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단 방어축제] 방송과 다른 방어축제 현장, 무엇이 문제인가?


    입질의 추억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횟집 수조를 가득 매우는 인기 횟감이 있죠. 바로 방어입니다.
    생선은 지방이라는 매력적인 옷을 입을 때가 가장 맛있을 때 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제철'이라고 하는데요.
    제철은 어종에 따라 옷을 입는 시기가 달라지니 계절별로 맛있는 생선 또한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방어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부시리'는 여름이 제철이고, 방어는 겨울이 제철이죠.
    방어는 봄철 산란을 앞두고 제주 마라도 해역에서 월동을 보내므로 방어 어장이 형성되며, 이 시기에 잡힌
    방어는 체내에 지방이 많아 맛이 비리지 않고 고소합니다. 반면 여름 방어는 개도 안먹는다는 말이 있듯
    산란직후의 방어는 영양가도 맛도 없어 천대받는 어종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제주도 최남단인 모슬포에선 이러한 방어의 소비 촉진과 우수성을 알리는 축제가 열렸습니다.
    그것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물 오른 방어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한데요.
    방송에선 연일 최남단 방어축제의 열기를 보도하며 축제에서 보여주는 맛의 항연을 소개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행사장을 직접 둘러 본 결과, 방송이나 기사에서 본 것 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습니다. 모슬포 최남단 방어축제.




    방어를 풀어놓은 가두리, 제주 모슬포항

    이곳은 매년 11월에 열린다는 최남단 방어축제 현장입니다.
    해마다 방어축제를 찾는 사람들은 "값싸고 질 좋은 방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어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면 단연 "방어 맨손잡이 체험". 단돈 2만원이면 행사장에 풀어놓은 방어를 몇 마리고 잡을 수 있지요. 물론 순발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한 마리도
    못잡을 수 있지만 결과를 떠나 평소에는 해보지 못했던 방어 잡이를 하면서 일상에서의 탈출은 머리식히는데 그만이지요.^^

    위 사진은 축제에 쓰이는 방어들로 가두리에 대기중인 모습. 얼핏봐도 씨알 굵은 방어가 한가득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에 있는 큰 방어들은 맨손잡이 행사와 무관합니다. 대신 화살표로 표시해 놓은 부분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저 자투리 공간에는 고등어보다 약간 큰 小방어가 가득인데 이것이 바로 행사장에 풀어놓을 방어들입니다.


    맨손잡이 체험에 투입할 방어를 뜰채로 퍼나르고 있다

    맨손잡이 체험에 투입될 방어는 이제 갓 小방어를 벗어난 작은 사이즈였다

    방어 맨손잡이 체험에 투입된 小방어

    경매에 사용된 방어도 씨알이 잘다(낙찰받은 한 시민이 방어를 건네 받는 장면)

    손질비 5,000원에 취급되는 방어는 대부분이 小방어가 주류

    # 궁색했던 축제 한마당
    방어 축제 현장에서 '방어'란 고기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보니 행사장을 찾는 일반 시민들 및 관광객들은 방어란 생선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다만 해마다 이맘때 축제가 열렸던 점으로 미루어 봤을때 겨울에 맛있는 생선 정도로만 인식할 뿐이지요.
    그러니 방어를 잘 모르는 관람객의 시선엔 저 정도 크기만으로도 "씨알이 엄청나네"하는 반응이지만, 사실 방어는 1m이상 자라는 대형어종입니다.

    도감상에는 최대 전장 1m 20cm이라고 써져있지만 어획된 개체는 대부분 40cm미만의 小방어에서 60~70cm짜리 中방어, 그리고 1m미만의 大방어가
    주류를 이룹니다. 가끔 1m이상에 10kg가 넘는 초대형급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드문 케이스. 어쨌든 방어는 매우 큰 어종이다 보니 제철 방어의 참맛을
    느끼려면 적어도 60cm이상 넘어가는 중방어는 되어야 함에 미식가들은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둘러본 축제 현장에서 제철 방어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씨알급 방어는 볼 수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시선 모으기 용으로 걸어 놓은 전시품이 전부. 그 어디에도 시민+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마당에 큰 방어를 풀진 않습니다.
    여기에 방어축제의 본래 취지인 "방어의 맛과 우수성을 알리기"보단 "판매의 장"으로 전략한 것 같아 씁쓸하더군요.

    1인 2만원의 참가비를 받고 진행하는 방어 맨손잡이 축제 현장은 잔 씨알의 방어를 궁색한 숫자로 풀어놔 1인 1마리씩도 안돌아가게 하였습니다.
    여기서 누군가가 3마리 이상 잡게 된다면 방어에 손 한번 대지 못한 사람들은 수두룩하게 속출하는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 또 다시 기회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순발력이 느린 이 분들에게 돌아갈 방어는 고작 2마리, 나머진 2만원에 실컷 물장구만 치고 퇴장해야 합니다.
    방어 맨손잡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이고 체험장 여기저기서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지극히 당연한 현상같지만, 매년 방어 축제를 찾는다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풀어놓은 방어 숫자도, 씨알도 궁색할 뿐 아니라 예전에는 한 마리도 못잡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작은 방어 한마리씩 쥐어주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것도 찾아볼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였습니다.

    또한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는 방어 경매.
    처음 단가는 5,000원부터 시작되지만 방어 한마리에 만원 이하로 팔리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 눈치작전을 펼치며 방어 사수에 나서기 때문에 사진에서 보시는 小방어 한마리 시세가 15,000~18,000원에 형성됩니다.
    저걸 받아 집으로 가져가도 무방하지만 산 생선이므로 대부분 현장에서 회를 쳐먹기를 바랄 것입니다.
    여기에 손질비는 5천원으로 따로 들어갑니다. 결국 저만한 방어 한마리를 회쳐먹기 위해선 20,000~23,000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

    얼핏보면 저렴하지 않냐 하시겠지만 막상 회를 쳐보면 살집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고등어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아기 방어에 해당됩니다. 아기 방어에서 겨울 방어의 참맛을 느끼기엔 무리가 있을 뿐더러 4인 가족이 방어회를
    드시기엔 턱없이 부족한 사이즈입니다.
    大방어의 참맛을 맛 본 적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고등어보다 약간 큰 방어에 겨울 방어의 참맛을(?) 느끼고 가는 건 아닌가 우려 됩니다.
    저희 동네 횟집에서 우럭을 中짜가 26,000원입니다. 여기에 꽁치구이나 콘버터를 포함하여 4~5가지 부요리(스끼다시)가 일절 포함된 가격임을 감안한다면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닙니다.

    방어 축제의 장점이 무엇이겠습니까? 
    어민들의 소득 증대와 방어의 소비촉진도 필요하겠지만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에겐 맛있는 방어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메리트 + 볼거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본 최남단 방어축제의 모습은 방어를 파는 곳일뿐 어디에서도 방어의 맛과 우수성을 알리는 부스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몫 단단히 잡겠다고 들어온 상인회들입니다.


    제철맞은 방어구이와 통돼지 바베큐를 파는 업소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 관람객만 봉, 한철 장사에 여념이 없는 상인들
    이곳 최남단 방어축제에서 빼먹으면 서운할 만한 먹거리가 있습니다.
    방어회(2만원), 방어 머리구이(1만~1만오천), 방어 매운탕(5천원) 그리고 장작불에 익어가는 통돼지 바베큐(3만원)등등..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어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들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즐비한데 전부 주최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상인들입니다.
    하지만 방어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보다 좋은 인식을 얻기 위해서는 이들 업소의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먹음직스러운 통돼지 바베큐에 시선이 이끌려 주문해 보니

    통돼지 바베큐 30,000원

    사실 이렇게 봐선 3만원이 비싼건지 저렴한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얼핏보면 김치와 야채등이 어우려져 구색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고기를 몇 점 먹으니 뭔가 수상한 점이 발견되었고 이후 보여지는 장면에선 실소를 금치못했습니다.



    양배추로 접시를 채우고 돼지고기 몇 점 올린 이것이 3만원

    양을 부풀려 보이게 하려는 상인들의 잔머리(?)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이를 갖고 비난할 일도 아닙니다. 
    상품을 푸짐하게 보이려고 포장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하지만 이건 좀 아니죠.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도 3만원이면 안주의 급이 달라집니다.
    3만원이면,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립을 먹을 수 있고, 몇 천원만 더 얹으면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서울의 꽤 괜찮은 퀄리티의 씨푸드 뷔폐가 텍스 포함 1인 3만원입니다.
    헌데 비계 반, 살코기 반에 그것도 흐믈흐믈해 물컹거리는 고기 몇 점에 살도 붙은 듯 만 듯한 갈비뼈 두개를 얹어 3만원이라니..


    혹시나 양배추가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아 곁들임으로 나왔을 수도 있기에 함께 시식해 봅니다만..
    생 양배추의 쌉사름한 맛과 돼지고기는 그닥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였습니다.
    단지 양을 부풀려 보일려는 술책으로 밖엔 안보이는데 그 모양새가 소비자 기만 수준.


    방어 대가리구이, 15,000원

    최남단 방어축제에 와서 이걸 안먹고 가면 서운합니다.
    저는 바로 전날 90cm에 달하는 부시리(편방어)를 낚시로 잡아다 그 큰 대가리를 구이로 해 먹었기에 미련은 없습니다만, 함께한 일행들은 맛을 봐야했기에
    시키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나온 방어 대가리는 숯덩이였습니다.


    너무 탄거 같아 교환을 요청했지만 그래도 똑같습니다.
    생선 구이는 껍질맛이 생명인데 입 안대는 대가리 표면은 그렇다쳐도 껍질까지 태워버린 것은..

    "살만 파먹으라는 건가요?"


    이건 구이가 아니라 그냥 불판에다 방치해 놓은 수준이다

    방송에서 이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영상에서 비춰진 모습도 저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는데 코멘드는 사뭇 달랐죠.

    "한쪽에선 방어가 노릇노릇 익어갑니다." 라고..

    노릇노릇이 아니라 시커멓게 익어간다고 해야 옳죠. 직화 구이의 기본도 안된 저것이 만오천원. 
    제가 내일 모레 보여드릴..저것 보다도 훨씬 커서 직화로 구울 경우 속까지 잘 안익을 수 있는 90cm급 부시리 대가리 구이와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제가 찾은 매장만 그랬는지는 모르지만(사실 행사장에서 파는 먹거리가 다 비슷비슷합니다.) 방어 축제의 열기를 보조해 줄 먹거리 마당이라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덤탱이 씌울려는 한철 장사로밖에 안보였습니다. 이 분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대목"인 셈이지요.
    상업적으로 변질되버린 축제는 기획단계에서도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최남단 방어축제 일정표

    위 그림은 나흘간 진행했던 방어축제 일정표인데 살펴보면 방어와 관련된 행사 비중이 매우 적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즐기는 축제 마당에 가요제나 공연은 흥을 돋굴만한 촉진제로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올해 방어축제는 날씨가 좋지 않아 이마저도 취소되었는데 이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라 어쩔 수 없지만, 방어 축제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끔
    행사를 보완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아래는 방어축제의 취지에 맞는 부대행사들입니다.



    하지만 이 날은 다양한 방어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찾을 수 있다는 '방어요리 행사장'도 볼 수 없었고, 무료 시식코너도 볼 수 없었습니다.
    무료 시식코너의 경우 하루에 고작 2회만 운영하다 보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줄었습니다. 
    역시 구색 맞추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부분입니다.

    # 최남단 방어축제, 문제점을 진단하며..
    그래도 해마다 이맘때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며 지역 홍보와 방어의 맛을 알리는 방어축제는 도민들은 물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활력를
    주고 있습니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방어 맨손잡이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섰습니다.
    지역 축제가 상업적으로 변질된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때가 최적기"이기 때문에 단 기간에 준비한 물량을 판매하려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순 없는 법입니다.
    다만 관람객들을 배려, '축제'에 걸맞는 행사가 시급해 보인다는 점이지요.

    축제의 좋은 면만 보도하는 방송도 문제입니다.
    맛있는 방어를 저렴한 가격에 실컷 먹을 수 있다며 한껏 부추기지만 실상 가보면 겨울 방어의 참맛을 느끼는 게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작은 방어라도 회맛을 보기 위해선 2만원 이상 지출해야 했는데 小방어다 보니 4인 가족이 먹기엔 양도 적고 맛도 부족합니다.
    먹거리를 파는 부스는 저마다 방어 대가리와 통돼지 바베큐로 시선을 끌어모았지만 제 값을 하는지에 대해선 고개가 절레절레합니다.
    방어의 맛과 우수성을 알리는 축제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방어에 대해 잘 모릅니다.
    방어의 크기, 방어의 제철, 방어의 종류, 방어의 부위, 방어 요리, 그 외에 방어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알릴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되야 함은 물론, 사람들의
    이목을 단번에 모을 수 있는 大방어 해체쇼라던가, 방어의 부위 설명을 비롯해 시식 코너를 좀 더 증설해 운영한다면 더 좋은 축제가 될 것입니다.

    겨울 방어의 참맛을 볼 수 있다는 모슬포 최남단 방어축제.
    앞으로는 상업적인 판매촉진만을 위한 것이 아닌 지역 특산물의 참맛과 푸근한 인심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며, 내년에는 좀 더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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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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