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섭지코지 낚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강태공 아내


    지난주 파도에 맞써 싸웠던 제 아내의 모습, 기억하세요?
    제주도 낚시 3부는 거기서 몇 시간 거꾸로 돌린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시간은 오후 4시.
    원래는 중문의 도보권 포인트를 가려고 했지만 픽업이 이뤄지는 시간엔 일행과 함께 성산포 근처를 다녀와야
    해서 할 수 없이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가이드와 접견했어요.
    전날 비를 맞아가며 낚시한 탓에 가이드께선 마스크를 쓰고 오셨고 기침까지 하는 모습까지 보이십니다. ㅠㅠ
    반면 우리부부는 여전히 기운이 있었고 파도밭에서의 험한 낚시가 될지도 모르지만 전의를 불태워 봅니다.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섭지코지 서쪽 갯바위 포인트로 가는 길

    오늘 낚시를 하게 될 포인트는 섭지코지 인근 갯바위로 두어 군데를 염두해 두고 왔는데요.
    처음 맘 먹었던 포인트는 너울성 파도가 덮치고 있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예비로 생각해 둔 포인트로 가기 위해 좀 더 이동합니다.
    가는 길은 그렇게 험하진 않았어요. 중간에 손을 짚고 내려가야 하는 구간을 제외하곤 관광객들도 무난히 걸어갈 수 있는 곳.



    현장에 도착하니 현지꾼으로 보이는 분께서 한창 열낚중이다.

    섭지코지 등대가 보이는 서쪽 갯바위 포인트.

    이 날 해상날씨는 엉망이지만 멀리 섭지코지 등대 앞은 평일임에도 바다를 구경하고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있습니다.
    대부분 이쪽을 향해 후레쉬를 터트리는 등 많은 분들이 풍경사진을 찍고 있었기에 여기서 낚시했던 우리부부는 이 날 수백장에 달하는 풍경사진의
    모델이 되었을 거예요. ^^;


    오늘의 기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이 날 기상은 낚시하기에 그닥 좋지 않았습니다. 가이드께서 말씀하시길..

    "입질의 추억님은 동풍을 몰고 오시나봐요. 지난번도 그렇고 어떻게 입질님만 오시면 풍향이 동풍으로 바뀌는지 ^^"

    그동안 꾸준히 불어줬던 북서풍이 어제부터 몰고온 저기압과 함께 북동풍으로 바뀌면서 섭지코지에서의 낚시는 맞바람을 각오해야 할 상황.
    풍속은 9~13m/s에 파고 1~1.5m로 예보되어 있으니 사실 기상도 기상이지만 지금이 영등철인데다 최근 제주도 수온도 많이 떨어져 계속된 몰황이라고
    합니다. 우리라고 이러한 상황을 뒤집어 내기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입질의 추억님. 이번 제주도 낚시는 그냥 마음 비우고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낚시만을 목적으로 온 것도 아니여서 애초에 기대를 접었지요."

    그러나 막상 낚시를 시작하면 과연 그렇게 될까? ^^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마음 한쪽 구석에서 스믈스믈 피어오르니 이는 어쩔 수 없나봐요.


    채비를 준비하는 동안 뜰채를 조립하는 어복부인

    포인트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 자리가 여름과 가을이면 현지꾼들이 빼먹는 벵에돔 밭이라고 해요.
    원래 낚시자리는 아래로 내려가서 해야 하지만 보다시피 너울이 있어 멀찌감치 떨어진 갯바위에서 20m가량 중거리 투척을 해야 합니다.
    한 두번 던져보니 채비 거둘 때 갯바위 뿌리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채비를 흘릴때에도 대를 들어 원줄이 걸리지 않게 관리를 잘 해줘야 하는 등
    여러가지로 신경을 써가면서 해야 할 상황이예요.
    오늘의 채비는 파도가 있지만 수심은 낮은 여밭이여서 B찌 정도로 시작해 봅니다. 어복부인은 자중이 있는 제로찌로 공략.
    이제부터 우리부부가 낚시하는 장면을 올려보는데 이 중 베스트 샷을 골라봤어요. ^^*




    낚시중인 입질의 추억 부부,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현재 포인트 상황과 공략지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던지면 물고 늘어지는 전갱이(각재기)들

    포인트 좋고 파도까지 쳐주니 잘만하면 씨알 좋은  벵에돔이 한 두마리 물어 줄 분위기인듯 한데..
    이곳도 전갱이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던지는 족족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벵에돔 낚시가 참으로 어려워 집니다. ㅠㅠ
    파도야 저 밑에서 치고 있으니 상관없고 바람은 생각보다 맞을만하고(겨울이지만 제주도 바람은 따신 편이네요.^^)
    기온도 이 정도면 해 볼 만합니다. 게다가 물때도 사리인데다 곧있으면 간조에서 초들물로 들어서기에 은근슬쩍 기대감이 있는데..
    계속해서 올라오는 크레이지 전갱이들 때문에 슬슬 지쳐가요.

    "좀 있음 물돌이가 시작되니 초들물 받치기 전에 얼른 포인트를 옮깁시다."

    결국 우리는 원래 계획했던 중문쪽으로 포인트를 옮기기로 합니다. 가이드와 아내는 이미 낚시대를 접은 상태.



    "저.. 딱 한번만 던지구요. 낚시대 접을께요."
    "예~ 아직 시간 많으니깐요. 10분 이따가 철수합시다."

    아쉽다. 왠지 나올거 같은 분위긴데....
    어쨌든 두 세번만 던져보고 그래도 전갱이만 올라오면 접을 생각으로 낚시하는데 어라..이번엔 제법 힘을 쓴다?



    "엥? 그냥 벵에돔도 아니고 긴꼬리 벵에돔이 ^^"

    비록 방생 사이즈지만 꽤나 앙칼진 손맛을 선사해 준 긴꼬리 벵에돔. 드뎌 입질이 시작된걸까? 
    낚시대를 접고 정리하던 가이드와 아내는 어이 없다는 표정입니다. 다시 접었던 낚시대를 도로 피기 시작 ㅋㅋㅋ

    "이왕 이렇게 된거 해질때까지 끝까지 해봅시다."


    그런데 나 때문에 캐스팅하기가 걸리적 거린다며 홀로 먼발치 떨어져서 낚시하는 아내.
    멀리 너울이 치고는 있지만 아내의 낚시자리는 높은 편이고 또 멀찌감치 갯바위가 1차로 막아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겠다 싶어 내버려 뒀습니다.


    하지만 한번씩 들이닥치는 너울은 아내의 자리를 위협하는데..
    그러한 장면들을 기가 막히게 담아보려는 가이드님. ^^
    그동안 제주도에서 숱하게 낚시하며 촬영까지 겸비하다 보니 낚시와 관련된 사진쪽으론 도가 트신듯 합니다.
    가이드께선 절대 아니라며 겸손해 하지만 제가 봤을땐 갯바위 낚시 촬영쪽으론 어지간한 기자보다도 한수위라고 생각하거든요. ㅎㅎ
    지금부터 파도를 낚는 아내의 용감한 모습,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보여드릴께요.




    "바로 이 장면!"

    여기서 많은 분들이 "위험하지 않나" 우려섞인 댓글들을 달아주신거 같아요. 이것 말고도 파도가 아내의 발목을 덮치는 장면도 있었구요.
    그래서 아내의 신발은 양말까지 젖은 찍찍이가 된 상태. 이제는 더 이상 젖을 것도 없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아내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파도가 들이닥쳤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아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
    .
    .
    .
    .

    실은 공간감을 이용한 일종의 페이크 였습니다. ^^;
    아내가 선 자리는 무사합니다. 그러니 걱정들 붙들어 매셔요. ㅎㅎ
    하지만 초들물이 받치면서 너울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






    "그녀는 용감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이상 안되겠다. 얼른 나온나!!!"

    어쩌다 한번씩 쳤던 파도에 옷 젖고 신발도 젖었지만 이제는 급격하게 상황이 변했습니다.
    어쩌다 들어오는 파도가 지금은 수시로 몰아치면서 자리를 위협, 아내도 위험을 직감했는지 미련을 버리고 자리를 옮깁니다.


    정체불명의 어신을 받고 파이팅 중인 어복부인

    어느덧 시간은 해가 떨어지는 오후 6시.
    옆에서 낚시하던 현지꾼은 빈손으로 철수한지 오랩니다. 이번 제주도 낚시는 이렇게 끝나버리는가..
    이제는 미련없이 낚시대를 접어야 할 시간. 그런데 그 많던 전갱이들이 빠졌는지 찌가 한동안 떠 있네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찌. 아내의 어신입니다.
    낚시대를 세운 아내가 소리칩니다! 

    "아니~이게 뭐야?"

    가이드님과 저는 아내가 낚은 '그것'을 확인하자 웃음을 터트립니다.
    철수직전 마지막으로 받은 어신의 주인공에 황당해하자 웃지만 말고 빨리 도와달라는 아내.

    "정말 이해할 수 없네. 이런걸 잘도 낚다니. ㅋㅋㅋ"

    제주도 낚시 마지막편, 다음회로 이어집니다. ^^;;;


    현장 분위기 감상하세요. ^^ (중간에 말 실수가 있는데 양해 부탁드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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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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