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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 검정 같은 현무암에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비취색 푸른 바다. 여기에 야자수 나무까지..제주도하면 생각나는 이국적인 풍경입니다. 검정색과 비취색의 대비 또한 청정한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지요. 이렇듯 같은 제주도라 해도 지역에 따라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곽지과물해변은 식수 가능한 용천수가 끊임없이 새어나오는 독특한 해변였습니다. 지금 이 시기, 바라보기만 해도 넉넉한 기분이 드는 겨울바다로의 여행으로 여러분들을 안내할까 합니다.
곽지과물해변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노천탕, 제주도 겨울바다여행
#. 맑은 샘물로 노천욕을 즐기는 곽지과물해변
제주도는 호수와 강, 하천이 없습니다. 있어도 건천(물이 없는)의 모습만 빼꼼히 남아있는데요. 이는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섬과 현무암이라는 지질구조가 가지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많은 양의 강수량을 기록해도 물이 고이지 않으며 대부분 지하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 물들은 지하에서 현무암을 씻어내리며 수십 키로 이상의 여정을 거치다가 해안가 등지로 흘러나가게 되며 일부는 샘솟게 되지요. 우리는 그것을 용천수(湧泉水)라 부릅니다.
용천수는 과거 제주민들에게 없어선 안될 중요한 식수원이였다고 합니다. 마을 설촌(약 2,000년)이래 조상들은 이 물을 식수로 이용하였으며 우물은 가뭄을 이겨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수도 파이프가 가설되면서 지금은 그냥 바다로 흘러보내는 지하수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용천수는 물 맛이 좋아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천연 지하수임엔 분명합니다. 그 용천수가 잠시 머물다 가는 노천탕을 둘러봅니다.
곽지과물해변의 명물, 과물노천탕
여기저기서 천연 지하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작은 물고기도 여럿이 헤엄치고 있어 때묻지 않은 노천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노천탕을 경유한 지하수는 바다로 빠져나간다
과물노천탕은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자리는 인위적으로 만들었지만 흘러나오는 물은 인위적이지 않은 천연 지하수로 바닥과 벽면엔 자연스레 이끼가 붙고 물고기까지 노니니 친환경 노천탕이 따로 없습니다. 겨울엔 이용하지 않지만 해마다 여름이면 적당히 시원한 수온을 가지기 때문에 노천욕을 즐기기에 아주 그만이지요.
제주도에서 해수욕장하면 협재 해수욕장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복잡한 인파를 피해고 싶다면 인근에 위치한 곽지과물해변이 탁월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유명세는 덜 탓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가롭고 운치 가득한 겨울바다 여행이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 노천탕을 빠져나와 해안가로 나가봅니다. 마침 이 날은 주의보가 내려져 파도가 쎈 날인데요. 해변에서 좋은 사진을 얻고자 한다면 복잡하게 돌아가는 구름과 허연 포말을 일으키는 높은 파도, 여기에 일출 혹은 일몰 시간대와 겹칠 수 있도록 날을 정해 나가신다면 보다 역동적인 장면을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다고동이 지천에 있어 그것을 캐는 사람도 있다
제주도에서 겨울바다여행을 꿈꾸신다면 곽지과물해변으로
#. 자연의 숨결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해변
자연의 살아있는 숨결을 느끼고자 한다면 용기를 내어 좀 더 가까이 뭍에 다가가 보세요. 바위가 미끄러워 보이지만 진주담치를 비롯해 여러 부착생물이 붙어 있어 트래킹화를 신었다면 문제없습니다. 단, 김이나 파래와 같은 해조류는 정말 미끄러우니 가급적이면 밟지 않도록 하세요.
이왕이면 물이 다 빠진 간조시간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조개, 게, 소라, 고둥등 여러가지 해양 생물을 눈 앞에서 관찰할 수도 있고 바위에 붙어 사는 파래 따위를 곧장 입안에 넣으면 사람 손 거치지 않은 개운한 바다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개운한 바다 향기와 꼬릿한 비린내는 고깃덩이의 핏물과 육즙 만큼이나 차이가 크죠. ^^
이제 시선을 좀 더 가까이 고정시킨 후 귀 귀울여 봅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 앞만 보고 달려오진 않으셨나요? 마치 눈 가리개를 달고 앞만 보며 달리는 말처럼 말입니다. 하루 일과중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하늘을 보고 땅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꼈을까요? 자신들의 고개가 좌우로만 움직였던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시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시선을 넓히면 보다 넓은 풍경도, 혹은 눈에 잘 안들어오는 마이크로 세상도 눈앞에 펼쳐지니까요.
생명이 살아숨쉬는 곳, 제주도 곽지과물해변
부착생물들이 옹기종기 살아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수많은 패류들, 바다고둥은 지천에 널렸고 소라도 가끔씩 보인답니다. 얼핏보면 가만이 붙어 사는 것 같지만 몇 초만이라도 한 자리에서 관찰하다보면 이것들도 살기위해 아웅다웅 움직인다는 걸 볼 수 있을거예요. 우리가 사는 시공간에 이 시간이란 개념은 오로지 '한방향'이지만 그것을 쪼개서 이용하는 건 인간들이 아닐까.
시간이란 개념은 우리들에게 있어선 눈 깜짝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이지만 이렇게 옹기종기 붙어 사는 마이크로 세계에 시간이란 정처없이 떠도는 하얀 거품같습니다.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그런 시간들 말입니다.
특별히 인간의 손을 타지 않는 한 지금 보고 있는 이 모습들은 백년 전이나 천년 전이나, 혹은 만년전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물속에서 노니는 각종 물고기들도 만년만에 진화를 거듭하지 않는 한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곽지과물해변에서 보여준 다양한 모습들. 알고보면 이곳도 수많은 생명들이 자리 경쟁을 펼쳐가며 살고 있는 작은 세계가 아닐까. 아무렇게나 무질서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찰랑찰랑, 연이어 들어오는 바닷물이 이들을 때리고 지나갑니다. 그럴때마다 생명의 근원인 산소 방울이 달콤하게 녹아들며 바위에 붙어 사는 생물들에게 갈증을 해소시키고 있습니다. 그 작은 생명의 몸부림들을 관찰하고 있자니 복잡 미묘했던 세상 걱정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을 잊는 여행, 그리고 시간을 잊는 여행이 되도록 하자"
여행은 스케쥴을 소화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생각의 구속에서 벗어나야 그것이 진정한 자유이다. 여행이란 구속받으며 사는 인간들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선사해 주는 시공간.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은 생각을 잊고 시간을 잊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곽지과물해변에서 겨울바다의 역동적인 모습을 관찰해보자
보호색일까? 깔맞춤일까?
겨울이면 우리나라는 북서 계절풍이 불기 때문에 잔잔한 날이 많지 않습니다. 저 처럼 낚시를 취미로 하는 꾼이라면 곤혹스러운 계절이고, 반대로 진사들에겐 역동적인 바다와 설경을 담을 수 있는 절호의 계절이기도 하지요.
층층이 밀려오는 파도의 역동적인 모습, 그 파도가 갯바위에 부딧히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순간, 그리고 여기저기서 꿈틀거리는 작은 생물들까지 디테일하게 관찰할수록 바다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 줍니다. 어쩌면 조개 껍데기에서 새로운 패션을 발견할지두요.^^
곽지과물해변의 일몰, 제주도 겨울바다여행
제주도에서 겨울바다여행을 꿈꾸신다면 곽지과물해변으로
#. 감귤빛으로 물든 곽지과물해변의 일몰
온 하늘이 감귤빛으로 물들자 모래 색깔도 덩달아 감귤빛이 되어버렸습니다. 제주도라 말하지 않았다면 섣불리 한국의 해변가라 말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 해가 넘어가면서 지구의 자전속도를 가늠해 봅니다.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속도감을 태양을 보면서 느끼는 것입니다.
해는 더더욱 붉은 빛을 냈고 그렇게 땅속으로 타들어가자 제 맘도 더불어 타들어갑니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태양. 해는 이미 졌지만 세상은 여전히 감귤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그 빛으로 담은 풍경들이 감귤 만큼이나 새콤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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