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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애월읍에 소재한 새별오름은 중문으로 넘어갈 때 주로 이용하는 '평화로(서부산업도로)'에서 달리는 창밖으로 그 모습을 바라볼 때 '한번쯤 가보고 싶게 만드는' 자태로 여행자를 유혹합니다. 바람은 억새와 들풀에 부딪혀 갈라지고 하늘의 빛과 어우러져 서정적인 분위기로 발걸음을 인도하는 새별오름. 그곳에서 진한 가을의 향기를 만끽하노라면 울적한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맙니다. 오늘은 '초저녁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 같다 '해서 붙여진 새별오름으로 편안하게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새별오름 입구에서 바라본 공동묘지
새별오름 중턱에서 바라본 제주도 풍경
새별오름의 정상은 해발 519.3m. 다소 가파른 경사지만 천천히 쉼호흡을 하며 오르다 보면 넓게 펼쳐진 들판과 몇 개의 봉우리가 멋진 풍경을 만들며 우릴 반깁니다. 새별오름은 제주도 서남부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오름이면서도 가을 억세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이렇게 늦은 오후에 찾아가게 되면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저녁 노을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답니다. 실제로 새별오름은 노을 풍경으로도 매우 유명한 곳. 하지만 이 날은 다량의 구름이 해를 가리며 제주의 속살을 감춰버리니, 사진에 목마른 이 방랑자를 시셈하는 걸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대지의 기운을 느끼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며 뜻을 함께하자"
속으로 다그치며 있는 그대로를 느껴보려고 합니다. 매번 사진에만 욕심을 부리니 정작 느껴야 할 것을 못느끼고 맡아야 할 향기를 못 맡는거라면 자연에 대한 예우가 아니기에..
가파르고 비탈진 길이지만 미끄럽지는 않은 새별오름가는 길
경사진 들판 너머로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늦은 오후, 단란하게 산책을 즐기는 어느 가족
아이를 업고 정상까지 오르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새별오름 정상이 눈앞에 보이고
눈 앞에는 억새들이 춤을 추며 손짓하고 있다
새별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저녁 하늘에 홀로 떠 있는 샛별(금성)과 같이 외롭게 서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새별오름. 실제로 자가용으로 평화로를 통과하면서 바라본 새별오름의 모습은 "외로움" 그 자체로 느껴졌습니다. 주변에 변변한 오름이 없는 다소 황량한 곳에 홀로 외로이 떠 있는 모습이 그러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상에 오르고 보니 새별오름은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주변에 크고 작은 오름들이 있고, 또 평일임에도 꾸준히 찾아와 주는 여행자들과 함께 무수히 많은 억새들이 이곳을 덮고 있기 때문이지요.
오름 정상에서 바라 본 풍경은 가히 감탄할 만합니다. 큼지막한 나무가 없어 벌거숭이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각양 각색의 들꽃과 억새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동쪽엔 한라산의 영험한 자태가, 북쪽에서 서쪽으로는 옛 고려시대 때 최영 장군이 몽골군을 토벌하기 위해 격전을 치뤘던 장소로 유서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억새가 덜 피었지만 11월에 찾으면 활짝 핀 억새에 가을 향기가 진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새별오름은 가을 억세 축제 현장으로도 유명했다고 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10년을 마지막으로 축제는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새별오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축제는 정월대보름 바로 전날(2월 14~15일)에 오름 전체를 태우는 '들불축제'가 있는데 이때는 오름 전체가 타올라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장관을 만들어낸다고 하니 한번쯤 찾아가 볼 만합니다.
새별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골프장 리조트 단지
풀에서 뭔가 튀어 유심히 살펴보니 다리를 잃어 절뚝거리는 방아깨비 커플이였습니다. 어릴 때 두 다리를 잡고 있으면 저절로 방아를 찧듯 흔들어 대는 신기한 곤충이였죠. 요새는 갈수록 보기가 힘들어졌는데 제주도엔 어릴적 추억이 있었던 각양 각색의 동식물들이 여전히 우릴 반기고 있었습니다.
현무암으로 담을 두르고 죽은 자의 영혼이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제주의 전통 묘지
그런데 '공사중 진입금지'란 푯말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새별오름 입구는 철문으로 잠겨 있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새별오름 입구는 철문으로 잠겨 있습니다. 알고보니 들불축제장으로 자리매김한 새별오름을 새롭게 탈바꿈 시키기 위해 주차장과 조경시설, 그리고 각종 편의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확충 공사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은 차량 진입을 막아놓기 위해 저렇게 잠가뒀다고 합니다.
이따금 새별오름을 찾는 분들 중에는 이 광경을 보고 "출입이 금지된 줄 알고' 돌아서기도 하던데요.(저 역시 그럴뻔 했습니다.) 곳곳에는 "공사중 진입금지"란 푯말이 있어 새별오름을 입장하려는 여행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새별오름 입장은 옆쪽(화살표 표시)으로 우회해서 들어가시면 됩니다. 따로 길을 마련해 둔 것은 아니고 이쪽이 유일하게 뚫려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 건데요. 정상적으로 뚫려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길을 찾기까지는 몇 초간의 망설임과 의문점들이 교차될 겁니다. 공사 때문에 차량 진입을 막아놓기 위한 조취라는데 최소한 사람이 입장할 수 있는 길은 열어놔야 하지 않을까? 왜 이렇게 해 놓았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불편함이 있었지만 어쨌든 새별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과 서정적인 분위기만큼은 명불허전입니다. 이제 곧 억새가 만개할 시점에서 짙어가는 가을 향기를 이곳에서 맡아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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