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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선 갈치에 대한 모든 것(제주 은갈치, 생물과 냉동 구별하는 방법)
※ 오늘의 제목인 "국민 생선 갈치에 대한 모 든것"은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올리게 될 갈치 관련 이야기를 함축하는 것이고, 오늘은
첫 번째로 "생물과 냉동 구별법"에 관해 알아봅니다.
맛과 인기에서 고등어를 누르고 우리나라 제1의 국민 생선으로 등극한 '갈치'. 그런데 요즘 갈치가 수상합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올리겠지만, 근래 들어 갈치 조업량이 바닥을 치면서 제주산 은갈치는 그야말로 금갈치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명태의 경우 남획과 더불어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온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난류성 어종인 갈치는
해마다 해수온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체 수가 줄고 있어 그 원인을 '남획'외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남획으로 개체 수가 줄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는 '크기'입니다. 흔히 '씨알 선별'에서 풀치(어린 갈치)의 어획 비중이 많아짐에 따라
4~5지 짜리 대갈치는 상대적으로 희소성을 갖게 되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두 번째 신호는 '어획량'입니다. 갈치나 명태 같은 어종은 양식하지 않은 전량 자연산으로 그해 어획량이 늘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고, 반대로 그해 어획량이 줄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겠죠.
세 번째 신호는 '수입량'이 대폭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국내산 갈치 어획량이 줄고 가격이 치솟으니 수요를 감당하고자 제3국으로부터
수입 물량을 확보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세네갈산 갈치와 암암리에 국내산으로 둔갑해서 팔리는 일본산 갈치,
파키스탄산 갈치, 그리고 이제 곧 마트에 깔리게 될 아랍에미리트산 생물 갈치에 이르기까지 국민 생선 갈치도 다국적화되면서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국내산으로 둔갑할 염려 또한 커지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단속이 시급해 보입니다.
갈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은 우선 국산(제주산) 은갈치와 먹갈치의 차이, 생물과 냉동의 차이, 구별법에 관해 알아보고
다음 회부터는 수입산 갈치에 대해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A는 선동 갈치, B는 은갈치
사진은 제주시 동문시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선동 갈치와 은갈치가 나란히 올려져 있습니다.
국산 먹갈치
사진은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국산 먹갈치입니다. 여기서 저는 갈치에 관해 보다 상세하고 명료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갈치는 전 세계에서 10여 종이 서식하며, 그중 우리 식탁에 오르는 갈치는 무려 3종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종은 DNA와 미토콘드리아 구조가 다른 '이종'을 뜻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원산지로만 구분하고 있을 뿐, 종류에
따른 분류는 하고 있지 않으며, 그에 대한 명칭(표준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 외에도 갈치는 조업 방식과 보관 상태에 따라 명칭을 달리합니다.
흔히 은갈치, 먹갈치라고 부르는 것은 갈치의 종류가 아닌 조업방식에 따라 다르며, 갈치의 색에 따라 붙여진 말입니다.
1) 은갈치
낚싯바늘을 이용한 채낚기나 연승으로 낚아 갈치의 은비늘이 그대로 유지된 것을 말합니다.
갈치의 은비늘은 화장품, 립스틱, 진주 광택제로 사용되는 구아닌 색소로 이를 날로 먹게 되면 복통을 유발하지만, 갈치에 붙어 있을
때는 싱싱하게 반짝이는 효과를 주므로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선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갈치 은비늘이
온전하게 붙은 은갈치는 먹갈치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됩니다. 주요 산지는 제주도.
2) 먹갈치
안강망과 같은 저인망 그물을 깔아서 잡기 때문에 주낙을 이용한 은갈치보다 조업량에서는 월등합니다.
다만, 수많은 갈치가 그물코에 낀 채로 발버둥 치거나 서로 뒤엉키기 때문에 비늘이 온전히 남아있지 않습니다. 일부는 상처가 생기기도
하고 할퀸 자국이 많으며 이때 반짝여야 할 구아닌 색소가 빛을 잃기 때문에 육지로 가져오면 채색은 거무튀튀해져서 먹갈치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주요 산지는 목포, 부산 등
표준명 먹갈치(출처: 식약처)
하지만 우리가 아는 먹갈치와 달리 표준명으로 등재된 먹갈치가 따로 존재하기는 합니다.
다만, 이 어종은 갈치과가 아닌 등가시치과로 생물학적 분류가 갈치와는 전혀 다르기에 여기서는 별개로 칩니다.
결국, 시장에서 은갈치, 먹갈치로 분류하는 것은 다 같은 갈치이며, 조업 방식에 따라 나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산지인 제주도의 재래시장에 가면 은갈치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선동 갈치와 은갈치로 나눠서 팔고 있는데 사진에서 A는 선동 갈치이고, B는 은갈치입니다.
여기서 선동이란 말은 '선상동결'의 준말로 배에서 잡자마자 영하 30도 이하에서 급랭한 것을 말합니다.
비슷한 말로 '육동'이 있지만, 육동은 육지에서 냉동한 것으로 조업배가 항으로 들어와 경매와 선별 작업을 거친 다음에 얼린 것이니
선동보다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선동을 하는 이유는 조업 해역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생선은 잡히는 순간 선도가 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선도는 시간과 비례해 떨어지는데 그것을 늦추는 유일한 수단은 살려서 활어로 가져오거나 선동뿐입니다.
갈치는 낚시로 잡으나 그물로 잡으나 일단 잡히면 수 분 만에 죽습니다. 때문에 활어 유통이 불가능하며, 조업 구역이 동중국해와 같이
먼바다 조업일 때는 항으로 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므로 급랭 시설을 갖춘 대형 선단이 조업해 잡자마자 곧바로 얼립니다.
위 사진에서 A에 해당하는 갈치는 올해 1월에 조업된 갈치를 선동한 것으로 일단 냉동이기 때문에 육질이 생물보다는 못하지만, 잡자마자
곧바로 얼린 것이어서 신선도는 잘 유지되어 있습니다. (급속 냉동한 것은 유통기한이 1년 이상으로 매우 깁니다.)
선동 갈치는 생물 은갈치보다 가격이 30~40% 정도 저렴하므로 비싼 생물이 부담되는 이들에게는 가성비가 괜찮죠. 만약, 제주도를
여행하고 돌아갈 때 동문시장에 들린다면 포장(혹은 택배)로 구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확실히 대도시 마트보다 저렴합니다.)
반면, B로 표시한 은갈치는 '빙장 갈치'에 해당합니다.
빙장은 얼음빙(氷)을 쓴 것으로 얼리지 않은 생물 갈치를 얼음과 함께 유통한 것이죠. 쉽게 말해, 빙장은 곧 생물이며 대부분 선어
유통에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같은 제주산 은갈치라도 생물과 냉동(선동)에서는 색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은빛의 광택이 다르며, 동공의 투명도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죠. 굳이 여기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도 위 사진만으로 그 차이는
확연히 구분하리라 봅니다. 요즘 수입산 갈치가 물밀듯 들어오고 국산 갈치가 두 배 이상 비싸다 보니 수입산을 국산으로 둔갑해 파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니 정확한 구별법을 모르면, 상인에게 덤탱이 쓸까 봐 걱정되기도 하죠.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같은 은갈치도 생물과 냉동에 따라 가격 차가 벌어지다 보니 '한두 마리 섞어서' 판매할 확률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고르면 상관없는데 택배로 받았을 때 냉동이 한두 마리 섞여 있으면 문제가 되겠죠.
갈치 상품성은 오로지 두께에 달렸습니다. 같은 원산지 같은 상태라면, 손가락 지(指)자를 이용해 몇 지인지가 관건입니다.
손바닥으로 갈치를 겹쳐서 댔을 때 손가락 4개에 해당하는 두께를 4지 갈치라 하며, 3개는 3지 갈치, 그리고 2지 이하를 풀치라 합니다.
당일 조업한 생물 은갈치를 기준으로 보통 1kg 당 가격이 2.5~3만원인데 갈치 한 마리가 1kg이 되려면 4지는 돼야 합니다.
그 외 3지에서 3지 반은 3~4마리를 묶은 가격이 약 5만원에 형성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은 상점마다 다르며, 문제는 손님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제주도민이라 판단되면 정가를 부를 것이고, 외지 관광객으로 보이면 1~2만원을 올려서 부르다 흥정을
해오면 선심 쓰듯 깎기 때문에 아예 매대에 원산지와 가격표를 제대로 표기한 집을 골라서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제주도민과 함께 대동해서 사는 것도 방법)
다음 편에서는 국내산 갈치와 수입산 갈치의 차이점과 구별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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