좋지만, 씨알만 굵다면 고등어든 삼치든 뭐든 좋아합니다.

 

이걸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거든요. 다만, 같은 고등어라도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지는 망치고등어(배에 깨알 같은 점이 박힌 점고등어)는 안 잡히길 바랐는데 이날 잡힌 고등어와 망치고등어의 비율은 약 6 : 4로 제법 높습니다.

 

 

캐스팅 준비 중인 필자

 

단순히 기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부터 갈치의 입질 빈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에 꽁치 미끼를 썼다가 고등어만 물고 늘어지길래 풀치(어린 갈치)를 썰어 갈치 좀 잡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갈치 미끼를 꿰도 안무네요. 이번에는 좀 전에 잡은 고등어를 썰어(이왕이면 망치고등어로) 미끼로 써 봅니다. 이 고등어회를 내가 먹어야 하는데 ㅎㅎ

 

 

100호짜리 쇠추를 최대한 멀리 날려 봅니다.

 

 

 

촤르륵 하며 일곱 바늘이 쫙 펴지듯 날아가고, 이번에는 55m 수심층까지 내린 뒤 최대한 저속으로 기어를 조절해 40m까지 천천히 감아올리는 식으로 패턴을 바꿔봅니다. 이번에는 고등어 미끼로 패턴까지 바꿨으니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되는데.

 

 

제가 갈치낚시에서 유일하게 흥분이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장면입니다. 갯바위 낚시에 익숙한 터라 모름지기 낚시는 눈으로 보면서 하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갈치 낚시에서는 찌 보는 재미가 없으니 초릿대라도 봐야 하는데 계속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윗 사진처럼 초릿대가 방정을 떨지 않고 다소곳이 숙이면, 조금 과장을 덧붙여 온몸에 전율이 붙기도 합니다.

 

고등어가 물면 초릿대가 방정을 떨지만, 갈치가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초릿대는 익은 벼처럼 숙이며 급기야 수면에 닿기도 합니다. 좀 전에 한 마리가 더 매달렸는지 초릿대가 수면 가까이 숙여집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갈치 사체만 올라오니 이쯤에서 걷어 봅니다. 감은 속도는  70~80% 정도로 올리는데 워낙 수심이 깊어서 올리는 데만 몇 분이 걸리는 느낌입니다. 

 

 

결과는 일곱 개 바늘에 갈치 여섯에 삼치 한 마리. 이 정도면 대성공입니다. 계속 이렇게만 나와주면 하룻밤 100마리는 우스울 텐데. ㅎㅎ

 

 

옆에서 낚시 중인 상원아빠님은 제법 큰 씨알의 삼치를 낚았습니다.

 

 

제가 넘겨받아 찍어보는데 17-50 렌즈로는 셀카로 담을 방법이 없습니다. 65~70cm급은 되겠네요.

 

 

새벽이 깊어가면서 체력이 지칠 만도 한데, 누구 하나 쉬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담으로 이곳에 따라온 여성이 한 분 계셨는데 출항과 동시에 잠을 청하더니 입항할 때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잠만 자는 저력을 보이셨다는. (요즘 승선 인원 체크가 강화돼 선비를 안 내고 타기는 어려울 텐데)

 

또 다른 여담으로 상원아빠님 옆에 계신 분은 아예 사무장에게 낚싯대를 맡기고선 들어가 잠만 주무시더니 새벽 2~3시가 돼서야 낚싯대를 잡는 모습입니다. 쿨러에는 그동안 사무장께서 잡은 갈치가 제법 쌓였어요. 이쯤에서 궁금한 것은 자기 대신 낚시해 준 사무장에게 팁을 주는 것인지?

 

제 짧은 생각으론 갈치 낚시에 팁 문화가 없고, 또 그럴 여력도 없을 듯한데요. 사무장은 매우 바쁘고 부지런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손님 시중들고, 낚시 가르쳐주고, 엉킨 줄 풀어주고, 조과 사진도 찍다 보면 마냥 낚시만 하고 앉을 순 없는데 말이지요. 사무장의 시간을 뺏은 만큼 별도의 팁을 주는지. 혹은 그냥 서비스 차원에서 갈치를 잡아주는 것인지.

 

더 나아가 갈치낚시하러 와서 낚시는 안 하고 잠만 잘 거면, 무슨 재미로 온 것인지? 물론,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갈치는 무진장 잡아가고 싶은데 기량은 달리고, 체력도 안 되니 일단 와서 사무장에게 대충 맡기다가 잠도 자고 갈치도 얻어가고 하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승선비가 만만치 않은 금액이니 사무장으로서 그 정도 서비스는 가능할 것도 같고.

 

 

맨 앞에 선 분은 14단 채비로 갈치를 타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늘이 14개라 남들 2~3마리 걷을 때 6~7마리씩 올리는 게 가능하겠죠. 길이만 30m에 이르는 14단 채비를 잘 컨트롤 한다면 말입니다.

 

 

이번에는 4지에 가까운 갈치를 잡은 상원아빠님, 슬슬 물이 올랐다

 

좀 전에 갈치 여섯 마리 잡고 좋아했는데, 지금 저는 풀이 죽었습니다. 고등어 미끼가 초반에 좀 먹히는가 싶더니 이후로는 어쩐 일인지 빈바늘만 연달아 올라옵니다. 그 흔한 고등어도 지금은 많이 빠진 듯하고. 불안한 기분에 사무장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전체적으로 입질이 뜸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입질이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상원아빠님이 4지에 가까운 갈치를 낚아 올립니다. 바로 이런 걸 잡아서 쿨러에 쌓아두고 싶은 거겠죠. ^^

 

 

저는 3지급 갈치 세 마리로 체면을 겨우 세웁니다. 마리당 만 원씩만 쳐도 3만원. 이런 식으로 쿨러에 차곡차곡 쌓이면 부자 된 기분이 드는 낚시. 목포 먹갈치도 아닌 제주 은갈치라 가능합니다. 가운데 녀석은 미안하네요. 바늘이 깊숙이 박히는 바람에 잡아 빼느라 그만.

 

 

갈치가 처음인 상원아빠님은 이제 완전히 감을 잡은 것 같고.

 

 

멀미에 고생하던 엘라 형님도 뒤늦게 시동을 걸어봅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 모양이냐고요. ㅠㅠ 지금 다섯 번째 채비 투입인데 갈치는 0마리. 대신 이 녀석 하나가 1kg짜리 쇠추를 들었다 놨다 해 당연히 삼치겠지 싶어 올렸는데 뜻밖에 고등어입니다. 씨알은 50cm 정도 나오겠네요. 이런 걸 회 떠서 먹어야 하는데 시간은 없고, 갈치는 채워야겠고, 회를 뜰 준비도 안 됐고, 지금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옆에선 저런 갈치 잡아서 살살 약 올리고.

 

 

삼치가 올라와도 갈치 낚시가 처음인 분들에게는 그저 반갑기만 하죠. ^^ 이번에는 씨알 좀 됩니다. 토막낸 삼치를 X자로 칼집 내 소금 대충 뿌려 구워 먹으면, 정말 끝내줄 겁니다.

 

 

아 고만 하시라고요.

 

 

우워~ 이건 정말(꿀꺽). 소금 쳐서 자반으로 만들면, 한 마리에 7~8천원은 족히 받아도 될 만한 씨알이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입항 시간이 다가옵니다. 갑자기 새벽 4시부터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 뭐랄까요? 이번 갈치낚시는 2%가 아니라 20% 정도 아쉽습니다. 엘라 형님이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숙취가 남은 상태에서 밤새 갈치낚시, 아니 조업하느라 고생이시죠.

 

 

이것은 상원아빠님의 조과

 

마릿수보다 평균 씨알이 준수합니다.

 

 

이것은 제 조과

 

결과는 상원아빠님 27마리(많이 잡은 줄 알았는데), 엘라 형님 30마리, 그리고 저는 딱 50마리. 물론, 갈치만입니다. 이날 갈치 씨알을 걸고 만원빵을 걸었는데 눈대중으로 보아도 상원아빠님이 조금 커 보였습니다. 하지만..

 

 

새벽 5시, 제주 도두항으로 입항

 

아침에 계측자를 찾아서 일일이 쟤보고 할 겨를이 없다는 핑계로 얼버무림. ^^; 그냥 다음에 밥이나 한번 사야겠습니다.

 

 

도두항 근처 식당에서 아침 식사와 사우나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짧지만 즐거웠던 무박 2일 갈치낚시. 씨알, 마릿수 모두 아쉬웠지만, 자연이 하는 일이니 별수 있나요. 기회 봐서 갈치 씨알이 굵어질 11월에 한 번 더 다녀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오전 12시. 딸내미에게 잡은 갈치와 삼치를 보여주니 너무 신기해합니다. 이제 24개월이 다 되어가는 딸내미는 횟집 수조에서 넙치와 참돔, 돌돔을 구분합니다. 얼마 전에는 점성어와 농어를 알려줬는데 여기까지는 아직 무리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 갈치는 모양부터 인상적이라 바로 외워버리더만요.

 

고등어와 삼치는 이미 현장에서 손질된 상태라 갈치만 손질하면 됩니다. 몸이 피곤하니 재빨리 손질해 이렇게 한 끼 분량으로 포장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마음은 이미 부자가 된 듯하군요. 당분간 우리 집 반찬 걱정은 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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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갈치낚시 문의

제주 은갈치선단(010-9121-7913),

홈페이지 : http://www.eg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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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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