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벵에돔 낚시(3), 아내의 기록 경신 그리고 민박집 식사


대마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섬이었습니다. 미천한 실력임에도 손맛으로 보장해 주는 대마도는 '약속의 섬'이었습니다.
이 겨울에 보기 드문 화창한 날씨, 편안한 발판, 수심도 적당하고 촬영 여건까지 모두 좋았습니다.
다만, 이런 대마도에도 한 가지 문제는 앓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요.

"벵에돔이 너무 많다는 점"

굳이 문제를 들라면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특별히 씨알을 선별해서 낚을 수 없다면 아기 벵에돔에게 유린당하는(?) 일이 이곳에서는 비일비재하기에.
대물이 설치는 겨울의 중심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아기 벵에돔과 잡어 등쌀에 한동안 이렇다 할 수확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마도에서의 첫날, 고우자키라는 포인트에서 겨울 벵에돔 낚시를 이어나가 봅니다.





"왔다!"

오후 5시. 한창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입니다.
던졌다 하면 잔챙이 벵에돔이 물고 늘어져 한동안 무료한(?) 시간이 흘렀는데 이번에는 제법 앙칼진 입질이 들어옵니다.


들어뽕을 시도하는 아내.

꽤 묵직한 벵에돔이 수면에 모습을 보이는데요. 뜰채를 대기에는 작고, 들어뽕을 하자니 무겁고.
전에는 들어뽕을 했다가 벵에돔의 날카로운 융모에 쓸려 터트린 경험이 몇 번 있어 조심스러운 아내입니다.


30cm 오버급 벵에돔, 대마도 겨울 벵에돔 낚시 中에서

평소 1호대에 얇은 목줄이었음 뜰채를 대야 할 크기지만, 1.75호 낚싯대라 무난히 들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고 아내는 갈무리하는데 이번에도 바늘을 삼키고 올라왔는데요. 주저 없이 목줄을 끊고 바늘을 새로 매는 아내.
전보다 뒤처리가 한결 빨라졌습니다. 촬영과 마릿수는 서로 공생할 수 없는 사이지만, 불필요한 동작을 최대한 줄여나가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말이 쉽지 잘 안 된다는 걸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갯바위에 서면 욕심을 부립니다.
그러다 보니 촬영과 낚시를 모두 그르친 적이 많았지요.

이쯤에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남은 한 시간 동안 촬영을 도맡을 것이냐? 아니면 낚시에 집중할 것이냐?
하지만 어느 쪽도 포기하기가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사실 벵에돔이야 많이 잡아봐야 먹어치우면 그걸로 끝이고 남는 건 결국 사진인데.
게다가 중요한 순간에 사진을 놓치면 그 장면을 다시 찍기도 어렵고 말이지요. 연출이란 건 있을 수 없으니 그때그때 찍어둬야 하기에 제 마음의 추는
촬영 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PM 5:20, 저 멀리 낚시꾼도 파이팅 중이다.

해 질 녘이 되자 아내의 품질 회수가 점점 늘어났다.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철수 시각까지 30분이 남았습니다.
해가 수평선에 걸리면서 벵에돔 낚시의 절정이 왔습니다. 하지만 잡어의 극성은 여전합니다.
지속해서 들어가는 밑밥에 잡어들이 떠날 생각을 않고. 그나마 다행인 건 좀 전까지 포인트 주변을 설쳤던 아기 벵에돔이 잠잠해졌다는 겁니다.
해 질 녘에는 대물 벵에돔이 갯바위 근처로 들어와 먹이 활동을 하므로 저는 발 앞을 노리고 아내는 조금 떨어진 전방 10m를 노리기로 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곳을 노리다가 어느 한쪽에서 입질을 받으면 공략 지점을 정하는 게 한결 쉬우니까요.
이제 남은 시간이 30분도 채 되지 않자 아내와 저는 밑밥 품질 회수를 두 배 이상 늘렸습니다. 
소나기 품질을 하되 8:2 비율로 각각 발 앞과 공략 지점에 뿌리는데 흐르던 찌가 깜빡깜빡합니다. 확인차 걷어보니



황당하게도 저 큰 바늘에 멸치가 물고 올라오네요. 안 그래도 잡어 등쌀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이제는 멸치떼까지 들어와 낚시를 방해합니다.
반면, 조금 떨어진 곳을 노리는 아내는.


 

잔 씨알이나마 벵에돔을 낚고 있으니 아무리 해 질 녘이라도 발 앞은 잡어 때문에 공략이 어렵다고 판단. 
아내와 함께 전방 10~15m 부근을 표적으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노립니다. 이에 낚싯대를 먼저 세운 건 바로 아내.


가당찮은 힘이 낚싯대를 통해 아내의 팔을 짓누릅니다. 
대를 힘껏 세운 뒤 아내, 고기 힘에 질세라 꼿꼿이 세우고 버티는데. 


녀석이 쉽게 딸려 오는 듯하더니 전방 7~8m 앞 갯바위 턱에서 처박기 시작하자 아내는 릴링을 멈추고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참고로 아내가 사용하는 원줄은 2호, 목줄은 1.7호, 찌는 G2에 5번 봉돌 두 개를 분납해 중하층을 훑고 있었다 합니다.
어신은 캐스팅 후 빠르면 30초에서 1분 사이에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찌가 확실히 잠기는 걸 보고 챔질했다고 해요.
그렇게 몇 초 동안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아내는 서두름 없이 천천히 릴링으로 끌어냅니다. 
중간에 턱이 있는데 벵에돔이 그쪽으로 파고들 때마다 짜릿한 손맛에 즐거워하는 아내.
그런 아내가 실은 며칠 전, 낚시라는 취미에 대해 굉장히 혐오감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이 기분으로는 앞으로 낚시를 못 하겠다."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의 여성 필드스텝이 벵에돔을 낚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그 동영상을 필두로 링크를 타고 들어가다가 한번은 바늘에 걸린 벵에돔이 물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수중 촬영한 동영상을 보았는데 애초에 
'벵에돔 입장이 되어보자'로 시작한 토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아내는 낚시라는 행위에 회의를 느꼈다고 합니다.
아내가 말한즉슨.

벵에돔은 단지 배가 고파서 크릴을 물었을 뿐인데 알 수 없는 힘이 벵에돔을 구속하며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벵에돔이 공포에 질린 채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인간에게는 손맛이 되어 시시덕거리며 즐기지 않는가?
그런 취미를 내가 해왔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갑자기 벵에돔이 불쌍해졌다. 이 기분으로는 도저히 낚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라고 말했던 그녀.
며칠 뒤 대마도에 오더니 새카맣게 잊었나 봅니다. (...)


약 37cm급의 벵에돔으로 포즈를 취하는 아내.

팽팽한 접전 끝에 힘이 빠진 녀석은 순순히 뜰채에 들어가고. 
아내가 잘 잡아주니 좋긴 좋은데 그만큼 저는 옆에서 찍사하느라 바빠집니다. 이거 낚느라 바빠야 할 시간에 촬영 때문에 바쁘니 ^^;

이때가 정확히 5시 46분이었습니다. 철수 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4분.
이제는 낚싯대를 접고 정리해야 할 시간입니다. 사진을 서둘러 찍느라 포즈, 구도가 엉망이에요.
원하는 포즈가 나오질 않자 아내가 짜증 투로 '아 그냥 대충 찍어' 하더니 제 차 캐스팅하네요. 이런..
지금은 어떻게든 한 마리 더 낚고, 한 장이라도 더 건져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6시면 철수배가 들이닥칠 테니 지금부터 낚싯대를 접고 정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오늘 낚시, 왠지 모르게 아쉽네요. 낚시란 언제나 아쉬움으로 끝나지만, 그 아쉬움이 대마도라서 더 큰가 봅니다.

"딱 한 번만 던져볼까?"

저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서둘러 크릴을 꼽아 던졌습니다. 지금 시각에 벵에돔이 물면 최소 4짜는 될 거라 기대하면서.
잠시 후 아주 미약한 어신이 전해지는데 그걸 놓칠세라 뒷줄을 잡아 팽팽히 합니다. 그랬더니 슬그머니 가져가는 입질

"챔질!"

그런데.


복어의 일종인 キタマクラ(키타마크라)가 낚였다.

한국 어류도감에는 없는 이상한 복어가 낚였습니다. 처음 보는 어종이라 일본의 어류도감을 검색하니 그제야 알 수 있었는데요.
이 어종은 남일본, 인도양, 서태평양에 서식하는 복어의 일종으로 근육과 피부, 간, 창자에 독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워낙에 소형 어종이라 식용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해요. 회는 맛있다고 합니다.


복어의 날카로운 이빨

낚시꾼들이 복어를 싫어하는 이유가 식용이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목줄을 쉽게 자를 수 있는 저 이빨이 가끔 미치게 합니다.
그런데 이 어종은 입을 다물었을 때 보다시피 양쪽에 틈이 생겨 목줄을 끊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후 5시 50분.
이제 철수 시각까지 10분밖에 안 남았습니다. 철수 준비는 당연히 남편의 몫. ^^ (정리는 아내에게 시키고 낚시를 즐길 수는 없으니)
그 사이 아내가 한 번이라도 손맛을 보게 하려면 제가 정리를 도맡아야 합니다. 일단 낚싯대부터 접고요. 
채비를 회수하고 밑밥 주걱을 닦아 가방에 넣고 주걱통, 밑밥통, 그 외 주변 정리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최후의 보루인 뜰채를 접을까 말까 고민하려는 찰나.



"왔다. 왔어!"

뜰채를 접을까 하려던 찰나에 들어온 마지막 입질! 대 휨새를 보니 30cm는 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빠 어떡해"
"왜?"
"힘이 장난 아니야. 도와줘"
"정말?"
"아니"
"뭐야. 장난치지마."
"뜰채"
"정말?"
"악~ 혼자서 뜰채질 못하겠어. 이번엔 도와줘야겠다. 빨리! 놓칠꺼 같아"


대마도 낚시 첫날, 철수 직전에 받은 강력한 입질에 조금 당황한 아내

처음에는 30cm 중반 정도 되겠거니 싶었는데 1.75대가 저렇게 휘어진 걸 보니 예사 놈이 아님을 직감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전방 10m쯤에서 입질을 받았는데 천천히 끌고 오다가 갑자기 밑으로 처박는 바람에 릴에 가 있던 손이 지금은 낚싯대 붙잡기 바쁩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방 7m쯤에 턱이 있어 거기서 한차례 위기가 있었습니다. 드랙을 약간 풀어놨더니 '끼이이익~'하며 차고 나가는 녀석.

"드랙! 드랙!"

아내는 서둘러 드랙을 잠갔고 아래로 처박던 녀석은 힘에서 막히자 옆으로 째기 시작.

"혹시 벵에돔이 아닌가?"

그렇게 몇 초간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아내는 여전히 양손을 붙든 채 버텼습니다. 녀석은 옆으로 째는 듯하다가 다시 밑으로 처박기를 두어 번.
낚싯대가 부러질 듯 휘어지니 새로 구입한 낚싯대를 첫 출조부터 제대로 테스트하네요.
잠시 후 찌가 물 밖으로 나오고 팽팽해진 목줄이 빙글빙글 흔들리며 물 위로 올라옵니다. 이윽고 물속에 검은 그림자가 비치기 시작하는데.


대물과 힘겨루기 끝에 뜰채질에 들어간 아내, 대마도 겨울 벵에돔 낚시 中에서

수면에서 연신 날뛰는 벵에돔을 살살 달래보지만, 공기를 덜 먹였는지 여전히 힘이 남아 있습니다.
뜰채를 쥔 아내는 팔이 저리다며 힘겨워합니다. 아직 녀석의 힘이 덜 빠진 상태에서 성급히 뜰채를 내린 게 화근입니다.
뜰채 무게가 아내의 팔을 압박하는 동안 벵에돔은 계속해서 처박고 그럴 때마다 팔 힘이 달리는 아내는 벵에돔에게 대를 내주며 휘청거립니다.

"안 되겠다."

지켜보던 저는 뜰채 지원에 나섰습니다.


자신의 기록어가 될지도 모를 벵에돔을 낚고 기뻐하는 아내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찍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바늘도 입술에 정확히 꽂혔군요. 한 손으로 받쳐 들기가 꽤 버거울 정도의 돼지 벵에돔입니다. 
작년에 2박 3일 대마도 낚시에서는 마릿수를 보아도 4짜 이상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 일정에는 첫날부터 4짜를 만나 아내가 의기양양해졌습니다.
이 맛을 보려고 그동안 고생해가며 낚시한 건지. ^^

그나저나 지금은 1초도 금 같은 시간입니다. 바다 분위기를 보니 좀 전에 설쳤던 잡어들이 싹 사라지고 없네요.
이는 덩치급 벵에돔이 들어왔을 때 생기는 현상으로 한 번이라도 더 던지면 4짜가 아니라 5짜도 물어 재낄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느낌입니다.
위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고기를 서너 번이나 떨궈가며 찍어야 했던 아까운 시간. 그 시간이면 다른 꾼들은 못해도 세 마리는 잡았을 거예요.
고기 계측도 그나마 빛이 남아 있을 때 해야 하므로 아내에게 빨리 크릴을 꼽아 던지라고 주문했습니다. 
중간에 철수배가 들이닥치면 어쩔 수 없지만, 멀리서 배가 오는 것 정도는 맨눈으로 볼 수 있으니 아내에게는 신경 쓰지 말고 한 번이라도 더 던지라고
하였습니다.


아내가 낚은 벵에돔은 정확히 40cm를 가리켰다.

그 사이 저는 고기 계측에 들어갔는데 아내의 종전 기록은 38cm. 4짜 5짜를 숱하게 잡아본 꾼들에게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내에게는 이것이 개인
기록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내의 낚싯대가 또다시 휘어졌습니다.

"또 왔다!"

아내가 연신 낚싯대를 세울 때 짐 정리하던 저는 아내의 파이팅 장면을 물끄러미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비록 저는 제대로 된 녀석으로 손맛을 못 봤지만, 아내가 손맛 봤으니 제가 본 거나 다름없겠죠. 흑흑.
어쨌든 이번 녀석도 휨새가 예사는 아닌데 해는 이미 저물어 촬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ISO를 3200으로 놔도 렌즈의 초점링이 헛돌고 수동으로 하자니 번거롭고 해서 파이팅 장면은 생략했습니다. 
대신 양손이 비어 있으니 이번에도 신속한 랜딩을 위해 뜰채 지원을 했고 그 결과 아내는 철수 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고기를 뽑았습니다.


37cm급 긴꼬리벵에돔으로 첫날 대마도 낚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에는 긴꼬리벵에돔이 낚였네요. 그간 벵에돔 일변도라 조금 아쉬웠는데 긴꼬리가 나와 주니 반갑습니다.
시간은 오후 6시 10분. 어느덧 철수시간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이 장면을 끝으로 저는 카메라 전원을 끄고 남은 짐정리를 마저 하였습니다. 

정리는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아내는 뜰채와 낚싯대, 릴을 정리하는 동안 저는 밑밥통과 기타 짐들을 챙기고 주변을 정리합니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낚시 가방의 지퍼를 쫙하고 올리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배가 나타나더니 이쪽으로 불을 비추며 다가옵니다.
고기를 잘 낚고 못 낚고를 떠나 그리고 씨알이 크고 작음을 떠나 시작부터 철수 때까지 순조롭게 그리고 골고루 손맛 본 이 날 낚시는 모처럼 '흡족'
이라는 두 글자를 남겼습니다. 철수길에 카메라를 살피니 세 시간 낚시한 것치고는 알찼습니다. 사진 컷도 충분했고요.
이걸로 조행기를 두 개는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배는 고파도 마음은 불렀습니다. ^^;


철수 후 선상에서 고기가 좀 나와 저녁 횟거리로 다듬고

이날 우리 부부가 낚은 벵에돔은 방생급 벵에돔을 제외하고 10 여수.

갯바위는 수온 하강에 잡어 등쌀로 조황이 고르지 못했다고 해요.
우리 부부는 주어진 세 시간 동안 27~40cm까지 10 여수 했는데 마릿수는 사이좋게 반반씩 했지만, 씨알은 아내가 좋았습니다.


민박집 주방에는 횟거리 장만이 한창이다.

3박 4일 중 첫날, 대마도 민박집에서 저녁 식사

닭볶음탕과 제육볶음

일본식 오리 전골

특이하게도 오리가 들어간 개운한 맛의 전골

특이하게도 전골에 오리고기를 넣었는데 잡내가 없고 담백합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전골에 들어간 저 두부가 참 맛있어요.
질감은 연두부처럼 말캉한데 입에 넣으면 콩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그런 두부입니다.
두부는 콩 맛이 나야 두부인데 우리나라의 식품 전문 기업인 '풀XX 두부'에서는 왜 이런 맛이 안 나는지 모를 일입니다.


4짜 5짜 벵에돔 숙회와 방어회

회는 한 테이블당 한 접시씩 놓았는데 다 먹으면 리필할 정도로 양이 넉넉했습니다. 벵에돔 숙회는 불에 그을린 불향이 제법 고소합니다.
이날 저녁 반찬으로 나온 회는 대부분 박범수 대표님이 잡은 것으로 무려 40~50cm 벵에돔과 방어가 주류입니다.

철수할 때 '좀 잡으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수온이 내려가서 잘 안 돼'라고 하십니다.
많이 못 잡았나 싶어 라이브웰을 들췄더니 무슨 40~50cm급 벵에돔이 드글드글 하네요. 
'이걸 혼자 다 잡으신 거에요?'라 물었더니 그냥 웃기만 하시는 대표님. 나중에 부회장님을 통해 알게 된 거지만, 선상에서 나온 거라 합니다.
횟거리 장만을 위해 선상낚시를 해야 했던 상황. 그렇다면 수온이 내려가 갯바위는 많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니 좀 섬뜩합니다. 
만약, 선상을 안 했다면 이날 저녁은 생선회가 빠진 식탁이 될 뻔했습니다.



회가 리필 되고

5짜 벵에돔의 기름기 보소

첫 접시가 벵에돔 숙회(유비끼)라면 이번에는 껍질을 벗겨서 내왔습니다. 저 붉은색 혈합육에 낀 기름기 좀 보세요.
저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생선이 있는데 하나는 '능성어'이고, 다른 하나는 '벤자리'입니다.
저런 지방층은 4짜 이하의 벵에돔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특징이기도 하지요.


벵에돔회

생선회라기보다 무슨 고기를 씹어 먹는 기분이랄까. 겉모습과 달리 맛은 참 담백하네요. 청렴하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걸 먹으니 횟집에 못 가지.
요즘 정보의 난립으로 숙성회다 이노신산(IMP)이다 해서 '생선회는 반드시 숙성해야 맛있다.'고 주장하는 미식가들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갓 잡은
자연산 활어를 먹어보지 못한 이들의 항변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갓 잡은 자연산 활어의 탄력은 오래 씹게 되고 오래 씹음으로써 나오는 달짝한 육즙의 풍미를 아느냐는 것입니다.
어종과 산지, 물고기 크기와 컨디션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활어회냐 숙성회냐의 이분법적 논리로 생선회 맛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거라면
좀 더 다양한 어종, 다양한 크기의 횟감을 맛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글로 배운 것과 경험으로 배운 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이 아닌 어디서 주워 들은 이야기로 '조미료(글루탐산나트륨)'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과 숙성회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은
그동안 숱한 편견에 시달린 반항 심리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가짜 정보가 판치는 세상에서 활어회와 숙성회를 놓고 벌어지는 공방전을 잠식시키기
위해 기회가 되는대로 글을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쓰다 보니 내용이 잠시 빗나갔네요. ^^;


방어회

겨울 방어도 벵에돔에게 절대로 뒤지지 않는 식감. 제주도에서 먹은 방어회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전골에 면을 말아 먹는다.

마무리로 끓는 전골에 면을 넣어 익힌 뒤 훌훌 털어 넣으면 저녁 식사가 마무리됩니다.
한참을 먹다 보니 입에서 생선 냄새가 진동하네요. 결국은 남기고 말았습니다.
4자 5짜 벵에돔 회가 저렇게 남아도는 식탁 풍경, 대마도가 아니면 어디서 구경할 수 있을까요. ^^

입질 부부는 다음 날 출조를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일 차와 3일 차는 종일 낚시로 진행하니 체력을 비축해야 합니다.
대마도에서 겨울 벵에돔 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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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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