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자카야 백화점 남관 10층, 아이치현 나고야

 

나고야 여행의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식사는 나고야를 방문했을 때 놓치지 말고 찾아가야 할 곳으로 정했습니다. 그곳은 민물장어 덮밥으로 유명한 '호라이켄'. 143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나고야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꼭 한번 찾아가 볼만한 이제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현재 전국에 4곳의 분점을 두고 있는데 제가 찾은 곳은 마쓰자카야 백화점에 입점한 호라이켄입니다.

 

이날은 일요일이라 백화점 특성상 많은 인파가 몰린 듯합니다. 가게 개점 시간인 11시부터 줄이 시작돼 제가 찾은 정오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줄이 불어난 상태입니다. 대기 시간을 물으니 2시간 30분 정도 예상된답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이렇게 앉아서 줄을 설 수 있다는 점.

 

 

마쓰자카야 백화점 남관 10층에는 호라이켄과 더불어 여러 유명 식당이 입점해 있습니다. 나고야의 명물, 야바톤의 미소가츠가 눈에 띄고요. (관련 글 : 나고야의 명물, 야바톤의 미소가츠)

 

 

 

일식당과 중식당도 보입니다. 중식당 옆으로 늘어진 빨간 의자는 22개월 된 딸의 낮잠을 재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아내도 2시간 30분 동안 그럭저럭 편히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라이켄 입구까지 당도하자 직원 말대로 정확히 2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내부는 넓었고 입식과 좌식 홀 등 다양하게 갖춰졌습니다. 앞에는 1인 손님을 위한 테이블도 보입니다.

 

 

아이를 동반한 손님은 방으로 안내됩니다.

 

 

이렇게 여섯 개 테이블이 놓인 방이 몇 개 더 있습니다.

 

 

호라이켄의 시그니처 메뉴는 '히츠마부시'라 적힌 양념특선장어덮밥입니다. 가격은 보통 사이즈가 3,600엔이니 우리 돈 4만원. 둘이서 먹으려면 8만원이 들어 현지에 살아도 자주 찾기가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장어덮밥 외에도 장어를 이용한 단품 메뉴가 몇 가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장어 계란말이와 뼈 요리가 궁금하군요.

 

 

기본적인 테이블 세팅입니다. 용기에는 시치미가 들었습니다.

 

 

이날은 더웠고 녹차도 더웠습니다. 시원한 녹차를 기대했는데요. 어쨌든 가루 녹차로 보이는 이것은 기본 제공이지만, 귀한 손님을 모신 다과에 쓰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품이 있습니다. 쓰거나 떫지 않은 은은함이 있으면서도 향은 결코 엷지 않은 진한 맛. 그래서 그런지 22개월 된 딸도 한번 맛보더니 계속 마시려 들고 ^^

 

 

주문 후 약 10~15분 정도가 지나자 드디어 2시간 30분 동안 기다린 장어 덮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거 하나 먹으려고 이 고생에 적잖은 출혈을 감수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우리 가족이 또 언제 나고야에 올지 기약이 없으니 이 정도 고생과 출혈은 감수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물론, 이에 대한 평가는 맛을 보고 난 후에 내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뚜껑을 열고 받아든 첫인상은 이러합니다.

 

 

이 모습을 보며 잠깐이나마 몇 가지 사실을 상기해 봅니다. 

 

- 나고야에서 꼭 한 번쯤 맛봐야 할 143년 전통의 장어덮밥

- 두 시간 반의 웨이팅을 포함해 이곳을 찾는데 들였던 숱한 시간들

- 그리고 8만원이라는 지출.

 

맛이 궁금해 젓가락부터 들 수도 있지만, 우선은 손으로 부채질해 올라오는 냄새부터 맡아봅니다.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나는 장어의 구수한 훈제 향. 정확히 표현하자면, 진하게 밴 숯향입니다. 

 

 

맑은 스이모노는 긴 시간 저온에서 우린 듯한 맑은 다싯국물의 은은함이 느껴집니다. 고온에 급하게 우려낸 다시마의 쓴맛과 텁텁함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잔파와 고추냉이, 그리고 조미가 되지 않은 김은 취향껏 고명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가벼운 느낌의 츠케모노입니다.

 

 

장어덮밥은 정말 대식가가 아닌 한 보통 사이즈로도 만족할 만한 양입니다. 나무로 된 단지에 갓 지은 밥과 갓 구워낸 장어가 가득 담긴 모습입니다. 아시다시피 장어는 몸통에서 꼬리로 갈수록 두께가 얇아집니다. 그러한 점을 염두해 퍼즐 조각 맞추듯 하면, 1인 한 마리가 사용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에는 설명서가 있는데 한글을 포함해 다양한 언어로 이곳의 장어덮밥을 즐기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장어 덮밥을 각각 1/4씩 나누어 서로 다른 스타일로 즐기길 권하고 있습니다.

 

 

먼저 장어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아무것도 섞지 않고 맛봅니다. 탈 듯 말듯 구워낸 장어는 첫술부터 숯과 불향이 훅하며 들어옵니다. 수십 년 동안 달이고 채우고를 반복했다는 장어 소스는 약간 달고 깊은 맛이 나서 장어 풍미를 은은히 살리는 데 일조합니다. 무엇보다도 장어 특유의 느끼함이 없으니 평소 장어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도 잘 맞겠다는 확신을 아내의 만족스러운 표정에서 실감했습니다. 

 

장어를 먹고 싶어도 제대로 하는 집이 근방에 없고, 무엇보다도 민물 장어 특유의 느끼함에 자주 씹히는 잔가시, 여기에 양식산 특유의 흙내까지 여러 이유로 장어를 멀리한 아내가 정말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두 번째 방법은 각종 고명을 올리고 적당히 섞어 먹는 것입니다.

 

 

사용된 생와사비는 약간 거친 입자로 보아 303과 은 튜브형 시판 제품으로 보입니다만, 알싸한 고추냉이와 장어의 궁합은 생각 외로 어울립니다. 특히, 이 집 밥맛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쌀알이 약간 두껍고 통통해 알알이 씹히는 맛이 있고, 장어 소스가 적당히 코팅되어서 간의 균형도 절묘합니다. 일본의 식당 밥맛은 대체로 평균 이상이지만, 호라이켄의 밥맛은 매일 자체 정미한 쌀을 사용해서인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따듯한 육수를 부어 오챠즈케 형식으로 말아먹습니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이를 녹차(또는 오챠)에 말아먹는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이것이 차의 한 종류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빈 접시에 부어본 결과로는 맑은 다시마 육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집은 대량으로 저온에서 긴 시간을 들여 우린 다시마 육수를 바탕으로 스이모노를 만들고 이렇게 오챠즈케 방식으로도 내는 것 같습니다.  

 

 

파와 김을 올리고 육수를 부어봅니다. 

 

 

젓가락으로 살살 저어서 후루룩 마시듯 입안 가득 넣어봅니다. 은은한 다시 육수에 달달한 장어 소스, 여기에 장어 숯향이 국물에 배면서 복합적이고도 오묘한 맛이 납니다. 네 번째 방법은 지금까지 먹었던 방식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먹는 것인데 여기서 저는 2번과 3번 방식이 모두 마음에 들어서 남은 1/4 조각을 다시 반씩 나누어 식사를 마무리합니다.

 

 

나고야는 민물장어를 대량 양식하는 산지로 유명합니다. 호라이켄이 사용하는 민물장어 역시 근방의 양식장과 협약을 맺고 가져다 쓰는데 사료는 물론, 항생제 잔류 배출을 위해 3일간 굶긴 장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기름기와 느끼함을 줄였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쌀도 엄선한 것을 매일 정미해 가마솥에 갓 지은 밥만 사용하고, 숯 역시 엄선된 비장탄만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일간 굶긴 장어의 사용은 국내에도 있으므로 제가 느낀 이집 장어의 핵심은 비장탄에 있다고 봅니다. 이 비장탄은 국내에서 흔히 볼 법한 비장탄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흔히 '백탄'으로 알려진 참숯을 국내 숯 가공업자들은 비장탄이라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엄밀히 말해 진짜 비장탄은 국내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비장탄은 일본 기슈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졸가시와 떡갈나무로 만들어진 길고 흰 탄소 덩어리입니다. 가령, 원목의 지름이 10cm라면 비장탄이 됐을 때는 지름의 약 1/3 정도가 줄어들어 탄소 밀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라야 그것을 비장탄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것을 호라이켄이 사용하는지는 정확히 알아낼 수 없었지만, 적어도 홈페이지에 나온 숯의 모양은 비장탄이라 할만한 그것과 매우 유사한 형태입니다. 

 

비장탄의 화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거기서 나오는 숯향은 어떤 것을 가져다 구워도 명품으로 만들만 한 힘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장어의 최대 취약점인 비린내, 흙내, 느끼함은 이러한 숯향이 잡아준다고 보고 있기에 호라이켄의 장어덮밥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힙 입어 나고야의 명물로 자리 잡게 된 이유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곳이 이런 젓가락을 사용한 것은 다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수저는 음식을 먹는 내내 우리 입과 접촉하는 위생의 최전선입니다. 143년 동안 명불허전의 맛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14년도 안 된 중국집 젓가락과 차별을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음식 값이 비싸기 때문에 이 집을 찾을 땐 대체로 큰맘 먹고 온 손님들입니다. 모처럼 좋은 식사 자리에서 나무 보풀을 떼기 위해 '다라락' 소음을 내며 젓가락을 비비는 손님이 나오질 않길 바랄 뿐이죠. ^^;

 

 

제가 알고 있는 호라이켄은 분점만 4군데입니다. 전부 올릴 수 없어 주요 지점에 대한 정보만 올리고 글을 마칩니다.

 

- 호라이켄 본점

나고야 메이죠선 덴마초역 4번 출구 도보 5분

매주 수요일 및 제 2 목요일과 제 4 목요일, 연말연시는 휴무

영업시간은 11:30~20:30분까지(14:00~16:40분은 브레이크 타임)

 

- 호라이켄 분점

마쓰자카야 백화점 남관 10층(야바초역 5번 출구).

부정기휴무(마쓰자카야 백화점의 휴무일을 따름)

영업시간은 11:00~22:00

 

<<더보기>>

나고야 료칸 여행(4), 서서 먹는 료칸의 특이한 저녁 식사

나고야 료칸 여행(5), 료칸의 정갈한 아침식사

나고야의 독특한 음식, 문어 피자와 뱅어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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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의 명물, 야바톤의 미소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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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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