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연어회

 

여기 제 앞에 먹음직스러운 연어회가 놓여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하는 생선회의 오해 한 가지!

 

"연어와 송어는 붉은살생선일까?"

 

아시다시피 연어와 송어는 주황빛 살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참치, 고등어와 같은 붉은살생선으로 생각하고, 심지어 수산물 종사자나 외식 업계에 몸담은 분들마저도 연어와 송어가 붉은살생선이라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연어와 송어는 붉은살생선이 아닌 흰살생선입니다. 

 

아니 연어와 송어가 흰살생선이라고요? 어떻게 가능한 이야기죠? 오해의 발단은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단순히 살코기 색으로 이분법 하면서 시작됩니다. 실제로는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나누는 기준이 살코기 색이 아닌 다른 기준에 있다는 것. 그 기준은 바로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는 적색 근육 색소의 함량입니다.

 

 

네 종류의 등푸른생선 1) 고등어, 2) 참다랑어, 3) 방어, 4) 꽁치

 

고등어, 참치, 방어 같은 등푸른생선은 상당히 먼 거리를 회유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운동량이 많습니다. 심지어 등푸른생선 중에는 부레가 없는 종도 있어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헤엄을 멈추지 못하기도 합니다. 

 

 

빨간 속살을 가진 참치회, 대표적인 붉은살생선회다

 

 

황새치와 방어도 보기와는 달리 미오글로빈 함량이 많아서 붉은살생선에 속한다

 

비단, 고등어나 참치뿐 아니라 황새치와 방어도 운동량이 많기로 유명한 어류지요. 이렇게 운동량이 많은 등푸른생선은 산소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체내에는 다량의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 시토크롬(cytochrome) 같은 근육 색소가 많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등푸른생선은 대부분 적색육을 갖게 되죠.

 

어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육고기도 핑크빛이 도는 돼지고기와 붉은색이 강한 소고기 모두 미오글로빈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흰살생선이지만, 빨간 혈합육을 가진 민어

 

비록, 미오글로빈 함량에서는 등푸른생선에 못 미치지만, 계절 회유로 인해 비교적 먼 거리를 헤엄쳐야 하는 민어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흰살생선에 속하지만, 혈합육(껍질과 살 사이에 분포한 적색육)에는 근육세포의 일종인 '시토크롬(cytochrome)'이 많이 들어서 일부가 붉게 보입니다.

 

반면, 광어와 우럭은 주로 한곳에 정착해 살고, 한정된 거리만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붉은살생선보다 운동량이 적겠지요. 그 결과 흰살생선은 체내 미오글로빈 함유량이 적음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밝고 하얗게 보입니다.  

 

 

연어의 적색육은 적색 세포에 의해서가 아닌 아스타잔틴에 의한 것이다

 

연어와 송어는 어떨까요? 이 녀석들도 분명 먼 거리를 회유하지만, 부레가 있어서 일정 기간 동안 한곳에 정착해서 삽니다. 다시 말하자면, 참치나 방어만큼 헤엄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만큼 산소량이 필요치 않으니 이로 인한 미오글로빈도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연어와 송어의 적색 육은 무엇에 의한 걸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주황빛인데 이는 전적으로 '카로테노이드(carotenoid)'에 의한 것입니다. 카로테노이드계 색소로는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 대표적인데 연어의 주 먹잇감인 새우에 많이 들어있죠.

 

연어는 어릴 때부터 새우 같은 갑각류를 먹으면서 성장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색소 성분이 체내에 축적된 결과라고 볼 수 있겠죠? 다만, 양식과 자연산에 따라 빛깔이 판이합니다. 자연산 홍연어를 떠올리면 육이 굉장히 빨갛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야생에서 천연의 먹잇감(새우)을 먹고 자란 결과입니다.

 

반면에 사료를 먹고 자란 양식 연어는 광어, 우럭과 비슷한 흰색육을 가집니다. 그래서 칠레나 노르웨이에서는 연어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사료에 합성 착색제를 섞어 먹입니다. 살코기에 인위적으로 주황빛이 돌게 하는 거죠.  

 

위 사진은 우리가 흔히 먹는 노르웨이산 생연어입니다. 언뜻 보면 붉은살생선 뺨칠 만큼 먹음직스러운 빛깔이 돌지만, 이 역시 합성 아스타잔틴에 의해 기획된 육색입니다. 합성 아스타잔틴이 인체에 해로운지 아닌지는 의견이 분분하며, 여전히 풀리지 않은 논쟁 중 하나입니다. (관련 글 : 슈퍼푸드 연어의 새빨간 이야기, 선홍색 살코기는 기획된 것)

 

 

크릴을 먹지 않는 황새치와 크릴만을 주식으로 하는 황새치의 속살 비교

 

새우나 크릴에 든 아스타잔틴이 육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참치 집에서 자주 먹는 황새치인데요. 황새치뱃살(메카도로)는 인기 있는 부위죠.

 

원래 황새치는 작은 물고기를 사냥합니다. 그러나 일부 해역에 서식하는 황새치는 남극 크릴을 주로 먹기 때문에 같은 황새치라도 주황빛이 돕니다. 앞서 알아본 연어와 같은 사례죠. 이렇듯 같은 어종이라도 새우나 크릴을 먹이로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 

 

 

광어와 도미로 구성된 흰살생선회

 

붉은살생선과 흰살생선의 차이는 단지 눈에 보이는 빛깔 외에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붉은살생선과 흰살생선의 근육 색소 함유량은 각각 100g당 150mg과 10mg의 차이를 보입니다.

 

미오글로빈이 많이 든 붉은살생선은 맛이 진하면서 부드럽고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었죠. 우리 몸에 이로운 오메가-3 등 불포화지방산만 해도 흰살생선보다 몇 배 더 많이 들었습니다. 열을 가하면 근육이 굳어지면서 조금 단단해지는 특징이 있고요(토치로 구운 참치회 겉면과 속살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반면에 흰살생선은 죽고 난 직후 살이 수축하면서 단단해지는 정도가 붉은살생선보다 크기 때문에 씹을 때 쫄깃한 탄력을 느낄 수 있으며, 열을 가하면 다소 연해지고 퍼석거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몇 가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붉은살생선은 운동량이 많아 미오글로빈 함량이 많다.

2) 흰살생선은 운동량이 적어 미오글로빈 함량이 적다.

3) 연어와 송어의 적색육은 미오글로빈이 아닌 갑각류의 아스타잔틴에 의해서다.

4) 이렇듯 생선 살코기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빛깔이 결정된다.

5) 흰살생선은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붉은살생선은 부드럽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이제 이 글의 결론을 맺을까 합니다.

 

"양식 연어는 적당히 먹고, 흰살생선 붉은살생선은 가리지 말고 맛있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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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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