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노대도 낚시(2), 쯔리겐 FG배 오픈 낚시 대회


 

AM 4:25, 통영 풍화리 선착장

 

여차여차 조행기가 늦어지고 있어 업데이트를 서두르겠습니다.

전날 노대도에서 정체 모를 괴어에게 두 방의 총성을 쏘고 난 뒤, 3~4시간의 짧은 수면을 뒤로하고 선착장에 나왔습니다.

이날은 쯔리겐 FG 클럽의 정기출조가 있는 날로 회장님의 개회사와 교육부장님의 경기 룰 방식을 듣는 십만 대군 참전용사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합니다. 경기 룰은 친선대회이기 때문에 토너먼트가 아닌 오픈 형식으로 치러집니다. 대상어는 벵에돔 23cm 이상 마릿수.

 

 

AM 4:35 출항

 

배는 인원이 많아 4대로 편성하였습니다. 이렇게 한번 모일 때 60명씩 모이는 클럽이 국내에 또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격 달마다 열리는 정출에는 60명씩 모이고 연말 정출에는 100명이 넘게 모이는 낚시 클럽이라니.

여기에 모이는 분들은 모두 동네에서 날고뛰는 고수들이지만, 여기서는 상향 평준화한 실력자의 한 일원일 뿐.

 

 

그들 속에 묻혀간 저 역시 노대도의 어느 갯바위에 내려 밑밥을 준비합니다.

밑밥 크릴은 한 장만 준비. 크릴 커터기로 잘게 부순 후 빵가루 2봉과 파우더 1봉을 섞어 반죽합니다.

이 밑밥은 크릴이 섞였기 때문에 일단은 잡어 활성도가 높지 않은 새벽에 사용하다가 해가 뜨면서 포인트에 잡어가 판을 치면

잡어를 묶어두는 용도로만 쓰고, 포인트에 뿌릴 밑밥은 여분의 빵가루와 파우더를 추가로 반죽해 사용할 계획입니다.

 

 

노대도의 아침

 

창원지구의 파트너와 함께 이름 모를 생자리에 내린 저는 두 곳의 공략지점을 두고 저울질하다가 지형의 변화가 있는 곳으로 선택,

밑밥통을 세팅해 봅니다. 흰 점선은 갯바위가 수중턱으로 이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이 근방에 조류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횡으로 흐르는 조류에 채비를 흘려보냅니다.

 

 

낚시 준비 완료

 

서울에서 먼 길을 온 저는 갯바위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이때가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세팅을 마치고 곧바로 캐스팅해도 되지만, 지금은 기지개를 피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부리고 싶군요.

토너먼트가 아니기 때문에 1분 1초를 다툴 필요도 없습니다. 철수 시각까지는 약 6시간이 남았으니 여유가 있습니다.

 

옆 파트너는 이미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밑밥을 연달아 포인트에 던지고 그곳에다 채비를 정확히 넣는, 반대로 채비를 먼저 던지고 밑밥을 정확히 넣는 순서상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저곳에는 밑밥과 함께 동조된 크릴 한 마리가 흑기사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벵에돔이 수면으로 피어올라 등지느러미가 보이는 그런 상황을 지금 이 철에는 기대하기 어렵죠.

저의 짧은 경험상, 이른 아침에서의 벵에돔 낚시는 묵직하게 눌러주는 채비로 시작할 때가 많았기에 이번에도 피어오르지 않을

벵에돔을 염두에 두고 채비를 꾸려봅니다. 

 

게다가 주변 섬들은 적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지라 이날은 어떻게든 적조라는 불똥이 우릴 피해가기만을 바랐습니다.

낚시 시작하기 전, 밑밥을 몇 주걱 넣어보니 벌써 잡어가 중상층까지 올라와 밑밥을 주워 먹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이 정도면, 나중에 해가 뜰 때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잡어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채비는 제로씨 찌로 봉돌 없이 시작해 봅니다.

원줄은 1.5호, 목줄은 1.2호를 8m 정도 직결했고 찌와 스토퍼를 목줄에 단 채비로 공략해 봅니다.

목줄을 8m로 쓴 이유는 목줄은 원줄보다 비중이 무겁기 때문에 길이가 길면 길수록 채비 전체를 안정감 있게 눌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봉돌을 달지 않아도 8m의 목줄 무게와 바늘과 크릴 무게로만 일정 수심층까지 하강시킬 수 있게 됩니다.

봉돌을 달지 않았으니 목줄 중간이 꺾여 벵에돔 시야에 이상하게 비칠 염려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채비가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가도 조류의 변화가 생기거나 수면에 잡어가 극성을 부리면

작은 봉돌이라도 달아서 채비 하강에 속도를 내기도 하는데 그래 봐야 내만권 포인트에서는 g7~g5 정도 쓰입니다.

 

 

몇 번 던지다 배가 고파 지급된 도시락부터 까먹습니다.

철수 후에는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점심도 먹어야 하므로 식사 타이밍을 잘 조절해야겠지요.

그나저나 갯바위 도시락치고는 제법 맛있게 나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주최 측에서 도시락에 신경을 많이 쓰시네요.

도시락을 주문하는 사람이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이라서 하는 얘기는 결코 아님 ^^

 

 

젖볼락

 

자리돔

 

이제 슬슬 잡어의 극성이 도를 지나치고 있습니다. 밑밥을 뿌리면 시커멓게 달려드는 잡어들.

그나마 전갱이 치어 반, 자리돔 반, 그 외 용치놀래기까지 가세하니 오늘 벵에돔 다 잡았습니다.

 

 

처음 구상했던 밑밥을 배합해 봅니다.

크릴을 섞은 밑밥은 한쪽으로 밀어두고, 빵가루와 파우더를 새로 섞어서 다소 촉촉하게 반죽했습니다.

이 밑밥은 촉촉해 원투력이 썩 좋지는 않지만 대신 확산력이 좋습니다.

지금은 원투를 해도 20m 안쪽이기 때문에 해수를 충분히 머금은 빵가루 밑밥으로 포인트에 3~4방 날리고, 발 아래는 크릴을 섞은

밑밥으로 잡어를 묶어둡니다.

 

 

그리고 미끼는 빵가루 미끼를 사용했더니

 

 

용치놀래기가 올라옵니다. 몇 번을 던져도 용치놀래기 ㅠㅠ

빵가루 미끼가 중층까지는 살아서 내려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벵에가 피어오르지 않으니 이런 잡어들이 물고 늘어지네요.

이쯤 되니 품질 횟수를 늘려야 할지, 공략 거리를 늘려야 할지 고민이 되고.

 

 

낚시에 집중하느라 배가 들어와 있는지도 몰랐네요. 

열심히 흔드는 걸 보니 무늬오징어 선상 같은데 몇 분 하다가 안 되는지 포인트를 옮깁니다.

 

 

공략 거리를 40m로 늘렸더니 거기서는 학꽁치가 물고 늘어집니다.

 

 

PM 12:00, 철수

 

학꽁치 다음으로 벵에돔 사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사진이 나올 줄은 몰랐죠?

어쩌면 제 조행기 역사상 가장 허무한 조행기일런지도 ^^;

둘이서 쉬지 않고 열심히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던 듯싶습니다. 철수배에 오르니 이쪽 일대는 벵에돔 한 마리 없는 몰황.

 

 

그러나 반대편 섬에서는 벵에돔이 무더기로 나와 대조를 보입니다.

 

 

한 자리에서 벵에돔이 많이 나왔는데 대부분 떠서 무는 등 활성도가 좋았습니다.

결국, 이날 정출자 우승은 최수원 쯔리겐 필드테스터께서 21마리에 29.9cm로 최대어상까지 싹쓸이를.

안타까운 건 2위와의 승차입니다. 같은 21마리인데 그분은 최대어가 29.5cm여서 4mm 차이로 1위와 최대어상을 내줬습니다.

이렇게 1~2위가 박빙의 승차가 된 경우는 처음인데 2위는 너무 아쉬웠겠습니다. ㅠㅠ

 

이날 6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출전해 61마리의 벵에돔이 나왔는데 그중 한 마리라도 손맛 본 사람은 총 11명.

그중에서 1~2위가 합계 42마리를 잡아서 포인트 편차가 컸음을 말해줍니다. 

 

 

늘 아쉬운 철수 길에는 백로 한 마리가

 

 

폐회식에서는 두 명의 쯔리겐 필트 테스터가 인삿말을 올리면서 정출이 마무리됩니다. 저는 며칠 후, WFG 벵에돔 토너먼트 예선전에 출전하기 위해 거제도로 향했습니다. 앞서 1, 2, 3차전에는 참관만 했는데 이번에는 선수로 출전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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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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