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과 당구치는 사위 그리고 쇠고기 숙성


명절이 지난 후 짧다면 짧은 칩거 생활을 잠시 접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계절감을 상실한 옷차림으로 나오니 훅하고 들어오는 한기. 아파트 정원에는 벌써 단풍이 지는 게 보입니다. 
최근 방사능이다 뭐다 해서 골머리를 싸맸었지요. 아직도 써야 할 글은 많지만, 손에는 잘 잡히지 않은 가운데 무슨 블로그를 이리 전투적으로 하는가
싶기도 합니다. 밀린 글감은 많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 템포 늦추어 가는 것도 좋을 듯해요. ^^

추석 때 오랜만에 당구 좀 쳤습니다. 당구는 대학 시절 저의 주요 취미였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당구 수는 같지만, 지금이 '물'이라면, 그때는 날카로운 '칼'이었습니다. 300과 붙어도 무서운 게 없었던 시절이었죠. ^^
그러다 그래픽 디자인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당구에는 점점 흥미를 잃고 군대가면서 그 취미는 종지부를 찍었지요.
지금은 어쩌다 오랜만에 사람 만나면 접대용으로 치는 정도로 전락해 버렸지만, 이게 또 알딸딸할 때 치는 재미가 있잖아요. ^^


명절 때 사위들과 당구치는 풍경

예전 흡연 시절 때는 상대가 치려는 공에다 담배 연기 뿜어대며 소위 '디파일러 갠세이'를 했고, 큐질 직전에 말 걸어 삑사리를 유발하기도 했지만,
요새는 당구를 쳐도 그 정도로 친한 친구들은 아니어서 점잖게만 칩니다. 그래서 그런지 당구 외적으로(?) 느꼈던 재미는 반감이 되더군요. ㅋㅋ
최근에는 독자분들과 사석에서 술 한잔 하고 2차로 당구 쳤고, 추석 때 장인어른, 형님들과 함께 친 게 전부인데.
기억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저의 최근 당구 전적이 7승 무패는 되는 것 같습니다. 당구는 못 치는데 승률은 이상하게 따라주네요. ㅎㅎ



추석 명절 때 오랜만에 시골 당구장을 찾았습니다.
오전이라 아무도 당구장을 찾지 않은 텅 빈 당구장을 다행히 옆에 PC방을 겸하고 있는 주인을 불러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장인어른과 형님들은 2:2로 편 먹고 사구를 치고 아내와 처형들은 포켓볼을 치고.
특별히 즐기는 취미는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풍경을 찍으며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당구를 즐겨 봅니다.


남자들은 2:2 사구 대결. 저는 작은 형님과 편 먹고(합 300), 장인어른은 큰 형님과 편을 먹고(장인어른 150, 큰 형님 50).
그런데 큰 형님은 사구보다 포켓볼에 관심이 많은 듯. 계속 그쪽에서 알짱알짱 여자들 플레이에 간섭하는 모습입니다. ㅎㅎ

결과는 우리 팀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결혼 초장기에는 장인어른과의 내기 당구에서 '적당히 쳐 드려야지'란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죠.
어차피 게임비 물리기라 적당히 쳐봐야 재미도 반감되고요. 성심성의껏 가진 기량을 다 하는 게 장인어른께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그러기도 힘든 게 저와 실력도 엇비슷하고, 어쩔 땐 저보다 날이 바짝 서서 제가 기를 써도 이기기 힘든 날이 있습니다.
이번 판은 제가 마무리로 끝내버렸지만, 같은 팀원인 작은 형님이 많이 빼줘서 이긴 거 같아요.


여자들은 카드로 자신이 칠 공을 결정하고.


이날은 낚싯대가 아닌 큐대를 든 아내.
근 일 년 만에 치는 포켓볼이 어색하기도 할 텐데 승부 근성은 있어가지고 열심히 치네요. 결과는 다행히 꼴찌는 면했습니다. ㅎㅎ
정작 날이 바짝 선 분은 큰 처형. 살림하랴 일하랴 아이 키우느라 근 몇 년간 당구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을 텐데 쳤다 하면 빨랫줄처럼 빨려 들어갑니다.
직업상 특유의 섬세함이 있기에 이런 점이 당구에서도 힘을 발휘하는가 싶기도 하고요.
연휴라 아무도 없는 시골 당구장에서 이렇게 식구들끼리 치는 것도 묘미가 있네요. ^^ 

계산은 전부 장인어른께서 했답니다. 말렸는데도 전날 섯다로 대박 나서 (무려 38광땡이 두 번이나 나옴) 당연스러운 듯 쏴주십니다.
다른 걸 쏴주시지. 당구비 얼마 안 나오는데 ^^;;



이날 저는 총 17일 숙성한 쇠고기를 개봉하였습니다. 숙성은 집에서 직접 하였습니다. 이즘에서 토막 퀴즈 하나!
위 쇠고기는 한우 등심인데요. 보시기에 몇 등급으로 보이시나요? (문제가 너무 쉽나요? ^^;)
쇠고기 숙성 이야기는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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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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