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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간만에 요리를 해봤어요. 요리라 하기엔 넘 간단하지만 나름 쭈꾸미를 야들야들하게 만드는 법이
랄까요. 대게 이런 두족류(오징어, 문어, 주꾸미)들은 잘못 조리하면 질겨지기 쉽잖아요.
봄 주꾸미로 볶음을 시도해봤습니다.
봄을 알리는 미각의 전령사를 꼽는다면 도다리, 암꽃게, 그리고 주꾸미를 들 수 있겠지요.
요즘 수산시장, 마트할꺼 없이 제철맞은 쭈꾸미가 선보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참 희한한건 말이죠. 마트가면 베트남산 냉동 주꾸미가 많이 들어와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디 제철이라고 한다면 해당 수역에서 산란기를 맞아 알도 차기 시작하면서 맛도 좋은 수확물들이 경매를 거쳐 산지에서
직송된 것을 우리는 '제철을 맞아 물오른'이란 표현을 써가면서 사먹는데 그런 것과는 그닥 관계없는 베트남산 주꾸미가 봄이 오면 귀신같이 수산물 한켠에
진열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꽝꽝 얼린 냉동 주꾸미가 하늘을 날아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긴 여정을 갖게 될텐데요.
문제는 이 녀석들이 봄 쭈구미라는 이름하에 팔리면서 정말 봄에 잡힌 녀석들이 맞는지, 아니면 몇 달 전쯤 베트남 해역에서 잡힌 물량을 급속냉동시켰다가
봄이 되서야 물량을 푸는건지가 참 궁금하더군요. ^^
서론이 너무 길었구요. 여기선 쭈꾸미 볶음 만드는 법에 대해 알아볼께요.
우선 주꾸미를 씻어주세요. 보통은 다리의 흡착판에 붙은 뻘과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밀가루를 섞어서 빡빡 문지르곤 하는데요.
주꾸미 상태가 깨끗한 편이라면 따로 밀가루없이 흐르는 물에 손으로 문질러가면서 씻어줘도 크게 문제는 없겠더라구요.
주꾸미를 볶기전에 한번 데쳐줍니다.
문어나 주꾸미는 오래 삶을 경우 질겨져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삶아야 하는데요. 주꾸미가 다 들어갈만한 충분한 물에 소주1T 정도 넣어주고 끓을때까지
기다립니다. 물이 끓으면 주꾸미를 넣어주는데 주꾸미를 한꺼번에 넣으면 끓었던 물이 다시 차분해 질꺼예요. 그때부터 다시 끓어오를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끕니다.
얼른 건져서 신속하게 담아주세요.
담으면서 머리와 다리는 분리해 주시고 다리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세요.
싱싱한 활 주꾸미는 내장을 따로 빼지 말고 같이 먹으면 고소해요. 하지만 냉동과 생물일 경우 내장을 빼주는데 먹물은 절대로 빠지지 않게 해야해요.
그것이 주꾸미 볶음의 맛 포인트랍니다. 그래서 일단은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삶은 후에 도마위에 삶은 것들을 올리고 사진과 같이 가위로 머리를
자른 후 노란색으로 익어 있는 내장만을 빼내고 먹물은 그대로 살려두시기 바래요.
사진은 실수로 먹물을 터트렸는데 어차피 양념에 다 같이 버무릴 거니 상관없습니다.
이 날은 중국산과 국내산을 반반씩 섞어서 했는데요. 주꾸미 크기라던가 알의 양은 중국산이 많은 편이였어요.
삶은 주꾸미중 일부는 이렇게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었습니다.
중국산은 밥알 꽉 찼더라구요. 근데 다소 뻑뻑한 편이고, 국산은 알이 많이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촉촉해서 좋았습니다.
주꾸미 약 600g 기준으로 양념을 만듭니다.
고추장 2T, 고춧가루 3T, 간장 2T, 설탕 1T, 올리고당이나 물엿 1T, 매실청 1T, 다진마늘 2T, 참기름 1T, 맛술 1~2T, 생강즙(혹은 생강가루) 1T,
그리고 후추 톡톡 해주신 후
삶은 주꾸미를 넣고 버무립니다. 먹물이 들어갔기 때문에 색이 약간 춘장을 넣은 듯한 느낌으로 변할거예요.
먹물이 들어간 것과 안들어간 것의 차이는 상당하더군요. 제 입맛엔 먹물 들어간 쪽이 훨씬 고소하니 맛있었어요.
먹물이 없다면 된장을 엄지손톱만큼만 넣어주세요. 약간이지만 감칠맛을 주는데는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이렇게 양념에 재운 후 3~4시간 후에 볶아서 드시면 되는데 저는 이 날 일이 있어 다음날 만들어 먹었답니다.
그러니 꼬박 24시간 가까이 양념에 재어두게 된 거였죠.
볶을때는 팬에다 살짝 기름 두르고 나서 야채부터 볶아줍니다. 처음부터 다 같이 넣고 볶다보면 주꾸미가 너무 익어서 질겨질 수 있거든요.
먼저 양파 반개, 양배추 한주먹, 청량고추 1개 썰어 논 것을 넣고 볶다가 어느정도 익으면 데친 주꾸미와 미나리(없으면 쑥갓)을 넣고 2~3분 정도
센불에 볶다가 불을 끄고 접시에 낸 후 깨소금을 뿌려서 마무리합니다. 주꾸미와 미나리는 정말 궁합이 좋은데 이땐 없어서 쑥갓으로 대체 했어요.
그런데 쑥갓도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둘다 봄에 나는 재료이다 보니 얼추 어울리네요 ^^)
입질의 추억이 만든 봄 주꾸미 볶음 완성^^
"가출한 딸래미도 들어오게 하고, 성난 사람도 웃음짓게 만드는 궁극의 주꾸미 볶음 ^^;;"
알도 적당히 들어서 먹는 재미가 있었던 주꾸미 볶음이예요. ^^
이 날 양념은 제가 늘상 써오던 비율입니다. 이것을 돼지고기 넣고 볶으면 제육볶음, 오징어를 넣으면 오삼불고기 ^^
오징어만 넣고 볶으면 오징어 볶음, 그리고 주꾸미를 넣으면 주꾸미 볶음. 차암~~ 쉽죠잉 ^^;
양념은 원래 눈대중으로 하는데 오늘껀 포스팅 때문에 몇 티스푼 이런식으로 메모를 해봤답니다.
간장과 고추장, 고춧가루의 비율은 대략 2:2:3 정도고 나머진 설탕, 다진마늘, 매실청, 물엿, 정종, 후추, 청량고추, 생강즙이나 가루, 참기름 약간해서
여기저기 쓰였던 게 거의 비슷했던거 같아요. 하지만 이 날 주꾸미 볶음은 평소의 때깔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바로 먹물때문인데요. 살짝 춘장 넣은 느낌도 나는 듯한 그런 고소한 맛이 나더라구요.
그러니 먹물은 제거하지 마시고 그대로 넣어서 볶으면 조미료도 안넣었는데 감칠맛이 지대롭니다. ^^;
여기에 1차로 살짝 데친 주꾸미를 팬에다 빨리 볶고 불을 껐기 때문에 야채의 숨이 살아 있으면서 주꾸미가 야들야들하더라구요.
한번 데쳐야 하기 때문에 손이 약간 많이가지만 전 이 방법 맘에 들었어요. 중간에 데친 것 중 일부는 초장에 찍어 먹을 수 있고 말이죠.
제 요리 글은 주부님들이나 요리블로거님들께선 가볍게 패쓰해주시구요. 여친에게 사랑받고 싶은 남성분들과 자취생 분들에게 강추해 드립니다!
쭈꾸미 볶음, 야들야들하게 만드는 법 알아두셨다 해보시기 바래요.^^
PS : 지난주 토요일 입질의 추억 모임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 입질의 추억 1st 모임 후기 보러가기
그리고 요즘 스케쥴이 죽음이네요. 블로그 이웃님 방문과 답글을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한가해지는데로 인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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