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줄, 제주도 한라산

    저는 산을 모릅니다. 저는 등산의 재미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산에서 먹는 밥이 왜 맛있는지 잘 모릅니다. 저는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저는 낚시가서도 밥을 잘 안먹습니다.(관련글 : 12시간 동안 식음전폐 낚시하고 얻은 교훈)

    그런 제가 산에서 밥맛을 알았습니다. 위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라산 국립공원 성판악 코스 입구

    지난주 토요일, 벼르고 벼랐던 한라산을 다녀왔습니다. 한라산은 해발 1,947m로 남한에선 가장 큰 산. 등산 경험이 적은 저에겐 말그대로 높은 산이자 벽이였습니다.

    그래도 지금 이 시기가 단풍이 절정이라고 해서 제주에 있는 동안 꼭 한번 가보고 싶었기에.. 이렇게 다녀오고 나니 "뭔가 큰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 드는군요.^^


    성판악 코스에서 시작된 한라산 등반 코스


    주말을 맞이한 한라산은 외국인을 포함하여 많은 등산객들을 불러 모았다

    울창한 숲을 통과하며 산림욕을 했고

    가을에 절정인 단풍도 구경하면서

    삼나무 숲길을 통과하는 등 한라산은 우리에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잘 알려진 한라산의 등반코스 중 하나인 '성판악'은 등산 초짜인 저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아주 완만한 오솔길을 걸으며 시작된 한라산 등반은 초반까지는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게끔 등산객을 배려해 주는 완만함과 단풍을 포함한 다양한 모습이 한라산을 처음 접하는 이 어설픈 여행객을 조금씩 매료시키게 하였습니다.

    늘 바다에서 낚시만 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저는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바람과 자외선 피하기에 급급했던 바다와는 달리 산에서는 청명한 가을 하늘을 느꼈고, 바람소리마저 감미롭게 들리는 등 숲은 이러한 악조건들을 적당히 걸러주며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갈증을 해소해 준 한라산 약숫물, 이보다 맛있는 천연 생수가 또 있을까?


    한라산 등반의 2/3 지점인 진달래밭 대피소

    토요일을 맞아 많은 등산객이 몰렸다

    여기서 정상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그 전에 목도 축이고 밥도 먹는 시간을 가져보는데요.


    몇몇은 자신이 싸온 도시락을 먹기도 하지만 적잖은 분들이 이것을 먹기 위해 줄을 섭니다. 그 광경이 진풍경인데요. 행여나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단체 등산객이 몰리는 성수기 때는 이 줄이 밖같으로 수십미터나 길게 이어진다고 합니다. 도대체 뭣땜에 저리들 줄을 서는 걸까?



    그것은 다름아닌 컵라면. 라면만으로는 허기를 달래기에 부족하니 우리는 등반하기 전에 김밥을 준비했답니다. 그것도 1,000원짜리 야채 김밥. ^^ 그 맛을 빛내줄 조연은..


    김치가 빠지면 섭섭하지요. 보기에도 잘 익었고 시큼해 보이지 않습니까? ^^


    배고픈 등산객에겐 덜 익은 면빨도 그저 맛있기만 하다^^

    한라산 중턱에서의 꿀맛같은 식사


    "컵라면과 김밥 그리고 김치의 트리플 하모니"

    그냥 먹는 것 보다는 이렇게 삼합으로 드셔보십시요. 이곳 위치가 한라산 정상까지 2/3지점이랍니다. 다시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컵라면을 파는 곳 중 가장 높은 지대인 셈이지요. 이쯤되면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땀 빼고 정신까지 쏙 뺀 상태입니다. 이때 이것을 드시면..

    "이보다 맛있는 산해진미가 또 있을까?"

    단순히 컵라면을 먹은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이 안에는 해발 1700m를 등반하면서 마신 한라산의 영험한 기운과 풍성한 산소가 일체 포함입니다. 물론 아침은 굶어야 이것이 더더욱 맛있다는 점도 한몫 할 것입니다.^^;


    반드시 컵라면이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 맛을 즐기는 분들이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그들 선생님은 지급 받은 도시락으로 그 맛을 즐기고 있군요. 거기엔 원어민 선생님으로 보이는 외국분도 포함이고요.



    드디어 한라산 정상이 눈 앞입니다. 이제는 젖먹던 힘이 아닌 해발 1700m 고지에서 먹은 컵라면의 힘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지금은 다리에 아령이 생겨도 좋습니다. 이따가 하선하게 되면 소고기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한라산 등반 후에 먹은 제주산 한우

    한라산 힘들게 오르면 뭐하노~ 내려가서 소고기 사먹겠지~
    소고기 먹고 힘내서 일하면 뭐하노~ 그 돈으로 또 소고기 사먹겠지~

    이 장면만 생각한다면 아무리 등산 초짜라 해도 한라산 정도는 가볍게 즈려밟고 내려올 수 있습니다. ^^; 솔직히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였습니다. 생각보다 덜 힘들었죠. 얼마전에 있었던 "12시간 식음전폐 낚시" VS "한라산 등반"은 거의 맞먹는 수준이였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몸은 한라산 등반이 힘들고, 심리적으론 12시간 낚시가 힘들었습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만은 편안한 이곳 한라산에서 라면+김밥+김치의 삼합을 즐기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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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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