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맛 본 회전초밥, 놀랍지만 아쉬운 점


    생선회와 수산물 먹거리가 풍성한 제주도. 그런 제주도에서 초밥은 뜻밖에도 소외된 음식이었습니다.
    사면이 바다이고 싱싱한 활어가 많이 위판되지만, 초밥만큼은 도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했지요.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추정하건대 활어회에 익숙한 도민이다 보니 숙성회로 만드는 초밥에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제주도에서 접할 수 있는 초밥은 횟집에서 곁들임 음식으로 나오는 정도.
    그래서 제주도는 초밥 문화라고 할 만한 업소나 외식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회전초밥집들이 속속들이 개업하면서 도민들의
    외식 문화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주 도민 중에서도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이'들로 말입니다.
    이들의 입맛은 매우 개혁적이며 유행에 민감한 세대들입니다. 기존의 음식보다는 TV 프로그램에서 비치는 새로운 형태의 음식에 열광하며, 
    전통보다는 퓨전을, 그리고 한입 크기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초밥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곳이 제주시의 어느 한 회전초밥이었습니다. 
    현재 제주시에 분포한 회전 초밥은 검색으로 찾아낸 수만 해도 6~7군데. 반면, 서귀포 지역에는 아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도에서 뒤늦게 발전하고 있는 초밥 열풍.
    이날은 기성세대들에게 매우 낯설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호응도가 높은 제주도의 어느 회전초밥집을 탐방해 보았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방식, 어떤 재료로써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걸까요?
    서울이나 기타 지방의 회전 초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늘 이 시간, 집중적으로 탐구해 봅니다.



    제주시에 있는 한 회전 초밥.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제주시에 있는 한 회전초밥집을 찾았습니다.
    사진 찍었을 당시에는 손님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처음 들어왔을 땐 우리 일행이 앉을 수 있는 자리 빼고는 만원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제주도에서 회전 초밥이 인기를 끌었을까? 가만 보니 손님들의 분위기가 매우 젊습니다.
    어쩌면 뒤늦게 들어온 우리가 가장 노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들 손님의 연령대는 대학생과 20대 남녀가 주류. 
    분위기는 여느 호프집처럼 식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이 새로운 형태의 먹거리에 호기심을 가지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띠었습니다.
    게 중 이러한 방식이 익숙지 않은 손님은 회전하는 벨트에 낯설어 했고,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골라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커플로 보이는 손님도 제법 있습니다. 이들 손님의 공통점은 20 ~30대 중심의 연령층.
    나이가 좀 있는 손님은 찾기 어려웠으니 제가 알던 서울의 회전초밥집과는 분위기 면에서 사뭇 다릅니다.
    상상이 되나요? 젊은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회전초밥집을 말입니다.


    이 집의 컨셉은 '무한리필'입니다. 물론 접시별로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접시는 총 다섯 가지로 초밥 재료에 차등을 둔 것은 여느 회전초밥집과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접시를 개별적으로 먹으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손님 대부분은 무한리필 메뉴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무한리필은 1인 만원인 지중해. 지중해는 초록색 접시만 고를 수 있습니다. 다른 컬러의 접시를 집으면 별도의 금액이 부과됩니다.
    두 번째로 저렴한 메뉴는 인도양입니다. 인도양은 초록색, 빨간색, 노란색 이렇게 세 가지 접시를 고를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대서양이 있습니다. 대서양은 모든 접시를 고를 수 있습니다. 오천 원짜리 무지개 접시도 포함됩니다.
    우리 일행은 1인 25,000원인 대서양을 주문했습니다. 각각의 컬러에는 그에 맞는 레벨의 재료들이 들어갑니다.
    어떻게 보면 초밥의 냉정한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가장 값싼 초록색 접시에는 먹을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기본 세팅으로 장국이 나온다.

    일본 된장에 유부를 잘게 썬 미소 된장국인데요. 국물에서 미묘하게나마 '초피(제피)'가 들어간 듯한 향이 느껴집니다.


    한치 초밥

    첫 번째로 집어 든 것은 한치 초밥입니다. 파란색 접시는 두 번째 서열로 개별로 계산할 경우 4,000원입니다.
    제주도 하면 한치, 한치 하면 제주도지만, 때는 3월 말이어서 한치 공급이 원활한 시기는 아닙니다.
    보통 한치의 어획량은 여름에 절정기를 맞으며 가을까지 이어집니다. 때문에 겨울에는 활한치로 만든 물회를 맛보기가 어렵고 대신 냉동 한치를 해동해서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활한치 물회를 맛보고자 한다면 여름과 가을을 택해서 제주도를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한치회를 좋아하지만, 초밥 재료는 좋아하지 않아요. 이유는 몇 시간만 지나도 표면이 끈적거리며 식감이 찔깃거리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한치를 바로 썰어 드셔 본 분들이라면 그 차이를 확연히 실감할 수 있을 텐데요. 대부분 도심지에서 유통되는 한치는 냉동을 해동시켜 만들므로
    활한치에서 맛볼 수 있는 단맛과 쫄깃함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제주도의 한치 초밥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맛은 서울에서 맛보는 한치 초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끈적거린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위에 설명했듯 한치 비수기인데다 초밥집 특성상 활어
    취급이 거의 없다 보니 제주도라고 해서 한치의 싱싱함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있었습니다.


    자연산 농어 초밥

    두 번째는 농어 껍질 회로 만든 초밥입니다. 껍질만 익혀낸 것을 우리는 흔히 '마스까와'라고 하는데 보통 참돔을 그렇게 내지만, 이곳은 농어를 껍질 회를
    내놓았군요. 그래서 접시는 첫 번째 서열의 무지개 접시. 개별로 계산할 경우 5,000원입니다.
    그런데 농어 빛깔이 예사롭지가 않네요. 우리가 흔히 접했던 농어와는 차이가 있는데요. 양식 농어에서 볼 수 있는 '검은 실핏줄'이 여기엔 없습니다.
    또한 혈합육(붉은색을 띠는 육) 빛깔이 붉은 것은 자연산 농어의 특징입니다.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중국산 양식을 운반해 오는 비용보다 새벽 시장에 나가 그날 잡힌 자연산 생선을 사오는 게 더 저렴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곳에서 취급하는 농어는 자연산일 확률이 매우 높은데 이는 수도권의 일반 회전초밥집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제주도는 이 부분에서 확연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사실 오늘날 횟집에서 팔고 있는 농어는 중국산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동해와 남해의 해안가 일대를 제외한 서해 내륙 지방과 수도권의 횟집은
    80% 이상 중국산 양식 농어를 취급합니다. 그런 농어로 포를 떠보면 검은 실핏줄이 퍼져있는데 이는 양식 농어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자연산 농어라도 수조에 오랫동안 갇혀 빈사상태 직전에 놓인 것이라면, 근육색이 어둡고 까만 실핏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산 농어로 만든 초밥 맛은 어떨까요? 그런데 맛을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습니다.
    소위 '마스까와'한 껍질 부분이 제대로 익지 않아 입안에서 넘어가지 않고 질겅질겅 씹힙니다. 결국, 껍질은 삼키지 못해 뱉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는 단순히 기술 부족으로 보입니다. 식재료는 수도권보다 우월한데 기술은 세련되지 못한 것일까? 아직은 단정하기에 이릅니다.


    부시리 뱃살

    세 번째 역시 컬러풀한 무지개 접시입니다. 가격이 가장 비싼 무지개 접시는 회전 벨트에 흘리지 않고 손님에게 직접 전달해 줍니다.
    부시리(히라스)는 방어의 사촌격에 해당하는 대형 생선인데 여러 부위 중에서 특히 뱃살이 일품입니다.
    비록 제철은 아니지만, 뱃살 특유의 고소함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점이 있다면 깔끔치 못한 칼질입니다.
    앞쪽에 보이는 부시리의 회 뜬 단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연산 민어 초밥

    본 초밥을 보고 저는 잠시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처음 접시를 받아들자마자 도미 뱃살을 마스까와한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도미가 아닌, 민어 초밥
    이었습니다. 제 차 확인에 나서 보는데 자연산 민어 맞다고 하시네요. 귀한 거라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십니다.
    네. 귀한 것 맞고요. 이러한 재료를 일반 회전초밥집에서 내놓았다는 건 충분히 자랑할 만합니다.
    민어는 수도권의 저렴한 초밥집에서나 볼 수 있는 홍민어(양식 점성어)와는 격이 다른 생선으로 민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나 맛볼 수 있습니다.
    때는 3월이라 민어의 제철과는 거리가 멉니다. (민어 제철은 여름~가을) 껍질이 좀 질겼고, 자연산 민어라는 상당한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 그리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이런 식재료를 취급하는 회전 초밥이 있다는 건 무척 반가운 일이죠. ^^
    이 집은 전반적으로 껍질을 익히는 숙회(마스까와) 부분에서 취약한 부분이 많아 아쉽지만, 식재료의 질적인 면에서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오징어 초밥

    처음에는 제주도에서 흔히 나는 '무늬오징어(표준명 흰꼴뚜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오징어(표준명 살오징어) 였습니다.
    한번 데쳐서 올린 것으로 오징어 숙회 맛이 납니다. 접시는 서열이 가장 하위인 초록색 접시에 담겨 왔는데요. 초록색 접시 중에선 이게 가장 좋네요.


    돌돔 초밥

    파인 다이닝급도 아닌 일반 회전초밥집에서 돌돔 초밥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제주도라서 가능한 일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연산인지 양식인지는 살 색깔만 봐서는 구별하기가 어렵고 또 구태여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돌돔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으니까요. ^^
    다만, 회 때깔로 보아 어지간히 숙성시킨 모양입니다. 회는 숙성하면 할수록 근육의 탁도는 불투명해지고 발그레한 빛깔을 띱니다.
    피를 잘못 빼서 저런 빛깔이 됐다면, 어차피 비린내가 나서 먹질 못하므로 긴 숙성 시간에 무게를 둡니다.
    그래도 이런 빛깔이 되도록 숙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돌돔이기에 가능한 일. 살이 단단한 돌돔은 어지간한 숙성시간(하루~이틀)으로는 쉽게 무르지
    않으므로 업소로선 비싸도 취급하기에는 매우 용이한 식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단새우 초밥

    일반 회전초밥집에서 취급하는 제품과 같거나 비슷한 재료로 보입니다.


    광어 지느러미 초밥

    제주 양식산 광어의 지느러미(엔가와)가 두툼하게 올려졌습니다.
    특유의 꼬득꼬득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좋았던 저에겐 일품 초밥입니다.


    부채살 초밥

    계속해서 무지개색 접시만 나오고 있습니다.
    1인 25,000원짜리 무한리필로 먹고 있지만, 이러한 접시를 개별로 계산했다면 이미 몇만 원은 나왔으리라 봅니다.
    쇠고기 부채살은 매우 얇게 저며 육사시미 형태로 나왔는데요. 저렇게 얇게 저미려면 냉장육으로는 무리일 겁니다.
    대신 깡깡 얼었을 때 냉동 부채살을 기계로 썰면 얇게 저밀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질기지 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어쨌든 만족스러웠던 초밥입니다.


    광어 초밥

    제주도니깐 당연히 제주산 양식 광어를 사용할 텐데요. 어육의 두께로 보아 적어도 2킬로 이상은 됨직한 크기의 광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혈합육의 붉은기가 도는 색깔에 있습니다. 보통 동네 횟집에서 취급하는 1킬로 전후의 광어는 연한 갈색 내지는 연 분홍색으로
    또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흐리멍텅한 편입니다. 반면에 어느 정도 성체에 다다른 광어일수록 저 붉은색 무늬는 진하며, 자연산일수록 더 진하게 나타납니다.
    근육의 빛깔은 탁도가 희지 않고 노랗게 변색하고 있지요? 숙성이 꽤 진행됐다는 건데요. 제가 늘 먹던 다섯 시간짜리 숙성보다 훨씬 탁도가 있어 12~24
    시간 숙성으로 추측됩니다. 보통 초밥집에서 많이들 사용하는 숙성시간이기도 합니다. (길면 이틀도 감)

    그러다 보니 활어에 익숙한 분들은 이런 초밥이 못마땅할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먹어오던 쫄깃한 육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숙성회 특유의 감칠맛은 최상으로 끌어낸 상태이므로 그간 씹는 맛으로만 회를 드셨다면 이런 회도 한번 즘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한국사람은 여전히 활어회 맛에 익숙하죠? ^^



    차돌박이 구이 초밥

    보자마자 차돌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100% 확신이 안 서는 것들은 확인사살을 위해 실장에게 물어보는 편입니다.
    회전 초밥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 집에서 먹은 초밥 중 이게 가장 맛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 취향과는 별도로, 이 집의 초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눈여겨본 것은 초밥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자세히 보면 초밥을 쥐는 것이 아닌, 초밥을 패스트하게 제조(?)하고 있었습니다.
    틀에 밥(샤리)을 부어서 모양을 잡았는지 전부 일률적인 직사각형 모양에 밥 모서리는 각이 졌습니다. 
    고추냉이는 생선살에 바르는 게 아닌 밥 위에다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생선살을 밥 위에 얹음으로써 초밥이 완성됩니다. 

    이는 우리가 일반 회전초밥집에서 먹어오던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전통 초밥은 더더욱 아니고요.
    초밥을 직접 쥐지 않고 저렇게 제조하는 이유는 바쁘게 밀려오는 주문에 빠른 대응을 하려는 조치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초밥을 일일이 손으로
    쥐어서 낼 만한 대응력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흔히 마트나 프랜차이즈 초밥집에서나 볼 수 있는 초밥 제조법인데요.
    초밥을 잘 모르는 이들이 보면 별거 아닌 차이로 보이지만, 이는 초밥 맛을 결정짓는 매우 큰 차이가 됩니다.



    고등어 선도는 좋지만, 끈끈한 액이 나오는 파채를 올린 건 미스 궁합이었던 고등어 초밥

    구체적인 이유를 들자면 첫째로, 초밥용 회(네타)에 비해 밥(샤리)의 크기가 너무 큽니다.
    보통 회전 초밥의 초밥은 업소마다 다르지만, 쌀알 갯수가 200개를 넘지 않습니다. 이 집은 200개 이상?
    혹은 300개도 됨 직한 양으로 몇 개만 먹으면 배가 불러옵니다. 그렇게 밥 배를 채우다 보니 생선 고유의 맛을 음미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무한리필 초밥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생각하는데요. 수도권의 그저 그런 회전초밥집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텐데, 더욱이 이곳이 안타까웠던 이유는
    수도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법한 '좋은 재료'를 쓰고도 밥 때문에 그 맛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나쁘다기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무한리필이라는 구조상 어떻게 하면 '손님을 빨리 배부르게 만들까?' 식의 고민은 업소로써 당연히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여전히 이런 생각이 맴도네요.

    "질 좋은 재료를 쓰고도 맛을 내지 못하는 안타까움" 

    두 번째는 이 집에는 해당 사항이 안 되므로 그냥 참고용으로만 적겠습니다.
    원래 초밥을 쥘 땐 비닐장갑을 쓰지 않습니다. 맨손으로 쥐되 체온의 전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작이 빨라야 합니다.
    다시 말해 초밥 쥐는 시간이 길면 입에 넣었을 때 음식의 온도가 높아져 미각적으로 마이너스가 됩니다.
    또한, 초밥을 쥘 때는 밥알을 단단히 뭉치지 않고 설겅하게 하여 입안에서 자연스레 풀어지도록 유도해야 하는 적당한 압력이 필요합니다만, 이러한
    기술은 파인 다이닝급에서나 기대할 수 있기에 무한리필 회전 초밥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겁니다.
    초밥용 회(네타)를 아치형으로 밥알을 감싸는 건 두말할 것도 없고요. 어디까지나 참고차 말씀드리며, 초밥을 쥐지 않고 이렇게 얹어버리는 업소에서는
    해당 사항이 아님을 강조해 둡니다. ^^;


    전어 초밥

    일본에서 전어는 크기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각기 다른데 이러한 것을 '출세어'라고 합니다.
    5cm 전후는 '신코', 10cm 전후는 '고하다', 20cm 전후는 '나카즈미', 그리고 그 이상급은 '고노시로'라 불리는데요.
    요건 '고하다' 정도 되는 크기로 제철이 아니어서 고소함도 적었지만, 대신 비린내가 적고 담백한 편이었습니다.


    양갱

    초록색 접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양갱이 지나가고. ^^


    달걀 초밥

    역시 초록색 접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초밥.
    원래 달걀 초밥은 잘 만들면 정말 맛있습니다만, 이 집의 달걀 초밥은 조용히 흘려보냈습니다.
    달걀 초밥은 모든 초밥의 기본이 됩니다. 달걀을 보면 그 집의 수준이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수준이 보이시나요? ^^;


    초새우 초밥

    어디서 많이 보던 새우 같지 않나요? 동남아산 냉동 초새우입니다.
    이런 각도에서 보니 밥알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시죠? 직사각형의 틀을 이용하는지 모양과 각이 제대로 잡혔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회전초밥집인데 직접 손으로 쥐지 않은 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샐러드 오징어 초밥

    같은 오징어지만 썰어낸 모양이 다르고, 그 위에 샐러드를 얹은 퓨전 초밥입니다.
    값싼 재료지만, 이러한 형태는 젊은이들(특히 여성 손님)의 취향에 잘 반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삶은 오징어 초밥

    이건 오징어 중에서도 귀 부분을 삶은 것으로 보이네요. 밥 양만 적었다면 맛의 균형감이 좋았을 법한 초밥.


    새우 튀김

    소위 '노바시'라고 불리는 냉동 새우를 튀긴 것으로 보이는데 매우 뜨겁게 나와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화려한 기술은 없었지만, 매우 바삭바삭해 새우튀김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생꼴뚜기 초밥

    오랜만에 접하는 생꼴뚜기 초밥인데요. 저렴한 접시였지만, 신선도가 괜찮았기에 저는 이러한 시도가 좋다고 봅니다.


    햄 초밥

    배는 이미 부르지만, 여러분에게 이런 것도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집어들었습니다.
    밀가루가 다량 함유의 햄 초밥. ^^; 그래도 배고플 때 먹으면 맛이지요.


    성대 초밥

    노란 접시(중간 레벨)에 올린 이것은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어 여쭤봤습니다. 
    '장대'라고 하네요. 장대는 '양태'를 일컫는 서해 쪽 방언인데 제주도에서도 장대라고 표현하니 의아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정확한 명칭은 '성대'라고 합니다. 성대란 물고기를 아는 분들은 낚시꾼와 일부 미식가들 빼곤 없을 것 같은데요.
    바닥을 기어 다니는 물고기로 옆 지느러미를 펴면 매우 아름다운 색채의 고기입니다.
    어쨌든 처음 먹어 본 성대 초밥은 감동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씹히는 식감이 제법 좋았습니다.


    날치알 김초밥

    자연산 민어 뱃살 초밥

    먹다 보니 무지개색 접시는 더이상 나오질 않길래 여쭤봤더니 무지개색 코스는 모두 끝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따로 요청한다면 특별히 추가 리필을 해 드린다고 하기에 저는 다시 한번 민어를 주문하였습니다.
    굳이 안 먹어도 될 정도로 배는 이미 불렀지만, 무지개색 접시로 추가 리필이 되는지 아닌지를 알리기 위해 주문을 넣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민어 뱃살로 세 조각이 나왔습니다. 민어를 아주 큼지막하게 썰어내었는데요. 사실 이때쯤이면 맛을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배는 부르고 혀는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니 말입니다.


    다코야끼



    합리적인 가격으로 초밥을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제주회전초밥

    #. 도시의 회전 초밥 집에선 접하기 어려운 자연산 식재료들
    제주도에서 맛본 회전 초밥은 서울, 수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전 초밥과 여러 가지로 차이가 컸습니다.
    우선 도시 사람들이 맛보기 어려운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 특히 이 집은 무한리필 초밥집임에도 

    '자연산 민어, 자연산 농어, 부시리 뱃살, 중짜 이상의 광어, 여기에 돌돔까지..'

    여름에는 능성어 같은 고급 어종도 취급하는 걸로 보아 재료의 우월함은 가격대비 단연 돋보였습니다. 이는 제주도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요.
    서울에서 이런 재료를 맛보려면 소위 제패니스 레스토랑이라 일컫는 고급 일식집이거나 호텔급은 돼야 할 법한 재료들입니다.
    물론 맛은 차이는 큽니다. 재료 공수에서부터 손님상에 내기까지 철저한 관리와 특별한 비법으로 초밥을 쥐니 단순한 비교는 무리입니다만,
    적어도 식재료의 투명성만큼은 보장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서울, 수도권 대도시 지역의 초밥집과 다른 점이고요.
    참고로 일반 회전초밥 집에서 주로 취급하는 어종은 양식 농어, 양식 참돔, 크지 않은 광어, 중국산 홍민어, 그 외 냉동 조개와 동남아산 새우 등으로 
    식재료가 그다지 세련되지는 못합니다. 이는 단가와 수익창출 때문에 어쩔 수 없고요. 서울,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비싼 임대료도 한몫합니다.
    이 집도 새우와 조개류는 수입, 원양산을 쓰는 것으로 보이지만, 생선 초밥에 들어가는 재료만큼은 박수쳐 주고 싶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 안타까웠던 사실은
    이날은 제주도 토박이이신 지인을 모시고 갔습니다.
    기성세대일 뿐 아니라 활어회에 익숙한 전형적인 제주도 입맛을 가진 분이어서 초밥에 대한 반응이 자못 궁금했는데요.
    식사를 마치고 그분의 표정을 보니 더는 물을 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
    아무래도 활어에 익숙하다 보니 이런 형식의 초밥이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초밥'에 있을 것입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도 그 맛을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점이 뭇내 안타까웠습니다. 이는 초밥 문화가 이제 걸음마 단계를 밟고 있는 제주도 특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며, 그래서 초밥에 관한 전문 인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한 군데만 맛보고 제주도의 초밥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섣부른 감이 있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검색해 본 결과, 다른 제주도
    초밥집들도 사정은 비슷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결론을 맺자면.

    "초밥의 기술과 완성도, 전문 인력의 부재속에서도 제주도라는 특성을 살린 식재료의 질은 매우 좋았다. "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제주도에서 초밥이 당당한 외식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몇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더욱 전문적인(도시 수준에 가까운) 초밥 기술과 전문 인력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
    지금은 소위 육지의 '파인 다이닝급 초밥'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일시적으로나마 이러한 회전 초밥에 호응하고 있지만, 이들이 언제 실증을
    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2~3년 동안 개업했다 폐업한 초밥집이 몇 군데 있었던 걸 보아 제주도에서 초밥집으로 성공을 거둔다는 건 여전히
    벽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초밥 프랜차이즈나 회전 초밥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젊은 세대 못지않게 기성세대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제주도의 특성을 살린 메뉴 개발 함께 활어회에 익숙한 도민들의 입맛에 어느 정도 부흥할 수 있는 형태의 초밥으로의 독자적인 진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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