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산양읍

 

추석이 지나면 고기들이(감성돔, 뺀찌) 씨알도 커지고 많이 나올 것이란 말에 계획했던 통영 전마선(덴마) 낚시. 그러나 계속되는 기상 악화로 출조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결국, 11월 중순이 돼서야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너무도 늦어버린 조황. 선장님이 말하기를

 

"요즘 감성돔 조황이 너무 저조해요. 여기만 그런 게 아니고 통영 내만권이 대부분.. "

 

 

포인트에 도착, 지난번 선외기 낚시를 했던 그 자리다

 

아~ 이번 출조는 접어야 하나 싶었는데 뒤이은 선장 말에 더욱 고민이 됩니다.

 

"지금 잡어가 엄청나게 많아서 낚시가 안 되거든요. "손바닥만 한 것부터 큰 건 30cm까지, 쥐치 때문에 감성돔 낚시가 안 됩니더."

 

쥐치 잡으러 통영까지 가기도 좀 그렇고.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낚시갈 시간도 없고. 그냥 쥐치라도 잘 잡힌다면 횟감과 반찬감도 마련하고, 뭐라도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가기로 결정!

 

 

이른 아침, 선외기를 타고 나오는데요. 11월 중순 치고 날씨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다만, 물때가 조금이고 황금 시간에 간조가 겹쳤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날 저는 모처럼 아내와 최필님, 이렇게 셋이 출조했는데요. 서로 간에 재미있는 내기를 걸었습니다. 

 

1) 첫 올린 사람에게 만 원씩 주기. (어종, 씨알 상관없음)

2) 최대어를 낚은 사람에게 만 원씩 주기. (4대 돔에 한정)

 

과연 누가 가져갔을까요?

 

 

시작과 동시에 아내가 첫수를 올립니다.

 

 

깻잎 크기의 참돔이 올라오는군요. 이것으로 첫수 만원빵은 아내가 당첨!

 

 

이어서 최필님이 강력한 입질을 받아냅니다. 그런데 휨새가 감성돔? 뭐지? 시작부터 두 사람이 내 돈을 뺏어가는 느낌. 

 

 

감성돔이다~! 하고 좋아했는데 막상 올라온 물고기는 씨알 좋은 성대.  

 

 

성대(달갱이)

 

제철 맞은 성대예요. 민어처럼 '꾹꾹' 소리를 내서 성대라고 하는데 정말 심하게 울어댑니다. 이래서 성대를 잡으면 마음이 약해진다니까요. 하지만 최필님은 가차 없이 어창에 넣어버립니다.

 

 

커피와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지금은 해가 뒷산 위로 떠 오르는 아침입니다. 정말 감성돔 낚시에서는 놓칠 수 없는 피딩 타임인데요. 문제는 물때입니다. 간조가 정확히 7시에 물려 있어서 지금 물이 안 갑니다. ㅠㅠ

 

게다가 우려하던 잡어가 움직이면서 들어가는 족족 미끼가 따먹히고 있어요. 그나마 날씨가 좋고 기다란 막대찌를 보고 있으니 마음 만은 편안합니다. 나름 힐링은 되네요.  

 

일단, 아내와 최필님이 한 수씩 주고받았는데 저는 아직 입질이 없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채비는 1호 막대찌 반유동. 바닥 수심은 간조 때 7m 전후라 각각 5m, 6m, 7m를 주고 낚시를 하는데요.

 

 

입질이 없자 할 수 없이 계왕권을 써서 한 마리 잡아냅니다. 사진은 합성 아니에요. ^^

 

 

반찬감으로 반가운 전갱이가 올라와 줍니다. 찌가 총알처럼 들어가길래 순간 설레였네요. ㅎㅎ

 

 

이어서 아내가 상사리 한 마리를 추가하는데요. 지금 사진을 많이 생략하고 있습니다. 이날 아내가 잡은 상사리만 몇 마린지 셀 수 없을 정돈데 찍어봐야 그 사진이 그 사진. ㅎㅎ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어린 참돔이 아내에게만 잡혀준다는 것입니다. 모두 방생하고요.

 

 

이어서 저와 아내가 동시에 입질 받았는데요. 저는 챙길 수 있는 볼락을 잡았고, 아내는 방생급 참돔을 잡아냅니다. 설마 이런 패턴만 이어지다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죠?

 

 

이대로 끝나면 아내가 4대돔 최대어상까지 다 먹는 겁니다. 깻잎 상사리가 최대어라니, 굉장히 우울하죠? 한 시간 정도 낚시한 결과, 선장 말대로 바닥층에 잡어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그게 쥐치인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바늘 크기를 줄여 미끼만 따먹는 녀석의 정체를 밝히기로 합니다. 그 결과..

 

 

인상어(물망시)

 

우릴 괴롭히던 녀석은 인상어였군요. 바늘 크기를 줄이면서 이런 녀석이 계속 물고 옵니다.

 

 

계속해서 크릴 미끼가 따먹히자 이번에는 잡어 등쌀에 조금 더 견디는 깐새우를 써 봅니다. 그랬더니

 

 

어린 성대

 

아이고 이런 게 물고 늘어지네요. 수중 카메라가 없지만, 이쯤이면 안 봐도 비디옵니다. 바닥에 성대 한두 마리 엎드려 있고, 그 위로는 떨어지는 밑밥을 주워 먹느라 바쁜 인상어 무리와 볼락 무리, 그리고 깻잎 사이즈의 참돔이 산발적으로 돌아다니겠죠.

 

지금은 돌가자미(돌도다리) 철이라 내심 그걸 바라면서 바닥을 긁어보았는데요. 여밭이라 그런지 도다리 종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듯하네요.

 

 

시간은 오전 8시. 본격적으로 초들물이 들면서 멈추었던 조류가 조금씩 움직입니다. 이때 아내가 뭔가를 계속 낚아 올리는데요. 씨알 좋은 망상어에..

 

 

볼락에..

 

 

계속된 볼락 입질. (이거라도 잡혀줘야 덜 섭섭하지 ㅠㅠ)

 

 

저도 볼락을 몇 마리째 잡고 있지만, 사진은 대부분 생략합니다. 잡은 볼락 중에는 15cm 이하도 있어서 방생.

 

 

이날 시상을 걸진 않았지만, 아내가 첫수와 최대어에 이어 최다어까지 독차지하는 분위기. 확실히 아내가 어복은 좀 있어요.

 

"아따 승필이 뭐하냐~~!"

 

 

망상어

 

서울에서 온 우리, 서울 감시로 손맛 보고 있습니다. 젠장 ㅠㅠ

 

 

한동안 침묵하던 최필님. 상사리 한 마리와 볼락 몇 수 잡네요. 올여름, 고흥에 민어잡이 할 때 그 강력한 포스는 온데간데없고 ㅎㅎ 

 

 

이어서 아내는 씨알 좋은 전갱이를 올립니다. 낚시가 생각처럼 되질 않네요.

 

이후 우리 셋은 볼락과 망상어를 번갈아 가며 잡았습니다. 반찬감이 될 만한 녀석들은 챙기고, 작은 건 방생하는 낚시가 되풀이됐죠. 저는 결단을 내립니다.

 

"마~ 집에 가자!"

 

부산에만 살았어도 이런 말, 쉽게 나왔을 텐데 서울까지 다시 올라가려니 까마득합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여기서 더 해봐야 감성돔이 잡힌다는 보장이 없으니 차라리 조금 일찍 철수해 막힘 없이 올라가는 것이 낫습니다. 철수 시각은 12시 30분. 대략 5시간 낚시 했나요. 뭔가 허무해집니다.

 

 

제가 종종 들리는 가게에서 충무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데요.

 

 

시락국이 나오는 다른 집과 달리 이 집은 해물 된장탕이 나옵니다. 하절기에는 가리비를, 동절기에는 홍합을 가득 넣어 주는데요. 사람ㄷ르은 충무김밥을 도대체 뭔 맛으로 먹냐고 하고,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만, 이 집은 해물 된장탕 때문에라도 종종 들리게 됩니다. ^^ 

 

 

통영 중앙시장

 

횟감을 잡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근처 중앙시장에 들렀습니다.

 

 

도다리(담배도다리)

 

상태 좋은 도다리 5마리를 만 원에 파는군요. 단, 살은 좀 빠져 있습니다. (계절상) 다섯 마리 모두 회를 쳐달라고 하자 안 된다네요. 이건 미역국이나 탕감으로 파는 거랍니다. 그래서 안 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실험도 할겸 살걸 그랬나? ㅎㅎ)

 

 

돌가자미(돌도다리)

 

지금 처형은 딸을 봐주고 있어요. 그래서 반드시 횟감을 잡아가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버렸으니 이렇게라도 회를 떠갑니다. (아~ 뭐가 굴욕적인듯 ㅎㅎ)

 

횟감은 지금 한창 맛이 좋은 돌가자미로 선택했어요. 저울에 재니 2kg 나옵니다. 가격은 서울보다 무척 저렴해요. ^^ 포뜨는 걸 봤는데 보기보단 살이 제법 두툼합니다. (뒤늦게 생각난 건데 좀 전에 도다리 5마리를 사다 이집에서 회 떠달라 할 걸.)

 

 

최필님은 옆 가게에서 6kg짜리 방어를 반쪽만 떠가기로 합니다. 이것도 가격은 저렴

 

※ 참고

방어와 킹크랩은 아직 저렴한 편인데 12월 되면 비싸질 겁니다. 그러니 빨리 사드세요. ㅎㅎ 

 

 

둘이 번갈아 가며 운전해 처형댁에 도착. 포장한 충무김밥과 회. 그리고 처형표 양념 닭발로 뒤풀이합니다.

 

 

돌가자미 회

 

이날 모두의 극찬이 자자했던 돌가자미 회. 특히, 처형은 살아생전 먹어본 생선회 중 이게 최고였다고 하네요. ^^ 2kg짜리지만, 어른 넷이서 먹는대도 양이 제법 많습니다. 지금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밑에 하나 더 깔렸죠. 서울에서 돌가자미를 이렇게 먹으려면 kg당 5만 원은 줘야 합니다. (저라면 이 가격에 안 사 먹죠) 

 

다만, 스티로폼에 담겨 볼품은 없어요. 그래도 저는 이게 좋습니다. 불필요한 천사 채나 무채 없이 회만 차곡차곡 쌓는 것이 낫죠. 게다가 광어, 도다리 종류는 기본적으로 수율 50% 이상이죠. 살코기가 많아 나와서 좋습니다. 

 

비록, 감성돔을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아내는 쉼 없이 이어지는 잔손맛에 모처럼 기분 좋은 출조였다고 합니다. 딸이 조금만 더 크면 전마선(덴마) 낚시도 가능하겠죠. 문제는 저입니다. 다음 달 월간지 연재가 걱정이네요. 대상어 없는 조행기 실기가 좀 그렇습니다. 에휴~ (취미로 낚시할 때가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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