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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삼다수 숲길] 피톤치드 가득한 산책로
사려니 숲길, 비자림, 주슴질, 곶자왈, 그리고 오늘 쓰게 될 삼다수 숲길까지. 제주를 대표하는 숲길이면서도 개성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 다들 한 번은 다녀올 만한 스팟입니다. 특히, 장마나 태풍이 지나간 후에 이런 숲길을 거닐면 말 그대로 촉촉한 산책이 되겠지요.
이곳 삼다수 숲길은 근처의 사려니 숲길과 여러 면에서 비교되었습니다. 여성적인 매력이 쏠쏠 풍기는 곳이 사려니 숲길이라면, 삼다수 숲길은 조금 박력이 있고 남성적인 매력을 풍깁니다. 사실 남성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각종 편의시설(주차장, 화장실)이 미비하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코스가 길어 체력을 축낸다는 점에서 남성적인 매력을 느꼈지만, 실은 초입에서 시작되는 삼나무의 장대한 분위기가 아기자기한 사려니 숲길과 비교해 보니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차이가 있다면, 사려니 숲길은 대형 관광버스가 드나들어 북적일 때도 있지만, 삼다수 숲길은 개인 여행객뿐이라 상대적으로 한산합니다. 사려니 숲길은 알아도 삼다수 숲길은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조금 강직하고 남성적인 분위기가 넘치지만, 그 속에서 아기자기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죠. 그런데 삼다수 숲길을 무작정 들리게 된다면 이날 제가 그랬던 것처럼 약간의 고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정보와 함께 탐방을 시작해 보도록 할게요.
이곳은 조천읍 교래 사거리 근처의 종합복지회관
'삼다수 숲길 위치'라고 검색하면 지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교래 종합복지회관에 차를 주차한 다음 걸어 들어가라고만 안내되어 있을 겁니다. 교래 종합복지회관도 네비게이션에서는 잘 안 찍힐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제주미니랜드', 혹은 근방에 있는 '사려니 숲길'이나 '교래 사거리'를 치면 근처로 안내할 것입니다. 대부분 탐방객도 복지회관에 주차하고 이곳 삼다수 숲길로 진입합니다만, 문제는 거리가 꽤 길다는 점입니다.
복지회관에서 숲길 입구까지의 거리는 약 1.5~2km. 어차피 이 길을 왕복하게 될 테니 삼다수 숲길 탐방로를 제외하고서라도 3km를 추가로 걷게 됩니다. 물론, 이곳을 찾게 된 목적은 심신단련과 함께 걷기 위해 온 것이지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삼다수 숲길에서 가장 짧은 코스가 5.2km인 점.
긴 코스는 8.2km에 달하니 마음 단단히 먹고 출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체력이 넘치는 젊은이에게는 문제 될 게 없지만, 저처럼 임산부를 동반하거나
노약자(부모님)을 모시고 가볍게 산책할 요량이라면 차라리 사려니 숲길이 낫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교래리 종합복지회관을 빠져나와 도로를 건너면 '삼다수 숲길 입구'라 쓰인 간판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2km 정도는 더 걸어가야 본격적인 숲길 탐방로로 이어집니다. 그 사이에는 말 목장이 있으므로 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차량의 잦은 이동을 삼가는 분위깁니다. 이는 탐방로 입구에 주차장을 만들지 않은 이유겠지요.
여기서 숲길 탐방로까지는 약 1.5km. 부드러운 흙길을 기대했다면 가는 내내 시멘트 길이라서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삼다수 숲길 입구에 이르지 않았으니까요. 이 길은 작은 마을, 드넓은 초원을 연상하는 말 목장이 들어선 부지를 통과하는 과정에 있으니 조금 인내심을 갖고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중간에는 이런 개천도 나오고
목장을 지키는 개 한 마리가 반겼다.
납작 엎드리는 개. 충견이다.
이윽고 삼다수 숲길로 진입.
목장 주변을 통과해 이어지는 숲길. 아직 바닥은 시멘트 길이었고 간간이 마을 차량이 지나다닐 뿐, 숲길 입구는 아직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제법 숲길다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국이 흐드러지게 핀 이곳부터 흙길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탐방을 알렸습니다.
초반부터 이어지는 삼나무 숲길은 정보가 부족했던 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습니다. 피톤치드 가득한 삼나무 숲길이 이어지면서 멀리서 들리던 차 소리도 자연이 만든 방음장치에 차단돼 버렸습니다. 대신 들려오는 것은 각종 새소리, 그리고 인공의 느낌이 덜한 흙길, 청량한 공기, 풀냄새가 어우러져 정신과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빽빽한 삼나무들은 제 눈앞에서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무에 낀 수북한 이끼마저도 초록의 싱그러움을 더해 눈을 정화해 주는 곳. 그것이 삼다수 숲길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삼나무 숲길에 이어 조릿대가 무성한 숲길을 지나면, 울퉁불퉁한 숲길이 나오기도 했고 숲 터널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고대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숲길이 나오기도 했죠. 하나의 숲길에서 다양한 분위기가 공존하니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있어 좋았던 것은 오르막길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요. ^^';
민달팽이
매미가 벗어 논 허물
1코스와 2코스의 분기점.
분기점을 지나자 양치식물 등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한 숲길로 이어졌다.
숲길 탐방을 마치면 또 한 번의 분기점이 나온다.
이곳에서 주차장인 교래복지회관까지의 거리는 약 1.5~2km 정도. 또다시 한참을 걸어야 하지만, 삼다수 숲길만 탐방하고 싶은 이들은 아예 삼다수 공장에다 차를 세우고 올라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오른쪽을 보면 공장 건물이 슬쩍 보입니다. 이곳은 생수를 생산하는 공장이라 대형 트럭의 왕래가 잦지만, 주차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차를 대고 이곳으로 올라오면 바로 삼다수 숲길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장 전용 주차장이다 보니 탐방객이 주차해도 되는지는 제가 확인을 못 했습니다.
삼다수 숲길은 1코스와 2코스로 나뉩니다. 1코스의 경우 길이가 약 5.2km. 소요 시간이 1시간 30분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여기서 제공하는 정보와 실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제하고 걷는다 해도 1시간 30분 만에 1코스를 주파하기란 쉽지 않아요. 경보로 걷는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숲길의 묘미는 느긋하게 걷는 데 있습니다. 후다닥 보고 지나가는 숲길이라면 아무리 좋은 숲길이라도 그 묘미가 덜할 테니까요. 여기서 안내한 소요 시간은 그러한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나온 시간에 +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을 더 보태야 대략 맞을 듯합니다. 숲길 탐방 후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 계산에 착오가 있어선 안 되겠지요. 저의 경우는 공항으로 가야 했기에 다급해질 뻔했습니다. 추후에 안내판이 수정되길 바랍니다.
여성적이고 인공적인 느낌이 났던 사려니 숲길과 달리 삼다수는 남성적이고 강직한 면이 있습니다. 확실히 인공적인 느낌도 덜 났고요. 그러다 보니 좋은 점도 있었지만, 편의 시설의 부족은 '긴 탐방로'를 생각했을 때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중간에 화장실이 없으며 앉아서 쉬어갈 만한 벤치도 없습니다.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논스톱 주파를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 ^^;
삼다수 숲길을 찾기 위해선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오십시오. 8.2km에 달하는 제2코스는 한라산 탐방을 하기 전, 예비 연습으로 적당해 보입니다. 때 묻지 않은 숲길, 초록의 싱그러움, 피톤치드 가득한 원시림의 느낌을 만끽하면서 조금 진득하게 산책하고 싶다는 이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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