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갤러리,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영혼의 정토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영갑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반평생 제주의 풍경을 담아온 사진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습니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제주도는 자연과 바람의 섬이라는 게 실감 납니다. 그가 담은 것은 제주의 풍경이지만, 자연의 대지와 바람을 담았습니다.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참고가, 일반인들에겐 제주 특유의 분위기를 담은 자연에 잠시나마 휴식처가 되는 김영갑 갤러리. 오늘은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영혼의 정토' 김영갑 갤러리로 산책하러 나가 봅니다.







    입구에서 반기는 소녀, 왠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듯 하다.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의 작품집들




    김영갑 갤러리 내부



    #. 제주의 속살에 순교한 김영갑 사진작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가 우연히 선물 받은 카메라 한 대가 그의 인생을 바뀌게 했다고 합니다.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심부름을 하며 어깨너머로 사진 기술을 익힌 그는 그때부터 사진에 매료되어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꿈꾸며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982년 우연히 제주도에 들렀는데 제주의 때묻지 않은 자연에 매료된 뒤부터는 가족과 인연도 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예 제주에 정착해 사진 찍는 일에만 몰두하였습니다. 그 뒤 제주의 자연을 필름에 담기 위해 사시사철, 밤낮 가리지 않고 제주 전역을 샅샅이 훑었고,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절벽에 몸을 매달고 사진 찍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1999년 사진 촬영을 하던 중 조금씩 손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 점점 심각해져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태로 발전하였는데, 뒤늦게 찾아간 병원에서 일명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사진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지만,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그는 2002년에 제주 성산읍의 어느 폐교를 빌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라는 사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 현재 김영갑 갤러리에는 20만 장에 달하는 사진이 전시 보관되어 있습니다.



    故김영갑 선생님의 작업실


    그의 유품들

    #. 사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김영갑 갤러리
    얼마 전 스트로보(외장형 플래시)를 놓고 한 친구와 갑을박론을 펼친 적이 있었습니다. 인물사진을 주로 찍는 그 친구에게 스트로보는 필수용품이었고, 풍경과 스냅사진을 주로 찍는 저에겐 거추장스러운 장비였죠. 그런데 문제는 이에 대한 견해차가 아니라 장비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 동호회 등에서 주관하는 출사에 스트로보 없는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나오면 비웃음거리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이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저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카메라 동호회에서 활동한 적이 없으니 그쪽 사람들의 세상을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장비를 전부 갖추지 못하면 (요컨대 사진 찍을 자세가 안된 것 처럼 보여서)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랍기만 합니다.

    지금은 최첨단 장비가 속속들이 나오고 또 대중화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에 대한 느낌과 개성은 사라지고, 모두 비슷한 느낌의 사진만이 남은 시대가 도래하였지요. 이는 화학조미료(MSG)를 쳐서 다들 개성을 잃고 비슷한 음식이 되어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요. 최첨단 기술력으로 무장된 하드웨어가 사진에 대한 고민을 대신해 주고 있기에 정말 느낌과 감동이 있는 사진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진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까?"

    카메라 장비에 대한 고민은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고민은 사진의 본질에 대한 걸 말합니다. 무엇으로 찍어야 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찍어야 하느냐의 고민이죠. 남들과 같은 시선과 눈높이라면 결코 개성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대상을 찍을 땐 충분히 고민하고 찍는 것을 말합니다.


    저 역시 그런 고민을 갖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이는 사진 찍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촬영했던 사진의 깊이는 매우 미미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사실이 더 즐거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참고로 제가 풍경 사진을 작업할 때 듣는 음악을 소개할까 합니다. 밤 시간에 바람과 대지를 느끼면서 작업하기엔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링크를 클릭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음악듣기)


    #. 사진은 열정과 사랑이다.
    확실히 저는 그런 점에선 많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장비에 대한 애착심이라든지 하드웨어적인 기능성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문제는 찍어야 하는 대상에도 애정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여기서 문득 들었던 것입니다. 낚시를 좋아하면 좋아하는 만큼 프레임에 담아내고, 풍경을 사랑하면 사랑하는 만큼 깊이를 가져야 하는데 저의 관심사는 온통 '색감'에만 치우쳐져 있었을 뿐, 대상의 본질을 보고 느끼는 데는 매우 미약했던 게 스스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이 느껴집니다. 사진 한 장을 담기 위해 제주의 오지를 훑으면서 불철주야 시간을 보냈던 열정들. 사진은 열정의 크기 만큼 찍히는가 봅니다. 그가 찍은 사진 속에는 한 장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던 시간과 노력이 느껴졌고 살을 에는 한기와 바람도 보였습니다.


    풍경 사진은 기상과 시간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요.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선 끊임없이 기상을 체크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포인트로 진입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겁니다. 때로는 우연과 요령에 따라 느낌있는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그것이 필연과 노력으로 바뀐다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 봅니다.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 속에는 그러한 혼들이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한 판단력과 깊이는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말입니다. 그가 반평생 사랑했던 제주의 속살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면, 김영갑 갤러리를 둘러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찾아오는 길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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