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베니스(Little Venice), 그리스 미코노스

 

남에게해의 푸른 바다와 온통 흰색 페인트로 칠한 집들, 그리고 물에 잠긴 리틀 베니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리틀 베니스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였네"

 

5월 말, 그리스의 일몰은 8시 30분으로 우리나라보다 좀 더 늦습니다. 저녁 7시가 되면 식사 겸 미코노스의 로맨틱한 선셋을 감상하기 위해 사람들은 리틀 베니스로 몰려듭니다목 좋은 자리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몫이니 우리도 서두릅니다. 늦어도 일몰 시각으로부터 1시간 반 전에는 도착해야 자릴 잡을 수 있으니까요.

 

 

이왕이면 바닷가 테이블에 앉고 싶었는데 한발 늦었습니다. 바닷가 쪽 테이블에는 한 커플이 식사 중인데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곧 자리가 날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점심이었던 것 같아요. 이곳에 얼마나 앉아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메뉴판을 달라고 하더니 또다시 식사를 주문하는 것입니다. 헐~ 이렇게 된 이상 두 분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로맨틱한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이 자리는 미련을 버리고 포기. ^^;

 

 

리틀 베니스에는 어림잡아 6~8군데의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으며 평이 비슷비슷합니다. 트립 어드바이저에 의하면, 음식이 최악이었다든지, 목만 믿고 너무 비싸게 받는다든지, 160여 곳의 미코노스 식당 중 당당히 158위를 차지한다는 식의 정보를 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석양을 감상하며 로맨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목이라는 점. 미코노스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이자 리틀 베니스라는 특수성이 음식 만족도를 눌러버리니 비싼 음식값을 지불하게 되는 이유이죠. 우리는 여러 레스토랑 중에서도 'SUN SET'이란 이름을 가진 곳을 택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선셋이 제 인생 중 최고의 선셋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음식을 주문하면 나오는 빵입니다. 기본으로 내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계산서에 청구됩니다. 빵은 필요 없다며 물렸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 그냥 먹기로 합니다.

 

 

그리스로 여행 오면 이 나라 맥주를 종류별로 맛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 점심때는 알파를 마셔봤으니 이번에는 미쏘스를 주문합니다. 살짝 넘쳐 흘러내리는 거품이 CF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요. 당장에라도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청량한 느낌.

 

 

젠장..

 

 

그릴드 옥토푸스, 12유로(약 16,000원)

 

그리스 특히, 미코노스와 산토리니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 맛보게 될 문어 요리입니다. 문어를 살짝 말려 굽는 요리인데요. 여기선 이 작은 한 접시가 16,000원. 목이 좋은 만큼 물가가 높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맥주는 1병에 6~8천 원 정도로 강남이나 홍대 물가 정도 되겠네요.

 

 

일단 문어 구이가 나왔으니 우선은 이걸로 맥주 한 잔.

 

 

앞으로 남은 여행, 무엇보다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치얼스!

 

 

낚시는 준비할 때 두근거리고 첫 캐스팅에서 심장이 떨리는데 여행은 이때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 좋은 기억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하지요. 그간 고생한 기억이 이 순간만큼은 말끔히 사라집니다.

 

 

오징어 튀김, 12유로(약 16,000원)

 

이어서 Fried Squid가 나오는데요. 그러고 보니 스타터는 죄다 연체류로 시켰네요. 이게 뭐라고... 분식집에서 몇천 원이면 사 먹는 것을..

 

라고 생각하면 이율배반적 이려나요그래요. 하나도 안 비싸. 해 떨어지는 풍경과 함께 주변에서 듬뿍 솟아나는 행복한 기운이 우리의 기분을 한껏 올려주니 말입니다.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유무형의 가치를 포함했으니 이 오징어 튀김은 12유로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

 

맛은 좀 질기네요(...)

 

 

그릭 샐러드, 7.5유로(약 10,000원)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 끼니마다 빠지지 않았던 그릭 샐러드입니다. 맛은 어느 집이든 비슷비슷한데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지요.

 

 

이제 슬슬 해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 이어질 미코노스의 일몰쇼. 혹은 자연이 부리는 조화를 감상하면서 모처럼 여유 있는 식사를 합니다. 이렇게 앉아 있으니 이러려고 미코노스에 왔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는 메뉴판을 기록하지 못해 정확한 음식명을 모릅니다. 살짝 매운 아라비아타 소스에 버무린 펜네 파스타.

 

 

이건 까르보나라인데 우리나라처럼 크림소스가 아닌 달걀 노른자 소스에 버무려 나온 오리지날 스타일로 이 집에서 마음에 든 유일한 메뉴입니다.

 

 

브로콜리 크림 펜네.

 

 

먹다가 뒤늦게 찍은 연어 크림 파스타. 어른 다섯 명에서 시킨다는 것이 죄다 파스타뿐입니다. 음식은 각자가 알아서 주문하기로 했는데요. 다들 이곳의 비싼 물가를 의식해서인지 2만 5천 원 정도 하는 파스타만 주문한 것 같습니다. 보던 주인이 답답했는지 씨푸드 플래터가 이 집 인기 메뉴라고 언질을 주더군요. 4인분이긴 해도 가격이 10만 원대 중반인 걸 보고선 멋쩍게 웃으며 "나는 까르보나라"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다들 그런 마음으로 주문한 것이 파스타 뷔페처럼 돼버렸네요. 이곳은 해산물이 귀해요지중해를 낀 나라로 해산물이 풍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론 정반대지요.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우리나라처럼 어로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 두 번째, 우리나라처럼 대량 양식을 하지 못한다는 점. 세 번째는 기후 문제인데 겨울에 발달한 강력한 북풍으로 업 일수가 손에 꼽는다는 점. 그 외 수온이 늦게 오르는 계절적인 여건도 있어서 그리스에서는 생선과 새우, 랍스터가 들어간 음식은 아주 비쌉니다. 

 

이날 우리가 계산한 가격은 18만 원 정도. 물론, 한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특별한 곳에서 석양과 함께 식사인 점을 감안한다면, 감수할 만한 대가지만 말입니다.   

 

 

 

하늘에는 적당히 구름이 껴서 더욱 기대를 모았던 미코노스의 석양. 과연 해가 어떤 형태로 떨어질지 기대됩니다.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는 카토밀리 언덕

 

해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주변 풍경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그나저나 중간에 간출여가 멋지네요. 갑자기 낚시하고 싶어지는 ^^;

 

 

그런데 어디서 밀려온 구름인지..

 

 

아~ 이러면 아니 되옵니다. 단 하루 밖에 기회가 나질 않는 미코노스의 석양이 이렇게 날아가 버리다니요. 내일은 내일대로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리틀 베니스에서 감상하는 석양은 이게 마지막인데 말입니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이런 먹구름은 없었는데 언제 몰려온 걸까요. 

 

 

기대를 모은 석양은 그렇게 끝나버렸습니다. 수평선에 자리한 밀도 높은 구름층이 햇빛을 차단해 황금빛으로 물들다 말아버린 느낌. 이 아쉬움을 어떻게 달랠 수 있으리오.

 

 

숙소로 돌아가던 길목에 있는 공중 화장실. 이용할 일은 없어 그냥 지나치려는데 가만 보니 자판기 같은 기계가 보입니다.

 

 

유료 화장실이네요. 가격은 한 사람당 1유로(약 1,300원).

 

 

리틀 베니스에서 숙소까지는 약 1km 거리. 어둑해지는 풍경을 보며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걷는 것도 낭만적입니다.

 

 

해질녘 미코노스의 올드 포트

 

감동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석양. 생각하면 할수록 아쉽죠. 한 번의 기회에서 오메가 일몰을 바란다는 것이 욕심이고 무리란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날 이곳을 지나면서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항구를 걷고 있을 때였죠.

 

저는 동생 후배와 나란히 걸었고, 일행은 제 앞쪽으로 수 미터 정도 앞장 서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사람들로 여전히 활기가 넘쳤는데 사진에 보이는 벤치 옆을 지나고 있을 즈음이었습니다. 누가 제 어깨를 툭툭 쳐서 뒤돌아보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분명 사람 손의 느낌이었습니다. 근처에는 식당 호객꾼이 많아 호객꾼의 손길인가 싶었는데 아무도 없으니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제 옆을 걷고 있는 후배에게 물었으나 뜬금없이 제 어깨를 두드릴 일이 있겠냐는 거죠. 누군가 장난으로 제 어깨를 치고 숨는다고 해도 그럴만한 은폐물도 없고 말입니다. 조금 전에 어깨를 툭툭 친 사람 손은 뭐였을까요. 이후로 저는 바다와 거리를 두고 걸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아니 그렇게 결론을 지어야 제가 겪은 묘한 상황이 손쉽게 정리될 것입니다.

 

 

꼭두새벽부터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길고도 고단한 하루였습니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떴네요. 일몰을 망친 구름층은 여전히 수평선 부근에 머물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기회라 그런지 아쉬움이 떠나질 않는데요.

 

 

그런 아쉬움을 달래고자 홀로 나와 야경이라도 담아 봅니다. 야경 포인트를 모르니 대충 적당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찍어야 했는데요. 딱 이거다 할 만한 풍경은 없었습니다. 항구 풍경이 소박하지요.

 

 

신항구와 구항구를 잇는 도로라 밤이 되어도 통행량이 제법 되더군요. 제 쪽으로 오는 일방통행이라 빨간 후방등 대신 전조등의 밝은 불빛이 장노출로 길게 이어집니다.

 

 

 

2박 3일간 미코노스에서 묶게 될 숙소

 

이날 단체 손님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투숙했습니다. 제가 조금만 늦게 예약했어도 이곳은 우리 숙소가 아니었겠죠. 수영장 옆으로 바와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용하는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기분 같아선 바에 앉아 독한 마티니 한 잔을 마시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싶지만, 이제는 들어가서 딸내미도 씻겨야 하고 잠자리를 준비할 시간입니다. 

 

 

우리 가족은 운이 좋아 이 호텔에서 가장 뷰가 좋다는 복층 구조의 단독 채를 받았습니다. 넓은 발코니가 달렸는데 거기서 바라본 호텔 풍경이 제법 멋들어집니다

 

 

그 옆으로는 미코노스의 올드 포트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미코노스는 지금부터 제2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해가 지고 나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남녀 커플, 또는 남남 커플들이 해변과 펍으로 몰려와 술과 춤으로 밤을 지새우곤 합니다. 시간과 체력만 있다면,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미코노스의 밤 문화도 체험해 보고 싶지만, 지금은 내일을 위해 쉬어줘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2박 3일간의 미코노스 여행,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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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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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수꽝조사
    2017.07.03 12:2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멋진 이국 바닷가에 앉아 맛있는 음식에 시원한 맥주, 멋진 선셋까지 보면 정말 최고겠네요.
    아쉽게도 먹구름이 막아버렸지만요.
    그늘도 없는 야외에서 조금만 앉아있어도 피부가 금바아 빨갛게 되고 자극이 될건데,
    서양 사람들은 피부가 동양인보다 햇빛에 강한 편이라 햇볓에도 잘 앉아있는거 같네요.
    호텔도 멋지고 호텔에서 보는 야경도 멋지네요.
    중국사람들이 많아서 겁나 시끄럽지는 않았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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