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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항을 떠나 제주 비양도로 가는 여행길에서
파도와의 줄다리기는 떠날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날 따라 바다는 험악한 인상을 하더니 끊임없이 내 발을 노리는 파도는 마치..
"반드시 너를 젖게 만들꺼야"
라고 속삭이듯 위협을 가했다. 가끔 2m가 넘는 파도가 지나갈 때면 배는 꿀렁꿀렁. 바이킹처럼 솟아 올랐다 내려 앉는다. 그럴때마다 배에 탄 사람들의 비명아닌 비명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이제는 뱃전까지 바닷물이 들이닥친다. 배 여기저기서 뚫려 있는 구멍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온 것이다. 여행 시작도 전에 신발은 물론, 바지까지 젖어 어쩔줄 몰라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상황. 아내와 나는 바닷물을 피해 힘겹게 버티고 섰다. 제주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의 소요시간은 20분이면 충분. 그런데 이 날 따라 20분이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질까?
제주 비양도 해변에 늘어선 선인장들
검푸른 바다의 넘실거리는 풍경, 제주도 비양도 여행
이 때는 제주도 생활 한달 차. 기상이 허락하는 한 무조건 낚시 스케쥴을 잡았다가도 이렇게 바람 쎄고 파고 높은 날이면 여행을 떠났다. 바다가 잔잔하면 낚시를 가고, 이렇게 파도가 높은 날이면 사진을 찍고.. 아직은 햇살이 따듯했던 가을,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비양도 여행을 떠나본다.^^
만조 수위가 되자 바닷물이 길을 덮치고 있다
물때는 만조수위에 이르며 너울성 파도와 더해져 바다 산책로의 일부를 침범하고 있었다. 그냥 걸어도 좋기만 한 이 길을 파도까지 피해 걸으려니 스릴이 넘친다.
"비양도 여행에서의 미션은 신발 젖지 않고 바닷길 완주하기"
바닷물이 발앞까지 밀려오자 돌뿌리 위에 간신히 섰다. 조금만 삐걱거리면 비양도 여행은 축축하게 젖어버린 양말과 밟을 때마다 찍찍이 소리를 내는 신발과의 데이트가 될 것이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아직은 파도와의 스릴 넘치는 게임 중. 그래 느껴보자! 너울파도가 밀려오며 소멸되는 지점을 계산한 나. 그 자리에 앉아 꼼짝없이 버텨본다.
"내 계산이 맞았다!"
나는 발 한번 들어주는 것으로 바닷물을 피할 수 있었다. 이것도 나름 스릴있네..어디 한번 더 해볼까?^^ 그런데 이번 녀석은 왠지..
(이때는 황급히 피신했습니다.) 몇 초 늦었더라면 축축한 여행이 될 뻔 했다.
제주도 비양도 여행길에서
넘실거리는 바닷길을 무사 통과한 아내. 이제부턴 부담없이 걸어보련다. 라고 생각한지 몇 초 안되어 우린 또 다른 장벽 앞에 맞딱트려졌다.
"갈수록 태산이군.."
쉬지않고 때리는 저 파도, 그 아래론 바닷물이 주르륵 밀려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바닷물이 꽤 많이 고여 있는 저 부분, 어떻게 밟고 지나가야 하나? 가뜩이나 내 신발은 옆구리가 터져버려 저곳을 밟으면 직빵으로 젖을텐데..
마주오던 사람, 우릴 한번 힐끗 보더니 파도에 아랑곳 않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갈아 신을 신발이 있었나 보다. 반면 우리는..
돌담을 밟고 소심하게 피해 지나쳤다. 어디까지나 게임이지만 물 한방울 젖지 않으려는 노력은 가상해 보인다.^^
비양도 바닷길에 있는 공중 화장실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경남 지방에선 김장 재료로 많이 쓰던 청각이다. 이것을 넣으면 김치가 시원해지고 바다 향기가 나는 듯 했다. 하지만 서울에 오래 살다보니 이것을 못 본지 꽤 오래되었다.
비양도 여행길에서
문제의 구간을 넘어서자 모든게 평화로워 보였다. 파도가 튀는 길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길 바닥이 젖었는지 말라있는지를 보면 된다. 비양도 여행 2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추신
오늘은 초창기 시절의 블로그를 회상하며 독백으로 글을 써 봅니다. 오타가 있던지 말던지 오늘은 검수도 안할렵니다. 글에 대한 고민이 깊어갈수록 부담은 늘고, 이제는 무엇이 좋은 글인지 조차도 햇갈리네요. 글도 사진도 전부 맘에 안드는 입질의 추억. 휴식을 취해야겠단 생각이 문득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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