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우정 아구찜] 줄서서 먹는 아구찜, 맛의 비결은


 

 

포항의 아구찜 전문 식당

 

평소 먹는 것에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그날 기분은 식사 만족도가 좌우할 만큼 생활에 중요한 비중을 두는 편입니다.

그런 저도 갈 길 바쁠 때는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계획 없이 우연히 들어갔는데 그 식당이 현지인들의 인기 맛집이었다면, 여기에 블로거들의 리뷰가 거의 없다면 작은 노다지를 발견한 기분마저

듭니다. 이 집 리뷰를 검색해보니 제대로 된 리뷰는 거의 없네요. 포항에서 꽤 오래된 식당이고 죽도 시장이라는 가장 걸출한 수산시장의 맛집인데 리뷰가

없다는 것은 다소 뜻밖의 일입니다. 이 지역 맛집 블로거들은 이런 집 소개 안 하고 뭐 하시는지 ^^;

 

어쨌든 소소한 식사의 기쁨이랄까요? 저 혼자 먹고 마는 것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는 즐거움은 이제

생활 속 깨알 재미가 되었습니다. 다만 글을 보고 찾아갈 사람들을 배려하려면 내가 먹은 음식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겠지요.

이날이 그랬습니다. 포항 죽도시장에 촬영이 있어 취재진들과 함께 들렀는데요.

마땅한 저녁 메뉴가 떠오르지 않아 길거리를 배회한 지 겨우 5분.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이름도 평범한 우정 아구찜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때 취재진들의 "아구찜 콜?"에 현지에서 먹는 모처럼의 아구찜 맛이 그리워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우연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취재진들과 함께 다니면서 들어간 식당은 대부분 맛있었고 소개할 만한 곳이 많았다는 점.

이렇게 사전 정보 없이 즉흥적으로 찾아 들어가는 식당은 운이 좀 따라줘야 하는데 이 집의 첫인상은 들어가자마자 범상치 않음을 직감했습니다.

마침 빈자리가 보여 얼른 앉았는데 곧바로 만석이 되더니 이후로는 밀려드는 손님들로 대기자만 늘어났던 것입니다. 오호라!

 

 

이 집이 다루는 식재료는 오로지 아귀 하나. 

가장 기본이 되는 아구찜부터 수육, 탕까지 제법 오래된 아구찜 전문점이라는 분위기가 풍기니 맛이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아구찜 大짜를 주문했는데 나오는 양과 맛을 봐야 알겠지만, 가격으로만 따지면 시중 물가보다 좀 더 저렴한 편이네요.

아구찜에서 중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아구의 크기와 선도겠지만, 그 맛을 내는 핵심 양념 재료인 고춧가루가 국내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중국산 고춧가루가 내는 특유의 텁텁함을 적어도 이 집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주문이 밀렸는지 10여 분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없습니다. 주방은 아주머니 홀로 고군분투 중이네요.

아귀와 콩나물 손질은 장사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해놓지만, 아귀찜은 미리 만들어 놓지 않으므로 주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볶아 냅니다.

어차피 아귀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공간과 인력은 한정되었고 이렇게 한꺼번에 주문이 밀리면 차례대로 만들어 내느라 시간이 걸리는 건 불가피한데요.

지켜보니 한 접시 뚝딱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6~8분 정도. 혼자서 만드는 속도치고는 전광석화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본찬

 

평범한 찬이지만 도라지 무침은 자꾸 젓가락이 가게 되네요.

 

 

아구찜 大

 

20여 분 기다린 끝에 우리가 주문한 아구찜이 나왔습니다.

혹자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느냐고 불평하겠지만,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라면 20~30분 정도는 기꺼이 감내할 수 있습니다.

 

 

살덩이가 제법 크다.

 

이 아구찜에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다른 아구찜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젓가락을 들기 전부터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사용된 아귀 크기가 상당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저 실한 살점은 "아구찜은 콜라겐 씹는 맛으로 먹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다시 말해, 아구찜이라 쓰고 콩나물 찜으로 읽어야 한다거나 혹은 운 좋게 발견한 살덩이 한 점을 놓고 일행과 눈치 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겠죠.

 

 

여기서는 흔하디흔한 순살 덩어리

 

 

 

누가 아구찜을 콜라겐 씹는 맛으로 먹는다 하였는가?

 

오만둥이도 충분히 들어 있어 씹는 맛을 더했다.

 

오만둥이를 씹다 보니 예전에 먹었던 미더덕 맛이 그립네요.

지금은 너무 귀해져서 대부분 오만둥이를 사용하지만, 그래도 봄날은 오고 있나 봅니다.

어제 마트에 가보니 국내산 미더덕(대부분 진동산)이 한 줌을 3천원에 팔고 있더군요.

최근 이렇다 할 출조가 없어 느끼지 못했던 봄 바다의 향기를 미더덕찜으로 대신 느껴볼까 합니다.

 

 

마무리는 소면으로

 

소면을 말아 먹는데 이 맛은 좀 아쉽습니다. 주문하니 갓 삶아진 소면을 내와 뜨끈한 건 좋았는데 이게 너무 퍼져서 말입니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버리는 수준이니 씹을 것도 없네요. 이가 약한 노인들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흐물흐물 불어버린 소면은 감흥이 떨어졌습니다.

소면 대신 탄력이 있는 면발을 사용하는 건 어떨까 싶네요. 쫄면이나 밀면 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정 아구찜 위치 : 본문 아래 지도 참조

내비 주소 : 포항시 북구 동빈 2가 7-1

주차 시설 : 없음

 

#. 국내산 고춧가루로 맛있게 매운 아구찜

맛을 고수하기 위해 선도 좋은 아귀와 좋은 고춧가루를 사용한 점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인근에 죽도시장이 있으니 싱싱한 생물 아귀의 공수는 어렵지 않을 것이고 여기에 씨알 큰 아귀만 선별해 쓰다 보니 희고 보드라운 순살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서 가격은 저렴하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중국산 고춧가루가 점령해버린 우리의 외식 시장에서 값비싼 국내산 고춧가루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게 맵다는 점. 그 맵기가 사람에 따라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 이것을 중화해 주거나 곁들여 먹으면 좋은 반찬

(이를테면 시원한 동치미)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뻔했지만 말입니다.

 

아구찜의 생명은 물 좋은 아귀와 고춧가루에 있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시중의 대다수 식당이 중국산 고춧가루로 아구찜을 만들다 보니 모자란 발색, 모자란 매운맛, 그리고 특유의 텁텁함이 있습니다.

어떤 식당은 중국산 고춧가루의 충분치 못한 맵기를 보완하고자 캡사이신 원액을 몇 방울 떨어트려 우리 혀의 통각을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죠. 

캡사이신 원액이 내는 맛은 당장의 매운맛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우리 혀가 아픈 것이며 맛있게 맵지 않고 아린 맛이 강해 그 통각을 즐기도록

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는 착한 낙지와 죠스 떡볶이가 있지요. 사람들은 그런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서 캡사이신 용액의 쓰고 아린 맛을 매운

맛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캡사이신의 아린 맛을 부드럽게 중화해주는 화학조미료나 첨가물이 별도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캡사이신 용액 자체는 고추 추출물이므로 문제가 없지만, 함께 해야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화학조미료와 뉴슈가 등의 첨가물 사용을 부추긴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탐탁지 않게 여겼던지라 이렇게 국산 고춧가루만으로 올바른 매운맛을 내는 집이 반가웠던 것입니다.

물론, 글은 이렇게 썼지만, 맛에 대한 선택은 오로지 소비자의 몫이겠죠. 전에도 말했지만, 맛이란 기억의 산실이므로 저렴한 맛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그 맛이 곧 맛있는 맛일 것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맛은 결코 아니죠.

 

"맛있게 맵다."라는 어느 CF의 카피 문구가 생각나는 이 집 아구찜은 질 좋은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내면서 아삭거리는 콩나물과 튼실한 아구살을 사용해

수준 높은 아구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아구찜을 서울에서 맛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네요. 

개인적으로 물량이 풀리는 봄철에 미더덕까지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도 내봅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어디 가서도 맛보기 어려운 귀한 아구찜

맛을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기분 좋은 시식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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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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