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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비자는 잘 모르는 좋은 꽃등심 구입 방법
동네 정육점에서 구입한 1등급 한우 등심입니다. 앞뒤로 흡수지를 대고 진공 포장한 상태로 가져와 집에서 추가 숙성한 후 개봉했습니다.
0~1도에서 숙성된 상태이므로 갓 개봉한 고기에는 약간의 냉이 받친 상태입니다. 고깃살이 흐물흐물해지기 전에 적당한 두께로 자르려고 하는데 등심에 붙은 다른 부위가 눈에 띕니다. 근육의 결이나 마블링 분포 상태로 보아 등심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덧살입니다. 수 년간 등심을 덩어리째 사다가 숙성해 먹어온 저로서는 이런 덧살이 붙은 경우를 종종 봅니다. 처음에는 애교로 넘겼는데 이번 것은 애교로 보고 넘기기에는 어려울 만큼의 양이라 심기가 불편합니다.
문제의 부위를 다른 각도로 본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것이 등심 일부로 보이시나요?
문제의 부위를 잘라내자 저만한 덩어리가 떨어져 나옵니다. 2kg짜리 등심에서 떨어져 나간 저것의 양은 대략 200~300g 정도. 최근 한우값이 치솟는 가운데 1등급 등심 가격은 100g당 8~9천원 선입니다. 제가 구입한 안O한우는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무려 9,800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에 200~300g에 의한 손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떨어져 나간 저 부위는 주로 국거리로 사용합니다.
등심에 등심이 아닌 부위가 붙어나오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몇몇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로는 정육 작업에서 일반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일종의 관례처럼 행해진 행태가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다시 말해, 등심에 등심이 아닌 부위가 붙어 나오는 경우는 양에 따라 고의적일 수도 아닐수도 있지만, 저 정도 양이라면 의도적으로 등심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공해 가공업체들이 마진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며,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소 한 마리를 발골할 때 뼈와 내장을 제외한 정육률은 약 35% 내외. 600kg짜리 소를 도축하면 약 200kg이 고기로 나오며 이 중에서 인기 부위인 등심과 갈빗살은 정형시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면서 손실을 많이 보기 때문에 소 한 마리 가격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등심을 구입했는데 등심이 아닌 부위가 붙어 나오는 것은 1차로 가공업체의 상술이고, 2차로 정육점의 재량 탓도 일부 있습니다.
※ 좋은 꽃등심의 조건, 첫 번째
등심에 등심이 아닌 자투리 부위가 적게 붙어 있거나 없어야 한다.
자투리 살을 떼고 바라본 등심 단면입니다. 옆에 구멍이 뻥 뚫린 이유는 정육점 재량으로 근간지방을 제거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등심에는 근간지방(근내지방인 마블링과 달리 덩어리진 지방을 의미)을 중심으로 여러 세분화된 근육이 모여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등심, 새우살, 살치살, 등심 덧살이 있으며, 이 중에서 마블링이 많고 조밀한 부위는 살치살과 새우살입니다. 반대로 마블링이 적어서 충분한 숙성을 거치지 않으면 질길 수 있는 부위가 등심 덧살입니다. 사진은 등심 덧살을 표시하고 있는데 등심 덧살에는 꽤 많은 근간지방이 끼어 있어 이를 정육점이 재량껏 제거해 주는 것이 소비자에게 좋습니다.
근간 지방을 잘 제거하면 이렇게 등심 덧살이 잘 벌어져 너덜너덜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좋은 등심은 애초에 근간 지방이 적은 것이라야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소는 대부분 이 부위에 근간지방이 많이 붙어있어서 추가로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사 먹는 등심은 사진처럼 등심 덧살이 너덜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을 제거했음에도 여전히 근간지방이 붙은 것은 이 등심의 품질이 어떠하다는 것을 잘 말해줍니다. 그것을 정육점이 재량껏 지방을 제거했기에 그나마 먹을만한 상태가 된 것이지 만약, 지방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팔았다면, 소비자는 200~300g의 손실을 떠안아야 하므로 그렇게 파는 정육점은 이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저 등심을 구입할 때 지방 제거 전과 후의 무게 차이가 250g이나 벌어졌습니다.)
※ 좋은 꽃등심의 조건, 두 번째
등심 덧살에 붙은 불필요한 지방(근간 지방)을 잘 제거한 것이라야 한다.
조금이라도 냉이 남아 있을 때 썰어봅니다. 'ㄱ'자 모양의 새우살 아래 근간지방이 꽤 두툼이 나오는군요.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ㅠㅠ) 살코기가 검붉은 이유는 지금까지 진공상태에 놓이면서 산소와 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근육의 붉은 색소 성분인 '미오글로빈(Myoglobin)'이 산소와 결합하지 않은 혐기성인 상태로 신선한 소고기라면, 이대로 실온에 놔둘 경우 10분 이내 선홍색을 되찾습니다. 표현은 '되찾는다.'라고 썼지만, 소가 도축되기 이전의 근육색이 위 상태이므로 검붉은 색은 소의 원래 근육색이라 봐야겠죠.
<그림 1> 아랫등심 위치
지금까지 설명한 등심 부위는 정확히 말해 아래등심에 해당합니다. 윗등심이 조기 판매되어 아래등심만 남았다고 하니 할 수 없이 구입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등심하면 으레 '꽃등심'을 떠올리고, 등심 중의 최고라 여기지만, 원래는 꽃등심이란 분류가 없으며, 그 이름은 가공 업자들이 판매를 위해 만든 것입니다. 여차여차 지금은 꽃등심이라는 부위가 버젓이 등심의 한 부위로 자리 잡았고 등심 중에서 마블링이 많고 꽃처럼 조밀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윗등심과 아래등심의 차이
꽃등심을 일부 포함한 윗등심은 제 1 등뼈에서 제 5 등뼈까지 이어지는 부위를 정형한 것으로 살치살을 포함해 마블링의 조밀도가 높아 풍부한 육즙과 등심 고유의 풍미, 부드럽게 씹히면서 녹는 맛을 가집니다. 반면, 아래등심은 제 10 등뼈에서 제 13 등뼈 사이의 등심으로 윗등심보다 마블링이 적고 살코기 함량이 많아 로스 용으로도 좋지만, 스테이크 용으로 더 적합합니다. 개인적으로 마블링이 적은 부위를 숙성해 풍미를 살린 고기를 선호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은 근내지방도(마블링)가 많은 소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래등심보다 윗등심 선호도가 높은 편이며, 이를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고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정육점에서 선호도가 높은 등심 부위를 우선으로 판매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럼 아래등심은 꽃등심에 해당하느냐? 답은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좀 전에 언급했듯이 원래 등심이란 것은 윗등심과 아래등심으로만 나뉩니다. 꽃등심은 윗등심과 아래등심의 중간에 분포한 마블링이 많은 근육으로 지금의 정형 방식으로는 윗등심에 대부분 포함하지만, 꽃등심을 따로 빼거나 윗등심에만 붙이므로 아래등심에는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구입한 등심이 윗등심인지 아래등심인지를 보는 방법은 '떡심'의 여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래등심에는 떡심이 매우 작거나 없다
은근한 불에 오래 구워야 부드러워지는 떡심은 꽃등심을 좋아하는 이들이 별미로 꼽는 부위입니다. 떡심은 꽃등심을 포함한 윗등심에만 있으며, 크기는 소 머리 쪽에 가까울수록 커집니다. 반대로 아래등심으로 갈수록 떡심의 크기는 작아지다가 결국에는 없어집니다. 사진의 아래등심을 유심히 보면 떡심이 붙어있지만, 그 크기나 모양으로 보아 없어지기 직전인 것으로 아래등심 중에서도 <그림 1>의 A 방향에 가까운 부위라 할 수 있습니다.
50일간 드라이에이징(건식)으로 숙성된 한우 2등급 꽃등심
꽃등심을 포함한 윗등심에는 떡심이 있다
아래등심과 달리 꽃등심을 포함한 윗등심에는 떡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0여 일 간 웻에이징(습식) 숙성한 한우 2등급 꽃등심
또 다른 꽃등심 사진입니다. 보시다시피 떡심이 크게 붙어 있으며, 핏기가 안쪽까지 스며든 것은 숙성이 충분히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등급(근내지방도)은 낮아도 등심 덧살을 최소화해 정형했기에 중간에 낀 불필요한 지방(근간지방)에 의한 손실이 적은 훌륭한 등심입니다.
※ 좋은 꽃등심의 조건, 세 번째
등심 중에서 질긴 부위인 등심 덧살의 정형을 최소화한 것이 좋은 등심이다.
<그림 2> 윗등심 분포도
지금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꽃등심을 별도로 분류하지만, 원래 등심은 윗등심과 아래등심으로만 구분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위 그림에서 꽃등심을 반으로 갈랐을 때 A 방향은 윗등심에 포함되고, B 방향은 아래등심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3> 살치살 분포도
윗등심에는 살치살이라는 특수부위가 붙어 있는데 그 양은 매우 적습니다.
1++ 한우의 살치살
살치살은 원래 윗등심에 붙은 마블링이 아주 많고 조밀한 근육이지만, 워낙 선호도가 좋은 부위여서 지금은 따로 정형해 살치살로 분류해 놓고 팝니다. 지금은 드문 경우지만, 간혹 살치살이 붙은 윗등심을 판매한다면, 그 등심은 반드시 사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3> 채끝 분포도
아래등심에서 더 아래에 해당하는 근육이 '뉴욕스트립 스테이크'로 유명한 채끝입니다. 일반적으로 등심의 연장선이라 '채끝 등심'이라 불리지만, 정식명은 그냥 '채끝'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등심의 한 부위로 보지 않습니다.
주로 스테이크용에 이용되는 채끝
레스토랑에서 주로 파는 '뉴욕스트립' 스테이크가 바로 이 부위인데 채끝을 뉴욕스트립이라 불리는 이유는 자른 단면 모양이 미국의 뉴욕주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것입니다. 채끝 아래에는 안심의 끝부분이 지나치는데 이를 등뼈와 함께 세로 방향으로 절단하면 티본이 됩니다. 티본 스테이크를 보면 한쪽은 안심이 붙었고 다른 한쪽에는 등심이 붙었다고 하지만,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등심이 아닌 채끝이 붙은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같은 등심이라도 세부 분류에 따라 맛은 상당히 다릅니다. 꽃등심을 포함한 윗등심과 아래등심은 맛과 풍미, 식감에서 많은 차이가 나며, 각각 로스 용과 스테이크 용으로 구분해서 먹어야 각 부위에 따른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으므로 정육점에서는 이들 등심을 구분해서 팔고, 소비자도 잘 알고 구입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지금도 적잖은 정육점이 윗등심과 아래등심을 구분하지 않고 팔고 있으며, 가격도 똑같이 받습니다. 심지어 꽃등심을 주문한 소비자에게 아래등심을 끼워팔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우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도를 비판해왔습니다. 마블링(소기름)이 주는 맛이 소고기 맛의 본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등급을 그렇게 매기고 품질의 기준으로 두었기 때문에 지난 20여 년 동안 소비자의 입맛도 여기에 맞춰졌습니다. 따라서 마블링이 풍부한 윗등심을 좋은 등심이라 규정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마블링이 적은 아래등심이 윗등심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위에 맞는 적절한 조리법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적잖은 정육점과 소비자는 마블링에 기준을 두고 소고기 품질을 논합니다. 이에 소비자는 기름기가 많은 꽃등심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과 함께 한우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사육 두수를 줄이는 정부의 이상한 정책과 맞물려 등심 가격은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에 육가공업체에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등심이 아닌 살을 붙이면서 이득을 보고 있는 현실입니다. 여기에 윗등심과 아래등심을 구분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해 일부 정육점이 상술을 부리기도 하죠.
소비자가 원하는 등심이 꽃등심이라면, 정육점은 꽃등심을 내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기름기가 적은 등심을 달라고 하면, 아래등심을 내어주면 될 일입니다. 반드시 떡심이 붙고 마블링이 많아야 좋은 등심인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구별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상술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내용은 '좋은 꽃등심 구입 방법'이라기보다 '내가 원하는 등심 구입하기'란 말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원하는 등심을 구입하는 방법을 정리하며 글을 마칩니다.
1) 등심에 등심이 아닌 자투리 살이 붙어있는지 확인한다.
2) 불필요한 지방(근간지방)이 잘 제거되었는지 확인하고, 너무 많이 붙어 있으면 제거해 달라고 요청한다.
3) 될 수 있으면 등심 덧살을 최소화한 것을 구입하거나, 그렇게 정형해서 파는 정육점을 이용한다.
4) 등심은 2주 이상 숙성된 것이 좋다. '소 잡는 날'이라 홍보하면서, 그날 잡은 소를 판매하는 정육점은 맛없는 고기를 파는 곳이다.
5) 로스 용은 꽃등심을 비롯한 윗등심이 좋고, 스테이크는 아래등심과 채끝이 좋으니 용도에 맞게 구입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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