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도 감성돔 낚시 VOL.2 (감성돔 징크스, 포인트, 채비)


2박 3일 감성돔 낚시. 그 무대는 전라남도 끝자락에서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고 또 건너서 들어간 고흥 나로도입니다. 
나로도 중에서도 외나로도라는 곳은 낚시꾼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외진 섬. 근처에는 여수라는 걸출한 명소가 있어 상대적으로 덜 붐비기도 하지만,
나로도의 매력은 감성돔 포인트로서 가치가 높은 곳이 곳곳에 많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직벽과 홈통, 적당한 높이의 발판이 편안하면서
낚시의 집중도를 높여주지요. 하지만 첫날부터 난항의 연속이었습니다.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바닷물이 조금 물때임에도 뒤집어져 물색이 굉장히 어둡고
탁도가 심합니다. 여기에 애초 들어가려고 했던 A급 포인트는 너울 때문에 하선이 좌절됐고 그래서 급히 방향타를 돌려 적당한 곳에 내렸습니다.
이후 아침부터 시작된 감성돔 낚시. 저에게 첫 번째 어신이 들어옵니다!
찌가 총알처럼 사라지는 걸 봐서 일단 잡어는 아닌 것 같은데 휨새가 아리송합니다.

※ 오늘 조행기는 아직 카메라 적응이 안 된 니콘기로 찍어 사진이 평소만 못합니다. 감안하고 보세요. 
    해당 카메라는 저와 안 맞아 중고 장터에 내놨습니다.




총알같이 들어가는 찌를 보고 곧바로 챔질했는데 감성돔이 아니다, 고흥 나로도 감성돔 낚시

채비는 0.8호 반유동이고 수심은 9m가량 주고 있습니다. 
갯바위 지형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직벽이고 발 앞 수심이 8~10m가 나오므로 굳이 멀리 던질 필요 없이 전방 5m 앞에 찌를 두고 있는데요.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사라지는 찌. 뭔가 탈탈거리기는 하는데 감성돔은 아닌 것 같고.


농어

올려보니 깔따구입니다. 깔따구는 50cm 이하의 어린 농어를 일컫는 말. (경남에서는 까지메기라고 부름)
농어를 보고 난 좋은 예감은 '수온이 나쁘지 않다는 것'. 반면에 불길한 예감이 스친 건 '한 마리로 끝'이었다는 것.
이런 씨알은 밑밥에 한 번 반응하면 떼로 몰려와 후속타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텐데 이상하게도 입질이 없습니다.
아마 근방에 길을 잃고 헤매던 농어가 밑밥을 주워 먹으러 들어왔다 물었나 봅니다. 


복섬

아침 7시, 초들물이 들어오는 중이에요. 지금이 한창 입질이 들어와야 할 시간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바다는 입을 싹 닫아버리고 맙니다.
수심을 깊이도 해보고(했더니 밑걸림), 바닥에서 1~2m 띄워도 보고 옆에 일행과 수심을 달리해 공략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입질 없이 귀중한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포인트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가을에 감성돔 낚시는 무조건 바닥층만 공략하면 낭패 볼 수 있어요.
특히, 아침에 이런 직벽 지형의 갯바위에서는 내려오는 밑밥에 직벽을 타고 어느 정도까지는 부상하므로 수심이 9m 나온다고 해서 순진하게 9m만 주고
할 게 아니라, 11m를 줘서 한두 번 밑걸림을 당해 바닥 수심을 직접 파악한 뒤 찌 밑 수심을 올려 감성돔 입질층을 빨리 찾아내는 게 관건이라 봅니다.
그렇게 수심층을 조절하는 도중 물고 올라온 녀석은 복어의 일종인 복섬.


갯바위 낚시에서 가장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

한참 입질이 들어와야 할 시각이므로 낚싯대를 내려놓고 식사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개인당 주어진 식사로는 소시지와 삼각김밥, 이온음료, 간식은 초코바 정도로 해서 최대한 단출하게 구성하였습니다.
식사하면서 낚시는 계속 이어나갑니다.

"오늘 니가(감성돔) 죽나, 내가 죽나 함 해보자"

라고는 했지만, 이런다고 감성돔의 저주가 풀릴까요? ^^;
사실 제게는 최근 2년 동안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던 징크스가 몇 가지 있습니다.
지난 연말에 두미도에서 42cm 감성돔 한 마리를 잡기는 했지만, 징크스를 모두 깨진 못했어요. 
이후로도 감성돔을 잡았지만 계속해서 징크스는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1) 최근 2년 동안 아침에 감성돔을 잡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전부 오후에 잡았다.)
2) 최근 2년 동안 밀물(들물)에 감성돔을 잡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전부 썰물에 잡았다.)
3) 잡어를 종류별로 다섯 마리 이상 잡으면 그날은 꽝 친다.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풀어야 징크스에서 헤어났다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입질의 추억은 이날 징크스에서 헤어날 수 있을지 두고 보죠. ^^;


저 멀리 수평선에는 여수권을 대표하는 섬들이 보이네요.
여름과 가을철 대표 포인트인 광도가 선명히 보이고 그보다 먼 곳에는 거문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거문도는 실눈 뜨고 자세히 봐야 보일 거예요. 제 모니터에는 희미하게나마 거문도가 보입니다.
(모니터가 밝게 조절된 분은 안 보일 거예요. 제 모니터는 그래픽과 사진 작업을 위해 감마 조절해 놓았습니다. 
희미하게나마 거문도가 보인다면 모니터 밝기가 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물색 좀 보세요. 저게 바닷물인가요? 흙탕물이지.
물때는 조금임에도 불구하고 완전 진흙탕물입니다. 이것이 이날 감성돔 낚시에서는 가장 큰 변수가 될 듯.
이렇게 물색이 탁하고 흐리면 아무리 명포인트라 해도 감성돔 조황이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그나마 흐린 물색을 극복할 수 있는 팁이라고 한다면,
제 경우 크릴을 두 마리, 혹은 세 마리까지도 꿰어 던집니다. 조금이라도 감성돔 시야에 띠기 위함이지요.


홈통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조류(노란색 화살표)

이제 간조를 지나 초들물이 들어오는 중입니다. 선장님 말대로라면 조류가 홈통에서 바깥쪽으로 나갈 때 입질이 들어온다는데요. 
지금은 반대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간조와 초들물에 한해서 감성돔 낚시에는 별로 좋지 않은 물 흐름이라고 보입니다.
왜냐하면, 감성돔을 비롯한 모든 물고기는 조류를 거슬러 들어오는 습성을 가집니다.
지금과 같은 조류라면, 홈통에 있던 녀석들이 갯바위 가장자리를 타고 나오다 걸려들어야 할 텐데 그러려면 홈통 안에 감성돔 몇 마리가 들어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간조를 지나 초들물이 들어오고 있는 시점입니다. 

대게 물고기들이 홈통 안으로 들어와 있으려면 물 수위가 가장 높은 만조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물이 빠진 간조에는 저런 홈통에 감성돔이 들어와 있을 확률이 사실 낮으므로 지금 상황에서는 물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래도 좋은 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여요. 게다가 밑밥도 홈통 쪽으로 모이기 때문에 밑밥 효과를 보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걸 고려해 최대한 조류 상류 쪽에다 밑밥 투척을 하고 있지만, 홈통 안쪽으로 흐르는 조류는 집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감성돔 낚시는 조류 방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 상황에서는 만조에서 초썰물로 이어질 때 입질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을 듯. 


갑자기 들어온 입질에 당찬 손맛을 보는 최필님

최필님은 올해 저와 함께 몇 차례 출조하면서 남다른 낚시 열정을 보았고 나날이 올라가는 실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도 징크스가 하나 있다네요. 저와 함께했던 감성돔 낚시에서는 모두 꽝을 쳤다는 사실. ㅋㅋ
그러던 중 갑자기 낚싯대를 들으니 뭔가를 걸긴 걸었습니다. 휨새를 보니 잡어는 아닌 것 같은데 좀 전의 농어일까?



"오옷~ 감생이다!"
"뜰채 댈 씨알은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안전하게 할래요."




"드디어 한 마리 했습니다."
"축하해"


조금은 큰 씨알을 기대했는데 전형적인 가을 감성돔이네요. ^^
저보다 먼저 선수 친 최필님을 축하해주며, 녀석들이 흩어지지 않게 밑밥을 뿌려 놓습니다. 
이런 씨알은 군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마리가 갯바위 라인을 따라 몰려다닙니다. 그래서 파이팅 중 터트리면 무리가 흩어질 수 있으니 대단히
조심해야 하고요. 또, 들어온 녀석들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파이팅 중에도 밑밥을 뿌려 묶어두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이때 밑밥은 고기를 히트한 곳에 뿌리는 게 아니라는 것, 감성돔 낚시의 상식이지요.
 
이러한 씨알은 대게 연속적으로 낚일 텐데 이날은 바다가 좀 이상합니다.
혹시나 싶어 채비를 점검해 봤지만, 이렇다 할 문제는 발견하지 못하고, 특별히 밑밥을 잘못 쳤거나 공략 수심이 엉뚱하게 되어 있는 것도 없고.
저런 감성돔이 한 마리만 다녔을 리 없을 텐데. 아~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네요.


해가 뜨자 수면에는 학공치떼로 뒤덮이고 있다, 고흥 나로도 감성돔 낚시

조류 방향은 여전히 바깥에서 홈통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상황. 
조류 속도만큼은 감성돔 낚시하기에 정말 끝내주는데 아무래도 조류 방향이 바뀌어야 공략다운 공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무심히 흐르던 찌는 천천히 갯가로 밀려 들어오는데. 여기서 더 들어오면 좀 전에 밑걸림을 당했던 턱에 닿으므로 채비를 바로 걷는 것도 좋지만,
조금만 더 머물 수 있게 낚싯대를 뽑아들어 견제해 줍니다.


그랬더니 살포시 들어가는 찌. 원래는 수면에 뜬 학공치 좀 찍으려고 한 건데 찍는 도중 갑자기 찌가 들어가니 당황.
다시 카메라를 놓는데 도로 올라오는 찌. 잡어가 물었다가 뱉었나 싶어 계속 촬영을 이어나가려고 카메라를 집어드는 순간, 다시 찌가 잠기고.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지만, 숨바꼭질이 시작되었습니다. 입질 패턴으로 보아 감성돔은 분명 아니고 미역치나 작은 쏨뱅이일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낚시란 건 모르는 일입니다. 하찮은 어신도 끄끝내 받아내 얼굴을 볼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면에 들어간 찌는 좀처럼 움직이질 않고 있네요. 초릿대를 살짝 들어보니 구부러지네? 좀 더 드니깐 톡톡 거립니다. 물고 있네~

"옛다! 챔질"


쥐노래미 한 수

그간 벵에돔 낚시를 자주 하다 보니 쥐노래미를 오랜만에 만나봅니다.
(10월 말이므로 금어기 아닙니다. 쥐노래미 금어기 지키는 것도 좋지만, 감성돔이나 빨리 금어기 만들어 실시하면 좋겠습니다.)


웬 밴댕이가

이어서 올라온 눈치 없는 녀석은 웬 밴댕이? '밴댕이 소갈 딱지'라는 속담에 나오는 바로 그 밴댕이랍니다. 이것은 젓갈용으로 딱 맞지만, 방생 ^^
밴댕이가 낚인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로 가고(원래 처음부터 소강상태였지만 ㅋ)

"쩝. 오늘도 상황을 보니 글러 먹었군"

유난히 잠자리들이 극성 아닌 극성을 부리네요. 엄청난 개체가 갯바위 주변을 배회하며 일부 잠자리는 바닷물에 알을 놓는 헛수고를 하고 있고,
또 일부는 가미카제를 연상시키듯 그대로 바닷물에 몸을 던져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들이 포착됩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잠시 찌를 놓쳤는데요. 보니깐 찌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어디 갔지?
순간 갑자기 원줄이 쫙~ 풀려나가는 입질이 들어옵니다. 벵에돔? 아니면 부시리?
오~ 순간적으로 힘을 쓰길래 혹시 몰라 LB 브레이크 살짝 풀어줬다 다시 감아올리는데 이상하게 힘을 쓰네요. 
옆으로 쨌다 처박기를 반복하는데 뭐지? 부시리 새끼인가?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낸 녀석에 황당해하는 필자

이윽고 찌가 보이고 뭔가가 첨벙첨벙하는데 그것을 보자마자 저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ㅎㅎ
대가리부터 내밀어야 할 녀석이.


꼬리부터 내미는데요. 뭐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생각지 못한 삼치 한 마리가 우리에게 웃음을 준 이유는 교통사고도 그냥 교통사고가 아니라.



"똥꼬에 낑가 오다니 ㄷㄷㄷ"

지금까지 다양한 교통사고를 접해봤지만, 어떻게 하면 똥꼬에 바늘이 꽂힐 수 있을지 참으로 미스테리합니다. ^^;
정말 운이 없는 삼치네요. 제가 어지간한 잡어는 방생해 주고 있는데 삼치는 철수 후 점심때 백반집에 가서 구워달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밥반찬 낚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군요!!! 가만 생각해 보니 꽝으로 가는 절차를 그대로 밟고 있었네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뭔가 싸~ 한 게 살짝 한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알고 보니 잡어를 종류별로 낚고 있었군요.

농어 - 복섬 - 쥐노래미 - 밴댕이 - 삼치

잡어를 중복없이 종류별로 다섯 마리 이상 잡으면 100% 꽝을 쳤던 전례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번에야말로 징크스를 깨나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징크스지만, 사실 저는 속으로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게 아니던가? 괜한 동요는 하지 말자"

이러고 있는데 입질이 들어오네요. 


조피볼락

"웬 우럭?"


정말 가지가지 나오는군요. 시간은 이미 10시가 넘었고 나오는 녀석들이 죄다 징크스에 해당되는 것들이라 슬슬 애가 탑니다.


잠자리를 미끼로 사용해 본다.

수면에는 학공치 떼가 진을 치고 있었지만, 감성돔 낚시에 그다지 방해는 되지 않았습니다.
하도 입질이 없으니 이색적인 미끼를 사용해 봅니다. 이날 갯바위는 유난히 잠자리가 많았는데요.
한 번은 제 앞으로 지나가길래 반사적으로 손을 휘둘렀는데 운 좋게도(?) 잠자리가 제 손안에 있었습니다. 
불쌍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얘네들은 조만간 죽을 운명이지 않나 하며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고. ^^;;
이날 눈으로 목격한 '잠자리의 자살' 장면만 여러 번 보았으니. 시기상으로 수명이 다 돼서라고 추정하지만, 왜 바다에 뛰어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잠자리로 감성돔 낚시를 이어갔지만, 별 반응이 없어 다시 크릴로 바꾸고요.


이어서 올라오는 녀석은 졸복. 또 생선이랑 눈이 마주쳤군요. (가능하면 안 마주치려고 하는데)
손에 잡힌 졸복은 몸을 부풀리더니 급기야 저를 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군요. (알았어! 금방 놔줄게)
어쩜 잡어가 낚여도 이리도 중복없이 낚일 수 있을까?

결국에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징크스를 회자시키며 보기 좋게 꽝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에 반해 최필님은 단 한 번의 입질이었지만, 무려 감성돔을 낚았네요. 바다낚시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ㅎㅎ


막판에 밴댕이가 낚이며 아주 그냥 카운터 펀치를 먹인다.

철수 직전까지 열심히 쪼아봤으나 멈춰버린 조류, 그대로 하강해 쌓인 밑밥에 작은 잡어들이 꼬이나 봅니다.
이날, 잡어로는 밴댕이만이 유일하게 두 마리 잡혔지만, 이것으로 징크스를 깨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물색, 조류 여러 가지로 악조건이지만, 그래도 가을이고 어지간하면 손맛 보는 계절인데 이렇게 안 되나 싶기도 하고요.
밀려오는 허탈함을 진정시키며 철수 준비를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날도 징크스는 깨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


나로도 갯바위는 대체로 발판이 높아요. 만조가 되어도 잠기지 않기에 청소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아까부터 눈에 계속 밟혔던 저곳은 홈통 반대편인데요.
경사진 갯바위라 계속해서 포말이 밀고 들어오며 조류도 바깥으로 빠지고 있어 탐이 났던 자리였습니다.
물때상 저곳에 내렸다면 낚았을까? 꼭 꽝치고 나면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철수 직전 라이브웰을 살펴보니 삼치만 죽었고 나머지는 팔팔합니다.
삼치는 기포기를 아무리 세게 틀어도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성질이 급해서가 아니라 부레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레가 없는 어종은 평생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합니다. 잠을 잘 때도 가수면 상태에서 헤엄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산소부족으로
죽어버립니다. 그래서 부력이 없는 생선은 계속 움직여 물을 마셔야 산소를 흡수하는 걸로 압니다.  


최필님이 낚은 감성돔은 28cm

삼치를 제외한 나머지는 회를 치기 위해 피를 빼둡니다.


피가 말끔히 빠진 상태, 고흥 나로도 감성돔 낚시
 
이 상태로 식당에 가져갈 겁니다.
가는데 20~30분이면 충분해 별도의 손질은 필요 없지만, 쥐노래미만큼은 아니사키스가 염려돼 내장을 빼 둡니다.


철수배에 올라탄 우리는 잃어버린 물건부터 찾습니다. ㅋ
갑자기 바람이 불어 날아간 제 모자.


그리고 소쿠리와 최필님이 터트린 찌 역시 홈통 안쪽에 모여 쉽게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이 날 조류 방향이 어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있었던 포인트 전경입니다. 꼭 무슨 바위 같죠?


부부 조사님의 철수 장면. 그런데 어디서 뵌 분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바로 전날, 도보 포인트에서 숭어를 걸던 부부 조사님이네요.
조황을 물으니 비록 살감시지만, 세 마리 했다고 합니다. 부부가 함께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저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아내는 낚시를 별로 안 좋아해 혼자 가라며 등을 떠밉니다. 는 거짓말이고 실은 요즘 많이 바빠서 함께 동출을 못하고 있네요. ^^;


포구에 도착하니 어느 조사님이 원투낚시로 작은 우럭을 낚았습니다.
아침부터 감성돔 낚시를 위해 참갯지렁이로 공략했지만, 허탕이라고 합니다.


붉바리(가운데)와 쏨뱅이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 수조 안에는 작은 붉바리가 많이 들었습니다.
이 근방에서는 매운탕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라던데 아마도 그 비법은 붉바리에 있었나 봅니다. ^^


식당 이모에게 잡은 생선을 맡겼습니다.


우리가 낚은 모둠회

그랬더니 비록 큰 씨알은 아니지만, 농어, 쥐노래미, 감성돔으로 모둠회 한 접시가 나옵니다.
먹으려는데 마침 아내에게 전화가 오네요.

"뭐 좀 잡았어?"
"음...그게 말야"
"대답 보니 꽝 쳤구나 ㅎㅎ. 밥은 먹고 다니냐?" 


네. 이걸로 밥은 먹을 수 있겠습니다.


똥꼬에 꼈던 삼치는 구웠다

어쨌든 이걸로 두 그릇은 무리고 한 그릇 정도는 맛있게 비울 수 있겠습니다. ㅎㅎ


소박한(?) 시골 백반

백반이 1인분에 7천 원인데 두 명이니 14,000원. 여기에 잡은 생선으로 회와 구이를 하고요. 남는 서더리는 매운탕으로 냈습니다.
여기에 드는 추가 비용은 모두 6천 원. 총 2만 원으로 회정식(?)을 맛 본 셈입니다. 뭔가 아쉬운 낚시가 아닐 수 없네요.
시간은 오후 3시. 이대로 들어가 쉬기에는 애매한 시간. 오전의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도보권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같은 날, 외나로도의 도보 포인트

저녁 물때에 맞춰 감성돔 얼굴을 보기로 하는데 저녁 물때라 해봐야 간조랑 겹쳐 있어 그리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고요.
그렇다고 이 먼 곳까지 와서 마냥 놀 수는 없기에 뭐라고 잡히겠지 싶어 한두 시간이나마 낚싯대를 드리워 봅니다.


저를 도보 포인트로 안내해 준 최필님. 나로도에서만큼은 현지꾼 못지 않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더러 감성돔 낚시 시합하자며 도전을 걸어오네요. 다른 곳은 몰라도 나로도만큼은 자신 있다면서? ㅎㅎ
하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이겨도 본전인 게임은 안 해요. ㅋ


채비는 0.5호 반유동

<<입질의 추억 채비>>
낚싯대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오쿠마 2500번 LB릴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서스펜스 타입)
어신찌와 수중찌 : 쯔리겐 한국치누 0.5호 / Suje -0.5호 수중찌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7호 3m를 도래에 연결 (1.5호 목줄이 다 떨어진 관계로)
바늘 : 가마가츠 감성돔 바늘 2호
봉돌 : g2 봉돌 한 개 물림



몇몇 현지꾼들만 고기를 빼 먹는다는 비밀 포인트

이 포인트는 전방 100m 앞에 양식장이 있으며 안으로 커다란 만을 형성하는 마을 어귀인데요. 
갯바위 지형도 완만하고 수심도 낮아 오전에 했던 곳과는 완전히 상반됩니다.
이런 곳에 무슨 감성돔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오히려 이런 곳이 대물급 감성돔이 곧잘 낚이니 무시하면 안 돼요.
다만, 지금 물때가 중썰물을 지나 간조로 향하고 있어 가뜩이나 낮은 수심이 더 낮아져 있을 겁니다.
평균 수심은 5~6m인데 지금은 물이 많이 빠져있어 5m 주고 했더니 밑걸림이 생겨요. 그래서 4~4.5m가량 주고 흘리는 중입니다.
대게 이런 조건을 갖는 포인트는 수중 여건에 특이사항만 없다면, 만조 전후로 낚시가 되며, 지금과 같이 간조 전후로는 별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니 말이 감성돔 낚시지 사실상 시간 때우기로 온 셈이지요. 지금 상황에서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수면에 드리워진 은빛 고기의 정체는?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그만 낚싯대 접어야겠다는 생각에 딴청을 부리는데 갑자기 옆에서 "찌 들어갔어요"라고 합니다.
그 말에 고개를 돌리는데 찌가 안 보이네요. 어디 갔지? 순간 초릿대 끝이 쿡쿡하길래 반사적으로 챔질하는데.
제법 차고 나가는 힘이 전해져 잠시 손맛을 보고 올리는데 어라. 이게 뭐야?

수면에 번쩍번쩍하며 올라온 녀석에 순간 웃음이 나오고. (이날 낚시하면서 두 번 웃네요.)
의외였습니다. 이런 후미진 곳에도 이런 게 낚이다니. 나로도에서 감성돔 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나로도 갯바위 출조 문의 : 정다운 레저 011-875-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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