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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의 궁색한 해명, 낚시 구명조끼는 문제가 없다.
사진은 내용과 상관 없음
낚시 구명복
지금 추자도 낚싯배 사고와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조회 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인터넷 기자들은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키보드를 두드려 배끼기 식 기사를 쏟다 보니
한번 잘못 나간 오보도 여과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건을 대하는 해경의 자세입니다.
늑장 대응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돌리기 위해 세운 방패막이는 다름 아닌 낚시인들이 입는 구명복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낚시용 구명조끼는 해경이 인정할 수 없는 수준이며 부력제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며, 사망자가 늘어난 원인을
낚시인의 구명복으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낚시 조력이 오래된 분들은 이 부분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저 역시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낚시 구명복을 겨냥한 해경의 진술"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추자도 낚싯배 사고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난무하며 원인을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 것인지를 놓고 설전이
오갔고, 해경은 매 브리핑 때마다 말을 바꾸고 있어 신뢰도에 금이 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들은 "구조가 늦어 저체온증으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고, 해경은 "구명조끼를 안 입어서 희생된 것."이라며
책임론을 회피하였습니다. 그런데 구명조끼를 안 입어서 희생되었다는 해경의 진술에는 한 가지 커다란 오류가 있습니다.
아래는 문제의 기사 내용입니다.
#. 거짓으로 드러난 해경의 해명
앞서 지난 6일, 해경은 사망자 10명 중 4명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망자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이유는 낚시인이 입는 낚시용 구명복을 구명조끼로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됩니다. 낚시용 구명복이 사람을 물에 띄우는데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경의 이러한 해명은 사실이 아닙니다.
사고를 당한 낚시인들은 모두 추자도 야영낚시객으로 갯바위 낚시 구명복을 100% 지참합니다.
그것을 입고 있었느냐, 입지 않고 있었느냐는 또 다른 논쟁거리겠지만, 이 글의 주요 골자는 낚시 구명조끼의 성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해경의 진술이 근거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갯바위 낚시 구명복은 부력재 방식으로 '일본해상안전청'의 기준인 7.5kg/24h에 맞추어 생산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7.5kg짜리 물체를 24시간 동안 띄울 수 있는 구명복이 아니면 생산도 판매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본해상안전청의 기준인 7.5kg/24h에 잠시 알아보면, 성인 남자의 평균 몸무게는 약 70~80kg입니다.
그런데 우리 신체의 70% 이상은 수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부력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합니다.
우리 신체 중에 유일하게 침력(가라앉는)을 행사하는 물체는 뼈입니다.
그 외 구명복에 들어가는 여러 낚시 소품은 전부 물에 뜨려는 성질이 강하므로 부력재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갯바위 낚시꾼이 가지고 다니는 봉돌이라고 해봐야 전부 합쳐도 무게 100g도 안 되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것들인데 이것이
부력재에 영향을 준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성인 남자 70~80kg 무게 중 90%이 물에 뜨는 물질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해양 관련 법규가 엄격한 일본에서는 7.5kg/24h로 구명복을 생산하게 되어 있습니다.
추자도는 우리나라에서 3대 원도권에 속하는 천혜의 낚시터입니다.
아무나 갈 수는 있지만, 그 누구도 쉽게 시간 내어 가지 못합니다. 경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추자도 정도 가는 낚시인이라면 대부분
이쪽 낚시 장르(갯바위)에 특화된 구명복을 입기 마련입니다. 그 구명복은 익히 알려진 시마노, 다이와, 가마가츠, 쯔리겐, 야이바 같은
일제품인데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적어도 갯바위 낚시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발달했기 때문에 추자도 정도 다니는 꾼들이라면 일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게 현실입니다. 여기에 국산 브랜드를 이용한다고 해도 아티누스와 같은 브랜드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어 어찌 됐든
일본해상안전청이 마련한 기준에 따라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입고 있는 구명조끼는 대부분
7.5kg/24h 기준을 통과한 제품으로 성인 남자를 하루 가까이 물에 띄우는 데는 이상없는 제품들입니다.
제주 해경의 해명은 오늘날 낚시인이 입는 구명복의 부력재 성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제주 해경의 성기주 경비과장은 "사망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구명조끼가 아닌 낚시용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해명하면서 "낚시용 구명조끼가 부력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은 아니다." 식으로 해명했습니다.
우리나라 구명조끼의 부력재 기준은 KPS(한국생활안전시험연구원)이 내세운 것을 말합니다.
그 기준은 고작 4.9kg으로 일본해양안전청의 기준인 7.5kg에 훨씬 못 미칩니다.
4.9kg이라는 부력기준은 수영에만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바다에 빠졌을 때 사람을 띄우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초동대처에 의한 구명 활동에는 도움을 주지만 사람을 물에 띄우는 지속시간이 적어 생명을 연장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런 어설픈 기준을 통과해도 구명조끼로 판매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의 법입니다.
물론, 레저용 구명복의 안전 기준치가 있습니다. KS 안전기준에 따른 최소 부력에 의하면 스포츠 레저용 구명복의 경우
착용자 체중(kg) 최소 부력 A형 B형
40~50 60N (6.12kg) 90N
50~60 70N (7.14kg) 110N
60~70 80N (8.15kg) 130N
70 초과 100N (10.19kg) 150N
- A형 보호시설이 있는 물에서 사용하는 구명복
- B형 해변가 또는 악천 후에 사용하는 구명복
한편, 낚시용 구명조끼는 기술표준원 고시 자율안전기준(부력보조복)에 따라
착용자 체중 (kg) 최소 부력
30~40 35N (3.57kg)
40~50 40N (4.08kg)
50~60 40N (4.08kg)
60~70 40N (4.08kg)
70 초과 50N (5.1kg)
수준이며 일본은 앞서 설명했듯 이보다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되어 있습니다.
해경이 말하는 구명복은 KS 안전기준에 따른 부력재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현재 레저용으로 비치한 구명조끼, 여객선에
비치된 구명동의가 모두 오래되고 낡아 KS 승인을 거친 제품이라 해도 실제로 바다에 빠졌을 때 제기능을 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부력제는 오래되면 오래될 수록 부력 기능을 상실합니다. 이 부분은 낚시용 구명복도 마찬가지이며, 이를 배게 삼아 깔고 눕거나
물에 젖은 상태로 방치할 경우 그 성능이 줄기 때문에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겠지요.
또한, 사고가 난 해역은 조류가 빠르기로 유명하며 2~3m의 너울성 파도가 지속해서 들이닥치는 극한의 상황에서는 KS 안전
기준치 제품이라도 무용지물입니다. 한마디로 그러한 상황에서는 항해를 하지 않은 것이 최선책이며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수색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상황보고는 해경이 사고 해역으로 출발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세월호 때도 그랬지만, 사고란 하나의 원인만으로 참사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일어나게 되며, 그중 하나가 구명복을 입고 있었느냐의 여부이며, 초동대처가 제대로 이뤄졌느냐도
원인이 됩니다. 그러한 원인들이 쌓이고 쌓여 총체적 부실로 이어지는 것인데 해경은 단순히 이 사고의 원인을 낚시 구명복의
성능탓으로 돌리면서 애꿋은 사망자의 잘못으로 몰아가려고 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해경 말대로 낚시 구명복이 구명 보조제이고
부력 성능이 기준치에 맞지 않다면, 왜 해상 레저 활동을 승인하고 낚시 구명복의 안전 기준치를 자율에 맡기는 것입니까?
그렇게 말하는 해경조차도 지난 2013년경,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짝퉁 구명조끼를 대량으로 사들여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전국 4개 지방해양경찰청과 16개 해양경찰서에서 구입한 수천 벌의 구명동의가 안전에 취약한
합성수지로 만든 개당 2~3만 원짜리 제품임이 드러나면서 불량 구명조끼의 허위 형식승인과 부실한 검수에 대한 의혹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해경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해당 기사 전문 : 보러가기)
단지 책임론을 피하고자 낚시 구명조끼의 성능을 의심하는 거라면, 바다에 빠졌을 때 해당 제품들이 얼마나 물에 띄울 수 있는지,
해상 레저용에 맞게 제작된 것인지 그 적합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했습니다.
오늘날 바다 낚시인들은 구명조끼뿐 아니라 안전과 밀접한 갯바위 신발 등 낚시장비 일체에 대해 일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10년 이상 바다낚시를 한 사람으로서 '안전'과 직결되는 구명복과 신발만큼은 일본 브랜드의 사용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점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만, 오죽하면 낚시꾼들 사이에서 "죽기 싫으면 일제품
써라."는 말까지 나돌까 싶습니다. 그 정도로 안전에 관해서는 그래도 일제품의 성능이 입증되었기에 비싼 가격을 마다하고 사용하는
게 아닐까요.
반면, 구명복을 생산하는 국내 조구업체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시중에 바XX라는 브랜드의 구명복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품 상세 페이지 어디를 살펴보아도 부력재에 관한 설명이 없습니다. 이런 구명복이 일본에 수출해 시마노, 다이와와 대등하게
경쟁할 리 없을 것이고, 전량 내수용으로 생산하는 것이라면 해경이 생각하는 구명조끼의 기준인 4.9kg에 맞춰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일부 싸구려 국산 제품은 해경의 말대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지만, 추자도로 다닐 정도의 낚시꾼이라면
싸구려 구명복을 쓰지 않습니다. 기본 가격이 30만원, 혹은 그 이상인 일본 브랜드를 선호하기에 구명복의 성능을 의심하려면
이들 제품이 어떤 기준에 의해 제작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금은 사고를 둘러싼 각종 의혹,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기사로 유포되고 있어 어느 쪽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헷갈립니다.
저 역시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거나 자세한 내막을 모르기 때문에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낚시 구명조끼에 대한 해경의 발언만큼은 매우 부적절해 보입니다. 적어도 낚시인이 착용하는 구명복 부력재가 어떤
기준으로 제작되었는지를 알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변명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늑장 대응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면하고자 낚시 구명조끼의 성능을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던 해경. 이번에는 잘못 짚은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했으면 좋겠고, 이러한 사건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교훈이 되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법규를
잘 정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며 추자도 사고 희생자들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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