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 해안산책로와 한담 해안산책로


    제주도 해안산책로가 가지는 비경은 웅장함과 소박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소요 시간이 짧아 아이와 함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곳도 있지요. 용머리 해안산책로와 한담 산책로가 그것입니다.


    산방산 앞에 있는 용머리 해안산책로는 왕복이 아닌 편도 구간으로 약 40분이면 주파할 수 있는 짧은 거리를 가졌습니다. 거리가 짧다고 해서 풍광의 깊이가 얕다고 보면 오산일지도 모릅니다. 우측에는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좌측엔 기암절벽의 웅장함이 걷는 내내 기분을 들뜨게 합니다. 짙푸른 바다와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엔 그야말로 최적의 장소인 셈. 

    용머리 해안산책로가 남성적인 이미지라면, 제주시 애월에 위치한 한담 해안산책로는 한적한 바닷길로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멀리 흰 색 페인트의 지붕 집과 야자수 나무는 한담 해안산책로를 이국적으로 포장해 주는 주연감. 검은 현무암 뒤로 펼쳐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는 한국의 섬,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색 조합이기도 합니다. 


    한담 해안산책로 역시 왕복 1시간이면 충분히 걷는 길로 공항에 도착해 해안도로를 탔다면 한 번쯤 둘러볼 만합니다. 오늘은 힐링하기에 아주 좋은 두 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용머리 해안산책로

    폐업한 버기카 현장,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해안산책로 입구

    산방산 앞에 활짝 핀 유채꽃

    놀멍쉬멍 걷는 용머리 해안산책로


    #. 기암괴석으로 보는 시간여행
    산방산 해안에 있는 용머리 해안산책로는 공중에서 내려다봤을 때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폭 5m도 채 안 되는 좁은 통로를 따라 산책로를 걸으면, 오랫동안 층층이 쌓인 사암층 암벽이 위용을 드러냅니다. 180만 년 전, 수중폭발로 형성된 응회암층으로 길이 600m, 높이 20m의 현무암력이 수평층리, 풍화혈, 돌개구멍, 해식동굴로 차례대로 선보여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해안 길 오른쪽엔 푸른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자연 명소이기도 하지요.

    특히 20m에 이르는 사암층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식절벽. 사람들이 걷는 이 길은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의해 깎여져 나간 곳이기도 합니다. 용머리 해안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이며 대표적인 수성화산으로 용암대지가 생기기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점.
    그래서 용머리 해안산책로를 걷다 보면 타임머신의 현장에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180만 년 전이면 인류가 탄생해 걷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을 시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베이징 원인으로 진화하는 단계에 있을 시점에 형성된 암석층을 보고 있는 셈이지요. 아득히 먼 옛날이지만, 오늘날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무리일까요? ^^ 이곳에서 담은 사진은 단순한 바윗돌이 아닌 '세월의 흔적'이었습니다. 


    용머리 해안산책로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들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 수천 년이 흘러도 변함없는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바다

    마치 새의 부리를 연상케 하는 기암괴석,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해안산책로

    용머리 해안 산책로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강태공 어르신

    즉석에서 소라를 깨 먹는 맛이란?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진미, 홍해삼

    예쁜 조개 껍데기를 판매하는 현장마저도 낭만적으로 보인다.


    #. 빈손이 가져다 주는 힐링의 묘미
    여행 시엔 핸드백, 가방 등 가벼운 짐이라도 있어야 든든할 것만 같지만, 이곳에서는 차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빈손으로 걸어보길 권합니다. 심지어 휴대폰마저도. 용머리 해안산책로를 주파하는 소요시간은 단 40분. 그 시간 동안 스마트폰과 짐에서 해방되어 빈손으로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참! 만원짜리 지폐 한 두 장 정도는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중간에 소라와 해삼을 안주 삼아 가볍게 낮술 한잔하는 것도 운치가 있겠죠. ^^ 기암괴석이 만들어 주는 그늘에 앉아 망망대해를 바라 보며 한잔 하는 기분도 힐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이곳은 바닷물 수위가 많이 오를 때, 기상이 좋지 못하면 출입이 금지되기도 하니 사전에 기상을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 용머리 해안산책로 찾아가는 길
    네비게이션에 '용머리 해안' 혹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문의 : 064-794-2940)



    ■ 여행 고수들이 찾는 '작은 올레길', 한담 해안산책로

    제주도 북서부 끝 애월리 마을에서 곽지 해수욕장까지 이어져 있는 한담 해안산책로

    연인과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곳, 한담 해안산책로



    한담 해안산책로는 유모차도 끌고 다닐 수 있게끔 평탄하게 조성되었다.

    #. 제주를 대표하는 해안선 절경이 1.2km 안에 압축된 한담 해안산책로
    총 길이 1.2km, 편도 30분, 왕복 1시간이면 가뿐히 걸을 수 있는 한담 해안산책로. 편도로 주파하면 샘물이 솟아나는 해변으로 유명한 '곽지과물해수욕장(관련글 : 곽지과물해변의 노천탕과 일몰)'으로 이어집니다.


    해안산책로 입구에 들면 짠기 섞인 바람이 첫 번째로 반기며 그 뒤로는 하늘색에 맞춰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색이 눈을 시원케 합니다. 겨우네 얼어 있던 해안가는 봄을 맞아 스르륵 녹아들고, 움츠렸던 야생화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섰습니다. 흔한 담쟁이넝쿨부터 망초, 도깨비고비 등 야생초가 눈에 들어오며 이들을 잘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이 있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좁지만 결코 좁게 느껴지지 않았던 한적한 산책로. 그 길을 따라 유유자적 거닐다 보면, 마치 수석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멋진 바위들이 즐비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미니 백사장도 소소한 볼거리.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바닷물도 만져 보고 바위틈에 살고있는 여러 갯 생명체를 관찰한다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갈 것입니다.


    눈이 시원해지는 에메랄드빛 바다


    검은 화산체를 맞고 나가는 하얀 포말,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원근감을 이용한 착시 현상, 실제로는 이렇게 좁지 않다.


    입구에서 바라본 한담 해안산책로

    #. 한담 해안산책로는 제주 여행의 첫 관문으로 적합한 여행지
    비록 인공적으로 조성된 산책로지만, 거추장스러운 인공 구조물이 없고 그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포장한 길이어서 소박한 바닷가 마을을 걷는 기분이 느껴집니다. 도시 생활에 찌든 이들에겐 더없이 편안한 장소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분들에겐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그런 곳.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평화롭습니다. 이곳은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 첫선으로 들리기에 적합. 저도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들린 곳인데요. 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를 빌려 드라이빙을 시작해도 제주에 왔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는데 첫 번째로 들린 한담 해안산책로를 마주하자,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

    제주를 대표하는 두 해안산책로. 빈손으로 떠나는 가벼운 산책 그러나 화려한 풍경들.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힐링 여행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

    - 한담 해안산책로 찾아가는 길
    네비게이션에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2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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