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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두바이 국제공항
12시간 동안 주어진 경유 시간을 활용해 부르즈 할리파와 두바이몰을 구경하고 다시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들어왔습니다. 공항은 열차를 타고 이동할 만큼 넓고 크며, 면세점과 식당 규모가 인천 공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아직은 인천 국제공항이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11년 연속으로 1위에 선정되고 있지만, 조만간 두바이 국제공항에 자리를 내줄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보딩 타임을 기다립니다. 슬슬 출출한데요. 이륙하면 저녁 식사가 제공되니 지금은 배가 고파도 참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에미레이트 항공사에서 4시간 이상 경유한 승객에게 밀쿠폰을 지급했는데 아쉽게도 올해부터 폐지되었답니다. 하긴 밀쿠폰이 있어도 쉑쉑버거는 이용할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말로만 듣던 쉑쉑 버거를 그냥 지나쳐서 아쉽지만, 조만간 동네 근처에도 생긴다니 맛보는 건 그때로 미루렵니다.
두바이 아테네 구간에서 메뉴
비행기는 이륙했고 본격적인 여행도 시작됐습니다. 두바이에서 아테네까지는 4시간의 비행이지만, +1시간의 시차가 발생해 총 5시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도착하면 밤이라 이것이 이날 마지막 식사가 될 것 같아요. 이번에는 특별식 대신 일반식을 이용해 봅니다. 메뉴는 닭고기와 양고기인데 무난하게 닭고기로 선택.
식전에는 맥주나 와인, 그리고 미니 병이지만 위스키가 스낵과 함께 제공됩니다. 저는 술 생각이 없어서 진저 에일로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일한 탄산음료인데 왠일인지 국내 마트에서는 보기 힘들더군요.
특별 주문한 유아식
이어서 식사가 나오는데요.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인천 두바이 구간보다 부쩍 좋아진 느낌입니다. 딸과 조카를 위해 사전 주문한 유아식은 어른이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푸짐한 구성입니다. 치킨까스 느낌의 음식과 밥, 크래커, 비스킷, 치즈, 초코 케이크가 나오는데 다 먹으면 열량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가 주문한 일반식은 이렇게 나왔는데요. 그릴 자국이 선명히 찍힌 치킨에 매쉬포테이도와 볶은 빈스가 곁들여집니다. 크래커와 치즈, 감자 샐러드와 밀크 푸딩 맛의 케이크가 곁들여집니다. 치킨이 많이 퍽퍽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소스 맛도 좋고, 빈스와 매쉬 포테이토까지 궁합이 잘 맞아서 제가 맛본 기내식 중 TOP 5안에는 들 것 같습니다.
칼질을 시도해 보는 딸. 처음에 자세를 잡아준 뒤 스스로 하게 뒀더니 곧잘 합니다. 직접 썰어 먹으니 더 맛있기도 하고.
두바이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어느새 이스라엘 국경지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경로가 곧장 아테네로 향하지 않고 카이로 근처까지 갔다가 방향을 틉니다.
4시간의 비행 끝에 아테네에 도착했습니다. 내리면서 찍어본 비즈니스석. 언젠간 우리 가족도 이용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테네 국제공항
아테네 국제공항을 접한 첫인상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사소한 부분인데 공항 카트가 유료라니. 제가 유럽 쪽을 안 다녀봐서 이쪽 문화를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그리스만 그런 걸까요? 처음에 멋모르고 빼려다 안 빼져서 살펴보니 자판기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돈을 넣어야 카트를 뺄 수 있는 방식이죠.
화장실은 양쪽 끝에만 있어서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한참 걸어야 했는데 뭐랄까요. 관광객이 정말 많이 찾는 공항치고는 시설이나 서비스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느낌이랄까.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임이 새삼 실감이 나고.
그 길로 우리는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12km 정도 떨어진 민박집에 투숙했습니다. 딸은 완전히 곯아떨어졌습니다. 공항 픽업 문제로 민박집 주인과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서 한참 실랑이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민박집에 갔는데, 민박집에서는 운전기사를 보냈답니다. 지금 우리 때문에 공항에서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면서 인건비 + 유류비 명목으로 50유로를 더 내라고 하더군요.
뭐 이런 덤탱이가 다 있나 싶어 그때부터 안되는 영어로 실랑이하는데 주인아주머니도 영어가 미숙하고, 우리는 더 미숙하고, 게다가 그리스어가 섞인 발음이라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기름값만 내라면서 20유로만 추가하기로 합의 봅니다. 이 민박집은 따로 포스팅했으니 이용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아테네 공항 인근 숙소, 그리스 민박 '아파트먼트 엘라이오나스(Apartment Elaionas)'
다음 날 새벽, 아테네 국제공항
4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서둘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장시간 비행에 지쳤는데 4시간의 짧은 잠으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 피곤함이란. 이게 다 돈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미코노스 편은 우리나라 제주행 항공편처럼 시간에 따라 가격 차가 많이 벌어집니다. 새벽 시간대를 이용하면 편도 3~4만 원으로 저렴한 편인데 오전 7시만 넘어가도 7~8만 원, 혹은 10만 원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니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교통비를 최대한 아끼는 쪽으로 해야죠.
9박 11일 그리스 여행 일정과 경로
9박 11일 그리스 여행 일정입니다. 첫날은 잠만 자고 나와서 미코노스로 이동해 2박 3일을 보내고요. 산토리니로 이동할 때는 페리를 이용합니다. 산토리니에서는 4박 5일로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예정이며, 아테네로는 항공편으로 이동해 2박 3일을 보내고 귀국하는 일정입니다. 일정은 자유 여행이고, 4박 5일 산토리니만 숙소 + 투어 패키지를 이용합니다.
오전 5시, 아테네 국제공항
오전 6시 20분에 출발하는 미코노스 항공편을 비롯해 자킨토스, 산토리니 등의 주요 관광지로 가려는 관광객들로 공항은 인산인해입니다. 사전에 온라인 체크인을 했지만, 대부분 짐이 많고 우리와 같은 처지라 크게 의미가 없더군요.
그리스의 저비용 항공사인 라이언에어
비행기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배열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와 같은 3-3 배열입니다. 좌석이 좁고 비치물 같은 건 없습니다.
아테네에서 미코노스까지는 약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이륙하고 나서 졸 틈도 없어요. 이날 미코노스는 비와 뇌우로 예보되어서 걱정이 좀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미코노스에 가까워질수록 먹구름이 끼고 있어요.
창밖에서 바라본 미코노스
이제 미코노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자 사진에서나 봤던 동화 속 마을이 언뜻 보이는가 싶습니다.
미코노스 공항
미코노스 공항은 예상했던 대로 시골의 버스 터미널 같았습니다. 사진 속 공간이 공항의 전부라 해도 될 것 같아요. 짐을 찾고 공항을 빠져나오자 택시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짐도 많고 일행도 많아서 두 대로 나눠 탔는데요. 숙소까지는 5km가 될까 말까 한 거리인데 택시비가 우리 돈으로 18,000원. 비쌉니다. 아래는 제가 예약한 숙소 사진인데요.
몇 달 전, 처형과의 카톡입니다. 유럽 최고 휴양지답게 숙소도 좋은 곳으로 예약했다며, 위와 같은 사진을 전송했지요. 이를 본 처형은 말문이 막혔는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소심하게 '숙소가 좀 그렇지 않으냐?' 정도로만 어필합니다. ㅎㅎ 열심히 검색하고 알아본 사람에게 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런 내색이 아내와의 통화에서 느껴져 재미는 있었는데
미코노스에서 2박 3일간 지내게 될 숙소
이왕 이렇게 된 것,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숨길 걸 그랬나 봐요. 이걸로 무슨 깜짝 이벤트를 할 생각은 아니지만, 마음이 약해져서 중간에 이실직고 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들뜬 기분으로 들어갑니다.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은 안 되겠지만, 짐이라도 맡기고 돌아다녀야 할 테니.
호텔 정문은 이런 느낌
입구에 들어서자 전복으로 만든 장식이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 전복과 달리 길쭉하게 생겼죠.
호텔 로비에서 딸과 조카
지배인 할아버지가 곱게 늙으셔서 정말 멋있었는데 사진에 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처음 예약할 때 인원보다 한 명이 더 늘어나 추가 금액을 내고 방을 업그레이드했는데요. 지배인 할아버지가 우리 호텔에서 가장 좋은 뷰를 가진 두 방을 내어 주겠다고 합니다. (오~) 게다가 체크인 시간도 앞당겨 줘서 고마웠지요.
방을 구경하러 올라가려는데 이게 엘리베이터인가요?
엘리베이터 문을 이렇게 열고 타기는 처음입니다. 나무로 만든 엘리베이터인데요. 아내는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하지만, 전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엘리베이터예요.
여기서 또 한 번 놀란 것은 한쪽 벽이 아예 없다는 것.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니 벽도 움직이는데 워낙 느리게 이동하니 손으로 만져보기도 합니다.
신기한 엘리베이터를 뒤로하고 첫 번째 방에 도착했습니다. 복도 맨 끝에 있는 방인데 이 방이 홍보 책자에서 본 그 방입니다. 침대는 3개가 있는 트리플룸인데 이 방은 동생과 후배가 묶기로 합니다. 전망이 궁금한데요.
발코니에서 본 풍경에 4시간만 자고 일어난 피로를 날리기에 충분합니다. 이 모습을 접한 두 여인.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마치 신동엽의 러브 하우스에서 새집을 선물 받은 것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데 울지 마요. ㅎㅎ
우리 가족이 쓸 방은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별관에 있는 단독 채를 받았습니다. 복층 구조인데요. 위쪽 방은 킹사이즈보다 넓어 보이는 침대가 놓여서 우리 세 식구가 자기로 했고.
계단을 몇 칸 밟고 내려오면
더블 침대가 놓인 방이 나옵니다. 여기는 처형과 조카가 묵기로 합니다. 여기에는 단독으로 쓸 수 있는 넓은 발코니가 하나 달렸는데
미코노스의 야경을 보면서 맥주 한잔할 수 있는 4인용 테이블과 함께 해변과 항구가 펼쳐집니다. 바로 앞 상점이 있는지 슬레이터 같은 것으로 막힌 게 조금 아쉽지만,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호텔을 이용해 볼까 싶습니다. 호텔에 대한 상세한 리뷰는 조만간 따로 올리겠습니다. 국내 이용객이 가끔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국내 리뷰는 아직 한 건도 없어요.
발코니에서 바라본 미코노스의 구 항구
무엇을 찍어도 화보같은 이곳.
호텔 앞 해변가입니다. 호텔 위치가 미코노스 다운타운(호라 마을)에 있어서 미코노스에서 유명하다는 핫스팟은 대부분 걸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작고 사랑스러운 해변이 바로 앞에 있으니 언제든 물놀이를 할 수 있을 것이고요.
다만, 지금은 가벼운 산책부터 하는데 긴장이 풀린 것도 이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오는 동안 기상 예보로 인해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예보 상으로는 미코노스에 머무는 3일 내내 비와 번개가 친다고 해서 거의 망연자실했습니다. 미코노스는 날씨가 맑아야 사진발이 서는데 이 부분에서 송두리째 날린 기분이었죠. 그런데 막상 도착하자 날씨가 이렇게 좋습니다. 가끔은 기상청 예보가 틀릴 때 감사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미코노스의 구 항구
라고 생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그럼 그렇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도 아닌데 내게 날씨 복이 있겠나 싶어요. 음.. 슬프네요. 예보는 점점 맞아떨어지고 있으니 강우량이라도 적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3일 내내 이러는 건 정말 야속해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날은 흐리지만, 그래도 화보는 화봅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머리가 멍한 상태인데 아이들은 얼마나 피곤할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군말 없이 잘 따라와 준 딸과 조카가 고맙기만 합니다.
거리에 웬 오리가
이곳에 서식하는 야생 오리 같은데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태연하게 물이나 마시고
다가와도 그리 경계하지 않습니다.
이 녀석은 아예 자세를 잡아 줍니다.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저렇게 한참을 서서 모델이 되어준 고마운 녀석.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생선 노점상입니다. 얼음 하나 없이 멀뚱히 진열된 모습에서 그날 잡힌 자연산임이 예상되는데요.
꼭 참돔과 닮았지요. 싱크로율이 거의 90%에 가까운데 나머지가 부분적으로 조금씩 다릅니다. 같은 도미과임은 분명한데 우리 바다에는 서식하지 않는 어종으로 보입니다.
빨간 고기는 제주도 재래시장에서 흔히 파는 솔치우럭(살살치)와 닮았죠. 탕을 끓이면 맛있는 육수가 나올 것 같은 생선입니다. 여기서는 어떻게 이용하는지 궁금하네요. 그 옆에 갈색 생선은 저도 모릅니다. 바다는 넓고 생선은 다양해요.
결국에는 예보가 맞아떨어지는가 싶더니 소나기까지 들이닥쳐 골목길로 급히 피신해야 했습니다. 비를 막아줄 만한 공간이 여기 말곤 없는데 바닥은 시냇물이라 꼼짝 못 하고 있어요.
갑작스레 내린 장대비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마냥 신이 난 우리 대원들.
아침 식사를 위해 미코노스에서 샌드위치를 잘한다는 곳을 찾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첫 끼니를 미코노스다운 분위기에서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가 바로 이곳으로 아기자기한 노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그림을 구상하며 왔는데, 제 계획은 비로 인해 보기 좋게 날아갑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다닥다닥 붙은 5~6개의 테이블이 전부. 그래도 음식이 신선하고 맛있어서 이번 그리스 여행에 기억에 남는 식사 중 하나였습니다. 오믈렛이나 샌드위치 따위를 파는 곳이라고 허투르게 보면 안 되는 곳이지요.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샌드위치 맛있기로 소문난 그리스 미코노스 현지 식당, 포폴로(Popolo))
미코노스에서 맞이한 첫 식사
전날 저녁을 안 먹은 것도 아닌데 무슨 걸신들린 것처럼 먹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밥이 이렇게 잘 들어간 적이 얼마나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만 빼곤 맛과 분위기가 완벽에 가까웠으니까요. 이곳 200여 곳의 미코노스 타운 소재의 식당 중 17위를 차지한다는 트립 어드바이저의 정보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루는 메뉴가 나르니 직접적인 비교나 순위 매김은 어디까지나 참고용.
중요한 것은 만족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샌드위치와 오믈렛, 여기에 깜짝 놀라게 했던 커피 맛은 당분간 잊히지 않을 것이고, 또 맛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식사하고 나오자 다행히 비는 멎었습니다. 대신 우수수 떨어진 꽃길이 우릴 반깁니다. 누가 일부러 연출한 것도 아닌데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세트장 같아 보입니다.
부겐베리아의 일종으로 보이는 담쟁이 꽃과 작은 상점이 "어서 와 미코노스는 처음이지?"하고 말을 건네는 것 같습니다. 꽤 오래전의 CF이긴 하지만, 손예진 가 자전거를 타고 하얀 골목길을 누볐던 그 장소가 바로 이곳임을 아는 사람은 지금도 많지 않습니다. 아직도 포카리스웨트 CF의 촬영지는 산토리니로만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촬영 씬 대부분은 이곳 호라 마을에 있는 미로 같은 골목길이죠. 마지막에 잠깐 비친 항공 촬영 씬만 산토리니라 비중으로만 보면 미코노스가 촬영 분량의 대부분이었죠. 당시에는 여행지로서 그리스가 낯설기에 촬영지로 미코노스를 선정한 것은 상당한 선견지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자킨토스가 뜨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이미 뜬 여행지고, 산토리니는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던 과거형인지, 요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이 돼버렸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미코노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한적해 휴양과 관광을 적당히 섞어서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어쩌면 인생 사진이 될지도 모를 사진, 미코노스라면 수없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어차피 우리네 인생은 바닥에 떨어진 꽃잎과도 같은 것. 아름답게 피다가 언젠가는 지게 될 꽃잎이지만, 이왕이면 좀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장소에서 지길 원하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살다가 갔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물론, 같은 장소라도 예외는 있지만 말입니다.
제아무리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곳이라도 바퀴벌레는 사나 봅니다. 어쩌면 우리가 저 바퀴벌레만도 못한 곳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자조 섞인 기분도 들곤 합니다. 미세먼지로 가득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콜록 콜록~ 입시와 시험, 경쟁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를 돌듯이 살아가는 우리.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멋지고 낭만적인 여행을 꿈꾸곤 하는데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갈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여러 복잡한 생각이 교차하지만, 지금은 이 순간순간을 오롯이 즐겨야 할 때. 그래서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글 쓰는 일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아요. 다시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요즘이지만, 지금은 일상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리스 미코노스 여행기,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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