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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바다낚시 캠페인(1) 이후 낚시 캠페인 관련 글을 쓰지 못했다가 이제야 두 번째 이야기를 올립니다.
낚시 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게 원치 않은 일을 겪거나 불쾌한 장면을 보는데요. 제발 '이것'만큼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하는 게 있습니다.
"먹지도 않을 물고기, 잡어라며 죽이는 행위"
정말 꼴불견이죠. 방파제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는데 유독 갯바위에서만 목격되는 이 현상에 대해 저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방파제는 '잡어도 소중히 여기는 생활 낚시꾼'이 많지만, 갯바위는 '초심 잃은 자칭 전문꾼이 대상어만 쫓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물론,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에 한해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버려지는지 이유도 천대받는 잡어 종류도 다양한데요.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제주 사계리 해안 포인트
이곳은 제주도입니다. 전방에는 산방산과 한라산이 보이는 걸출한 풍경에서 몇몇 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곳 사계리 해안 일대는 제주 현지꾼이 잘 찾는 포인트로 인기가 있습니다.
뒤쪽에는 산방산이 앞쪽으로는 송악산이 펼쳐진 제주의 푸른 바다. 어떠신가요? 이런 곳이라면 낚시할 맛 나겠죠? ^^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속에도 한 가지 흠이 있었습니다.
갯바위 한켠에는 얼마나 지났을지 모를 생선 조각들이 썩어 뭉드러져 가고 있었습니다. 대가리 생김새를 보니 독가시치(따치)인데요.
독가시치는 현장에서 피와 내장을 제거하지 않으면 횟감으로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보통 갯바위에서 손질해 가는 편입니다.
이것도 낚시꾼이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손질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금만 신경 쓴다면 깨끗이 처리할 수 있을 텐데 좀 아쉽습니다.
더구나 이곳은 낚시 자리에서 안쪽으로 꽤 멀리 떨어진 갯바위라 만조가 되어도 바닷물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근처에 물웅덩이가 있는 것으로 봐선 태풍이나 주의보로 생긴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손질 장소로 꼽았다면 더욱 잘못되었다 봅니다.
이것 때문에 안쪽에 고인 물은 썩어가는 중이고 주변에는 악취로 가득합니다. 손질하고 나오는 부산물은 바다에 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갖은 풍파를 겪은 어린 돌돔
바로 옆 물웅덩이에는 어린 돌돔 한 마리가 겨우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사진만 찍고 얼른 방생했지만, 앞으로 잘 살아갈지 걱정입니다.
낚시꾼이 버렸는지 높은 파도에 밀려 들어온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낚시꾼에 의해 물고기 상태가 저렇게 되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다만, 물고기를 낚았는데 상태가 매우 안 좋자 물칸에 던져버렸을 경우가 있고
또 다른 경우는 태풍이나 주의보로 형성된 높은 파도에 실려왔을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
물칸에 죽어 있는 물고기들
이곳은 남해의 어느 갯바위입니다. 물칸에는 며칠째 내버려둔 건지도 모를 물고기가 썩어가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기분 전환하려고 갯바위를 찾았는데 코끝을 찌르는 악취에 낚시가 집중이 안 되고 기분도 찝찌름합니다.
일부 몰상식한 꾼이 '대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갯바위에 패대기치거나 물칸에 넣어 가두는 행위를 하곤 합니다.
그들은 평소와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행위이며 이를 보는 낚시꾼들도 기분이 언짢지만, 의례 있는 줄 아는데요.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한국이라서 가능한 거라고 봅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준하는 시민 의식이 부족해 보이는 현상을 곳곳에서 봅니다.
외국에서는 생선을 다듬고 남은 부산물, 어린 치어, 원치 않은 잡어들까지 다치지 않도록 잘 처리해 바다나 호수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게 아예 몸에 배어 있어요. 행여나 누군가가 잡어를 죽이거나 낚시터를 더럽힌다면 곧바로 항의하거나 보안관에게 신고합니다.
낚시하는 행위 자체가 생명체로부터 희락을 얻는 것이므로 그것을 소중히 여겨 식량으로 사용할 게 아니면 다시 자연으로 보내지는 게 맞는데
이렇게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않은 꾼들이 주변에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통탄할 일입니다. 정말 이기적인 탐욕의 끝판왕이지요.
어떻게 보면 '잡어'라고 지은 이름의 의미도 물고기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합니다.
사실 감성돔과 벵에돔을 대상어로 하는 꾼들에게 있어 잡어는 미끼만 축내는 얄미운 존재일 텐데요.
어떤 꾼은 특정 잡어에 적개심을 품어 낚는 즉시 갯바위에 패대기치거나 고인 물에 던져 천천히 죽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또한, 참돔과 긴꼬리벵에돔을 노리러 왔다는 어떤 꾼은 40~50cm급 부시리가 계속 물어 재껴 귀찮게 하자 아예 잡아다 칼로 아가미를 찌른 뒤 다시
바다에 던져 넣기도 하는데요. 그러한 일화를 매우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해서 실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꾼들에게 학살 당하고 핍박 받는 잡어도 지역마다 종류가 다를 것입니다.
가까운 내만권은 복어나 노래미가 많은 반면, 원도권에는 위 사진과 같이 어린 돌돔이 곤혹을 치르기도 합니다.
가장 많이 버려지거나 패대기 치는 억울한 생선, 어떤 종류가 많을까요? 지금까지 낚시다니면서 자주 본 어종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작은 노래미
서해와 남해에서 감성돔 낚시 중 자주 물고 올라오는 손님 고기입니다.
초보 조사들은 매운탕거리다 해서 챙기는 편이지만, 베테랑 조사들은 방생하는데 간혹 물칸에 넣어 두고 그냥 가버리는 꾼이 있습니다.
챙기려고 뒀다가 잊은 건가요? 아니면 일부러 넣어 둔 건가요? 간혹 갯바위에다 던져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낚시하는 꾼이 있습니다.
놔두면 죽을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복어류
복어는 감성돔 낚시 중에 자주 보이는 물고기입니다. 자주 낚일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이빨로 낚시줄을 끊어 먹다 보니 꾼들의 원성을 사는데요.
특별히 씨알이 큰 복어가 낚여도 이를 챙겨갈 만한 낚시꾼은 많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 방생하지만, 간혹 갯바위에서 말려 죽이기도 합니다.
이를 모르고 쪼아 먹은 새들의 운명은?
숭어류
숭어는 방파제, 방조제에서 크게 환영받는 물고기입니다.
감성돔 전문 낚시꾼에게 걸리면 대체로 살아서 돌아가지만, 간혹 갯바위 물칸에서 삶을 마감하는 경우를 본 적 있습니다.
모든 것은 인과응보가 아닐까요. 자연을 상대로 누리는 취미라면 더더욱 생명을 귀히 여기고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등어, 전갱이류
고등어, 전갱이는 20cm밖에 안 되는 작은 씨알이라도 방파제에서는 환영받는 물고기지만, 갯바위에만 갔다 하면 천덕꾸러기가 됩니다.
이에 전문 낚시꾼들은 작은 고등어, 전갱이에 이골이 났는데요. 이 많은 개체수를 어루고 달래줄 방법이 없어 스스로 빠져나가기만을 기다리지만,
간혹 이것에 불만을 가진 꾼은 일부러 낚아서 햇볕에 말려 죽이는 풍경을 본 적 있습니다.
"왜 그러는 것이냐?"
라고 물었는데 자기는 고등어, 전갱이가 너무 싫답니다. 얘네들 때문에 낚시를 제대로 못 하고 감성돔 얼굴도 못 봤다는 게 이유랍니다.
그래도 살려주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습니다. 나이만 먹었지 의식은 투정부리는 아이 같았습니다.
감성돔 입장에서는 고등어, 전갱이들이 쉴드 쳐준 덕분에 살았습니다. 제발 끝까지 안 낚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한테는.
"바다낚시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저질 행위는 근절되어야 합니다."
그 밖에 젓볼락, 망상어, 인상어(물망시), 자리돔, 베도라치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잡어들이 감성돔과 벵에돔이 아니라는 이유로 허무하게 죽곤
합니다. 그것이 어쩌면 먼 미래의 사회에서 벌어질 일일 수도 있습니다. 유전자적으로 열악한 인간은 걸러내고 우수한 유전자만이 살 수 있는 마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지금 한국의 갯바위에서는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몇몇 어종을 소개해 봤는데요. 사실 꾼들에게 가장 많이 핍박받는 어종은 따로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갯바위에서 자주 말려 죽는 어종이 두 종류 있습니다. 참 불쌍하죠? 그놈의 '돔' 유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미역치
만지면 위험한 물고기다 보니 발로 밟아 죽이기도 하고 햇볕에 말려 죽이기도 합니다.
기가 막힌 건 개체수 감소를 위해 죽여야 한다는 어느 꾼의 철없는 말도 있었습니다.
용치놀래기
용치놀래기는 입이 작아서 미끼만 따먹기로 유명한 잡어입니다. 벵에돔, 감성돔 낚시할 것 없이 얘네들이 단체로 뜨면 피곤해지는데요.
억울하게 죽어간 생선 1위를 꼽으라면 용치놀래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갯바위에서 험하게 죽은 꼴을 많이 봤습니다.
#. 바다낚시 캠페인을 마치며
안 그래도 사회에서는 낚시꾼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호의적이지 못하고 그 입지도 점점 좁아져 감을 느끼는 요즘인데요.
뉴스에서는 갯바위 불법 하선을 보도하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환경 훼손 문제로 누리꾼의 질타를 받습니다.
저도 최근 들어 네티즌들에게 질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낚시 칼럼이 네이버나 다음의 메인에 소개될 때 가장 많이 받은 질타가
'낚시꾼이 저지르는 환경오염' 문제였습니다. 저 혼자 솔선수범 해봤자 다른 꾼들이 망쳐 놓은 이미지 때문에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여기에 오늘 다룬 '생명경시 풍조'까지.
가끔 세간의 질타를 받을 때 낚시꾼들은 자기네들 권리만 주장하기 바쁜데 그 전에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일부 몰지각한 행위로 인해 낚시인 전체가 싸잡아 비난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잡어로 버려지는 생선들, 낚인 것도 억울한데 최소한 일용할 양식으로 사용되어지지 않는다면
"방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낚시는 '자연'을 상대로 물속 '생물'을 탐구하는 취미인 만큼 언제나 자연에 감사하며 겸손으로 대하였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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