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 만에 얻은 첫딸, 100일 됐어요.


 

결혼 후 막연하게 2세 계획을 세웠지만,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우리 부부.

아내는 다니던 회사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하고 저 역시 다니던 회사를 제 발로 뛰쳐나와 프리랜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평범한 맞벌이 부부였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바다낚시에 빠지면서 전국의 바다와 아름다운 섬을 돌아다녔죠.

지금의 블로그가 만들어진 배경도 우리 부부의 바다낚시 이야기를 공유하면서였는데 낚시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선회를 즐기게 됐고 그때부터

우리 바다에서 나는 생선과 수산물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낚시와 어류 칼럼니스트라는 생소한 직업으로 활동하게 되었죠.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그 꿈을 이룬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물고기를 좋아했고 채집 본능도 강하다 보니 그러한 특성이 나이를 먹은 지금에 와서 재능으로 보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아 있겠지요.

낚시와 어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면서 그 깊이는 평생 배워도 완성하지 못할 만큼 심오하니 말입니다. 

끝없는 배움의 연속, 그 속에서 적절히 형성되는 긴장감은 삶에 엔도르핀이 되고 내가 즐기고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아내와 함께한 낚시, 이제는 꿈이 돼버렸다.

 

결혼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글로 밥벌이를 하다 보니 경제 여건은 그리 넉넉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했습니다.

그러다 결혼 5년 차쯤 되자 조금씩 위기의식이 느껴졌습니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이제부터는 진중하게 2세 계획을 세워야 했죠.

하지만 2년여의 노력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심은 깊어져 갔습니다. 이번에도 아이가 안 생기면 병원에 가보자. 

만약 문제가 나오면 시험관 아기라도 염두에 둬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가 덜커덕 생겼습니다. 인생에서 환희의 순간이 몇 번 지나간다는데 아마 이때가 그랬었지요.

너무 기쁜 나머지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가 두 줄의 임신 테스트기를 보이며 이게 꿈이야 생시야 했을 때도 제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임신이라 확신하기에는 겨우 두 가닥의 선 따위가 그리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오히려 기분은 무덤덤하더군요. 

 

그리고 며칠 뒤, 병원에서 임신 확정 소식을 듣고 나서야 조금씩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이왕이면 딸바보가 되기를 소망했던 것. 아들밖에 없는 집안이라 어머니도 딸을 원했고 우리 부부도 딸을 원했으니 이제는 딸이 안 나오면 하늘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기분 마저 들기 시작했죠. 그런 간절한 바람도 아이의 건강 앞에서는 쓸데없는 고민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 5개월 차, 기형아 테스트를 하고 결과를 발표하는데 그때는 아들딸이 문제가 아니더군요.

뭐라도 좋으니 제발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건강이라는 중대한 문제 앞에서는 성별에 대한 소망이 과분함 그 자체였으니까요.

 

 

지난해 11월, 출산 직후

 

그리고 고대하던 첫 딸이 제 품에 안겼습니다. 사진은 출산 직후에 찍은 핏덩인데요. 출산 과정은 그리 순탄치 못했습니다.

다른 산모들과 달리 진통이 갑자기 폭발하여(중간 단계를 생략) 그렇게 수 시간을 버텼는데도 자궁문이 열리지 않은 것입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수술을 준비하라는 의사의 권유에 결국, 자연 분만을 포기하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는 나와 큰 처형. 양손 모아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는데 수술실에서 아기 울음이 터져 나왔을 때 북받치는 그 기분은

지금도 잊히질 않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장면이 지금 제게 일어나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고. 

 

이윽고 문이 열리고 아기와의 첫 대면이 이뤄지는 순간. 말똥말똥한 눈으로 저와 처형을 번갈아 쳐다봅니다. 

시력도 없을 텐데 뭔가가 상에 맺히니 신기한 듯 쳐다보는 아기의 눈망울을 보며 '이게 내 딸인가?' 싶었습니다.

딸을 앞에 두고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은 저는 그저 머쓱한 표정만 짓게 되니, 첫 딸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진 후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히 산모는 건강했고 아기는 태열이 조금 있었지만, 건강하게 나와주었으니 더는 바랄 게 없었지요.

이 아이가 나오면서 우리 부부의 낚시 인생은 그대로 멈추었지만, 대신 새로운 삶과 행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삶은 생각했던 것처럼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엄마들이 흔히 하는 말 '낳아봐라. 전쟁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 말 들을 때마다 '우린 다를 거야'라며 콧방귀나 뀌었던 우리 부부는 신생아 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절절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이 마비될 정도였고 아내는 멘붕. 그나마 낙천적인 성격이라 산후 우울증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 근처에는 도달했으니까요.

 

일단 한번 울기 시작하면 그칠 줄 모르고 아주 자지러지게 우는데 이건 원인도 모르겠고 다만 주위에서는 영아 산통이니 배앓이니 추측만 할 뿐.

병원에 데려가도 뾰족한 묘안이 없고. 처음 50일은 그렇게 힘겨웠죠. 다른 집 아이 이야기를 들어봐도 우리 얘가 유난히 많이 우는 것도 같고.

다들 아기 낳으면 으레 경험하는 것이라지만, 거의 오열 수준으로 울기만 하니 부모로서 걱정 안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60일부터는 차츰차츰 나아지더니 이제는 남들이 말하는 100일의 기적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정작 100일째 되는 날은 100일의 기절이었지만 ㅠㅠ)

 

 

이중 모빌로 꾸며놓은 아이 침대

 

국민 모빌이라 하여 사용해 봤는데 확실히 효과는 있는 듯.

아내는 좀 더 머리를 굴려 곰 인형 모빌이 돌아가게 하는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국민 모빌이 곰 인형을 밀어내 빙글빙글 돌게 하였던 것.  

그 결과 아이는 현란하게 돌아가는 모빌에 시선을 떼지 못하니 그나마 이걸로 몇 분 동안은 달래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자주는 써먹지 않았답니다. 될 수 있으면 아껴야 덜 질리고 오래갈 테니까요. ^^

 

 

아내의 굴욕

 

딸래미가 아빠 좋은 건 일찌감치 알아챈 듯. 기특한 것. ㅎㅎ

 

 

베이비 스튜디오에서 50일 기념 촬영

 

실제로는 70일 다 돼서 촬영한 50일 기념사진

 

저도 사진을 찍는 사람이지만, 일이 바빠 베이비 스튜디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두 군데를 이용한 결과 그냥 제가 찍는 게 낫겠다는 결론. ㅠ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하겠습니다.)

 

 

목욕할 때가 가장 신나요. ^^

 

그리고 고대하던 100일

 

벌써부터 인상이 푸근하면 어떡하니 ㅋㅋ

 

출산 후 우리 부부에게는 시간이 어찌나 안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날(100일) 오기는 올까?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 고대하던 백일이 왔습니다.

 

첫딸인데 100일 상 치고 너무 조촐한가요? 평소에도 기념일을 개똥같이 아는 우리 부부다 보니 그 영향이 엄한 아이에게도 미치는군요. ^^;

생각해보면 그래요. 어떤 이들은 액자와 앨범까지 갖추고 상다리 부러지도록 성대하게 차리던데요. 

그렇게 차린다고 해서 아이가 기억해주는 것도 아닐 것이고 다 부모 만족으로 하는 건데 그것도 마음의 여유가 돼야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첫딸의 백일을 이렇게밖에 차려주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 부부가 만족할 수 있는 그릇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답니다.

이제 겨우 100일이잖아요. 무슨 무슨 기념일보다는 평소에 잘하는 부모가 되어주자. (뭐 그런 마음으로 합리화시키는 것일지도)

 

지금은 그저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의 건강, 우리의 건강은 올 한해 우리 부부의 최대 소망이기도 하고요.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살 줄 아는 소박함 속에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그런 삶.

그러면서도 냉철한 시선과 분석력은 잃지 않고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성실함, 자기 계발, 꾸준함.

올 한해 제가 갖고자 하는 소망입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원하는 삶, 원하는 일을 쟁취하는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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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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