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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 여행한다면, 그리스 대표 음식인 '기로스(Gyros)'와 '수블라키(Souvlaki)'를 한두 번 이상은 접할 겁니다. 이곳 미코노스에서도 기로스로 유명한 맛집이 있습니다. 호라 타운에 있는 그릴 전문점으로 상호는 '사키스 그릴 하우스(Sakis Grill House)'입니다. 원래 기로스와 수블라키는 그리스인들에게 메인 음식처럼 여기지만, 이곳은 테이크 아웃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기로스부터 한상 푸짐히 차려 먹을 수 있는 기로스까지 사정에 맞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는 한창 점심때라 식당 안은 발 디딜 팀도 없이 찼습니다. 입구에는 대기 줄도 보이는데요. 우리는 어른 5명에 아이가 2명이라 자리 확보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테이크 아웃을 해도 딱히 서서 먹을 만한 곳이 없고, 매장 앞 테이블들이 유일한 단체석이라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직원이 망설이는 우릴 보곤 안으로 들어오랍니다.
들어오니 어른 6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엉덩이를 다닥다닥 붙이고 앉아야 하는 비좁은 테이블이지만, 그래도 이 많은 인파 속에서 자릴 잡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랄까. 한꺼번에 주문량이 폭주해 주방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갔으며, 직원 4명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니 그야말로 잘 나가는 식당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이쯤 되니 맛이 궁금하지요?
이것이 기로스의 주재료가 되는 고기입니다. 여기서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두 가지를 씁니다. '돌린다.'란 뜻의 기로스가 실제로는 같은 음식인 터키의 '도너'와 구분하기 위해 부르게 된 명칭이죠. 그만큼 비슷한 음식을 두고 그리스와 터키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합니다. 그리스에서 터키 음식을 찾거나 혹은 터키에서 그리스 음식을 찾으면 직원의 웃던 표정도 사라질 만큼 자기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데요. 거짓말 조금 보태면 쫓겨날지도 모를 만큼, 두 나라의 음식을 비교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서로에게 실례일 수 있습니다.
메뉴판은 따로 없고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데요. 아래에 확대한 사진을 올립니다.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잘 보면 4개국(그리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영어) 언어로 설명되었을 뿐, 번호로 주문하면 됩니다. 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 집의 대표 메뉴인 1, 2, 3, 4번을 한 개씩을 주문합니다.
이쪽은 테이크 아웃으로 먹기에 좋은 기로스입니다. 기로스를 접시에 풀어서 내느냐 빵에 감싸서 내느냐의 차이죠. 가격이 3.5유로로 우리 돈으로 4,500원 정도 되겠습니다.
사이드 메뉴입니다. 아래 확대한 메뉴를 참고하세요.
여기서는 그리스의 국민 소스 '짜지키(Tzatziki)'와 '그릭 샐러드(Greek Salad)'를 주문합니다.
그리스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빵부터 내는데요. 무료로 제공되는 식당도 있지만, 대부분 1~1.5유로의 빵값을 청구하니 필요 없으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린 배가 고픈 관계로 ^^;
주문하자마자 번개같이 음식이 깔리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주문이 폭주하고 사람들은 계속 들어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거든요. 보기에는 정신없어 보여도 각자 분담한 일을 하면서 호흡을 척척 맞추는데 그 동작이 얼마나 일사불란하고 빠릿빠릿한지 모릅니다. 보면서 와~ 하고 감탄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집들이 장사도 잘하고 그 많은 주문량도 소화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겠죠.
Greek Salad, 6유로(약 7,800원)
첫 번째로 나온 것은 그릭 샐러드입니다. 그릭 샐러드 빠진 그리스 음식은 상상이 안 될 정도. 올리브를 비롯한 신선한 채소에 두툼한 페타(양젖) 치즈가 올려집니다.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드레싱을 뿌려내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은 손님이 알아서 테이블에 비치한 올리브유와 와인 식초를 뿌려먹습니다.
Tzatziki Souce Yogurt, 3유로(약 3,900원)
그리고 그리스 음식에서 빠지면 서운할 또 하나의 국민 소스가 있습니다. 그릭 요거트를 기반으로 만든 짜지키 소스죠. 짜지키 없는 그리스 음식은 김치 빠진 한식과 같습니다. 그리스인들의 짜지키 사랑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김치나 된장의 개념처럼 빠져선 안 될 소스이기도 하죠.
Gyros Plate Pork, 11유로(약 14,300원)
이어서 돼지고기 기로스가 나옵니다. 한 접시 양이 푸짐해 보이기는 한데요. 아무래도 미코노스가 관광지 중에서도 최대 관광지라 전반적으로 음식 물가가 비싼 편입니다. 장시간을 돌려 구운 탓에 돼지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기름기가 없어 담백합니다.
Gyros Chicken Plate, 11유로(약 14,300원)
이건 치킨 기로스입니다. 좀 전에 나온 음식에서 고기 종류만 바뀌었을 뿐 구성은 같습니다. 그리스 전통 빵인 피타가 빠지지 않고, 여기에 고기며 토마토며, 샐러드와 적양파, 짜지키, 감자튀김이 곁들여지는 식입니다. 영양적으로는 탄수화물인 빵과 감자를 제하고 대부분 고기와 채소, 몸에 좋은 요거트 소스인 짜지키의 조합이니 균형있고 건강한 식사란 느낌을 받습니다.
한 접시 양이 가늠이 안 돼 이렇게 들어봅니다. 먹으면서 느낀 것은 1인 1기로스가 쉽지 않다는 것. 고기를 얇게 저며 저렇게 보일 뿐, 실제론 꽤 많은 양입니다. 여기에 커다란 빵 3조각과 감자튀김까지 곁들이니 고기양보다 샐러드와 양파, 짜지키가 모자란 느낌입니다. 짜지키는 사이드 메뉴로 따로 주문해 듬뿍듬뿍 찍어 드시길 권합니다.
Souvlaki Plate Pork, 11유로(약 14,300원)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수블라키입니다. 역시 짜지키와 채소, 토마토, 감자튀김이 함께 나옵니다. 돼지 농장이 없는 도서 지역 특성상 냉동 돼지고기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퍽퍽하거나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고요. 은은한 숯불 향에 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이 제법입니다.
Chiken Bacon Plate, 12유로(약 15,600원)
치킨을 베이컨으로 감싼 수블라키입니다. 쉽게 말해 꼬치구이 정도의 뜻을 가진 수블라키는 별다른 향신료나 양념에 재어 굽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형태가 주류입니다. 주로 돼지고기와 양고기, 닭고기를 이용하는데 여기서는 외국 관광객의 입맛을 겨냥한 것인지 베이컨을 감싼 형태로 냈습니다. 베이컨을 태운 것이 아쉽지만, 우려했던 간이 세지 않아서 좋았고, 전반적으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무난함까지 갖추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식사하면 맛이 배가 되는 것 같고, 그만큼 다양한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맥주가 빠지면 섭하겠지요. 맥주는 그리스 대표 맥주 중 하나인 알파입니다. 홉의 쌉싸름함이나 구수한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가볍고 시원하게 마시기에 괜찮아요. 칭따오와 비슷한 느낌도 나서 느끼할 수 있는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립니다.
기로스 먹는 방법은 대중없지만, 가장 기본은 피타 빵에 올리거나 쌈 싸먹는 방법입니다. 고기와 양파을 올리고요. 여기에 짜지키 소스를 듬북 올려 한입 가득 먹으면 됩니다. 보통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음식을 안주 삼아 먹는데 여기서는 기로스를 먹다가 목이 맥히면 청량감 있는 맥주 한 모금으로 목 넘김 쏴~ 어우 또 생각나는 맛이죠.
먹다가 느끼하다 싶으면 고춧가루를 뿌려 드심됩니다. 그리스에 웬 고춧가루냐고요? 아 그럼 얘네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먹다가 느끼하면 뿌려무야죠.. 가 아니고 실은 파프리카 파우더입니다. 향으로 보아 값비싼 훈제 파프리카는 아니고 또 그런 걸 양껏 쳐서 먹게끔 비치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팍팍 뿌려서 먹으면 느끼함이 조금 달아나는 것도 같은데 문제는 하나도 안 맵다는 것. 보기에만 빨갛지 파프리카 가루 낸 거라 약간의 조미 역할만 한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어른 다섯 명에 아이 둘이 먹기에 조금 버거웠습니다. 배가 고파서 거의 비우긴 했는데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3인 2기로스가 적당해 보입니다.
미코노스에서 기로스와 수블라키를 드시려면 두 군데 정도를 추천합니다. 하나는 오늘 소개한 사키스 그릴 하우스이고, 다른 한 곳은 수블라키 스토리입니다. 두 곳 모두 테이크 아웃이 가능하니 포장해서 가져와 숙소나 해변에서 운치 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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