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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쓸데 있는 어류 이야기, 여덟 번째는 조금 괴이하게 보일 수 있는 현상에 관해 다룹니다.
선상낚시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
사진은 선상 우럭낚시 현장입니다. 몸길이 40cm를 훌쩍 넘기는 우럭이 올라와 짜릿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시중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씨알 굵은 자연산 우럭. 척 봐도 먹음직스러운 우럭을 잡아내는 일은 아마도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의 공통된 소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럭의 모습이 조금 이상합니다. 갓 잡은 우럭은 파닥거리지 않았고, 죽은 송장처럼 가만히 있는데요. 입 밖으로 무언가 붉은 물체가 튀어나와 있습니다. 혹시 우럭의 혀일까요?
우럭의 입 밖으로 불그스름한 무언가가 튀어나와 있다
낚시하시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우럭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수압차를 이기지 못해 팽창한 '그 무엇' 입니다. 이 때문에 낚시로 잡힌 물고기는 마치 '메롱'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물고기의 이런 모습에 우리는 웃고 넘기지만, 물고기 입장에서는 웃을 수 없는 매우 긴박한 상황일 것입니다.
경골어류 즉, 뼈가 단단한 어류에는 '부레'라 불리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부레는 어종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부레 속 기체량을 조절해 몸을 떠오르게 하거나 가라앉힐 수 있으며, 몸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민어 부레는 공기 마찰을 이용해 '꾹꾹' 소리를 내게 하며, 더 나아가 민어가 죽으면 우리에게 맛있는 별미로 그 역할을 다합니다.
우럭처럼 깊은 바닥에 서식하는 어류는 일정한 깊이에 머물도록 소뇌가 판단해 부레를 조절합니다. 우리는 이런 우럭을 낚시로 잡아 급히 릴링하게 됩니다.
수심 40~50m권에서 잡힌 쏨뱅이, 수압차에 부레가 부풀어 몸이 뒤집힌 채로 있다(이 경우 오래 살지 못한다.)
전동릴을 이용해 수심 50m권 이상에서 잡은 우럭을 수면으로 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30초에서 1분 남짓. 그 짧은 시간에 높은 수압에서 낮은 수압으로 이동하니 엄청난 수압차가 발생하게 되고, 수압차를 견디지 못한 부레는 부풀 대로 부풀어 올라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결국, 수면 위로 올라온 우럭은 바닷물에 넣어도 뒤집히며,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가사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럭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수압차에 부푼 부레일까요? 실제로는..
"부레가 아닌 우럭의 위장입니다.'
극심한 수압차에 위장이 튀어나온 모습
부레는 몸을 띄우거나 가라앉히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 외에도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질소를 기체 형태로 보관합니다. 이 기체를 이용해 부력을 조절하는데 우럭의 부레는 소화관으로 연결되어 있어 부레가 부풀면 수압차를 이기지 못한 위장도 덩달아 팽창하게 됩니다. 그 결과를 위 사진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입 밖으로 튀어나온 위장에 붙은 기생충도 보았습니다. 사진 촬영 중 위벽에 붙어 꾸물거리는 뭔가가 보이곤 하는데 주로 대형 우럭에 종종 나타납니다.
어쨌든 이러한 '메롱' 현상을 방지하려면 릴링을 매우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인데요. 낚시하기도 바쁘거니와 삐삐 소리 나면 채비를 일제히 걷어야 하는 선상낚시 특성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어차피 쿨러로 들어가게 될 운명이라면 피만 빼고(횟감용으로 쓸 거면 내장도 제거하고) 보관합니다.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르면 23cm 이하의 어린 우럭은 방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장이 튀어나온 우럭을 방생할 때는 날카로운 바늘로 항문이나 옆 지느러미 뒤쪽을 찔러 부레에 공기를 빼기보다 그냥 놔주는 편이 좋습니다. 항문 주변이나 옆구리에 상처를 내어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놔주더라도 그 우럭은 오래 살지 못할 확률이 있습니다. 부레가 부푼 우럭을 그대로 놔주면 스스로 부레를 조절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물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렇듯 감압을 하지 못한 우럭은 위장이 튀어나오고, 수심에 따라 눈알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인간의 눈에는 '메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현상이었던 것. 오늘의 알쓸신잡 어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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