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전통 할매곰탕] 토렴으로 말아낸 진한 한우곰탕


 

 

포항 죽도시장 앞 전통 할매곰탕

 

찬 바람에 날씨도 우중충해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늦겨울의 아침.

적당히 아침을 들기 위해 찾은 곳은 죽도시장 앞에 있는 한우 곰탕집입니다. 이곳은 2대째 내려오는 꽤 오래된 식당이지만, 근처에는 똑같은 한우곰탕을 

취급하는 식당이 여럿 있어 서로 간에 경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할매 소머리 곰탕과 평남식당이 있는데 소머리곰탕을 제외하면 8천원.

할매 소머리곰탕은 홀로 7천원을 받으며 가격의 균형을 깼고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어 좀 더 손님 몰이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한우곰탕 식당들은 소머리의 내용적인 측면과 양적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할매 소머리곰탕의 국물은 조금 옅은 반면, 이 집은 조금 진하며, 이중

가장 많이 알려진 식당은 평남식당으로 곰탕에 반숙 달걀이 함께 내어온다는 특징이 있으니 입맛에 맞게 선택하면 될 것입니다.

 

 

들어가니 마침 큰 솥에다 머릿고기를 삶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삶아진 건지도 모를 정도로 푹 삶은 소머리.

마침 아주머니가 손으로 쥐고 있는 소머리뼈도 보이는 군요.

 

 

 

할매곰탕 메뉴판

 

요즘은 원산지를 표기할 때 김치 따로 고춧가루 따로 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식당이 태반입니다. 

이 집은 모범적으로 표기하고 있었고 고춧가루도 국내산을 쓰는 등 요즘 세상에 쉽지 않은 선택의 길을 걷고 있군요.

아시다시피 중국산 고춧가루 가격이 국내산의 1/3 가격에 못 미칩니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이미 완제된 김치 양념(다데기)이 저렴하게 들어오므로 대부분

업소는 국산 배추와 버무린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게 됐죠. 그래서 우리가 외식에서 사 먹는 김치의 70~80% 이상은 맛이 거의 같은 중국산 김치로 개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이제 김치는 중국으로부터 저렴한 자본주의에 잠식돼버린 대표적인 식품이 된 거죠. 제주도 등 도서 지역도 이젠 예외가 아닌 듯하고.

그 와중에 국내산 김치를 만난다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늬만 국내산 김치가 아닌 뼛속까지 국내산 고춧가루로 버무린 김치 말입니다.

물론, 국내산 고춧가루에 중국산 고춧가루를 반 이상 섞은 김치를 사용하면서도 단지 국내산 고춧가루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국내산이라 표기하는

양심 불량 식당은 제외하고요.

 

 

기본 찬

 

이 집은 소면이 나오는 게 특징. 그런데 찬을 담아내는 매무새가 썩 깔끔하지 않습니다. 

특히, 양파 장아찌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이게 단순히 정갈함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빠른 이들은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본문 맨 마지막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쪽에 고추된장빵이 있는데요. 좋게 말하면 굉장히 토속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시큼에 한 개 이상 먹기 어려울 정도네요.

이 맛은 할머니들이 참 좋아할 것 같습니다. 비록, 제 입맛에는 안 맞았지만 오랜 발효에 의한 과한 시큼함이 서울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개성으로

봐야겠지요. 곰탕집에 이 정도의 김치와 깍두기는 제법 훌륭합니다. 어디 싸구려 설렁탕 프랜차이즈에서나 낼 법한 말간 한 국물의 삭카린 깍두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겠지요. 이런 글을 쓰면 식품첨가물 좀 안다는 이들이 사카린나트륨(뉴슈가)의 무해성을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단지 사카린이

내는 저렴한 단맛이 싫은 것입니다. "취향이니 존중해주시죠?" 대략 이런 느낌.

 

 

토렴을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데 주방을 보니 아주머니께서 토렴을 하고 계시네요.

진지한 표정으로 뼛국물을 그릇에 담갔다가 붓고 다시 담는 과정을 8~9차례 합니다.

이렇게 해서 데워진 그릇은 뜨거운 육수에 온도가 입혀져 보온성을 더하고 그 안에 있는 식은 밥 또한 국물에 배이면서 따듯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토렴은 '맛있는 국밥'이 가져야 할 제일의 조건이지만, 요새는 다들 뚝배기로 끓여내니 토렴이 주는 국밥 맛의 묘미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간만에 토렴하는 장면을 보니 반갑더군요.

 

다만, 의아했던 것은 제가 주문한 한우곰탕이 국밥으로 말아져내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은 국 따로 공깃밥 따로 넬 텐데요. 여기서 토렴을 한다는 것은 식은밥을 따듯한 국물에 말겠다는 의지가 아니겠습니까.

만약 더운밥으로 만다면 그 집은 토렴의 정확한 목적을 잃은 것이겠고요.

(더운밥이 더운 국물을 만나면 쉬 풀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밥알의 전분기가 국물에 배여 흐리멍덩해지면서 국물맛을 버리기 때문)

 

 

받아보니 공깃밥을 따로 내옵니다. 다시 말해, 국밥의 토렴이 아니었던 것. 

 

 

수육과 우설, 머릿고기 등을 미리 장만해 그릇에 담아야 하니 이를 그릇과 함께 따듯하게 데피기 위함이었던 것.

그 세심함이 돋보였고 국물은 조금 묵직하면서도 잡내가 없어 먹는데 부담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육류는 부산물을 좋아하지 않아 서울식 맑은 곰탕(사골 육수가 아닌 고깃국물에 양지가 들어가는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그런 개인적 취향 때문에 나주곰탕이나 하동관에서 느꼈던 만족도는 덜했지만, 삶아낸 머릿고기와 우설은 잡내가 적고 부드러워 기존의 편견을 조금은

떨쳐낼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곰탕이나 국밥은 세 단계로 나눠서 먹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밥과 국을 따로 먹다가 밥이 반쯤 남으면 말아먹고, 그 국물이 반쯤 줄어들면 깍두기 국물이나 양념(다데기)를 섞어 마무리하는 식이지요.

김치와 깍두기도 맛이 좋아 한번 정도는 리필을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리필된 찬은 남김 없이 먹어줘야 함을 손님으로서 당연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이날은 곰탕과의 조절이 조금 어긋난 탓에 김치를 조금 남기고 말았네요. 그리고 우려했던 부분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처음 찬을 보았을 때 양파 장아찌를 수북이 담아주는 모습에서 깔끔치 않다 여겼는데요.

 

 

헝크러짐 없이 고이 모셔온 잔반이 옆 쟁반과 비교된다.

 

몇몇 식당을 다니면서 그것이 반찬 재활용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음을 알게 되면 가득 담아낸 인심은 돌연 배신으로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음식 재활용 의사가 없었다면, 테이블 치울 때 이미 음식물을 엎어버렸겠죠.

사실 우리네 정서는 밥상의 푸짐함에 있다보니 식당으로서는 그 부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제는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님이 한두 번 리필해 먹더라도 반찬은 조금씩 정갈하게 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상추나 깻잎, 마늘, 고추 등의 날채소는 반찬 재활용의 대상에서 제외이므로 특별히 문제되진 않아요.

식당에서 반찬재활용이 걱정되는 품목은 대게 김치와 장아찌, 젓갈류 정도일 것입니다.

 

곰탕은 전량 한우를 쓰는데 이 가격이면 괜찮다고 보여집니다. (서울이면 만원 이상 받았겠지요.)

무엇보다도 묵직하면서 잡내 없는 국물이 인상적이고 이른 아침에도 식사가 가능하니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들러볼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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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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