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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과메기, 초보자도 맛있게 먹는 방법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에서 밀려오는 과메기 주문에 포항 구룡포가 바빠집니다. 주변 도로를 달리다 보면, 과메기 공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해안가에는 대에 널린 수백 마리의 과메기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에 땅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과메기 손질에 아낙의 장갑 낀 손에는 꽁치의 누런 기름이 흥건합니다. 11월이면 과메기 시즌이 시작되지만, 12월부터 본격적인 주문이 들어와 1월에는 맛의 절정을 달리는 과메기. 이토록 겨울에만 과메기 철이 도래하는 이유는 부패를 막고 건조할 수 있는 구룡포 지역의 기후 조건 때문일 것입니다. 밤 사이에 부는 차디찬 바닷바람에 얼기도 했다가, 낮이면 녹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해 이 시기 청어와 꽁치 몸속에 충분히 든 불포화지방의 고소한 맛을 증폭하고, 식감은 꼬들꼬들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과메기 맛은 구룡포의 기후가 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말리고 정성을 쏟은 과메기일지라도 맛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는 것. 모름지기 처음 맛봤을 때의 기억이 좋게 남아야 다음부터는 스스로 찾아 먹는 음식이 되는데, 과메기의 경우는 말리는 방식과 그해 기후 조건에 의해 맛이 고르지 않고 품질도 상, 중, 하로 나뉘다 보니 우연히 접한 과메기 품질이 하급이면 기름 전내와 비린내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그것이 과메기란 음식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해 전국구 인기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도시권 사람들이 과메기를 맛보는 경로는 마트와 동네 횟집 정도이며, 본식이 아닌 곁들임 정도의 인식이므로 들여놓는 과메기 품질에 그리 많은 심혈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본문을 진행하면서 좋은 과메기의 조건에 관해 다시금 알아보겠지만, 과메기에 익숙지 않은 초보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청어(왼쪽), 꽁치(오른쪽)
구룡포에서 과메기 건조는 이르면 10월부터 시작하지만, 본격적으로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시작해 영하로 내려가는 12월 중순 이후와 1월에 건조된 과메기를 으뜸으로 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도 해마다 다른데 올해는 겨울이 늦게 시작된 만큼, 제대로 된 과메기 시즌도 그만큼 늦어진 감이 있습니다. 사진은 청어와 꽁치 과메기를 나란히 놓아 비교하였습니다.
청어 과메기
우리는 꽁치 과메기에 익숙해졌지만, 원래는 청어로 말린 과메기가 원조입니다. 과메기는 관목어(貫目魚)에서 비롯된 말로, 원래 명칭은 '관메기'였다가 'ㄴ'이 빠지면서 현재는 과메기란 이름으로 굳어졌지요. 관목은 눈을 관통해 꿰어 말릴 수 있는 생선을 의미하기 때문에 비대칭 구조를 갖는 넙치나 가자미는 해당하지 않으며, 조선 시대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는 청어로 말린 과메기를 주로 먹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옛 조상들이 만든 과메기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지혜롭습니다. 그 원조는 냉훈연법을 이용한 것으로 그때의 해안가 집들은 아궁이에 솔나무 잎을 넣어 불을 땠는데 그 향이 부엌의 살창으로 빠져나가면서 살창에 걸어둔 과메기를 훈연했다고 합니다. 임금의 수라상에 진상한 과메기가 그런 식으로 건조한 거였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맛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엄밀히 말해 사진의 청어 과메기도 국산 청어로만 말렸을 뿐, 전통 건조법과는 무관합니다. 다만, 지금은 꾸득하게 말린 청어 과메기라도 맛볼 수 있음이 다행스러울 뿐이죠.
통말이(왼쪽)와 배지기 과메기(오른쪽)
그나마 제대로 된 청어 과메기는 통째로 짚에 엮어서 말린 것이며, 이를 손으로 북북 찢어가면서 먹는 건데 도시 사람들에게는 그 맛이 충분히 상상되지도 않을뿐더러, 흔히 나도는 청어 과메기는 비린 맛이 강해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꽁치 과메기
광복 이후부터 우리 연안에 청어가 잘 나지 않자 대체품으로 꽁치를 말려 과메기를 만들었기에 오늘날 과메기는 꽁치를 말린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청어와 마찬가지로 껍질을 일일이 벗겨내 손질을 마친 제품이므로 겉표면에는 껍질에 붙은 껍질 막이 반질반질 빛나고 있습니다. 과메기는 껍질 막의 윤기와 함께 아래 슬쩍 비치는 근육 색으로 제품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껍질 막은 반질반질 윤기가 나야 하고, 속살은 어둡지 않으면서 살짝 붉은색을 띠는 것이 잘 말린 과메기인데 이번에 구한 과메기는 양손으로 잡아 구부렸을 때 부드럽게 휘는 것으로 보아 단기 건조(약 5~7일)한 것으로 속살이 붉어지기 전에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12월에는 전국에서 과메기 주문이 쇄도해 우리가 접하는 70~80%의 과메기도 반으로 갈라서 건조한 배지기가 대부분으로 건조 기간은 5일 전후로 짧은 편입니다. 이렇게 반으로 갈라서 말리면, 단 기간 내에 완성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고 식감도 부드럽지만, 대신 지방의 산패가 빨리 일어나므로 오래 말릴 수 없고, 오래 말릴 수 없으니 오리지널에 가까운 품질에는 근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청어 과메기(왼쪽), 꽁치 과메기(오른쪽)
청어 과메기의 속살
꽁치 과메기의 속살
그래서 과메기는 오래 말릴수록 살이 단단해지며, 붉은 기가 돕니다. 기름의 산패를 막으면서 오랫동안 말리려면 통째로 말린 통말이여야 하는데 생산성의 효율이 낮다는 이유와 따듯한 기후로 인해 갈수록 비중이 작아지고 있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렇게 말린 과메기를 구해서 직접 손으로 찢어 먹는다면, 최상의 과메기를 맛본 것이지만 대부분은 위와 같은 배지기 과메기를 구입해 맛볼 것입니다.
그랬을 때 좋은 과메기를 보는 안목은 냄새와 색상으로 봅니다. 냄새는 기름의 산패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혹은 열풍 건조(공장)로 인한 기름 전내가 나지는 않은지, 표면의 기름이 맑은지를 보는 것이며, 색상은 어둡거나 거무튀튀하면 하품이며, 위 사진처럼 밝고 엷은 금색을 띠면 중품, 그리고 어둡지 않으면서 붉은 기가 강하게 도는 것일수록 상품에 해당합니다. 한편, 부드럽거나 혹은 딱딱하게 말린 과메기는 식감에 지대한 영향을 주므로 이는 개인의 취향 차라 할 수 있습니다.
포항 죽도시장에 가면 매대에 많은 과메기가 올려져 있고 또 시식도 할 수 있게 했지만, 제가 본 대부분의 과메기는 하품에 속했습니다. 단골에게는 중품 이상의 제품을 따로 팔기도 하니, 온, 오프라인 매장할 것 없이 어느 한 집을 잘 알아놓았다가 그때그때 좋은 과메기가 들어왔을 때 사 먹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수도권과 내륙 지방에 사는 이들은 상회 한두 군데를 알아놓았다가 택배로 받아먹으면 됩니다.
먼저 꼬리 쪽을 잘라낸다
이제부터는 과메기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이 부담을 줄이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이미 과메기 좀 드신다는 분들은 알만한 내용입니다. 가장 먼저 하급 품질을 제외한 과메기를 구입하는 것인데 통말이는 직접 손질하기가 까다로우므로 가장 대중적으로 팔리는 배지기 과메기가 무난합니다. 같은 배지기도 해안가에서 말린 것이라야 중품 이상에 들며, 위 과메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청어는 전량 국산으로 말렸고 꽁치는 국산 반, 원양산 반으로 말려졌는데 이렇게 말린 배지기 과메기는 반으로 갈라져 오픈된 상태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혹은 기후가 안 맞는다거나,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맛이 들쭉날쭉할 수 있으며 꽁치 면적에 따라 말라가는 진척도가 달라지니 아무래도 꼬리 쪽은 딱딱해 잘라내는 것이 좋습니다.
다소 길쭉하게 썬다
보통은 과메기를 썰 때 마름모꼴이 일반적이지만, 저는 다소 길쭉하게 썰어내는 편입니다. 이는 과메기로 유명한 충무로의 영덕회식당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이렇게 썰면 몸통의 부드러운 속살과 비교적 단단한 꼬리쪽 식감이 균형을 맞춥니다.
청어는 인위적이면서 날카로운 단면의 질감을 피하고자 손으로 북북 찢었습니다. 찢을 때는 먼저 등살과 뱃살을 가릅니다.
뱃살에는 내장을 감싼 검은색 근막이 갈빗대와 함께 있는데 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초심자들에게는 이러한 가시와 근막의 비릿함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손으로 뗍니다.
나머지는 손으로 북북 찢어다 놓습니다. 잘 말린 청어 과메기는 살에 붉은 기가 돌고 맑은 기름이 흐르며,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았을 때 묵은듯한 기름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초무침입니다. 초고추장에 각종 채소를 넣어 무친 뒤,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려 마무리합니다. 아무리 잘 말린 과메기라도 근본은 붉은살생선이기 때문에 특유의 비린 맛이 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상쇄해주는 것으로는 새콤달콤한 무침만 한 것도 없겠죠. 초무침에서 관건은 초고추장 양념인데 제가 과메기를 택배로 받았을 때는 초고추장이 한 통 들어있었지만, 저는 좀 더 각별한 레시피로 초고추장을 만들어서 무쳤습니다. 자세한 방법은 조만간 올릴 '과메기 초무침' 편을 기대해 주세요.
두 번째는 오리지널 스타일로 먹는 방법입니다. 좀 전에 북북 찢은 청어 과메기와 세로로 길게 썬 꽁치 과메기를 나란히 놓습니다. 그 옆에는 마늘과 고추, 쪽파(혹은 마늘종), 그리고 쌈채용 배추, 마른김, 물미역 등과 곁들여 먹는 방법입니다. 요즘 구룡포에서 직송한 과메기에는 이런 부재료들이 함께 들어있어 편리합니다. 제가 할 일은 그저 과메기를 찢거나 썰어서 함께 올리는 것뿐이지요.
구룡포에서 받아 곧바로 차린 과메기 주안상
한 가지가 빠졌는데 바로 소주입니다 ^^; 불행하게도 이날은 소주를 먹을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냥 집 냉장고에 넣어둔 호가든 그랑크뤼와 금단의 열매로 대신했습니다만, 이런 맥주들도 도수가 제법 높아서 과메기와 얼추 어울리더군요.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유독 알콜 도수가 높은 맥주 중에는 과메기의 비릿함을 상쇄해주기 좋은 맥주가 많은데 위에 언급한 맥주도 그중 하나이며 특히, 과일 향이 터지면서 뒷맛이 쌉쌀한 IPA(인디아 페어에일) 계열의 맥주가 과메기와 잘 어울릴 것으로 봅니다. 대표적으로 인디카와 발라스트 포인트의 스컬핀 등이 있으니 이다음에 소주가 부담스럽다면 위에 언급한 맥주와 함께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과메기 초무침은 그냥 먹어도 훌륭하지만, 이렇게 마른 김과 궁합을 맞추면 더 좋습니다.
오리지널 시식법은 물미역을 깔고 그 위에 초고추장을 듬뿍 찍은 과메기 한두 점과 함께 쪽파와 마늘, 고추 등을 올려 입에 한가득 넣습니다. 아 참 그 전에 쌉쌀한 소주나 맥주 한잔 털어 넣어야겠지요.
같은 방법이지만, 어린 배춧잎을 곁들이면 와작와작 씹는 맛이 배가 되면서 그 끝에는 배추가 주는 단맛의 여운이 돕니다. 이렇게 드시다가 과메기 특유의 맛에 익숙해지면, 그냥 아무것도 싸지 말고 초고추장만 찍어 드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초고추장 대신 양념된장도 좋고, 거기에 고추냉이를 풀어도 좋으며, 위 사진에서 생와사비 한점 콕 올려 먹는 맛도 일품이지요. 남은 과메기는 김치찌개, 조림(강정 스타일로) 등으로 응용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해안가에서 꾸득하게 말리는 과메기, 포항 구룡포
지금이야 꽁치로 말린 과메기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인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는 주로 청어를 말려 먹었던 것이 오늘날 과메기의 시초입니다. 그러다가 청어가 잘 나지 않으면서 꽁치로 대체했고 지금은 꽁치마저도 국내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원양산, 대만산 등을 수입해 과메기를 말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맛본 청어 과메기는 국산으로 말린 것으로 이것이 오리지널 과메기에 근접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오리지널이라고 해서 맛이 꽁치보다 훌륭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청어와 꽁치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고 특히, 청어는 꽁치보다 더 많은 지방을 품고 있어 건조를 잘못하면 기름이 산패하면서 망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산패를 막고자 통말이(통째로 말린 과메기 건조법의 한 방법)로 말리는데, 통말이는 더 오랜 건조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밀리는 주문을 감당하고자 속성으로 말리는 방법이 요즘 구룡포 과메기의 70~80% 이상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생선을 반으로 갈라 머리와 내장을 제거해 말리는 것이 '배지기'라 합니다.
오늘날 과메기는 배지기가 대부분이며 포항 죽도시장에 가면 통말이도 보이지만, 옛날 건조방식 그대로 만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 정도로 오리지널에 가까운 과메기가 사라져 가고 있으므로 이글이 최소한 하급은 피하면서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과메기에 입맛을 들이는 가장 기초적인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과메기 구입처
럭키수산(010-3819-9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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