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여행] 산굼부리 가을 억새와 멋진 빛내림, 그리고 이상한 입장료


    요즘 '힐링'이란 단어가 유행인가 봅니다. 그 뜻을 살펴보니 마음과 몸을 치유한다는 의미로써 사용되는데요. 바쁘고 삭막한 현대인의 삶에서 잠시 떠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그런 곳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제주도의 유명 명소 중 하나인 "산굼부리". 그런데 이 아름답고 희귀한 풍경 뒤에는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점이 있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산굼부리 들어가는 입구

    영화 '연풍연가' 촬영지로도 유명한 산굼부리는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고도 한국에서는 유일한 마르(marr)형 분화구. 이는 용암이나 화산재의 분출 없이 열기의 폭발로 암석을 날려 구멍만 남게 된 분화구로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라고 합니다. 그 둘레는 2km가 넘고 깊이는 한라산의 백록담보다 17m나 더 깊은데 이곳 분화구에는 햇빛의 일조량과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식물군들이 서식한다는데 일조량이 많은 북쪽 사면과 일조량이 적은 남쪽 사면엔 전혀 다른 식물군들이 분포함으로서 신비함을 더해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작 메인이 되는 산굼부리 분화구를 촬영하지 않았습니다. 기념 촬영이라도 할 만 할텐데 찍고 싶은 생각이 쑥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사실 산굼부리 분화구를 제대로 알고 감상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시야를 방해하는 턱이 쭉 뻗어 있어 분화구 전체를 감상하기가 힘들지요. 여기에 분화구에 자라나는 식물군들이 왜 신기한지 멀찌감치 떨어져서 봐야하는 관광객 입장으로선 알길이 없습니다.


    언틋보면 분지형으로 움푹 패인 지형에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풀과 나무들이 자라있는 것 같은, 그래서 그 희귀하다는 마르(marr)형 분화구임에도 그것을 제대로 감상하기엔 촬영 포인트라던가 감상할 수 있는 시설물이 없어 가이드의 설명만 듣고 "그렇구나"하고 넘어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산굼부리의 '굼부리'보다는 산굼부리가 전해주는 가을 풍경으로 포커스를 바꾸기로 합니다.






    산굼부리의 가을 억새

    이 때는 9월 말경이여서 억새가 확 피지는 않았답니다. 아마 지금쯤 방문하시면 억새들의 합창이 바람과 햇빛에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완전한 정착은 아니지만 제주도에 와서 생활을 이어나간지 며칠 째. 낚시와 자연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하나 뿐인 인생을 돌아보고자 하던 일도 올스톱하며 어려운 길을 결정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 한 구석엔 '부담'이, 눈앞에 닥쳐온 현실은 '적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곳 산굼부리의 가을 풍경은 그러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가는 시간이였습니다. 억새 밭길을 걷고 있는데 여기에 바람소리까지 더해지니 마음이 참으로 편안해지네요. 낚시할 땐 그렇게 바람이 싫었던 제가 이곳에 오니 어느새 "바람아 멈추지 말아다오" 라 외치고 있었습니다.
    사람맘 참으로 간사하죠.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진정한 에코 힐링이란..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상대가 자연이라면, 어떤 기상 여건속에서도 그 뜻을 함께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욕심'을 버리고 '포기'의 미덕을 배우는 게 아닐까?






    바람, 갈대, 그리고 빛내림과의 하모니, 제주도 산굼부리에서

    바람은 갈대 사이사이를 통과하며 그 많던 갈대들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였습니다. 그럴때마다 갈대에 부딪히며 내는 바람소리.

    "스스스스스...."

    그것은 스산한 바람 소리가 아닌 편안하고 서정적인 시를 읊어주는 시인의 목소리였습니다. 이럴땐 카메라를 들기 보다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눈을 감아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시각에 많은 것을 의존하는 듯 해요. 그것을 막아버리면 남은 감각기관은 후각과 청각, 촉각등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모든걸 느껴보기엔 어딘가 모르게 답답합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시각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눈을 감고 가을을 더듬어 보며 갈대들의 합창소리에 귀 귀울여 봅니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보일 줄 알았는데 여전히 느껴지는 빛줄기들.. 정면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제 눈꺼풀을 통과해 엷지만 따듯한 색감으로 빛의 상을 맺었고 그것은 퍼졌다 갈라지며 마구 돌아다니기까지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람소리, 그리고 손으로 만져지는 부드러운 갈대. 보이지 않아도 가을이 느껴지는 시간들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이것도 힐링이라면 힐링이 아닐까.





    산굼부리 영어 철자로 만든 독특한 의자

    땅에서 자라나는 각종 풀과 눈 높이를 맞춰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의 씨앗이

    천지에서 쏟아지는 햇살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연의 아름다운 대서사시를 이루고 있었다

    산굼부리에서 바라본 제주 풍경, 그리고 멋진 빛내림

    그것은 대지와 생명을 모두 보듬어 앉는 하늘의 품이였다

    대지를 밝히고 있는 한줄기의 빛, 제주도 산굼부리


    산굼부리 입장료

    따사로운 빛과 함께 산굼부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방문 시간이 중요합니다. 만약 촬영까지 염두해 둔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개장 시간이 오전 9시로 이른 아침 빛과 함께 담아내기엔 다소 늦은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후 3~4시쯤에 들어와 매표 마감시간인 6시(이때가 되면 거의 해가 집니다.)까지 산굼부리를 보고 나왔지요. 다만 이 날은 구름이 해를 가리는 바람에 광량이 풍부하지 못했고 특유의 햇살을 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 산굼부리의 이상한 가격 책정과 관리인의 태도
    산굼부리 입장료에 대해 한말씀 드리자면.. 성인 1명당 6천원이란 가격 책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가격 책정입니다. 이는 1년전 3천원에 비해 무려 2배나 오른 가격인데요. 다른 명소들(만장굴, 천지연 폭포등)은 대부분 2천원 수준에 머무는데 비해 산굼부리의 가격 책정은 다소 과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는 국유지에서 사유지로 변경된 까닭이라 생각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쉽게 느껴진 건 가격도 가격이지만 관광객을 대하는 이곳 직원의 태도입니다. 산굼부리 입구를 보면 코스를 밟을 때 참고하라고 '지도 안내판'이 하나 있습니다. 산굼부리 분화구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가을의 향취를 느끼기 위해 억새 밭이나 기타 여러가지를 느껴보기 위함도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해바라기 군락지'도 포함입니다. 지도엔 분명 해바라기 군락지가 표시되어 있어 6천원이라는 입장료를 주고 입장하려는 관광객들에겐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일 겁니다. 그런데 막상 발걸음을 옮겨보니 해바라기가 하나도 없더군요. 어찌된 영문인지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해바라기요? 지난번 태풍 볼라벤 때 모두 날아가고 없는데요"

    라는 무심한 답변만이 있었습니다. 이곳이 국유지건 사유지건 입장료가 얼마가 되었든간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칩시다. 이곳에 들르는 관광객은 다양하고 목적도 다양할 것입니다. 게중에는 해바라기 군락지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모르고 왔다 하더라도 지도에 표시된 해바라기 군락지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굼부리 매표소는 "현재 해바라기 군락지는 태풍 때문에 날아가고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걸어 관광객들에게 참고시켜야 할 필요
    가 있지 않을까? 하다 못해 해바라기 군락지를 기대하고 들어갔다 헛걸음친 관광객에게 최소한 성의있는 답변이라도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해바라기 군락지가 태풍으로 날라갔는데 저희가 미쳐 알리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해바라기요? 지난번 태풍 볼라벤 때 모두 날아가고 없는데요" 라며 퉁명하고 당연한듯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표소 직원과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서비스를 가늠하게 해주는 명소의 얼굴들입니다. 단순히 돈 받고 표 주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 산굼부리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나려면 관광객을 대하는 마인드 바꿔야
    일본 훗카이도의 '호쿠류쵸'에는 산굼부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해바라기 군락지가 있는데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에게는 무료 개방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과 지역 주민들은 "사람들이 해바라기 밭을 보고 행복하게 다녀갈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들에겐 입장료보다 더 소중한 재산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자기네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였죠.


    그렇다고 산굼부리에 무료입장을 기대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핵심은 적어도 국, 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라면 거기에 걸맞는 서비스와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지요. 이런 점들이 따라준다면 산굼부리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분지 만큼이나 가을 풍경를 100%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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