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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여왕 용눈이 오름. 제주도에서 가히 가볼만한 곳이라며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기에 하루는 작심하고 찾았습니다. 최근들어 부쩍 차가워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이동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풍경이 있으니 바로 용눈이 오름의 일출이였습니다. 오늘은 저와 함께 제주 오름의 끝판왕인 용눈이 오름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오름의 여왕' 용눈이 오름. 그 창대한 일출 풍경을 담기 위해 저는 새벽부터 일찌감치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안그래도 낚시하느라 새벽잠을 설쳐야 했는데 늘 낚시할 때마다 보던 일출을 단지 오름에서 보겠다는 이유만으로 정력을 낭비하다니.. 이 날은 이른 새벽부터 강풍이 예상돼 단단히 무장해야 하니 왠지 억울함이 들만도 합니다.
일찌감치 나와 일출을 기다리던 어느 커플, 제주도에서 가히 가볼만한 곳 용눈이 오름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늑장을 부린 나. 알람소리에 제때 못 일어나자 결국 일출 시간을 넘기고서야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한 일념으로 40분을 달려 왔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6시 40분. 좀 낭패입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동쪽 하늘에 구름이 잔뜩 껴 있어 어차피 일찍 왔어도 일출은 볼 수 없겠다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이것도 보상심리라 해야 할지 ^^;
용눈이 오름은 해발 247.8m의 나지막한 오름으로 누구나 부담없이 오를 수 있습니다. 입구부터 정상까지의 소요시간은 15~20분이면 충분. 특별히 가파른 경사도 없으며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부드럽습니다. 체력 약한 친구들과 함께 오르기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오름이죠. 여기에 시선을 뗄 수 없는 이국적인 풍광, 성산포 일대의 해안선, 그리고 황금빛 들녘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합니다. 괜히 오름의 여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일출풍경
바다낚시가 취미인 저는 언제나 일출을 봅니다. 하지만 갯바위에서 보던 일출과 이렇게 능선에서 보는 일출은 그 느낌이 많이 다르군요.
수평선에서 시작해야 할 일출은 야속하게도 가림막처럼 형성된 구름층에 가려 예상시각보다 30분이 지나서야 시작되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유일하게 동쪽 하늘에만 구름층이 발달되어 해를 가리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기대했건만 오늘따라 하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해가 솟는 중이여서 땅을 밝히지 않은 상태. 여전히 어둠의 그림자가 대지를 지배하며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잠시후 어둠의 그림자는 빛의 여신에게 쫒겨나듯 물러가 버리니 제 앞의 들녘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이 날은 밤새 샛바람이 불어댔는데 그 강도가 10~14m/s입니다. 힘빼고 서 있으면 몸이 밀릴 수 있는 그런 강도지요. 평소 같았음 사진이고 뭐고 내 앞가림 하기 바빴을텐데 눈부시게 쏟아지는 저 햇살과 황금빛 풍경에 바람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태양이 대지를 밝히자 분화구 아래 웅크리고 앉았던 소들이 일제히 일어섰습니다. 그리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풀을 뜯어먹는군요. 이 소들은 제주를 대표하는 "제주 한우"라고 합니다. 밤에는 웅크리고 있다가 아침에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쌩뚱맞게도 벵에돔이 생각났습니다. 그러고보면 한우의 습성은 벵에돔과 매우 닮았군요.^^; 사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는 건 동물이나 사람이나 비슷한가 봅니다.
황금빛 들녘에서 풀을 뜯어먹는 제주 한우, 용눈이 오름에서
저 멀리 우도가 보이고
해무가 낀 해안가에는 성산일출봉이 우뚝 솟아있다, 제주 용눈이 오름
능선 저편으로 우뚝 솟아 있는 한라산
반대편엔 다랑쉬 오름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풍력발전단지
마치 영화속 배경을 연상케 하는 용눈이 오름의 완만한 능선
"가을 언덕은 낭만적이야"
가을 언덕만큼 감수성을 주기에 좋은 소재도 없죠. 좀 더 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까지 펼쳐져 있었다면 환상적이겠지만.. 다행히 지나가는 이들이 있어 심심해질 수 있는 장면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니 만족합니다.
용눈이 오름은 여행 초심자들에게 매우 관대한 오름이였습니다. 폭신한 들녘, 완만한 능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비경까지.. 이 모든것들을 아낌없이 선사해주고 있었죠.
"영화속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저 능선을 지나쳐 보는 건 어떨까?"
옆 사람과 다정히 손을 잡고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제주도 가을 여행은 없겠죠.^^ 하지만 현실은..
"풍속 10~14m/s의 위력을 세삼 느낀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말로만 듣던 용눈이 오름을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 올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합니다. 다만 제 뒤를 쫒던 아내만 이래저래 고생이군요. ㅠㅠ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는 금강아지풀들
이번엔 멀리 고정된 시선을 가까운 곳으로 당겨봅니다. 풀들이 부딪히며 내는 바람소리가 감미롭게 들려옵니다. 이렇듯 사람이 낭만에 심취하게 되면..
"햇살 받고 있는 소똥마저 낭만적으로 보이는 ^^;"
제주도 추천 여행지, 용눈이 오름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밭에서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용눈이 오름을 벗어나자 이번엔 메밀꽃이 방랑자를 반깁니다. 10월 중순에 찾은 이 때, 말로만 듣던 메밀꽃 필 무렵인가 봅니다. 아직 많은 오름을 다녀보지 못했지만 용눈이 오름은 저에게 낭만적인 사진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른 아침 황금빛 들녘에 소들이 풀을 뜯어먹는 풍경은 참으로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얼굴을 때리는 강풍에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래서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용눈이 오름. 다시 찾을 그날까지 건강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잘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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