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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미도 감성돔 낚시(상), 정말로 못생긴 물고기 - 바다의 추녀를 잡다
이미 아시겠지만, 낚시꾼이 원하는 대상어에는 저마다 애칭이나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바다의 왕자, 감성돔", '바다의 미녀, 참돔", "바다의 흑기사, 벵에돔", "갯바위의 폭군, 부시리" 등등. 이날은 바다의 왕자를 낚고자 두미도를 찾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을철 감성돔 낚시 하면 '마릿수'를 떠올리곤 하는데 실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내림 감성돔은 계속해서 섬 주변을 회유하고 35cm 이하는 무리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한번 입질이 들어오면 연달아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포인트 편차가 심해 평소 명포인트로 알려진 곳에서 빈작이 나오는가 하면, 생자리에서 마릿수가 터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게다가 그 포인트 편차라는 것이 단순히 마릿수 차이로 벌어지는 것이 아닌 씨알 차 다시 말해, 살감생이가 우르르 나오는 자리가 있는가 하면 한두 마리가 걸려도 4짜 이상 낚이는 자리가 따로 있습니다. 여기에 물때에 따른 변수가 있어 어떤 날은 반짝 마릿수 조과가 나오다가도 또 어떤 날은 전체적으로 조황이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을 감성돔 낚시는 예측 불허입니다. 그래도 감성돔 낚시를 즐기기에 지금처럼 좋은 시기는 없을 겁니다. 그날 내린 자리와 어복이 잘만 따라준다면 씨알과 마릿수를 동시에 만족해주는 달이 바로 11~12월이니까요.
삼천포 금양낚시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선 저는 오전 10시 반쯤에 삼천포에 도착했습니다. 12시 출항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밑밥을 개고 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더니 11시 50분. 부랴부랴 일어나 편의점 도시락을 사고 낚시 짐을 챙깁니다.
평화로운 오후의 삼천포항
부둣가로 가니 이제 막 철수한 분들이 감성돔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25cm가 될까 말까 한 살감시로 적당히 손맛 보셨네요. 하지만 저는 이런 감성돔을 노리고 이 멀리 온 것은 아닙니다. 이왕이면 굵은 씨알을 위해 중거리권 섬인 두미도를 찾은 것이니까요. 사실 두미도와의 인연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까지 3회 정도 출조한 것이 고작이라 이쪽 삼천포권은 제게 여전히 낯선 바다였죠. 아직 가보지 못한 욕지도를 비롯해 갈도, 수우도, 그리고 올여름에 딱 한 번 내려보았던 노대도 등. 대체로 이쪽의 섬들과는 친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보면 저는 지금까지 제게 꼭 맞는 필드를 두고 다른 곳에서 방황(?)했었는지도 모릅니다. 올여름 노대도에서의 낚시도 그렇고, 대체로 갯바위 발판에 높고 편해 촬영하기에 적당하고, 무엇보다도 아내와 함께 오면 좋을 만한 좋은 지형을 하고 있어 언젠가는 아내와 함께 자주 찾으리라 다짐하게 됐죠. 그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제게 어복이 떨어진 것도 아내가 없었기 때문인가도 싶고 말이죠. ^^;
오후 12시 출항
이날은 평일이라 출조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7~8명 정도. 언제인지 모르지만, 저도 평일에는 시간 빼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할 수 없이 주말 낚시를 택해왔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평일 낚시를 해보니 포인트 싸움도 없고 한적한 분위기가 딱 제 스타일. ^^
삼천포 시가 한눈에
드디어 육지를 떠납니다. 부아앙하며 달리는 굉음 속에 이 장면 보려고 바다를 찾는 건가 싶기도 하고. 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이런 풍경만 보아도 힐링이 됩니다. 혹자는 그래도 바다와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이니 바다를 자주 찾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낚시는 예전처럼 자주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한 달에 한두 번 출조로 만족하며 삽니다.
삼천포 화력발전소
오후 1시, 두미도에 도착
배는 약 45분간 달려 두미도에 도착합니다. 꾼들을 포인트에 내려주면서 북쪽부터 동쪽 사면까지 대략 훑어보니 북쪽과 서쪽은 수심이 비교적 낮은 편이고, 남쪽 곶부리를 지나 남동쪽에 이르면서 직벽이 형성돼 수심이 10m 이상 깊게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감성돔 낚시에 유리한지는 그날마다 물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두미도를 잘 모르는 저는 그저 배에서 추천하는 자리에 내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배는 북쪽에서 서쪽을 돌면서 적당한 자리에 출조객을 내려주는 데 평소였으면 선실에 들어가 있을 저도 멋들러진 두미도의 풍광과 갯바위에 매료돼 카메라를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어지간하면 갑판으로 나오거나 꾼들이 하선하는 장면은 잘 찍지 않는데 맨날 똑같은 갯바위 사진을 이날따라 찍고 싶었던 것은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겠지요. 그만큼 하선 과정에서 서로 간의 경쟁이나 신경전이 없었다는 방증입니다.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여기 금양호 사장님이 꾼들과 함께 내려 일일이 포인트 설명을 해준다는 점. 기존에 잘 들리지도 않는 마이크로 갯바위에 내린 꾼과 선장이 마주 보는 상황에서 어디가 오른쪽이고 왼쪽인지도 모르게 헷갈리게 설명하는 그런 방식이 아닌, 함께 내려 자세하게 설명해준다는 점도 기존의 하선 풍경과는 다른 여유가 묻어나 있습니다. 물론, 이날은 평일이고 날씨도 좋았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지만, 뱃머리는 연신 너울에 오르락내리락하고 꾼들은 포인트 사수를 위해 그 무거운 밑밥통을 들고 뛰어내리고(심지어 던지기도 하죠), 선장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모두가 신경이 날카로워진 그런 상황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지요.
다른 배를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출조객은 세상만사 젖힌 채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이 자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우측에 홈통이 근사하게 있는 데다 뒤쪽을 보니 거의 직벽에 가깝게 떨어지고 있어 적어도 홈통 수심이 8~9m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심은 몇 차례 던지고 밑걸림을 당해봄으로써 더 정확히 알게 되겠지요.
이날은 닉네임 '엘라'를 쓰고 계신 제 블로그 단골손님과 함께 했습니다. 홍대에서 15년 된 돼지뽈쌀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자 전직 탤런트입니다. (조선왕조 오백년 등 여러 작품에 나오신 중견 배우시지요.) 어쨌든 채비를 마쳤고 기지개를 펴면서 홀가분하게 낚시를 시작합니다. 낚시하시는 분들은 이때가 가장 설레지 않나요? ^^ 저 푸른 바다에 채비를 던지면, 대물이 퍽퍽 물어 재낄 것 같은 느낌. 낚시야 늘 즐기는 취미지만, 그래도 이때의 설렘은 좀처럼 무뎌지거나 줄지 않습니다. 암 그래야죠. 이런 설렘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는 겁니다. 낚시에서 은퇴할 그 날까지.
노대도(왼쪽)와 욕지도(오른쪽)가 차례대로 보인다.
이날 밑밥은 크릴 4장, 감성돔 파우다 2장, 압맥 3장을 섞었습니다. 가을 감성돔 낚시에서 압맥을 섞는다, 혹은 섞지 않는다 등 이견이 조금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채비 운영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모처럼 고부력 반유동으로 세팅했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오쿠마 LBD 2500번
원줄 : 기자쿠라 이글 3호 (세미 플로팅)
어신찌 : 쯔리겐 직공 스페셜 에디션 1.5호, 쯔리겐 클리어 수중 -1.5호
목줄 : 토레이 도요부론 수퍼 L EX 2호
바늘 : 감성돔 바늘 3호
봉돌 : 3B → 2B
※ 참고
쯔리겐 신제품인 직공 스폐설 에디션 1.5호의 경우 여부력이 2B에서 2B+ g5번 정도입니다.
3B를 물리면 잔잔한 바다를 기준으로 찌톱이 거의 잠길듯 말듯하며, 2B를 물리면 워터라인에 정렬되면서 예민한 상태가 되며, 거친 필드 환경에서는 2B로도 찌가 수면 아래로 입수할 것으로 보이니 이 찌를 사용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출조에서는 채비에 적잖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감성돔을 노리고 왔는데 대형급 참돔이 출몰한다는 조언에 채비에서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평소대로 원줄 2호, 목줄 1.5호로만 했을 텐데 당시 저는 참돔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장비를 챙겨왔기 때문에 낚싯대는 할 수 없이 1호대를 들었고, 그나마 수중에서 가장 굵은 줄인 3호 원줄과 2호 목줄로 어설프게나마 대형급 참돔을 대비하게 되었습니다. 품질을 몇 주걱 해보니 조류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안으로 말려 들어오고 있습니다. 만약, 눈에 보이는 것보다 좀 더 빠른 속조류가 형성되고 있다면, 2~3B 봉돌로는 바닥까지 내릴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10~14m로 수심을 세팅한 고부력 반유동으로 안정적인 채비 내림을 시도해 봅니다. 지금 시각은 오후 2시. 앞으로 4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대형급 참돔이 낮에도 입질한다고 해서 우리는 서둘러..
밥을 먹습니다. 낚시고 뭐고 일단 뭐라도 좀 먹어야 힘을 내지 않겠어요. 또, 갯바위에서 까먹는 도시락은 언제나 꿀맛. ^^
조류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꽤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어 빠른 정렬이 시급했습니다.
30~40m 정도 장타를 치면 찌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채비를 내리는데 이때 면사매듭이 찌톱에 닿기까지 걸리는 거리는 찌 착수부터 약 5m 정도. 나머지 20~30m는 안으로 들어오면서 중하층을 더듬게 됩니다. 사실 홈통을 우측에 끼고 있기에 조류가 왼쪽으로 흐르는 상황은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횡조류가 아닌 들어오는 조류라 다행이죠. 이 조류가 방향이 바뀌면 포인트도 홈통 입구 쪽으로 형성될 것 같은데 이날은 시종일관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원하는 상황을 만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날 저는 참돔을 노리고자 40m 장타를 쳤는데 들어오던 중 30m 전방에서 미약한 어신이 닿습니다.
올려보니 앙증맞은 볼락. 이후 볼락을 1~2마리 더하고 나자 옆에 계신 엘라님의 낚싯대가 힘차게 허공을 가릅니다.
"왔다."
오. 적어도 볼락은 아닌 듯한 휨새.
바다의 미녀 참돔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반가울 데가 ^^
녀석은 한바탕 힘을 쓰더니 결국 들어뽕.
30cm급 참돔
엇 그런데 바다의 미녀가 조금 이상합니다.
"엥?"
이 녀석 아니 이 년.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살다 살다 이렇게 생긴 참돔은 처음 봅니다. 가만 보니 참돔은 두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면은 바다의 미녀가 아니고 바다의 추녀입니다. ㅠㅠ 등짝의 색을 보니 확실한 탈참이죠?
그런데 이 녀석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제발 방사능 드랍은 치지 맙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고요.)
처음에는 어렸을 때 뭔가로부터 공격받고 저리되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눈은 실명이 아니고 눈알이 잘 돌아갑니다. 머리 모양이 뭔가로부터 물어뜯은 게 아닌 골격 자체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기형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분의 의견을 여쭙습니다.
하여간 말로만 듣던 '눈먼 고기'가 낚였지만, 지금 이 포인트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왠지 심상치 않았습니다. 사실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직감적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시간은 어느새 4시. 감성돔이 됐든 참돔이 됐든 이제부터는 슬슬 긴장해야 할 때입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녀석들은 갯가로 들어와 먹이활동을 시작하는데 때마침 조류도 안쪽으로 들어오다 보니 우리가 뿌린 밑밥 대부분은 전방 10m 안쪽에 쌓였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압맥도 다량 포함되었기 때문에 압맥을 주워 먹을 감성돔을 상상하면서, 다시 한 번 캐스팅! 찌가 착수된 지점은 사정거리를 조금 줄인 약 20m. 조류 속도도 한결 느려져 이제는 뭐라도 입질이 들어올 것만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전방 15m 쯤에서(생각했던 지점보다 5m 정도 멀리서 입질이 들어와 의아했음) 찌가 스르륵 잠기더니 수면에 늘어진 원줄이 슬그머니 펴질 즈음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감성돔의 입질 패턴. 타이밍 잴 것도 없이 적당한 힘으로 챔질합니다.
"왔다. 오! 좀 세다."
2호 목줄로 감성돔을 상대하자니 조금 머쓱하지만, 그래도 이 바다에 대형 참돔이 어슬렁거린다니 어디 겁이 나서 얇은 줄 쓰겠어요. 한번 들어온 기회, 절대 놓치지 않겠다며 낚시한 지 두 시간 만에 걸린 이 녀석. 제법 힘을 쓰는지 제 LB 브레이크를 한두 번 쏘게 합니다.
씨알도 그리 크지 않은데 힘은 가당찮네요. 초반에만 ㅎㅎ (역시 목줄이 굵어서 손맛이 반감되는 듯)
안전하게 뜰채로 랜딩하고
40cm급 감성돔
가거도 채비로 4짜 감성돔을 올리니 살짝 부끄럽지만, 그래도 한 수 올렸습니다.
요즘 이 만한 감성돔 한 마리 낚기가 2할입니다. 다섯 번 가면 네 번 꽝친다는 말. 그런데 저는 첫 출조부터 낚았으니 아직은 타율이 1,000할입니다. (앞으로 깎이겠지만 ㅎㅎ) 그래도 이 바다에 방심은 금물, 여기서 대형급 참돔이 물고 늘어진다면 제 채비가 얼마나 버텨줄지 미지수이기에 제가 가진 최고 굵은 줄로 대형급 참돔 입질에 대비합니다. 다음 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두미도 출조 문의
삼천포 금양낚시(055-832-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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