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호테우 해변의 색다른 풍경


 

 

이호테우해변은 전국에서 내로라할 만큼 유명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제주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제주도민들에게 훌륭한 휴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이호테우해변에서 이호는 제주시 이호동의 이름을 딴 것이고 테우는 자리돔이나 해초 채취 등에 사용하는 통나무배가 띄워져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목마등대입니다. 이호테우해변을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목마등대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갈 만큼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붉고 흰 등대는 화창한 날 파란 하늘과 만나게 되면서 시원한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찍고 가는 사진은 제게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지금껏 낚시를 즐기면서 숱하게 봐오던 등대의 하나일 뿐. 설령, 그것이 목마의 모양을 하고 있어도 말입니다.

 

사실은 이날 날씨 탓도 있었습니다. 흐리고 찌뿌둥한 하늘을 배경으로 담는 등대 사진은 저의 사진 실력으로는 멋지게 담아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호테우해변의 또 다른 볼거리인 제주시 야경을 담을 수 있는 시간도 아니어서 다른 소재를 찾아 나섰습니다. 찾아 나서기보다는 우연히 눈에 들어온 풍경이었지요. 그것은 뜻밖에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발밑'에 바다의 숨결이 넘실거리고 있었죠.

 

 

이호테우해변, 제주시 이호동

 

 

모두의 염원으로 다리에 수를 놓았다.

 

 

이호테우해변의 랜드마크, 목마 등대

 

 

때는 해가 다 뜨고 난 아침. 이날은 MBC 어영차 바다야 벵에돔 편을 녹화하고 난 다음 날이었습니다. 일전에 벵에돔 낚시 촬영에서 한 마리도 낚지 못했기에 추가 촬영을 위해 왔던 날. 고기가 잘 잡히는 시즌이지만, 요즘 제주도가 예전과  같지 않아서인지 한창 시즌임에도 '혹시나'하는 생각에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단 한 번 주어진 기회에서 횟감이 될만한 벵에돔을 낚지 못한다면, 지금 이 시간 저는 새벽같이 일어나 비장한 마음으로 갯바위를 찾았겠지요. 그렇게 되면 잡고 못 잡고를 떠나 돌아가는 항공편과 이후 일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이 자리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날 녹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 피디님을 공항에 배웅한 뒤, 저는 세 시간이나 남은 비행시간을 두고 홀몸으로 이호테우해변을 찾았습니다. 공항과 시내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선입견이 들어 사실 등한시한 것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몰리는 피서객, 5분마다 지나다니는 항공기, 잦은 차량 통행 등이 그 이유였지요. 복잡한 게 싫어서 찾은 제주도인데 여기서도 인파에 치이는 관광지는 찾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사람 적고 한적한 명소도 얼마든지 많을 테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서객들이 한창 자고 있을 시간대였다는 것. 비록, 따듯한 햇볕이 들거나 청명하고 푸른 하늘은 아니었지만, 아침이라 한적하고 운치 있는 해변 길을 거니는 데는 문제 없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많이 찍고 가는 목마 등대는 그저 멀찌감치 서서 감상하며 만족, 대신에 저는 발아래에 시선을 두며 바다의 숨결을 느껴보았습니다.

 

 

 

 

 

 

아침에 찾은 이호테우해변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인상을 주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모래 물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 동물, 그리고 기계가 남긴 흔적들

 

곳곳에는 해초가 밀려와 네추럴한 느낌이다.

 

이호테우해변은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먼 곳을 응시할수록 갖가지 인공물(파라솔, 건축자제 등)로 채워진 풍경이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다 보니 시선은 자꾸만 발 앞에 두면서 밀려온 해초, 산호조각, 물결 진 모래사장에 시선을 고정했지요. 어쩌면 여기서 받는 색채가 제 몸이 원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늘 쫓기는 일정, 치열한 삶 속에서 오게 된 출장마저도 긴장의 연속이었기에 지금은 가열된 눈과 머리를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1박 2일 짧은 여정에서 유일하게 홀몸으로 찾은 이호테우해변은 제게 그런 용도가 되어주었죠.

 

한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편안하게 쉬다 가라고. 마치 제게 그렇게 말하는 듯하였습니다. 모래라는 도화지에서 자연의 솜씨는 물결 진 형상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다와 만나는 강줄기의 축소판을 해변에서 보았다.

 

모래사장에는 이렇게 작은 강줄기가 바다와 만나면서 생긴 아름다운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저의 눈높이는 혹여 위성사진이 아닐까 하는 착각도 들었지요.

 

 

이렇게 보면 그저 해변의 일부로밖에 안 보이지만

 

이렇게 보면 위성사진 같은 느낌이

 

해변이 아닌 대지가 만든 풍경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바로 자연의 숨결"

 

제가 본 것은 모래가 아닌 숨결이 만든 작품집이었습니다.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호테우해변에서 저는 작은 감동과 힐링을 받으며 제주를 떠납니다. 가열된 일정 속에 찾은 작은 여유. 여건이 된다면 이호테우해변에서 맨발로 거닐며 자연의 숨결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싶어요. 소박하지만, 잔잔한 감동이 밀려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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