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던 아내, 물속에서 새를 낚다니 믿기지 않아(바다쇠오리)


    낚시를 하다보면 별의 별 에피소드가 생기지만 이번만큼 황당한 일도 흔치 않겠단 생각입니다.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낚시를 하던 우리부부는 강한 바람과 너울파도에 고전하며 전갱이(각재기)
    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는데요, 철수직전 전갱이 무리들이 흩어졌는지 꽤 오랫동안 찌가 떠
    있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입질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벵에돔이라고 생각하고 릴링하는데..





    파도밭에서 낚시하는 아내

    이렇게 순간적으로 찍힌 샷을 보니 정말 와일드한 낚시를 했구나 싶습니다. ^^; 
    이 날 함께 동행해 주셨던 가이드님의 말을 빌리자면..

    "경험지 +50을 획득, 축하합니다!!! 제주낚시 레벨 Lv.7을 달성하셨습니다."


    이후 안전한 곳으로 올라와서 낚시하던 어복부인은 철수직전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를 걸고 파이팅하는데


    어찌할줄 모르며 당황한 아내.

    "왜그래?"
    "새가 걸렸어. 도와줘 ㅠㅠ"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쓰는 새. 자세히 보니 갈매기가 아닙니다.
    녀석의 정체는 물속으로 잠수해 물고기를 사냥하는 바다쇠오리였어요.
    지난번엔 갈매기를 걸더니 이번엔 물속에서 새를 걸어버리는 아내.


    어쨌든 바늘을 빼주려면 이 녀석을 낚아야.. 아니 잡아야 하는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녀석을 잡으려면 강제로 끌어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괴로운 소리를 질러대는 새. 잠시 하늘을 날더니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강제로 끌어 올려야 하는 아내의 표정은 어둡기만 합니다. 






    아내의 손에 잡히기 직전 또 한번의 날개짓으로 날아가려고 하는 새.
    다행히 가이드님이 옆에 계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사람의 손에 잡히자 공포에 질렸는지 계속해서 꾸에엑~꾸에엑~하며 울부짖는 새. 
    고의가 아니였지만 자기 땜에 새에게 고통을 준 것 같아 흐느끼며 자책하는 아내.

    "괜찮아~괜찮아~일부러 낚은게 아니잖아"


    비교적 희귀조류에 속하는 바다쇠오리

    바다쇠오리는 보호대상에 있는 희귀조류입니다.
    오리라곤 하나 오리목이 아닌 "도요목"에 속하는 바다쇠오리는 주로 오염되지 않은 해안가 지방이나 섬에 서식하는데 깊은 수심까지 잠수하며 물고기를
    사냥, 작은 새우, 물고기등을 먹이로 삼습니다. 이 보다 큰 "큰바다쇠오리"도 있엇지만 1840년도에 남획으로 인해 멸종되었다고 해요.
    바다쇠오리는 한반도의 섬에선 종종 관찰되지만 육지 사람들에겐 쉽사리 관찰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낚시를 하다보니 이 녀석들을 종종 보는데 사실 낚시꾼들에게 있어서 바다쇠오리는 물고기를 쫒아내는 방해꾼이라 그리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훠이~훠이~" 소리를 내며 쫒아보려고 해도 밑밥을 주워먹거나 밑밥에 모여든 고기를 사냥하느라 좀 처럼 벗어나지 않거든요.
    제주도에선 '물닭'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따금씩 낚시로 잡히면 그 자리서 깃털을 뽑아 백숙을 해먹는다는 현지인의 얘기도 있어요. 헐~ ㅎㅎ



    어쨌든 최대한 조심해서 바늘을 제거해야 하는데 꼿힌 부위를 보니 엉뚱하게도 날개입니다.
    이는 물속에서 미끼를 먹으려고 접근했다가 채비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재수없게 걸린것으로 보여집니다.
    공포에 질린 새에게 손을 갖다대자 부리로 쪼으며 사납게 굽니다. 어쩔 수 없이 수건으로 눈을 가려서 잠시 동안이나마 못 움직이게 한 후 처리합니다.


    펭귄의 먼 친척뻘이라는 바다쇠오리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날개부분에 난 상처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ㅠㅠ
    최대한 다치지 않게 처리하고 돌려보냈습니다.
    뜻하지 않게 새를 낚아 기분이 엉망이 된 어복부인.(고기는 잘도 낚으면서 -_-;)


    다시 바다로 되돌아간 바다쇠오리

    서귀포의 어느 횟집에서 벵에돔 1Kg를 주문

    원래는 이 날 같이 온 일행들에게 벵에돔 회맛을 보여주려 했지만 결국은 꽝치는 바람에 그냥 사먹기로 했어요. ㅠㅠ


    우리의 벵에돔 낚시를 방해한 전갱이들의 최후, 횟집 주방에서

    그나마 작은 전갱이들을 몇 마리 챙겨서 튀겨먹었습니다. 이 날의 유일한 조과인 긴꼬리 벵에돔과 함께 ^^


    전갱이(각재기) 튀김.

    이 날 유일하게 잡았던 긴꼬리 벵에돔(겨우 방생사이즈를 면한듯한) 요것도 회를 쳐서 내어왔습니다.^^;



    돈 주고 사먹은 벵에돔 회ㅠㅠ

    이렇게 해서 제주도 낚시는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날씨도 안받쳐줬고 시기상으로도 가장 힘들때여서 첨부터 기대는 안했지만 막상 이런식으로 낚시를
    끝마치고 나니 다소 허무함이 밀려옵니다.

    그나저나 제 아내 어복부인은 어쩌다 고기는 못낚고 새를 전문으로 낚게 됐는지. 솔직히 새를 낚을 확률이 벵에돔 보단 훨~신 낮을텐데 ㅋㅋ
    6개월 전의 일입니다만, 아내가 울릉도에서 갈매기를 낚은 적이 있었어요. (관련글 : 아내 새를 낚다.)
    그때는 수면에 있던 갈매기가 아내의 미끼를 낚아채려다 걸렸는데 놀랍게도 이번에 걸린 바다쇠오리는 물속에서 새를 낚은 셈.
    불과 6개월 사이(출조 횟수도 많지 않은데)에 새를 두 마리나 낚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
    낚시하다 고기는 못잡고 새만 낚으니 한마디로 새 됐어요. ㅠㅠ
    늘 어복이 충만하다며 자신만만해 하던 어복부인은 이후 조복(鳥福)부인으로 별명이 바뀌었다는 슬픈 전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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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 이틀간 저희부부의 낚시를 도와주셨던 '제주도 바다낚시 이야기'의 김도환 사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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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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