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하고 구수한 벵에돔 곰탕, 끓이는 방법


 

 

앞으로 꾼의 레시피를 통해 우리 낚시인들이 벵에돔으로 맛있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할까 합니다. 평소 벵에돔 낚시를 즐기면서 이 어종의 단순한 사용처에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철에 따라, 서식 해역에 따라, 혹은 취급 부주의로 인해 벵에돔 특유의 갯내가 나서 먹기가 망설여지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취급과 조리법만 따라준다면, 다른 어떤 생선보다 맛이 좋은 어종이 벵에돔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오늘은 벵에돔으로 끓인 곰탕을 소개하겠습니다. 원래 곰탕은 소고기 사골로 끓여 진하고 뽀얗게 내는 음식으로 가정에서는 이를 '곰국'이라고 불렀습니다. 육탕(肉湯)이라고도 하며 예부터 허한 기력을 보충해주는 보양 음식으로 알려졌지요. 여기에 밥을 말면 곰탕이 되고 사골과 등뼈를 넣고 끓이면 설렁탕이 된다고 두산백과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소고기 대신 생선으로 끓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본 음식에는 벵에돔을 사용했지만, 벵에돔을 구할 수 없는 일반 소비자는 시중에 파는 참돔(도미)과 조피볼락(우럭)으로 끓여도 됩니다.

 

 

 

#. 벵에돔 곰탕 재료

벵에돔(혹은 도미) 서덜, 무, 마늘, 대파, 소금, 후추, 청주, 쌀뜰물

 

재료는 정말 간단합니다. 여기서는 3~4인분을 끓였지만, 이렇게 뼈를 넣고 끓이는 음식은 대용량으로 끓여야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고 맛이 납니다. 무와 마늘은 사진처럼 다듬습니다. 적당량이라는 기준이 애매하지만, 3~4인분을 기준으로 저 정도 양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시원한 국물을 뽑겠다고 무를 많이 넣으면 국물이 달아질 수 있으니 유의합니다. 또한, 다시마 육수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음식은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내는 순간, 망합니다. ^^;

 

 

대파는 쏭쏭 썰어 그릇에 담은 뒤 실온에 몇 시간 정도 방치해 진액을 날려야 합니다.

 

 

다음은 머리를 손질해야 하는데 미처 빼내지 못한 낚싯바늘이 나오네요. ^^; 평소 낚싯바늘도 재활용하는 편이지만, 저렇게 나온 것은 수 일간 염분에 삭힌 것이어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곰탕은 뽀얗게 우러나는 담백한 국물이 포인트이므로 생선살보다는 뼈와 머리를 많이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회를 뜨고 남은 벵에돔(혹은 도미) 머리는 사진과 같이 활짝 벌리고 아가미를 비롯해 남아 있는 내장을 말끔히 뗍니다. 급하게 손질하다 보면, 제거되지 않은 내장(식도, 간, 심장 등)이 붙은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응고된 피를 머금고 있어 국물 맛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줍니다.

 

생선 곰탕뿐 아니라 맑은탕을 끓일 때도 될 수 있으면 아가미와 지느러미는 잘라내고,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뭉친 혈을 제거해 주는 것이 깔끔한 국물의 비결입니다.

 

 

생선 머리는 수세미를 이용해 안쪽 깊은 곳의 뭉친 핏자국을 없애줍니다. 옆지느러미는 가위로 자르고, 뼈에 붙은 꼬리와 등 지느러미 역시 가위로 잘라냅니다. 목살과 머리의 비늘이 꼼꼼히 벗겨졌는지도 살피고요. 이렇게 장만한 서덜은 소금을 뿌려 하루쯤 놓았다가 흐르는 물에 씻은 뒤 탕을 끓이면 국물이 아주 깔끔하고, 미처 소금을 뿌려놓지 못했다면 얼음물처럼 찬물에 잠시 동안 담가 둡니다.

 

 

끓인 지 10분째인 국물의 탁도

 

냄비에 분량의 쌀뜰물과 무, 마늘을 넣고 팔팔 끓입니다. 센 불에 최소 30분은 끓여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 국물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처음부터 쌀뜰물(혹은 물)을 넉넉히 붓고, 생선 뼈도 충분히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국물을 뽀얗게 우리는 맑은탕(지리)이나 곰탕의 비결은 달리 있는 것이 아닌 물을 많이 붓고 머리를 포함한 생선 뼈도 많이 넣어서 30분 이상 푹 끓이는 데 있습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찬물에 담가둔 서덜을 넣고 청주(혹은 맛술) 5~6T를 넣습니다. 그리고 서덜을 넣은 시점으로부터 센 불로 25~30분을 끓이며 이때 뚜껑은 반쯤 닫아주거나 아예 열어둡니다. 중간에 끓어오르는 거품은 반드시 걷어줘야 합니다. (위 사진)

 

 

끓인 지 25분째인 국물의 탁도

 

끓인 지 25분이 지나면 국물도 줄고 뼈에서 우린 탁도로 뽀얗게 우러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쌀뜰물로 끓이면 신기하게도 뿌연 탁도가 사라지면서 국물이 맑아지는데 그러다가 20~25분을 넘어서면서 국물은 다시 뽀얗게 우러나기 시작합니다.

 

※ 주의

끓이는 동안에는 소금 간을 하지 않습니다. 소금과 후추는 각자 그릇에 덜어서 개인의 기호에 맞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릇에 담았습니다. 국물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버리고 이렇게 국물만 걸러냈습니다. 서덜에 붙은 살이 아까우면 발라먹어도 되지만, 그 바람에 국물은 잔가시와 살로 지저분해질 수 있어 권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벵에돔은 돔 종류 중에서 머리가 작아 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돔 중에서 머리 크기는 참돔 > 감성돔 > 벵에돔 > 돌돔 순이며, 그래서 참돔과 감성돔은 머리 하나만으로도 일품요리가 가능하지만, 벵에돔과 돌돔은 머릿살이 적어 국물용에만 쓰고 있습니다.

 

 

쇠한 기력을 보충해주는 벵에돔 곰탕

 

이 음식은 맑은탕(지리)에서 좀 더 진화한 것으로 기존에 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검색창에 '벵에돔 곰탕' 내지는 '벵에돔 곰국'을 쳐도 관련 글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제가 이름 음식을 적당히 갖다 붙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만 갖다 붙인 것은 아닙니다.

 

 

배춧잎을 살살 풀어 개운한 맛을 더한 벵에돔 맑은탕(지리)

 

기력 회복에 좋은 재료를 듬뿍 넣어서 끓인 벵에돔 백숙

 

이번에 끓인 생선 곰탕은 기존에 소개한 맑은탕(지리)이나 백숙과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어떤 재료와 합을 맞추고 끓이냐에 따라 음식의 성격은 달라진다고 봅니다. 가령, 맑은탕은 무와 배춧잎, 필요에 따라 매운 고추와의 합을 맞춰 시원 칼칼한 맛을 내고, 백숙에는 육쪽마늘, 미역, 버섯으로 합을 맞춰 보양에 중점을 둡니다.

 

 

맑은 국물로도 끓여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끓인 벵에돔 곰탕은 말 그대로 곰탕이기 때문에 밥을 말아 먹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소금과 후추 간은 개인 그릇에 덜었을 때 하고, 잔파도 이때 넣으면 파 향이 국물에 쫙 퍼지면서 밥을 말아도 전혀 비리지 않게 드실 수 있습니다. 물론, 생선탕은 육탕과 달리 '한끼 식사용'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탕하면 아무리 신선한 생선으로 끓여도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가능한 한끼에 다 드시길 권합니다.

 

위 사진은 20분만 끓여서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기 전에 마무리한 벵에돔 곰탕입니다. 위 방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토치로 껍질을 구운 벵에돔 살을 넣어서 그슬린 불향과 파향이 국물에 은은히 퍼지게 했다는 점이고요. 처음에는 국물을 음미하면서 먹다가.

 

 

밥을 맙니다.

 

 

여기에 깍두기 하나 올려서 먹으면 어지간한 곰탕, 설렁탕 부럽지 않겠지요? 뽀얀 국물, 개운하고 구수한 맛, 여기에 파 향을 국물에 녹이거나 토치로 그슬린 불향을 가미한 벵에돔 곰탕은 낚시꾼은 물론, 온 가족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책임져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음식만큼은 음주를 잡시 접어두시기 바래요. 갓 지은 밥과 깍두기면 충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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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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