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영의 한 섬마을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먹고 쓰러진 관광객이 육지로 긴급 후송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먹었던 걸까요? 해마다 '여름 해산물'을 먹고 탈이 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낚시와 해루질 인구가 늘고, 도서 지역으로의 여행과 체험 학습이 증가하면서 여름철 해산물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잘못 먹으면 큰코다치는 여름 해산물,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사진 1> 재래시장에서 팔고 있는 삶은 군소

 

1. 군소 → 내장과 알이 품은 독성에 주의

달팽이처럼 생겼다고 하여 '바다 달팽이'라 불리는 군소(Aplysia kurodai)는 주로 얕은 바다에서 해조류를 먹고 삽니다. 조수간만에 차가 드러나는 조간대에서 어렵지 않게 채취할 수 있어 섬마을 및 해안가 지방에서는 흔히 식용하는 해산물입니다. 주로 삶아서 먹는데 회로 먹기도 합니다. <사진 1>은 재래시장에서 팔고 있는 군소입니다. 이렇게 손질을 거쳐 삶은 것은 그냥 먹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아래의 군소를 드실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진 2> 살아있는 군소의 모습

 

<사진 3> 위급할 때 뿜군소의 먹물

 

<사진 2>와 <사진 3>은 삶기 전의 모습입니다. 군소는 산란기인 5~7월경 알과 내장보라색 먹물에 *독성을 품고 있습니다. 군소가 품고 있는 독성은 급성 두드러기 및 혈관부종, 간염을 유발하며 증상으로는 구토와 복통, 현기증, 황달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이 독성은 군소를 익혀도 사라지지 않으므로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군소를 드실 때는 알과 내장, 먹물을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 군소에는 '디아실헥사디실글리세롤'과 '아플리시아닌'이란 독성 물질을 품고 있습니다. 군소의 알과 내장을 먹고 발생한 환자의 증상은 구토와 복통의 위장관 증상이며 혈청 빌리루빈 상승을 동반한 급성간염 사례로 이어집니다. 이와는 별개로 무척추 해양동물의 'tropomyosin'에 의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보고서 참고)

 

 

갯바위에서 채취한 거북손

 

2. 거북손 → 다량 섭취하면 설사

생김새가 거북손을 닮아서 이름 붙여진 거북손. 최근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거북손의 맛과 효능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거북손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고루 분포하는 자루형 따개비류로 조개보다는 갑각류에 가까운 부착생물입니다. 주로 간조 시 드러나는 조간대 암반에 부착해 살며, 물속을 지나는 플랑크톤을 걸러 먹습니다.  

 

 

별미로 치는 거북손의 달콤한 속살

 

때문에 유독성 플랑크톤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거북손 일부에서 설사성 패류 독소를 함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당량 먹으면 문제되지 않으나 한꺼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면 경미한 배탈과 설사를 앓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해수온이 높은 가을에 거북손을 다량 섭취했다가 설사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

 

 

 

거북손은 주로 삶아서 속살만 까먹는데 된장국 등 국물 요리에 육수로 사용하기에도 좋은 식재료입니다. 맛은 조갯살과 게살을 합친 듯하며, 바닷물의 짭조름함과 단맛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3. 굴(석화) → 여름철 생굴은 식중독에 걸릴 위험 증가

한겨울 생굴을 먹다가 노로바이러스나 참굴큰입흡충에 감염된 사례를 종종 봅니다. 특이하게도 참굴큰입흡충은 전남 일대를 비롯해 신안군 해안에 자생하는 굴에서만 발견되는데 이는 이 기생충의 중간 매개체인 검은머리물떼새의 서식지이자 주 먹잇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위험성에서 자유로운 것이 바로 양식 굴. 그런데 양식한 굴이라도 여름 생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장염 비브리오를 비롯한 각종 식중독입니다. 균과 부패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생식은 금하고, 익혀 먹는다고 해도 이미 상한 것을 섭취할 확률도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산지에서 채취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싱싱한 굴이나 한겨울에 채취한 냉동 굴을 익혀 먹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연산 참담치

 

4. 자연산 홍합 → 마비성 패류 독소에 주의

패류 독소에는 크게 설사성 패류 독소와 마비성 패류 독소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심한 경우 최대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것이 마비성 패류 독소인데, 봄부터 여름 사이 산란하는 홍합에 주로 발생합니다. '삭시토신(saxitoxin)'은 유독성 플랑크톤을 먹으면서 축적되지만, 시기적으로는 홍합의 산란철과 맞물리는 3~7월 사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경보가 내려지면 그 일대 자연산 홍합은 채취를 금하는 것이 좋으며, 양식 홍합에서도 가끔 발견되기 때문에 이 경우 유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양식 홍합(진주담치)은 안심하고 먹어도 되며, 5~7월을 전후로 한 자연산 홍합에는 패류 독소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매우 산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제공하는 패류독 속보와 어플을 참고하고, 평소 자연산 홍합을 채취해 식용으로 즐기는 어민들의 오랜 경험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진 4> 가리비 내장에 있는 중장선

 

<사진 5> 전복 내장에 있는 중장선(참고로 녹색 내장은 암치, 황색 내장은 수치)

 

<사진 6> 서해 및 서남해에서 식용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참소라(표준명 피뿔고둥)

 

5. 자연산 가리비와 전복, 참소라 → 중장선 과다 섭취에 주의

패류의 중장선은 간과 췌장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즉, 먹잇감의 영양분을 저장하고 소화액을 분비하기 때문에 야생에서 자생하는 해조류로부터 일부 독성 물질과 중금속을 축적하기도 합니다. 특히, 자연산 전복과 참소라의 중장선에는 광감작을 일으키는 '피로페오포르바이드A(pyropheophorbide a)' 라는 독성 물질을 축적합니다.

 

이를 과다 섭취하면 복통과 현기증이 올 수 있으며, 여름철 야외활동 시 햇볕에 노출된 피부가 빨갛게 변색되고 가려우며, 불에 타거나 쑤시는 통증이 수반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름에 자연산 가리비와 전복, 참소라를 드실 때는 사진에 표시한 중장선을 제거하는 것이 좋으며, 익혀 먹더라도 과다 섭취는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 우리가 먹는 가리비와 전복은 대부분 양식으로 안전합니다. 또한, 참소라의 중장선은 주로 소라 똥이라 불리는 내장에 있는데 특히, 녹색 내장만큼은 과다 섭취를 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이러한 독성 물질은 대부분 야생의 먹잇감으로부터 축적하므로 양식보다는 자연산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행락객이 늘고 해루질 및 자연산 채취가 빈번한 여름에는 이러한 해산물을 섭취할 때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6. 붕장어의 피 → 단백질성 독성에 조심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를 많이 먹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장어는 민물장어인 '뱀장어'와 바닷장어인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 '먹장어(곰장어)'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뱀장어와 붕장어의 혈액에는 단백질성 독성인 '이크티오톡신(ichthyohemotoxin)'이 들어있습니다. 이 독성은 단백질성이므로 굽거나 익혀 먹으면 사멸됩니다. 

 

문제는 회로 먹을 때입니다. 특히, 여름 제철 생선으로 알려진 붕장어를 낚시로 잡아 회로 먹을 때 피를 말끔히 제거하지 않으면 구토와 설사,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뱀장어를 회로 먹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발병 사례가 흔하지는 않지만, 붕장어를 회로 드실 때는 살아있을 때 핏기를 말끔히 제거해서 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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