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을 올린 날짜가 10월 7일로 여행기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또 다른 여행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기에 나고야 여행기를 서두르겠습니다. 지난 편에서는 나고야 중심가에서 즐길 여행 코스를 쭉 훑어볼 생각이라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린 딸이 있어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기에는 체력적으로 부치니 우선은 대관람차인 사카에 스카이보트를 타고요. 도보로 한두 블럭 걸어서 닭 날개 튀김으로 유명한 세카이노야마짱에서 음식을 포장한 뒤, 옥상 정원인 오아시스21로 이동해 여정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사카에 스카이보트, 나고야

 

나고야 중심가의 랜드마크인 스카이보트는 특이하게도 건물에 붙어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오사카 도톰부리에도 이와 비슷한 대관람차가 있지요. 위치는 사카에 지하철역 8번 출구 앞에 있어 찾기 쉽습니다.

 

 

3층인가 4층인가로 기억되는데 쇼핑몰을 지나쳐 들어오면 대관람차 입구가 나오고 자판기에서 표를 뽑고 들어옵니다. 승차권은 1인 500엔. 여기서 일하는 젊은 훈남, 훈녀가 눈에 들어옵니다. 친절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얼굴 보고 뽑나 싶을 만큼 인물도 훤칠하고 인상도 좋군요. ㅎㅎ

 

 

들어가면 대관람차가 하나둘씩 내려오니 안내를 따라 타기만 하면 됩니다.

 

 

생전 처음 타보는 대관람차에 어리둥절한 딸.

 

 

슬슬 올라가자 살짝 긴장되는데

 

 

저는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경미한 현기증이 납니다.

 

 

나고야의 야경이 창 너머로 펼쳐지고.

 

 

사실 나고야의 야경은 수수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화려한 볼거리나 특별한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고야만의 매력이 있는 것인지, 적어도 야경에서 본 느낌은 연간 2,300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란 사실이 그리 실감나지는 않습니다.

 

 

대관람차는 점점 고도를 높이며 정점을 향해 올라갑니다. 저는 평소 고소공포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철근 구조가 주는 느낌 때문인지 살짝 어질어질합니다. 아내와 딸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고(부럽다.) 좌석에 착 붙어 일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해 우선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기증을 떨쳐보려 애씁니다. 

 

 

저 아래는 뭔가 신이 났군요.

 

 

세카이노야마짱의 닭 날개튀김을 포장하고 나와 나고야 TV 타워로 향합니다.

 

 

나고야 TV 타워

 

이곳은 사람이 타고 올라갈 수 없는 TV 수신용 송전탑.

 

 

걸어가던 중 진짜 신랑, 신부인가? 결혼식 컨셉으로 화보 촬영 중입니다. 

 

 

오아시스21

 

나고야의 명물인 오아시스21. 현재 위치는 3층인 녹음의 대지입니다. 아래 두 개 층이 더 있는데 아래는 주부국제공항으로 연결되는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고, 맨 아래는 몇몇 점포가 입점해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선처럼 생긴 최상층은 인공 연못이 조성된 옥상 정원으로 나고야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문을 닫았습니다. ㅠㅠ

 

 

그래서 건물 외관만 둘러보다가 다시 지하철역으로 내려옵니다.

 

 

숙소인 나고야 간코 호텔로 복귀

 

상당히 큰 호텔입니다. 여기서 뛰어다니면 안 되겠지만, 끝에서 끝까지 가벼운 조깅 코스로 삼아도 될 정도로 넓습니다.

 

 

편의점에서 산 맥주와 이곳의 명물인 세카이노야마짱의 닭 날개를 뜯으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닭 날개(테바사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관련 글 : 나고야의 유명한 닭 날개 튀김(세카이노 야마짱의 테바사키))

 

 

 

다음 날 아침, 호텔 조식

 

간코 호텔은 레스토랑만 5개. 그중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1층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습니다. 테이블은 넉넉한 편인데 뭐랄까 도떼기 시장같은 느낌. 아침에 숙박객이 한곳으로 몰리니 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다 떨어진 음식 좀 빨리빨리 채우고, 인원이 많은 만큼 직원들도 좀 빠릿빠릿 움직여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뷔페 동선도 꼬이게 해놨습니다. 이를테면, 음식을 담고 소스를 담는 순서로 가면 되는데 음식보다 소스가 앞에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담고 나면, 소스가 뒤에 있으니 뒤에 기다리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문제. 이는 줄을 역방향으로 서면서 해결이 되겠지만, 이미 사람들이 방향을 잡고 줄을 선 상태라 혼자 역주행할 수도 없고 말이죠. ㅎㅎ

 

 

어쨌든 이곳 조식 뷔페는 일식과 서양식 두 가지 테마로 구성이 되어 있어 각자 입맛에 맞게 담아오면 됩니다. 둘을 섞어도 상관 없고요. 사진은 서양식으로 담아온 것입니다.

 

 

이건 일본식으로 담은 것. 맛은 괜찮은 것도 있고 쏘쏘인 것도 있고. 4성급 호텔이지만, 약간 3.5성급 같은 느낌.

 

 

마지막 날이니 숙소에서 충분히 쉬고 나왔습니다. 이곳은 마쓰자카야 백화점 남관 10층으로 유명 음식점들이 입점한 곳입니다. 나고야를 여행하면서 여러 먹거리를 접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는 130년 전통의 장어 덮밥(히츠마부시)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걸 먹기 위해 나고야를 방문했다거나 혹은 미슐랭 가이드 별 하나는 받아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식당입니다.

 

이날은 일요일 점심이라 백화점이 많이 붐빕니다. 안 그래도 기본 대기시간이 2시간인데, 이날은 정확히 2시간 3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음식 하나 먹고자 이렇게 기다리는 타입은 아닌데 말이죠. 어떤 음식을 먹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선 것은 예전에 홍콩에서 3시간 기다렸던 것이 아직은 최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 별점 하나를 받은 홍콩에서는 가장 유명한 딤섬 가게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외국이라는 특이사항만 아니라면, 세 시간씩 줄을 서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나고야의 장어 덮밥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이니까, 이걸 먹고 나면 이제 공항으로 가야 하고, 또 언제 나고야를 방문해 이집 장어 덮밥을 먹게 될지는 기약이 없으니 말입니다. 때마침 딸의 낮잠 시간과 겹치면서 줄은 저 혼자 서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저만치 떨어진 소파에 앉아 딸을 재웁니다.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받아본 호라이켄의 히츠마부시. 우열 곡절 끝에 130년 전통의 장어 덮밥을 받았습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4만원. 정말 인정사정없는 가격에 줄까지 서야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라니.

 

이 집 장어 덮밥이 정말 맛이 있는지는 아내의 반응으로 충분히 살필 수 있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아내는 장어를 단 한 번도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평소 장어구이를 비롯해 장어가 들어간 음식은 멀리합니다. 조만간 호라이켄에 관해 자세한 글을 쓰겠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입니다.

 

그래서 2시간 반이나 기다려 3,600엔을 주고 먹을 가치가 있는 음식인가에 대한 질문에 아내는 조용히 끄떡끄떡합니다. 살은 무르고 가시가 씹혀 불쾌하며, 느끼하기만 한 장어구이를 도대체 왜 먹는지 이해하지 못한 아내에게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던 것입니다.

 

 

나고야 여행 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디저트 전문점, 하브스

 

이제 우리가 나고야에 남아 있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나고야에서 꼭 먹어봐야 할 명물을 맛보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디저트와 제빵 기술이 남다른 일본이기에 안 그래도 맛이 있을 케이크가 기대됩니다.

 

 

하브스의 밀크 크레이프는 나고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 리스트. 케익이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눈이 간 것은.

 

 

바로 이 녀석 '밀크 크레이프'입니다. 일본인 발음으로는 '미루꾸 쿠레이푸' 정도 되겠군요. 겉면에 둘러쳐진 빵은 크레페에 사용하는 반죽으로 보입니다. 여러 과일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 밀푀유같은 느낌입니다. 맛이 궁금해 세 가지 종류를 포장해 나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나고야 역에서 공항 철도로 환승합니다.

 

 

나고야 역은 열차 역의 중심답게 정말 다양한 노선이 운행 중인데요.

 

 

공항 철도가 막 도착하고 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이렇게 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노선이 다닌다는 것입니다. 기차가 한 방향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요.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왼쪽에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들어오는 열차마다 노선도 다른데 대충 세 보니 6개 라인이 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철길 조절이라든지 교통 체계가 아주 정밀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열차와 노선이 다양한 만큼 타기 전에는 반드시 내가 가는 행선지가 맞는지 전광판을 잘 주시해야 합니다. 대체로 열차들 연식이 오래돼 보였는데 그나마 공항 철도는 신식인 듯합니다.

 

 

주부국제공항은 섬에 있어 중간에 이런 풍경도 나옵니다.

 

 

주부국제공항에 도착

 

출국 심사를 거치고 푸드 코트로 들어갑니다.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한 동생과 일행들은 탄탄면 등의 음식을 시키고, 우리는 커피를 주문해 좀전에 산 하브스 케익과 함께합니다.

 

 

이것이 밀크 크레이프. 아내는 만족, 저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갸우뚱합니다. 아무래도 여성 취향의 음식이다 보니. ^^;

 

 

보딩 시간을 기다리는 공항 대합실 옆에는 이런 놀이터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우리 딸이 개구진 모습과 천상 여자아이같은 모습까지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최근 2~3달 동안 말도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이제는 아기에서 제법 어린이다워진 느낌.

 

 

예전에는 단거리 노선에 찬 음식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 기내식은 좀 더 나아진 것 같습니다. 아시아나를 이용했는데 인천 → 나고야 노선에는 핫도그가 나왔고, 나고야 → 인천 구간에는 카레 덮밥이 나옵니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따로 신청하면 나오는 아이용 식사예요. 샌드위치뿐 아니라 이것저것 챙겨주니 정말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딸내미와 함께한 첫 해외여행이자 가족여행은 모두 마쳤습니다. 조만간 쓰게 될 130년 전통의 호라이켄과 하브스를 끝으로 나고야 여행기는 완전히 마무리하고요. 우리 가족은 또 다른 여행을 위해 곧 출국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멀리 갑니다.(어디를 가는지는 우측 여행 카테고리에 힌트가) 이번에는 휴양이 아니라서 살짝 걱정되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나고야 여행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조만간 새롭고 즐거운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보기>>

나고야 료칸 여행(1), 어린 딸과 함께한 전통 료칸 여행(프롤로그)

나고야 료칸 여행(7),처음 경험한 남녀혼탕 문화

나고야 히마카지마 여행(8), 일본 현지인이 줄서서 먹는 횟집(용녀)

나고야 여행(10), 볼거리 가득한 나고야 오스시장

나고야의 명물, 야바톤의 미소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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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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