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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의 감성돔 낚시는 그 어느때 보다도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살을 에리는 바람과 추위와 싸워야 함은 말 할 것도 없고, 새벽잠을 포기하면서까지 낚시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주어진 낚시시간은
6~7시간. 그 중 감성돔 입질이 이어질만한 타이밍은 고작 이 삼십분, 길면 한시간. 그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니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겨울의 감성돔 낚시는 득보다 실이 많죠. 들어간 비용만큼 고기를 잡지 못하고, 또 즐기지도 못하니까요.
그럼에도 겨울 감성돔 낚시를 하는 이유는 역시 '한방'이 있기 때문이랄까.. 사실 집착하기엔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독증상입니다.
그 증상을 치유하기 위해 갯바위에 섰습니다. 이 날은 아내와 함께 여수 안도 백금만에서 감성돔 낚시를 위해 새벽부터 출조하였는데요.
갯바위서 즉석으로 떠 먹는 겨울 볼락회, 실로 오래간만에 맛 보는데 참으로 좋았습니다.^^
저를 따라 감성돔 낚시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새벽 3시 30분, 여수 국동항
우리부부는 이 날 감성돔 낚시를 위해 서울에서 밤 10시쯤에 출발했답니다.
운전을 위해 두어시간 정도 저녁잠을 청했고요. 일어나서 차를 몰고 여수에 도착하니 새벽 3시.
곧 있으면 출항이기에 서둘러 밑밥을 갠 후 배에 올랐습니다.
새벽 5시, 여수 안도에 도착해 뜰채를 조립하는 아내
채비를 묶는 아내, 여수 감성돔 낚시
날씨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골라서 왔답니다. 정말 한 겨울에 이런 날씨가 없습니다.
바람도 없고 파고도 0.5m밖에 안되는 환상적인 날씨속에서 치뤄지는 여수 감상돔 낚시. 왠지 예감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해가 뜨기까지는 두어시간 정도 남았는데요. 그때까지 멀뚱히 앉아 있기 보다는 채비를 꾸려 밤 볼락이라도 잡을 생각입니다.
아내와 저는 똑같이 B 전자찌를 세팅하여 B 반유동 낚시를 구사하기로 하였습니다. 왼쪽 갯바위를 보니 다른 팀들이 밤새 볼락 낚시를 하는지
녹색 케미라이트를 장착한 채비가 여기저기서 바삐 날아다니고 있군요. 그 근처에는 작은 홈통이 있어 한번 노려볼 요량입니다.
둘이서 갯바위에 내리면 이럴때 참 유리합니다.
B 반유동으로 둘다 채비는 같지만 공략 수심을 달리 할 수 있어 볼락의 입질층을 빨리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쪽 수심은 7m가량 나오는데요. 아내는 3m를 노렸고, 저는 5m를 노렸습니다. 이후 어딘가에서 입질이 들어온다면 둘다 그 수심층을 집중 공략하는
식으로 할 계획입니다.
잠시후 저에게 첫 볼락이 올라옵니다.
"수심 5m에서 입질하네"
3m를 공략하던 아내는 재빨리 5m로 면사매듭을 조절하고 함께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제게만 계속해서 볼락이 올라오니..
"어떻게 된거야. 좀 잘해봐 ㅎㅎ"
같은 채비, 같은 수심층으로 흘려도 누군 입질 받고, 누군 입질을 못받습니다. 이유는 뒷줄견제도 있고 흘리는 지역을 잘 탐색해야 합니다.
저는 최대한 갯바위에서 2~3m이상 떨어지지 않게끔 붙여서 흘렸고, 아내는 요즘 힘이 남아도는지 캐스팅을 살살해도 20m를 날리네요.
"아~ 그냥 캐스팅하지 말고 발 앞에다 퐁당퐁당혀~!!!" 흘리다가 조류를 잘못 타면 밖깥으로 찌가 나아가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볼락 입질을 받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찌가 밖으로 못나가게 뒷줄을 잡아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식으로 흘려야 제가 입질 받은 지점.
딱 고 자리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잠시후 아내의 찌가 총알처럼 사라지는데..
"왠 복어?"
이 녀석 상당히 급했나 보군요. 고기를 만져보니 물이 그렇게 차지 않은게 오늘 낚시 예감이 왠지 좋습니다.
현재 시간은 6시 정도. 이제 막 간조에서 물돌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 고기들의 활성도도 피크시간과 더불어 최고조에 이를 때지요.
바다는 장판이고 바람은 한점도 불지도 않고..
"아싸~~ 겨울낚시 이 정도면 정말 할만하네"
잠시후 볼락 입질 받았던 그 곳으로 깜빡이던 찌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아니 누가 이 시간에 우악스러운 입질을 보이나? 분명 볼락은 아닌듯 한데.. 대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힘 좀 씁니다.
라고 생각할 찰나 옆으로 째는 녀석.
씨알이 준수한 청어가 올라왔다, 여수 감성돔 낚시
내심 감성돔이 물어줬음 싶었는데 청어여서 사알짝 실망을...
그래도 이 녀석은 반찬감으로 손색이 없는 사이즈네요. 제가 종종가는 단골집에는 부요리로 언제나 청어구이가 나오는데 딱 그 씨알입니다.
이후 사진은 일일이 찍을 수 없었지만 아내와 저는 볼락과 청어를 몇 수 더하고 안도에서 일출을 맞이합니다.
안도 백금만에서 바라보는 일출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조우님! 저 장면을 바라보며 찌를 드리우는 그 기분, 어떨지 상상이 가시죠? ^^
새벽 공기는 찬 편이나 바람이 없어서 충분히 견딜만 했고요. 바다는 잔잔했으며 가끔 갈매기 우는 소리 말고는 이렇다할 소리가 없는 고요한 공간속에
시뻘건 해가 정면에서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초들물이 시작되어 조류도 아주 환상적이군요.
감성돔 낚시에서 가장 좋다는 조류 속도(아기 걸음마)가 이어지면서 찌가 유유자적 흐르고 있습니다.
물색도 100점 만점에 90점입니다. 그리 맑지도 탁하지도 않는, 적당히 푸른끼가 돌면서 우유 탄 듯한 불투명한 비취색.
바로 감성돔을 부르는 물색이지요.
우리부부는 볼락 채비에서 감성돔 채비로 서둘러 변경하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낚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의 찌가 쏜살같이 들어가는데..
"힘 좀 쓰나?"
한껏 고무된 아내의 표정은 낚시대 휨새가 옆으로 틀어지자 살짝 실망한 기색입니다.
"감성돔이냐고?"
"아닌거 같아"
망상어 씨알이 상당하다. 여수 감성돔 낚시
"감성돔 맞네. 서울 감성돔 ㅋㅋ"
원래 망상어는 놔주는데요. 이번껀 씨알도 좋고 또 한겨울의 망상어라서 맛배기로 챙겨둡니다.
안도 백금만 백금여 포인트에서 감성돔 낚시
우리부부가 내린 자리는 여수 안도에서 백금만 백금여라는 자리로 역시 처음 내린 곳인데요.
해가 뜨면서 주변 지형지물이 드러나는데 보자마자 든 생각이 "여기서 감성돔을 못잡으면 바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유명한 자리인지는 모르지만 저 멀리 자갈밭이 형성되어 있는 커다한 만의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어 사리물때를 맞은 이 날, 감성돔 포인트 여건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형 조건으로 보여집니다. 수심대는 그리 깊지 않아요. 멀리쳐도 9~11m 정도.
그런데 해가 뜨면서 바람이 살살 불더니 추위가 엄습해 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을 만져봤는데 너무나 찹니다. 새벽에 만져본 느낌과는 전혀 딴판이였죠.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는데..물론 지금도 물색이라던가 조류가 잘 가고 있지만 밀물이 들어오면서 수온은 대폭 하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오늘 감성돔 낚시는 비전이 없습니다. 일단은 열심히 쪼아보는 수 밖에요.
갯바위에서 볼락회를 장만하는 입질의 추억
입질이 완전히 끊겼네요. 이제는 잡어 조차도 입질을 안합니다.
물도 얼음장입니다. 두어시간만에 이렇게 상황이 바뀌나?
아내는 춥고 배고프다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막간을 이용해 새벽에 잡아 놓은 볼락 몇 마리를 회치기로 합니다.
뜨다가 손시려워서 더 이상 못뜨겠네요.
대충 이 정도로 쳐 놓고 편의점 김밥과 함께 가벼운 요기를 합니다.
고추냉이는 생이예요. 원랜 감성돔 잡으면 갯바위에서 거하게 떠 먹으려고 챙겨왔는데 챙겨온 고추냉이에 비해 회 양이 너무 적습니다.
겨울 볼락의 참맛은 바로 갯바위 즉석회에 있지요.
생고추냉이 한점 올려서 맛을 보면 제 아무리 호텔 일식집이라도 이 맛을 따라가지 못할겁니다.
한 점 맛보는 순간 안타까운 기분이 들더군요. 이 맛을...이 맛을 보여주고 싶어도 갯바위가 아니면 도저히 볼 수 없는 맛이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맛 자랑을 했건만 제가 보여줄 수 있는 회맛은 남해에서 서울까지 6~7시간이나 숙성시켜 버린 무른 맛 뿐입니다.
제 아무리 겨울 볼락이라도 피를 빼서 서울로 가져오면 맛이 메롱상태가 되버지요. 숙성회 좋아하는 저도 볼락은 정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방금 친 회를 입에 넣고 씹어봅니다. 살맛이 달짝지근하네요.
사시미 전용 간장도 그 자체가 달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씹히는 살에서 나오는 육즙이 참 달달합니다.
어설픈 참돔은 흉내낼 수 없는 맛입니다. 다음날 볼락 외줄 낚시가 예약되어 있기에 더욱 더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김밥에 올려 먹어봤습니다. 이럴땐 초고추장이 있어야 제맛인데..
할 수 없이 간장과 생고추냉이로 대신해 보지만 그래도 맛있네요.
아내도 저도 겨울 볼락회를 씹으면서 눈은 하트 뿅뿅이 되었습니다. "내 싸랑 볼락!" 이러면서 말이지요. ㅎㅎ
안드셔 본 이들은 이 맛을 어찌 알리오. ^^ (이러다가 동네 횟집에서 우럭, 광어를 먹어보면 회가 정말 맛이 없음을 느끼시게 됩니다.)
조류 속도가 확 줄자 채비를 사진과 같이 변경했다, 여수 감성돔 낚시
<<입질의 추억 채비>>
1-530대, 2500번 릴, 2.5호 원줄, 면사매듭, 반원구슬, 0.8호찌, -0.8호 수중찌, 도래, 목줄 1.5호 4m, B봉돌, 감성돔 바늘 3호
<<아내의 채비>>
1-530대, 2500번 릴, 3호 원줄, 2B찌, 조수우끼고무, 도래, 목줄 1.5호 4m, 2B봉돌, 감성돔 바늘 2호
이 날 감성돔 낚시에 사용된 채비를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이른 아침에 조류가 방방하게 갈 때는 저와 아내가 각각 0.8호와 1호 반유동 채비로 공략하였습니다.
둘 중 한사람은 낚시자리에서 10m전후로 가까운 곳을 노렸고, 다른 한 사람은 20m이상 먼 거리를 노려 탐색을 시작했는데 모두 입질을 받는덴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해가 중천으로 뜨고 만조가 다가오자 조류가 갑자기 느려졌습니다. 지금 채비로는 둔탁하지요. 그래서 바꾼 채비가..
조류가 없을 땐 낚시대를 뽑아들면서 수시로 견제 해줘야 한다
나 -> 먼곳을 공략해야 하므로 전유동은 하지 않고 0.8호 반유동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중찌만 순강수중에서 부피가 큰 수중찌로 교체.
아내 -> 20m 안쪽을 노릴 생각으로 1호 반유동에서 2B 전유동으로 풀 체인지.
봉돌은 물이 거의 안가는 관계로 바늘에서 좀 많이 올렸습니다. 아내는 도래 바로 밑에 2B를 물려 4m의 목줄이 바늘과 미끼무게로만 정렬되게 했고,
한번은 1/3지점까지도 봉돌을 내려보다가 절반, 그리고 2/3까지 내려보는 등 계속해서 채비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저는 무조류에서도 봉돌을 올리지 않고 목줄 한 가운데 물리거나 혹은 바늘 가까이 붙여 철저히 바닥을 긁었습니다.
찌는 둘다 원투형입니다. 수온은 많이 내려간듯 했고 조류가 멈춰선 상태이기 때문에 해가 솟아오른 이 시간에 발 앞에서 나올리는 거의 없다고 판단,
멀리 원투를 쳐서 공략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이럴땐 원투를 날릴 수 있는 찌 무게가 관건입니다.
제가 사용한 찌는 15.8g으로 쯔리겐사의 N원투 모델을 이용했는데 이 정도 중량이면 캐스팅시 뒷쪽에 장애물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30m는 족히 보낼
수 있습니다. 전방 25m권을 공략하기 위해선 30m는 족히 던져야 합니다.(채비가 정렬되면서 5m정도는 까먹는다 생각하시고..)
"견제하면 뭐하노~ 입질도 없고.. 끝나면 소고기나 사묵겠지.. "
또 다시 아내의 볼멘 소리가 이어지네요. 우리부부.. 새벽부터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낚시했습니다.
밑밥띄로 임의의 포인트를 만들어가면서 천천히 발 앞으로 끌고 들어오는 낚시도 해보고 여의치 않자 옆 포말도 공략해 보고..
조류가 가면 가는대로, 안가면 안가는대로 공략을 해봅니다.
뒤에서 찍는다고 하자 브이자를 날리는 아내, 여수 감성돔 낚시
거의 얼음물에 담갔다 꺼낸 반찬감들
오전에 회 떠먹고 남은 건데요. 이거라도 가져가서 반찬감이라도 써야 할까봐요.
밑밥도 기가 막히게 배분했네요. 몰아서 친 적이 없고, 한동안 쉰 적도 없습니다.
낚시 시간 내내 3~5분 간격으로 소량씩 투척한 결과 철수시간 30분전, 정확하게 밑밥을 비울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날 사용한 밑밥은 크릴5장, 집어제 2장, 압맥 4장입니다.
저는 이번 여수 감성돔 낚시까지 올해 3연꽝을 기록하였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납득하기엔 가장 만족스러운 낚시를 한 날이 바로 이 날입니다.
제가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다 동원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고요.
오후 2시, 철수를 하며
우리부부가 섰던 안도 백금만 백금여 포인트
물색 정말 좋죠? 그런데 이 자리는 사리때임에도 불구하고 썰물이 되자 물이 가지 않는 현상을 보이며 만 안쪽까지 정체현상을 보였습니다.
들물때 찬 물이 들어와서 그 상태로 조류가 올 스톱이 되었지요. 때문에 만 안쪽으로 들어온 물이 빠져나가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었고, 낮아진 수온의
여파로 감성돔은 물론 잡어들까지도 입을 닫아버린 케이스였음을 철수 후 가이드님(강민구 고문님)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날 우리가 탄 선단 인원은 대략 스물여명.. 그 중에서 잔씨알의 감성돔만 3마리정도 배출했고, 나머진 몰황을 당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그 분들을 대신해 제가 대표로 꽝 조행기를 올리는 겁니다.^^;
한겨울에도 수온이란건 소폭 오르기도 했다가 또 떨어지기도 합니다. 수온이 8도라는 절망적인 수치가 나와도 전날 수온이 7도면 희망이 있습니다.
수온이 12도가 나온다 할지라도 전날 수온이 13도면 그 날 감성돔 얼굴 볼 확률은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그걸 알고는 있지만 한낱 인간이 이 넓은 바다의 수온 변화를 미리 예측해서 출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지 전 주에 있었던 전국적인 한파가 수온의 하락을 부추겼다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역시 낚시란 건 운칠기삼이 들어맞아야 합니다. 우리부부는 다음날 새벽에 있을 외줄낚시 출조를 위해 서둘러 숙소를 잡고 여정을 풀었습니다.
최근들어 감성돔 조과가 좋지 않아요. 우째 멋 모르고 덤볐던 시절에 더 많이 잡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의 <<더보기>>는 감성돔을 잡았던 조행기를 위주로 올려놓겠습니다. 저도 예전의 기운을 좀 받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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