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 캠페인(3), 내가 꼽은 최악의 비매너(선실 에티켓에 관하여)


군인을 낮추어 부를 때 보통 '군바리'라 부르죠. (바리과 생선이 아닙니다.) 휴가 나온 특정 군바리가 행실이 좋지 못하면, 군인 전체가 욕먹을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만약 사고라도 친다면 어깨에 붙은 마크의 해당 부대에서 연대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요. 군인은 행실을 떠나 남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이자 국가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낚시꾼은 어떨까요? 낚시인을 낮추어 낚시꾼이라 부르지만, 낚시인 스스로 '꾼'을 자처하기에 특별히 비속어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친숙한 단어인 낚시꾼. 그러한 낚시꾼이 낚시복만 벗으면 누군가에게는 자상한 아빠이고 가정에서는 사랑스러운 남편이겠지요. 그런데 낚시복만 입었다 하면 행실이 더러워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린 그들을 '매너 없는 낚시꾼'이라고 말합니다.


행실이 안 좋은 군인은 개인이 책임을 감당하지만, 일부 낚시꾼의 비매너 때문에 낚시인 전체가 싸잡아 욕먹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마을 앞 방파제에 쓰레기를 두고 가는 등 몸살을 앓고 있는 환경 문제 때문에 늘 구설에 오르기도 합니다. 제발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는 알아서 치웠으면 좋겠습니다.



#. 선실에서 담배 피우는 행위는 자제해야
그런데 낚시꾼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는 비매너는 따로 있습니다. 갯바위든 선상낚시든 선실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매너인데요. 첫 번째는 흡연입니다. 흡연자들의 무질서한 공중도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것 정도는 애교지요. 거리의 하수구와 꽃 화단을 재떨이로 만들어 버리는 무개념. 운전 도중 창가로 날아오는 담배꽁초. 벽돌 사이사이로 쑤셔 박은 꽁초들까지. 


비록, 일본이 미운 나라이긴 하지만, 그 나라에서는 그런 광경을 보기가 어렵죠.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휴대용 재떨이'의 도입이 시급해 보입니다. 그리고 선실에서 흡연하는 꾼도 여전히 있습니다. 탑승객 중 절반은 비흡연가인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문만 열고 고개를 빼꼼이 내밀어 담배를 뻑뻑 핍니다. 사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문제는 다른 사람이 흡연가인지 비흡연가인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연가라도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는 맡기 싫을 겁니다.

하루는 추자도 가는 배에 탔는데 선실에서 졸다가 코를 찌르는 담배 냄새에 눈을 떴습니다. 선실 내에는 연기가 자욱했는데 그 누구도 이를 만류하지 않았어요.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연기가 집중적으로 나오는 곳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죠. 어떤 분이 아예 양반다리로 앉아서 담배를 피는 게 아닙니까? 창문을 열고 피워도 시원찮은데 무슨 철판으로 그러는가 싶었습니다. 보다 못한 저는 다짜고짜 언성을 높였고 그제야 나가서 피우던데요.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선실에서 흡연은 안 참습니다.

- 선실에서는 창문 열고 피는 것도 하지 말 것
- 밖에서 필 때는 선실 문을 닫아 줄 것


이 두 가지는 간절히 당부합니다. 또한, 조타실에 들어가서 담배를 태우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냄새가 선실로 다 들어옵니다. 제발 피우시더라도 문은 닫고 피우시기 바랍니다. 흡연자들 중 적잖은 이들이 근처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러한 경향은 보기 어려운데요. 우리나라도 빨리 선진국을 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선실에 앉을 자리가 없어 세 시간 동안 찬 바람 맞고 간 필자의 아내

우리 부부가 겉으로는 즐거운 낚시를 하는 것 같지만, 뒤에는 이런 상황들을 자주 접합니다. 굳게 닫힌 선실, 그 아래는 꾼들의 신발이 가득합니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몇 사람 더 앉아 갈 수 있는 공간인데 얼굴 한번 쓱 쳐다보고는 다시 눈을 감는 이들. 어떤 꾼은요. 누워서 휴대폰 게임질이 한창입니다. 잘 것도 아닌데..


밖에서 못 들어오고 있는 꾼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누워서 꼼짝하지 않는 이들. 일부의 이야기라고요? 낚시 좀 해보신 분들은 이것이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겁니다. 새벽에 배 한 번 타보시면 실감하시리라 봅니다.


<사진 1> 눕지도 못하고 꾸부정한 자세로 1~2시간 버티자니 곤혹이 따로 없다.

#. 될 수 있으면, 선실에서 다리 뻗고 자는 행위는 자제하자
선박의 규모마다 정원이 다른데요. 특별히 정원을 초과하지도 않았는데도 자리가 없어 쫓겨나듯 앉아 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통 낚시배 선실은 조타실 아래에 1~2평 남짓한 공간이 있습니다. 거기는 5~6명이 들어갈 수 있고, 뒤쪽 넓은 선실에는 여러 명이 앉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꾼들은 들어가자마자 드러눕고 다리부터 폅니다. 다리를 펴고 가는 건 좋은데 그 전에 주변을 한 번 훑어보는 게 어떨까요?


만약, 자리가 부족해 선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 같이 앉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너무 피곤해 눕고 싶다면,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최소한 다리라도 필 수 있게 해 주세요.

"정말 다리가 마비될 것만 같습니다."

다리가 저리고 아프지만, 곤히 자는 사람 깨우기도 좀 그래요. <사진 1>을 보면 옆으로 드러누워 다리를 구부리고 자는 꾼들이 더러 있습니다. 누군들 편히 안 가고 싶겠습니까. 좁은 선실에서 똑바로 누워도 자리가 부족할 판에 옆으로 누워 공간을 차지하면 눕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자세를 잡고 가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건 알 바 아니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몇 사람이 누우면 몇 명만 편히 가고 나머지는 힘들게 가야 합니다.

누구는 두 다리 쭉 뻗어 코까지 골면서 가고
누구는 꾸부정하게 앉아 새우잠을 자면서 가고
또 누구는 밖에서 파도에 맞을세라 힘들게 서서 가고


한정된 공간에서 몇 사람이 누워버리면 그걸로 몇 사람이 앉아 갈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선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이 밖에서 서성이다 뱃전에서 튀는 바닷물 다 맞습니다. 집에선 안 그러겠죠? 저의 경험을 미루어 보면, 수도권에서 출조점을 이용할 때는 이런 일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같은 지역, 같은 버스를 타고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서로 간에 기본적인 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꼭 현지꾼과 섞이기만 하면 저런 일들이 발생합니다. 서로 모르는 관계일수록 예의를 지킵시다.


눕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선실에서 편히 갈 수 있다.

#. 누워가는 것 자체는 괜찮다. 하지만
다들 새벽부터 짐 싸고 오느라 피곤한 건 알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주변을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자리가 충분하면 누워가시고, 자리가 충분치 못하면 서로 간에 바짝 붙어 앉고 미처 들어오지 못한 꾼들이 선실에 들어와 앉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에티켓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오늘의 바다낚시 캠페인은 선실에서 지켜야 할 매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혹시 남들이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그랬다면, 이 글을 보면서 생각을 바꾸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전국의 낚시인에게 모두 전달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글을 보신 여러분이라도 선실에서의 흡연과 대짜로 뻗고 자는 행위를 자제해 주시고 또 주변 낚시인들에게도 잘 일러 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지금은 최첨단 낚시 장비도 좋고 테크닉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낚시인으로서 기본적인 매너와 소양이 절실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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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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